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2월 12일 법륜스님의 하루(정초법문-대전, 정읍, 부사)

오늘은 정월 초사흘입니다. 전국 정토법당에서 정초기도를 시작했고, 또한 스님께서 전국으로 순회하면서
정초기도 법문을 시작하신 날입니다. 매년 정초가 되면 스님께서 전국 정토법당을 한 번씩 돌아보시고
법문을 해 주셨는데, 갈수록 법당들이 많이 생기면서 큰 법당 중심으로만 돌다보니, 작은 법당들에서도
꼭 스님을 한 번 모시고 싶다는 바람이 많아져서, 올 해는 자그마한 법당을 포함해서 전국 법당을
다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스님께서 하루에 세 군데, 이번 주에는 이틀을 하루 네 군데에서
법문을 하셔야 일정내에 전국을 다 돌 수 있어서, 또 강행군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1월 3일 인도로 출발하셔서 성지순례 후 인도JTS, 인도정토회 사업을 점검하시고,
1월 27일 방콕에서 불교대학 졸업식과 수계식을 하신 후, 바로 필리핀으로 가셨습니다.
필리핀에서 고등학교 준공식과 보건소 준공식에 참석하시고, 한국으로 들어와 2월 3일, 1200여명의
 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식과 수계식을 해 주시고 바로 미국으로 출국하셨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여러 기관 사람들과 만나 북한 지원 업무를 논의하시고, 다시 LA로 가셔서 해외정토행자대회를 하신 후
오늘 새벽 5시 3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하셨습니다.

미국에서 필리핀 학교에 지원할 그림책을 많이 들고 오셔서 정토회관에 짐만 내리고 바로 오늘
정초법회가 있는 대전으로 출발하셨습니다. 2월 28일까지 하루 세 군데씩 전국 정토법당 스님 법문이
잡혀 있습니다. 새해부터 스님 일정이 작년보다 더 빡빡하게 돌아갑니다.

대전정토회에 도착해서, 준비해 주신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법당 입구에 부처님과 주리반특의 그림이 붙여져 있어서 뭔가 하고 살펴보니, 먼지를 털고 때를 닦아서
깨달음을 얻은 주리반특처럼, 우리도 열심히 법당을 청소해서 깨닫자며, 법당 청소모임 이름을
주리반특으로 짓고 가입을 권하고 있었습니다.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10시에 바로 법회에 참가하셨습니다. 법문이 시작되자 스님께서는 먼저 그간의 스님 근황을
설명해 주시고, 정초기도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사람들이 스님께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한 거사님이 일어났습니다.
3년전 스님을 알게 되어 어려운 일들을 잘 극복했고, 딸도 같이 왔는데 딸도 스님께서 기도하라는대로 해서
좋아지고 이번에 대학 합격까지 했다며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서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옆에 앉은 딸도
스님께 같이 인사를 했습니다. 벌써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스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이런 분들이
정말 많을 것 같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있었는데 그 중 초심자 한 분의 질문을 옮겨 봅니다.

