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1.15. 인도성지순례 열사흘째 - 상카시아

오늘은 8대 성지 중의 하나인 상카시아를 참배하고 오후에는 제25차 인도성지순례단 대장정을 회향하는 날입니다.

이곳 쉬라바스티에서 상카시아까지는 버스로 10시간,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 스님께서 예년에는 430분에 출발했는데 안개가 끼면 차도 막히고 일정에 차질이 있으니 30분 일찍 출발하자고 하셨습니다.

새벽 3시에 차에 짐을 싣고 330분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이제 순례에 적응이 된 건지 이른 새벽 250분부터 짐을 싣고 예정보다 빨리 출발을 했습니다. 어둑어둑한 어둠과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한참을 달려 강가 강의 지류를 지나칠 때 다리 오른쪽에서는 순례자 텐트가 셀 수 없이 늘어져 있고 왼편에서는 화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텐트 곳곳에는 힌두교 신자들이 무려 백만 명이나 모여 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의 공존, 죽음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1030, 시골 작은 동네의 힌두 신전 앞뜰에서 옹기종기 모여 맛나게 아침을 먹고 오후 140분경에 상카시아에 도착했습니다.

상카시아는 부처님께서 도리천궁에서 백일간 어머니에게 설법하신 후 하강한 곳으로 이를 기념하여 탑을 조성한 곳입니다. 스님과 함께 상카시아 대탑 탑돌이를 하고 예불공양, 법회를 했습니다. 스님은 상카시아 근교 5개의 디스트릭()에는 인구의 20%가 석가족이라며 이곳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상카시아 얘기를 실감나게 해주셨습니다.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하마야대비는 아기를 낳고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부처님은 성도하시고 교화 활동을 하시다가 먼저 돌아가신 어머님을 위해 설법을 하고자 어느 우안거 때 도리천궁으로 가셨습니다. 한철 동안 부처님이 보이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신통제일인 목갈리나존자에게 부처님이 어디 가셨냐고 여쭈었더니 목갈리나존자가 삼매에 들어 천상계를 살펴보니 부처님께는 도리천궁에서 어머님과 천상사람들을 위해 교화설법을 하고 계셨습니다.

목갈리나 존자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은 지금 천궁에 계십니다.” 하니 사람들은 부처님이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언제 오십니까?” 하니 목갈리나존자는 다시 삼매에 들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사리푸트라는 어디에 있느냐하니 지금 상카시아 성에서 안거중입니다.” “그럼 안거가 끝날 때 쯤 상카시아 성 밖으로 내려가겠다.” 하셨답니다.

제석천(인드라, 도리천의 천주)은 부처님께서 세상으로 내려가실 계단 세 개를 놓아 왼편에는 제석천이 칠보의 일산을 들고, 오른편에는 범천(브라흐만)이 불자를 들고 부처님을 옹호하며 가운데 계단으로 부처님이 이곳 상카시아로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당시 브라흐만과 인드라는 인도의 최고 신이었습니다. 이처럼 붓다는 인간과 신들의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합니다. 천상은 신들의 세계, 천하는 인간들의 세계 즉 신과 인간을 통틀어 가장 존귀한 존재이다, 신들마저 부처님을 옹호하고 법문을 듣고 깨닫는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는 객관적으로 볼 때 세계 7대 종교 가운데 하나이지만 불법은 7대 종교와 비교되는 진리가 아닙니다. 그것을 다 포함하면서 그 위에 종교를 초월한 진리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에 적대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민족종교나 토속신앙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진리의 세계를 건설했습니다. 법을 알아야 깨우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상천하 무여불 시방세계 역무비,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으신 분 없으시고 온 세계에 부처님과 비교할 분 없다.’ 이것은 불자로서의 자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적과 관련된 4대 성지, 즉 성난 코끼리가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은 영축산, 원숭이가 꿀을 공양한 바이샬리, 천불화현을 보였다는 쉬라바스티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곳 상카시아 이야기, 부처님께서 도리천에서 3개월 있다 하강한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면 효와 연관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효사상과 연관지어볼 때 출가는 불효가 아닙니다. 진리를 깨우쳐 세상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것이지 나 혼자 안온을 찾기 위해 출가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카시아는 재가신자들에게는 뜻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상카시아에는 전 인도에서 석가족이 제일 많이 살고 있습니다. 2-3백만 명 가량 됩니다. 이들의 상까시아에 대한 공경은 우리나라 국민의 백두산 이상입니다  

