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2월 13일 법륜스님의 하루(서초, 노원)

서울정토회관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침 일찍부터 평화재단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평화재단 전문가들이
스님과 모여서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해서 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어서 서울정토회관 오전 법회에 참석하셨습니다. 서울에서도 스님께서 직강하시는 날이 많지 않아
많은 분들이 스님 법문을 듣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런데 오전에는 천일기도를 하거나 정토불교대학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질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마 자기 문제 해결이 급했던 분들이 많았나 봅니다.

첫 번째 질문하신 분은 우울증이 심해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스님과의 문답을 보면서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같이 일었습니다. 끝까지 마음으로 보살펴 주시는
스님의 모습을 보며 배움도 있었습니다.

아들 둘이 장가를 안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스님께 여쭙는다는 분의 질문을 들으면서는 사람들이 다같이
파안대소를 하였습니다. 미국에서 영화공부를 하고 무작정 한국으로 와서 영화찍는 사람들에게 무대포로
연락을 하고 있는데 연결이 잘 안 된다는 젊은 여자분은 어쩌다가 보게된 스님 법문 때문에 지금은
영화는 뒷전이고 스님 영상법문을 더 열심히 듣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과의 대화도 밝고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합격해도 가지 않고 집에 박혀 있는
아들을 위해 엄마로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일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자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간략하게 옮겨 봅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면, 정상인으로 바라보는 내 관점을 버려야 해요. 이것이 수행이예요.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대학도 가고, 장가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부모가
과욕을 부리는 거예요. 그래서 세상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내가 내 자식을 살펴보니까, 아이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어요. 그러나 지체부자유아에 비해서는
자유롭습니다. 그런 아이를 가진 부모에 비해서는 훨씬 가볍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래도 괜찮다는 사랑과 우리 아이는 장애이기 때문에 정상인과 같은 모습을 바라지 않는
욕심을 버려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아이를 늘 무거운 짐으로 보기 때문에 이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 다음, 아이에 대한 요구가 많기 때문에 아이는 치유가 어렵습니다.

자기 공부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기도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이런 것은 80-90%가
엄마의 마음 때문입니다. 먼저 남편이든 시댁에 참회기도를 해야 합니다. 내가 휘둘리면 아이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이 엄마로서는 참회를 해야 합니다. 내가 아이에게 참회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상처를 입은 대상에게 참회를 해야 합니다. 참회라는 것은 치유되는 것을 이야기하고,
내가 치유됨으로서 장애가 있는 아이에 대해서 과다한 요구를 하지 않게 됩니다.

먼저 참회 기도를 하고, 아이에게도 ‘미안하다. 나 때문에 네가 고생이 많구나. 이렇게라도 학교에 다니고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하세요.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자살을 해야 무거운 짐을 덜게 되니까,
자살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 됩니다. 다른 데 가서는 존재감이 없어도 엄마에게 가서는 존재감이 있고,
다른 데서는 안 받아줘도 엄마는 받아줘야 아이가 치유될 수 있습니다.”

법문을 마치자마자 식사를 간단하게 하시고 바로 다음 약속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인수위 국민통합위원회 초청을 받아서 어떻게 새정부가 국민통합을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회적인 갈등을 화쟁적인 입장에서 갈등을 어떻게 줄이고 해소하고 국민의 마음을 통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말씀이 있었습니다.

통합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바로 노원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차가 많이 막혀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20분 가량 늦었습니다. 노원정토법당은 1층에 자그맣게 꾸려져 있었습니다.
열심히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원래 작은 법당들에는 스님께서 방문해서
인사만 하는 것으로 잡았다가 다시 법문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일정이 많아 법문까지
하시니까 잠시의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만 다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스님께서 작은 법당에까지 찾아가니, 사람들은 기뻐했습니다.

 

노원법당에서는 기도를 시작한 초심자들의 질문이 많았는데 가볍고 밝은 분위기였습니다.
좁은 공간에 빈 틈없이 앉아 하하 호호 하며 법문을 듣는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1시간동안 법문이 진행된 뒤,
다시 서초정토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노원법당에서 준비해 주신 도시락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서초정토회관에 돌아와 7시 30분부터 저녁법회가 이어졌습니다.
저녁에는 청년, 대학생들도 많이 참가했습니다. 질문자들은 대부분 기도를 시작한 초심자들이나
정토불교대학생들이 많았는데, 질문들이 가볍고 재미있었습니다.