“저는 아직 천일결사 기도나 이런 것은 안하고 있구요, 청년회에서 수행맛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108배나 명상을 하면서 제 감정을 알아채는 귀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제가 느끼는 감정을 상대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내 감정이 상대에게 온전하게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설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어요. 친구들에게도 제 감정을 온전하게 전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온전하게 내 감정을 전달한다’는 말은 마치 전달방법에 대한 것 같은데 아니예요. 내가 눈만 깜박해도
상대가 내 원하는 것을 해 주면 전달이 된 것이고, 백마디를 해도 상대가 내 원하는 것을 안 해주면 전달이
안 된 것입니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습니다. 내 원하는대로 하고싶은 것을 욕심이라고 합니다. 이뤄질 수 없는 것을
꿈꾸는 거예요. 대통령은 이뤄질 수 있지만 지금 이야기한 것은 이뤄질 수가 없어요. 내가 전달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상대에게 ‘내 원하는대로 되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것은 내가 지나친 것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감사하면 감사하다고 표현을 하면 됩니다. 그것을 받아주고 안받아주는 것은
상대의 몫입니다. ‘나는 당신이 좋아요’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는 것은 내 몫이고, 그것을 받고 안 받고는
그 사람의 몫입니다. 내가 어떻게 전달을 잘 하느냐의 문제같지만 아니예요. 상대를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마음에서 일어난 마음입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내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지를 세상은 가르칩니다. 그것은 수행이 아니예요.
수행은 ‘내가 나를 어떻게 할 것이냐?’하는 거예요. 감사하면 감사하다고 표현을 하면 됩니다.
표현이 부족하다는 것은 상대가 잘 안 받아주니까 표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안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나치게 바라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이것은 나의 문제입니다. 상대에게 내가 좋아하면 너도 나를 좋아하라는 요구가 들어 있습니다.
요구를 내려놔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것입니다. 가족에게 감사하면 감사한 마음을 내면 됩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그냥 고마우면 ‘고맙습니다’ 하면 됩니다.
정말 사죄한다면 만 번을 요구해도 ‘죄송합니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표현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입니다. 아직 수행맛보기 단계라니까 관점이 잘 못되어도 제가 봐 주는 거예요. 하하하”

스님의 말씀이 참 깊이 다가왔습니다. 시중의 많은 책들이 상대를 어떻게 하면 내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 위해서 무던히도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 결국에는 괴로울 수밖에 없겠구나, 나의 순수한 작은 요구 속에 실제로는 큰 나의 욕심이
들어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항상 듣는 말씀인데도, 초심자의 관점에서 정리를 해 주시니 더 쉽게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새해라 모두들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세배를 올렸습니다. 

 

대전법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정읍정토회로 향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제가 중앙사무처에서 일할 때도 정읍법당에는 한 번도 가 보지를 못해서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이전을 했다고 합니다. 이름도 정겨운 코끼리분식 2층에
아담하고 예쁘게 정읍정토회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번 스님 순회법회는 정토회 가족을 위한 법회인데, 주변 지인들도 많이 온 것 같았습니다. 자그마한 법당에는
더 들어갈 수 없을만큼 사람들로 꽉 차고, 입구에는 아이를 안은 엄마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이전을 해서 개원법회를 하지 못했다며 따뜻한 모듬 찰떡과 식혜, 귤을 준비해 놓고 정성스레
한 사람 한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 맞이할 공간이 따로 없으니 법회 시작시간에 꼭 맞춰서 와 달라는 부탁말씀에 따라,
스님께서 3시 법회시작시간에 맞춰 법당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어떤 질문자는 스님께 항상 영상으로만 보다가
직접 보니까 신기하다고 해서 대중들이 다같이 웃었습니다.

 

정읍에서도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병석에 있는 아버지를 자식으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묻는 분, 군대에서 근무하다가 손을 만지는 상사 때문에 다른 부서 배정을 요청했다가 왕따를 당해서
전역을 했는데, 다시 군 복무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남편의 말이 서운하다는 분,
정상적이지 않은 아이의 양육에 대해서 남편과 의견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분,
앞으로 사업에 대해서 여쭙는 분, 왜 즉문즉답이 아니라 즉문즉설인지 묻는 분의 질문을 받다보니
2시간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스님. 저는 전에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요, 왜 즉문(卽問)에 즉답(卽答)이 아니라 즉설(卽說)입니까?”

“답(答)이라는 것은 내가 준다는 것이 되잖아요? 설(說)이라는 것은 설법(說法)이라는 것입니다.
질문을 소재로 해서 설법을 하는 것이예요.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설법을 하는 거예요.”

“설(說)이라는 것은 뭐예요?”