상카시아 대탑 참배 후 석가족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명상센터 부지에 도착하니 동네 어르신과 청년 그리고 꼬마들까지 모여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삶은 감자와 따끈한 짜이 그리고 과일 등 석가족의 공양을 후하게 받았습니다. 그 공양물을 받고 보니 내가 이걸 먹어도 되는지? 스님 덕분에 석가족을 만나고 공양물을 받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이 밀려옵니다. 순례자들은 벅찬 감동과 함께 맛나게 먹었습니다. 석가족이 최고로 존중하는 예우는 발에 입을 맞추거나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는 것이라 합니다. 석가족들이 준비한 꽃목걸이를 스님께 그리고 법사님과 순례자들에게 일일이 걸어주었습니다. 석가족의 최고의 환영을 받으니 스님의 같은 제자라는 것이 더욱 기쁩니다.

     그리고 석가족 청년의 환영사가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중학교 2학년부터 한국에는 불교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 불자를 꼭 만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1991년 아그라에서 순례하는 한국인들 가운데서 법륜스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인연이 되어 스님께서는 법당도 지어 주시고 불상, 염주, 책들을 보시해 주셨고 불법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법륜스님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 석가족은 집에도 부처님과 같이 스님 사진을 붙여놓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석가족들의 스님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느껴져 순례자들은 숙연해졌습니다. 그분은 순례단과 석가족은 한가족이라고 하며 언제든지 집을 방문해 달라며 마치 형제를 맞는 듯 기뻐하는 걸 보니 스님께서 한국 아닌 인도에서도 인도불교 부흥을 위해 이렇게 큰일을 하고 계셨다니, 순례가 진행될수록 부처님 가신 길을 그대로 따라가시는 스님의 행적에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전해옵니다. 그래서 스님은 성지순례단 귀국 후에도 이곳에 남아 석가족들과 법회와 명상수련을 지도하시고, 현재 진행중인 불사 점검 등의 일로 인도에 체류하신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도 스님께서 석가족을 위해 마련해 주셨다고 합니다.

   

석가족의 환영 속에 25차 성지순례단 회향식을 했습니다.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에서 삼귀의 오계를 받고 가사를 수하고 시작된 15일간의 긴 여정은 끝났습니다. 순례를 시작할 때는 여정이 길지 않나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일정이 짧지는 않았는지 너무 서둘러 다닌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스님께서는 보름간 수행자의 자세로 부처님 발자취를 따라 우리 내면을 보는 공부를 했고 이제 저자로 나가 그분의 가르침대로 원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마무리하셨습니다.

회향식에서 하신 스님의 법문이 너무 좋아 한국의 도반님과 나누고자 올려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부처님의 제자로서 한발 한발 정성스럽게 다녔습니다. 하지만 성지순례 도중 자는 거, 입는 거, 먹는 것 등에 반응하는 나를 보니 생각으로는 성스러움을 추구하지만 실제 행동은 늘 자기 삶의 습관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업식이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수행을 한다 해도 지나고 보면 그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울타리 감옥은 자기를 합리화해서 탈출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생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막상 해보면 우리 까르마는 요사스럽게 백억 가지로 화현해서 의식을 바꿔가며 늘 그런 삶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순례를 하면서 부처님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밟으면서 붓다를 그리워하고 찬탄하고 존경하는 것도 신심입니다. 하지만 늘 한계 속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절망할 수 있지만 우리는 붓다의 제자이기에 아직은 희망이 있습니다.

