스님의하루

2014.1.26. 방콕 희망세상만들기 강연

인도성지순례와 인도JTS  업무를 마치고 스님은 매년 그랬듯 올해도 어김없이 방콕 정토법당을 찾아주셨습니다. 어제 저녁 9시에 방콕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정법회가 진행되고 있는 음승혜법우님 집에 들러 저녁을 드신 후 바로 방콕정토법당에 오셔서 취침하셨습니다 

아침 식사후, 스님은 방콕 Shutdown 사태에 대한 태국의 상황과 교민들의 반응을 물어보시고  이렇게 시국이 불안한 와중에도 강연준비를 차분히 진행해 준 정토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습니다.

1230분 쟈스민호텔 11층 행사장에 들어서신 스님은 잠시 강연장 안으로 들어 와서 참석해주신 분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청중들은 스님의 등장에 설렘과 기쁨으로 잠시 장내가 술렁였습니다. 1240분 스님의 책 싸인회가 열리자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고 한 분 한 분 싸인을 받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기쁨과 행복의 미소가 넘쳐났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한 관계로 잠시 의자를 추가하며 자리정돈을 한 후 1시가 되어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방콕 시위사태로 사람들이 적게 올까 염려했는데, 150여명이나 참석해서 일부 청중들은 서서 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즉문즉설에 앞서 스님의 방콕 열린법회를 축하하기 위해 유네스코 방콕 본부장이신 김광조님의 기타독주가 있었습니다. 아마추어라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스님은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국제적인 중책을 맡고 계신 김광조님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말씀도 잊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참석해  주신 한인회장님등 내외귀빈께 감사를 전하며, 취재를 부탁한 몇몇 교민회 기자님들에게 교민 분들이 잘 살고 계시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제가 특별히 해 드릴 말씀이 없어서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라며 취재에 대신하는 양해의 말씀도  전하셨습니다.

즉문즉설은 즉석에서 묻고 즉석에서 답하는 형식이나 방콕교민의 특성상 서면 질문서를 미리 받아보신 스님은 여섯 분의 서면 질문서에 대한 답과 두 분의 현장 질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서는 여섯 분의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즉문 : 43살의 주부입니다. 그 동안 4번의 자연유산을 겪었습니다. 이젠 나이도 있고 해서 계속해서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즉설 : 꼭 자식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는 원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안 원한다고 안 생기는 것도 아니니 자연스럽게 대처해야죠 기도의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데 기도의 마음이란 기독교인이라면 주여, 뜻대로 하소서라는 믿음의 마음으로, 불교인이라면 인연과보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기도입니다.

종교라는 말이 원래 으뜸되는 가르침이라는 뜻이에요.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종교인의 자세이니 생명의 원리, 자연의 원리를 알아서 그 원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가 생기게 되면 생기게 되는대로 낳아 잘 키우고 만약 생기지 않더라도 괴로워하지 말고 부모가 없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 아이도 많으니 그런 인연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베푸는 삶이고 자세인 것입니다.

즉문 : 종교인의 자세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자신의 믿음을 확고히 하는 것과 지나치게 극단적인 모습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그들을 볼 때 화가 납니다.

즉설 : 대한민국은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기에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고 처벌이 가능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니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그들을 그냥 놔두고 바라봐야죠. 자유민주주의 범주에는 극단적 사고의 자유도 포함된다는 뜻이거든요.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종교편향이든 그것 또한 그들의 선택이고 자유인 것입니다.

다만 이런 극단주의는 어떤 측면에선 편집증의 일종이기에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헌법정신의 측면에서 보면 다양함을 인정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일이지요. 그렇다고 권장할 일은 아닙니다.

서로가 다른 옷을 입고 살아가는 종교인들 또한 서로가 옷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할 이유는 없겠죠. 옷이라는 것이 겉모양은 달라도 사람을 보호하는 목적은 같기에 상대의 옷에 대한 이해는 필요합니다.

다양성이라는 것이 헌법에도 보장된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대한민국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로 자신과 다른 사상이나 이념, 종교를 배격하는 획일성의 추구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즉문 :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현장에서 교사로서 충실 하는 게 나을까요?  

즉설 : 첫째, 이론만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몰두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선 남을 의지해서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객관성은 있을 수 있어요.  

둘째, 현장에서 부딪히며 일만 한다면 경험은 풍부해질 것이나 그 경험이 주관에 치우치기 쉬워 객관적인가에 대한 검증은 필요합니다.

결국 둘 다 조금씩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이론적인 연구와 더불어 이것을 현장에서 실천하며 검증의 과정을 밟는다면 경험이 바탕이 된 이론이 정립되어 교육의 효과 또한 높아질 수 있는 거니까 어느 것을 먼저 해야하느냐 하지 말고 둘 다 하는 게 좋은 일이죠.

덧붙이자면 종교인이든 선생님이든 농부든 그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든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관점은 좀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첫째, 물질의 근원, 우주의 근원에 대한 이해.
둘째, 생명의 근원과 원리에 대란 이해
셋째, 인간에 대한, 인류문화사와 문명에 대한 이해
넷째, 민족사에 대한 이해, 특히 고대사, 근대사, 현대사에 대한 가치관 정립
다섯째, 마음 작용에 대한 이해  

무언가 편중된 심리의 사람은 이 다섯 가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게 됩니다. 그러니 이 다섯 가지에 대한 공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즉문 : 지나간 잘못된 일을 생각하면 생각이 많아지고 괴롭습니다. 마음을 어찌 다스려야 하는지요?  

