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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울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서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대구정토회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하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8시 30분이 되니 법당에서 정초기도
회향 300배 정진을 하고, 이어 10시에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께서 먼저 한 시간 가량 새해에 대해서, 불자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불자는 먼저 불법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불교대학이나 경전반을 다니면서 불법을 올바로 이해합니다.
두 번째, 불법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해야 합니다. 세 번째, 이해하고 행한 것을 경험하고
체험해야 합니다. 해탈과 열반의 기쁨을 증득해야 합니다. 자기가 체험하면 믿음이 굳건해 집니다.”
신해행증(信解行證)에 대해서 설명하시면서 이치를 제대로 알고 행하는 불자로서 역할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질문을 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30년간 어려운 결혼생활을 한 한 아주머니의 질문을 들으면서 어려운 속에서도
자식때문에 모질게 살아온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스님을 뵈니까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이번 주 일요일 있는 백일기도 입재식 신청도 해 놨고, 다음 주에
'깨달음의 장' 신청도 해 놨는데, 마음이 복잡해져서 갈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남편이 술을 너무 좋아해서
8번째 음주운전에 걸려서 500만원 벌금을 물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깨달음의 장'에 가야죠. '깨달음의 장'에 갔다오면 ‘우리 남편, 8번이나 음주 운전했는데도
안 죽고, 큰 사고 안 나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일어납니다.”
“술만 먹으면 욕하죠, 시어머니한테 늙으면 죽어야지, 자식이 먼저 죽는 것 봐야겠냐며 소리지르죠.
저는 그런 남편 말 안 들은 것으로 하려고 mp3를 켜서 귀에 꽂고, 한 쪽에 앉아 있으면 가스 불 켜고,
칼 꺼내서 죽자고 합니다.”
“여태껏 칼 몇 번 꺼냈어요?”
“수도 없이 많아요.”
“칼을 쓰진 않았죠?”
“그렇지만 30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막내아들 20살까지만 살자 했는데 아들이 20살이 되었어요.”
“아들이 20살이 되었으니 자식에 대한 책임은 끝났어요. 남편이 돈은 벌어 왔요?”
“남편은 돈도 안 벌어요. 제가 먹여 살렸어요. 남편이 회사를 4-50군데는 옮겼어요.
한 회사에 3개월 이상 못 다녀요.”
“3개월동안 4-50군데를 다녔으면 계산 한 번 해 보세요. 어쨌든 일을 하려고 계속 노력은 했다는 거네요?”
“스님-” 질문하신 분이 스님께 투정부리듯 스님을 부르는 소리에 사람들이 다같이 웃었습니다.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해서 약간 분위기도 가라앉았었는데 스님과 대화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분위기도 가벼워지고 질문하신 분도 가벼워졌습니다.
“'깨달음의 장' 갔다 오면 괜찮아질겁니다. 갔다와서 이혼하든지 하고싶은대로 하세요. 남편 술 먹는 것과
'깨달음의 장' 가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남편 술 먹었다고 안 가겠다는 거예요? 그런 남편과 사는 여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없어요?”
“있어요. 잘 알겠습니다. 깨달음의 장 다녀오겠습니다.” 대구답게 시원시원한 질문과 대답이 많았습니다.