25살 늦깎이 대학생이라는 여자분은 백일출가를 가기로 했는데 어머니의 반대가 심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물었습니다. 젊은 남자분은 외로움이 많고 화가 많아서 백일출가 후 인도갔다가 군대에 가고 싶다며
백일출가가 어떤 곳인지 물었습니다. 한 여자분은 남편에게 지은 죄가 많아서 작년 4월부터 참회기도
를 했는데 이제는 남편과 잘 지내고 있어서 남편에게 하는 참회기도를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대중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두 아들과 깨달음이 가장 큰 관심이라고 했습니다.

“제 관심은 오로지 자식과 깨닫는 것에 있습니다. 깨달으려면 보시도 하고 봉사도 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두 아들을 버리세요. 마음에서 탁 놔 버려야 합니다. 아들이 몇 살이예요?”

“28살, 27살입니다.”

“아들이 직장을 안 구했든 구했든 버려야 합니다.”

“제가 못 버리는 것이 아들 밥해 주는 것이거든요.”

“밥 안 해줘도 돼요. 깨달음의 단계로 가는 첫 단계입니다. 아들을 놔 줘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놨다고 생각하는데 실제적으로는 아니더라구요.”

“못해도 아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것입니다. 고치지는 못해도 상황을 아는 것이 첫 시작이예요.
시작은 됐어요. 깨달음을 얻으려면 두 아들을 놔야 합니다. 아들이 스무살이 넘으면 아들을 놔야 합니다. 그
렇지 않으면 안 풀려요. 내가 죽어도 남편도 잘 살아요. 아이들도 엄마없어도 조금 아쉽지만 잘 살아요.
다 살게 되어 있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식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나가 있는 아이는 자기집에 못 오게 해요.”

밍“안가는 것이 장가보내는 거예요. 무관심한 것과는 다른 거예요. ‘에이, 나는 모르겠다. 니 알아서 살아라’ 하는 것은 내치는 거예요. 그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정을 끊어야 해요. 놔 줘야 돼요.”

“남편에게 참회기도를 더 해야 하나요?”

“지금 보니까 남편이 그만 하라고 싹싹 빌 때까지 더 해야 되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스님과 여자분의 대화가 진행되는 중에 참 많이 웃었습니다. 이야기들이 참 밝고 가벼워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많이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에는 북한 핵 실험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물어서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의 관점에 대해서 정리해 주셨습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말씀으로 마지막 정리를 해 주셨습니다.

저녁 법회 때는 많이 웃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2시간을 훌쩍 넘기고 법문이 끝났습니다.
스님께서는 법회 후에 또 평화포럼 관련한 회의가 있어서, 늦게까지 회의를 하셨습니다.

오늘은 바쁘게 뛰어다닌 하루였습니다. 내일도 4개 지역에서 법문이 있어서 오늘처럼 바쁘게
달려야 할 것 같네요. 내일은 오전에 대구, 오후에 구미, 상주, 달서가 차례로 잡혀 있습니다.
내일은 대구 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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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행

스님께서 300강 하시며 전국을 종횡무진 다니실때도 건강이 염려되고 마음이 짠했는데요~~어제오늘도 스님께서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계시네요ㅠㅠ
스님은 정말 사람이 아니무니다ㅎㅎ
존경합니다 스님~^^
부처님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시는거같아요!

2013-02-18 17:21:13

있는 그대로

평소엔 스님의 하루를 보며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이<br />지배적이었는데 오늘글을 보니, 스님께선<br />얼마나 보람되고 신나는? 삶을 살고 계시는지...<br />문득 그런 생각이... <br />그러하신 스님과 곁에서 늘 함께 하는 들국화님도...(^_^)

2013-02-14 17:52:52

*^^*

감사합니다. 우리법당에 스님오실 날이 기다려지네요.

2013-02-14 10: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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