“설(說)이라는 것이 대화지요.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자기가 깨우치는 것입니다.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죠. 대화를 하다가 자기가 깨우치는 것입니다. 금강경 한 구절을 읽고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다’하면 이것을 설명해주는 것이 설법이잖아요? 경전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대해서 대화를 하면서 거기서 뭔가 자기가 깨닫는 것이죠. 내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답을 찾는 것입니다.”

2시간을 넘게 법문을 하시고, 또 바로 대전 부사정토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부사정토법당은 대전둔산법당을 개원하게 전에 대전의 전법을 모두 책임졌던 옛날 법당입니다.
법당에 도착하니 저녁 예불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을 먹지 못하고 오는 직장인들을 위해서
주먹만큼 큰 송편같은 떡과 김밥, 사과, 따뜻한 보리차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도 준비해주신 저녁 공양을 드시고, 바로 저녁 법문에 들어가셨습니다.

 

부사법당에서도 많은 질문이 있었는데, 스님께 감사함을 표하는 분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남편이 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돌아가셨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슬퍼서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스님 만나 뵙고 기도하면서 ‘내가 사랑한다고 하면서 남편 마음 편히 못 가게 바지 가랑이를
잡고 있었구나’하는 것이 깨달아졌어요. 그래서 스님 말씀처럼 ‘안녕, 잘 가’ 했어요. 집에 돌아가는데
저도 모르게 노래를 하고 있더라구요. 사는 게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서 노래는 생각도 못하고 살았어요.
제 스스로 놀래서 이것이 일체유심조구나 했어요. 세상이 달라보였어요. 하루 하루 고맙고,
숨쉬는 자체도 고마웠어요. 하루 사는 것이 우울했는데, 세상이 달라지니까 아이들에게도 너그러워지고.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 법문이 끝나자, 가수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를 개사해서 스님께 바치는 노래를 만들어
신나게 불렀습니다. 신난 분위기만큼 올 한 해도 모두들 신나게 수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내일은 서울에서 법문이 있어서 법문 마치자마자 서울정토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습니다.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스님과 함께 동행했던 분은 많이 피곤해 하시는데,
스님께서는 시차도, 힘듦도, 피곤함도 마음에서 내려놓고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서울에서 법문이 있습니다. 오전 11시와 오후 7시 30분에는 서초정토회관, 오후 4시 30분에는
노원정토법당에서 있습니다. 그리고 법문 사이 사이에, 이른 새벽부터 스님의 일정이 꽉 차 있네요.
서울에 오면 스님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서, 스님께서도 조금이라도 시간이 되면 다 허락을 하셔서
스님께서 휴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일 서울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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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무 좋으네요~댓글도 좋으시구^^주리반특,잼있네요 ㅎ

2013-02-16 23:15:27

글살이

대전 정토회 질문자입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스님_()_ 보이지 않는 길을 열어주셔서 그날 이후 제법 가벼워진 맘으로 정진해나가고 있습니다. 스님 법문은 묘해요. 이상을 현실로 풀어주시고 철학을 실천으로 설해주시니 도무지 빠져나갈 명분이 없네요. 현실안에 이상이 있고, 실천안에 철학이 있으니 모두가 하나임을 깨닫고 묵묵히 정진해나갈 수밖에... "저리도 젊은 사람이 이리도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서야... 쯧쯧..." 그 말씀 새기고 늘 제 안에서 답을 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_()_

2013-02-15 15:59:13

푸른하늘

회광반조!!! 아! 이제야 조금 감이 잡히는 듯 합니다_()_ 기념으로 시 한 수 읊겠습니다<br />내가 급할때 네가 느리면 굼뜨다 하고<br />내가 여유로울때 네가 바쁘면 급하다하네<br />내가 급힐때 네가 빨리 움직이면 <br />흡족한 이 마음<br />내가 여유로울때 너도 유유자적하면<br />만족한 이 마음<br />이상하여라<br />너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br />알고보니 너는 너일뿐<br />내가 그때 그때 <br />너를 만들고 있었네

2013-02-15 14: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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