법문 후, 점심 식사를 하고, 다음 강연장인 구미법당으로 향했습니다. 구미법당을 처음 구할 때
한 번 가 본적이 있었는데, 공사를 해서 단장을 하고 나니까 딴 얼굴이 되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오전과 저녁 사이에 있는 법당들에는 1시간정도의 법문만 하시고, 바로 이동을 해야 다음 강연장에 갈 수 있어서,
구미에서도 한 시간 강연을 하셨는데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첫 질문자가 대학생 부부인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 보육원에 맡겨놓고 공부를 계속하면 안되느냐고
스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공부가 아이보다 더 중요하냐 그렇게 아이를 키워서는
안된다고 하시면서 야단을 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자기의 권리를 말할 수 없는 3살 이하의 어린 아이들과
북한 동포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권리를 대신해서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깊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아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해서 죄책감으로 아들의 눈치를 보며 산다는 엄마에게도
왜 엄마가 아이에게 눈치를 보며 사느냐고 야단을 치셨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비굴하게 굴지 마세요. 자식을 키워줬는데 비굴하게 굴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을 제대로 못 줬기 때문에 아들이 안 죽고 살아준 것만으로도
참 고맙다, 대학 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하셔야 됩니다. 기대를 낮춰줘야 합니다. 참회는 남편에게 하고
아이한테는 엄마가 당당해야 합니다. 엄마가 당당해야 나중에 아이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내치지도 말고 항상 진실하게 대해야 합니다. 자식이 못 받아들이면, 진실하게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내가 자식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자식도 부모를 이해하는 것이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구미에서는 자녀 보육관련해서 질문한 사람들에게 스님께서 따끔하게 말씀해 주시는 부분들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손자를 키워야 하는지, 어떻게 아이에게 엄마로서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리를 해 주셔서, 듣는 저희들도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구미에서 법문이 끝나자마자 바로 상주로 향했습니다. 오후 4시에 거의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1월 29일날 개원을 한 상주법당은 올 해 순회하는 법당 중 가장 최근에 생긴
법당입니다.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생각보다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법당을 담당하신 분은 법당이 생겨서 좋기도 하고, 또 법당에 사람 채워야 해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작은 법당들에서는 질문을 3-4개씩 받았습니다. 상주에서는 그래도 짧은 시간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질문을 해서 자기 고민을 해결해 갔습니다. 남편보다 잘난 마음에 잘 숙여지지 않는다는 분,
물질 중심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중용의 삶을 살 수 있는지 묻는 남자분,
20년전에 왕따를 당해서 생긴 분한 마음이 지금도 생각하면 그 느낌 그대로 올라와서 어떻게 하면
마음을 풀 수 있는 지 묻는 분,
여동생이 다운증후군의 아들을 낳아서 평생 고생하며 살 것이 너무 걱정스럽다며, 아버지에 대한 깊은 미움으로
아버지 때문에 조카가 비정상으로 태어난 것 같다며 흐느끼며 질문하는 여자분도 있었습니다.
법문을 마치자마자 바로 대구 달서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중간에 차가 조금 막히긴 했지만 30분정도를
남겨놓은 시간에 여유있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각 층마다 한 사람씩 자원봉사자들이 서서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달서법당 자원봉사자들은 대구법당보다 조금 더 젊고 발랄한 분위기였습니다.
법당도 생각보다 컸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한 사람이 하나씩 반찬 준비를 해 와서 참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고
법회에 들어갔습니다.
대구지역 직장인들과 청년회 회원들이 많이 참석을 했습니다. 이 곳에서도 기도를 이제 시작하거나
정토불교대학에 다니는 초심자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60대 초반 아주머니는 정말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남편인데 술버릇이 좋지 않아 주변에 신세를 많이 지게 되어서
괴롭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술 마시고 제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어릴 때 어떤 이유로 심리가 굉장히 억압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야단을 치지 말고 등을 두드려주고, ‘아이고. 그랬어요, 그랬어요’ 하면서 동조를 해 줘야 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무의식 저 깊숙이 상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술이 취해 의식을 잃었을 때
저절로 나오는 것입니다. 불쌍히 여기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300번이라도
들어줘야 합니다. 동조를 해 줘야 합니다.”
질문들이 구체적이고 생활 속에서 겪는 어려움들이라 쉬 공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시원시원하게
묻고 답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전체 대중들이 박장대소하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달서법당까지 강연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오늘은 4군데 법당을 돌며 스님께서 법문을 하셨습니다.
다들 구체적인 질문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생활적인 질문들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법문을 마치자마자 오늘의 숙소인 두북으로 들어왔습니다. 두북으로 오는 길에 스님께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면 시차적응이 금방 되는데, 미국에서 한국 오면 시차적응이 잘 안 되어서 힘드네.”
하셨습니다. 워낙 바쁘게 하루를 움직이고, 바로 바로 이어서 법문이 있어서, 스님께서 힘드신 지
옆에서도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들 자고 있는 깊은 밤입니다. 스님께서도 옆 방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푹 주무시고 빨리 시차적응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 봅니다.
내일은 오전에 해운대, 오후 3시에 부산 사하법당, 오후 7시 30분에 울산에서 법문이 있습니다.
울산 법문 후 바로 서울로 이동하는 일정입니다.
내일 부산과 울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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