즉설 : 누구나 다 이런 증세가 조금씩은 있으므로 괜찮습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마음병 입니다. 병은 치료해야죠. 과거의 일이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자산이 되지만 상처라고 생각하면 병이 됩니다. 어떤 경험도 상처로 남으면 현재뿐 만 아니라 미래에도 영향을 주니 불편한 겁니다. 상처는 삶의 장애로 남고 경험은 자산이 되어 여유로 남는 거에요.

우린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는데 대부분 준 것은 잘 기억 못하고 상처 받은 것만 기억할 뿐입니다. 기억을 못한다고 해서 내가 상처를 준 게 없는 건 아니에요. 누구에게는 생생한 기억이 누구에게는 기억조차 없는 일이기도 해요. 이렇게 상처가 생긴 곳은 성장을 멈추고 삶에 장애로 남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 과거의 일을 상처라고 생각하지 말고 경험으로 간직하세요.

즉문 : 아이가 모든 면에 성장이 느리고 부족한 듯 합니다.

즉설 : 부족함에서 시작해야죠. 그런데 이 엄마는 이미 기준을 높게 잡아 놓고 아이를 보니  아이가 부족한 게 문제가 되는 거에요. 옆집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인물도 좋으면 부럽죠. 누구나부러워해요. 그런데 요즘은 엄마의 관점이 이렇게 옆집 아줌마의 관점으로 아이를 바라보지 엄마의 관점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아요. 그러니 문제에요. 부족하다고 행복하지 말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누구나 행복할 자유가 있어요. 엄마라면 주어진 조건을 탓할게 아니라 그런 부족함 속에서도 이만큼이라도 성장해주니 고맙다고 생각해야죠. 헬렌켈러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도 글을 가르쳐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을 열어준 게 엄마에요. 부족한 면은 내가 돕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엄마인 거에요. 아이에게 옆집아줌마가 되지 마세요.

즉문 : 개인의 과보 뿐 만 아니라 국가적인 과보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여전한 일본의 태도는 우리국민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즉설 : 우리의 상처는 외부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자가치유를 해야 극복할 수 있어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참회가 있다면 좋겠죠. 그러나 그 참회가 위안은 되겠지만 그 치유는 한시적일 뿐이고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우리 스스로가 자유로워져야 해요. 통일한국이 이루어지면 우리 스스로 많이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이 하는 짓을 보면서 지진이 나거나 재앙이 닥치면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인연과보가 아니라 인과응보입니다.     

인과응보와 인연과보는 말은 비슷해도 전혀 다른 개념이에요. 인과응보는 나쁜 짓을 하면 벌받는다는 식의 자연보복의 원리지만 인연과보의 원리는 전혀 다릅니다. 선악의 개념, 징벌의 개념으로 누가 벌을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불이익을 자초하는 행위입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 불이익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 이것이 인연과보인 겁니다. 그러나 이 인연과보는 시차가 있어서 금방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경우 보통은 인연과보를 믿게 되지요. 또한 과보의 결과를 물질적인 가치로 계산만 합니다. 행복은 그렇게 얻어지는 게 아니지요. 자기 삶을 잘 조율해서 행복을 만들어 가듯이 국가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간의 조율과 노력이 서로의 관계형성에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일본은 이것이 부족하지요. 그래서 스스로 일본이 미래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즉문즉설이 끝나고 스님은 정리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는 게 힘들지요? 힘듭니다. 그러나 동물들은 그런 생각하고 살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냥 살아요.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에요. 저절로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까 사는 게 힘들다 어렵다 생각하지 말고 사세요.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살이에요. 각자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삶이라면 세상은 더 혼란스러워 질 거에요. 그러니 내 뜻대로 잘 안 되는 게 어쩌면 더 나은 겁니다. 동물들도 힘들다는 생각 없이 잘 사는데 인간인 우리가 굳이 그들보다 힘들게 살 이유가 없어요. 그러니 우리도 잘 살아봐요. 이시겠지요?”

  희망의 메시지로 힘을 북돋워주신 스님에게 청중은 모두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였습니다.

  강의가 끝나신 후 스님은 급히 공항으로 향하셨습니다. 캄보디아 JTS를 방문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차량 안에서 간단한 과일공양만을 드신 스님은 이동 중에도 방콕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440분 출국 수속을 마친 스님은 배웅나온 저희를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누고 떠났습니다. ‘법륜이라는 이름처럼 잠시도 법의 수레바퀴를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시는 모습을 보며 저희들 또한 내가 희망입니다라는 주홍티셔츠가 자랑스러워 졌습니다. 스님처럼 저희도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내일은 캄보디아에서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전체댓글 7

0/200

무애명

올려주시는 것 늘 감사합니다. 어디서나 마음이 통하네요. 가볍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시는 스님 감사합니다.

2014-02-01 06:38:38

김병철

스님의 하루를 글로 전해주시는 분들의 수고덕분에 많은 분들이 그 글을 통하여 매일매일 유익함을 얻고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특히 오늘 음승혜님처럼 여러가지 즉문들과 즉설들을 요점정리식으로 다 옮겨주시니 너무 좋습니다. 보통 다른 분들은 열가지 질문중에 한가지 질문만 뽑아서 길게 쓰시기 때문에 많이 아쉬웠거든요. 각각의 질문마다 그와 유사한 처지에 있는 독자들이 많기때문에 한가지 즉문즉설만 올려주시기보다 오늘처럼 요약식으로라도 스님의 지혜가 담긴 여러가지 즉문즉설을 다 전해주시면 글를 읽는 저희들의 깨달음이더욱 풍성해져서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01-30 10:59:34

^^^^

저절로 살아지는게 인생이니까...스님 말씀에 힘을 얻고 갑니다..역시나 스님 계신 것이,우리에겐 행운이군요^^

2014-01-29 00:35:5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