인생이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 하니깐 자신의 삶이 신의 뜻에, 전생에 따라, 사주에 따라 숙명이다 또는 운명은 정해져 있다 하지 않습니까. 이런 생각은 인생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변한 것 같은데 늘 제자리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울타리를 박차고 벗어나, 육도 윤회를 해탈하신 분이 오늘 우리가 존경하고 따르는 부처님이십니다. 그분도 우리와 똑같은 존재이고 똑같은 한계 속에서 성장하시고 어쩌면 우리보다 더한 한계에서 자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우리보다 더한 한계 속에서도 넘어지면 일어나고 꾸준한 노력, 정진, 불방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고요히 지속적으로 하셨습니다. 안 되는 것을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안 되니깐 연습을 꾸준히 하셔서 그 한계를 넘으셨고 그것을 우리들에게 제시해 주셔서 오늘 우리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불자는 더 이상 숙명론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 붓다가 수행하실 때 늘 마왕이 나타나 해탈이란 없다’ ‘열반이란 없다라는 속삭임을 극복한 이는 천하에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러한 속삼임과 번뇌를 넘었습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존재가 되셨고 천상천하 무여불, 시방세계 역무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되셨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분처럼 되는 것을 발원하는 것입니다. 우리 한계를 인정하고 뛰어 넘어 미래를 두 눈으로 보며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 수행정진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우리 땅의 구조적 고통인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땅에 태어난 인연으로 남녀노소, 종교, 사상, 이념에 관계없이 기여해야 합니다. 불자로서 불교가 이 땅에 꼭 있어야 할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국불교의 문제점은, 담마인 진리의 법이 현실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한국불교가 현실에서 하고 있는 일은 불법과 아무 상관없는 복을 비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실의 삶에서 겪는 고뇌와 고통이 진리와 관계없이 가고 있습니다. 불교 아닌 삶은 멈춰야 하고 삶의 고뇌를 해결하는 역할을 불교가 해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불교가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며 그래야 한국불교가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이번 8차 천일결사 때에 시군구 읍면동에 법의 씨앗이 되고 정거장이 되고 중심이 되고자 하는 것을 8차년에 만들고자 합니다.

불교를 통해 작은 희망을 발견한 이들이 우리 국민에게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해서 다음 만일은 세계인에게 희망이 되고자 합니다. 교포가 희망이 되고 세계인에게 희망이 되어 봅시다.

다음 만일은 인도 석가족이 인도불교의 희망이 되도록, 서양불교 발전의 기초가 될 수 있도록 이번 만일 중에 그 씨앗이 되고자 터를 닦습니다.

성지순례는 우리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간직하고 붓다가 활동했던 인도에 불교가 부흥될 수 있도록 이곳 석가족을 교민이라 생각하고 인도의 교두보가 되도록 씨앗을 뿌리고자 합니다.”  

이렇게 스님과 순례단은 상카시아에서 석가족과 함께 새로운 원을 세우고 회향식을 했습니다.  

내일은 순례단 자유 일정으로 인도의 관광도시인 아그라로 갑니다.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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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연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시는 스님이계셔 한국불교의 희망이보입니다?복빌고 부적쓰고 천도재지내는것이불교인줄아는 전혀 부처님가르침과다른방향으로가는 불교를 불교의정법 불법으로 인도해주심에 부처님이 환생하신듯합니다 ?스님 건강하시길 간절히 마음냅니다

2014-01-25 14:48:12

소천인

이번 성지순례일정을 편집해서 책으로 내주시길... 꼭.. ^^.. 감사합니다...

2014-01-19 09:04:06

좋은하루

글올려주신분 덕분에 함께 순례하는 마음느꼈습니다 법륜스님고맙습니다 오래오래건강하세요~♥
부처님사랑합니다~~♥
선배도반님들존경합니다~~~♥
인도관광도시 아그라 멋진여행되시길바랍니다~~^^

2014-01-19 07: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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