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2월 15일 법륜스님의 하루(해운대, 사하, 울산)

오늘은 오전에 해운대정토회, 오후 3시 부산 사하법당, 오후 7시 30분 울산정토회에서 법문이 있었습니다.
어제 숨가쁘게 4군데를 다니다가 오늘 3군데를 다니니까 괜히 여유있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오늘은 스님 누님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솜씨가 워낙 좋으신데다 시골음식들, 전통 음식들이라
아침부터 맛있게 식사를 하고 해운대정토회로 향했습니다.

해운대정토회는 손님맞이하는 잔치집처럼 공양간이 북적북적하고 입구에서 오시는 분들을 맞이하여
차도 대접하며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넓은 법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11시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스님께서 먼저 신년 맞이 법문을 해 주시고, 질문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2시간을 넘게 했는데도 질문자가 너무 많아서 질문을 다 받지 못했습니다.

 

2000여년전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태어날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많은 과학적 데이터와 정보들이 있는데
왜 성인이 출현하지 않는 지 묻는 남자분, 3년정도 수행정진했는데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행복한 가정만들기가 잘 안 되고 남편과 소통하기가 어렵다는 여자분,
작년 KBS에서 스님께 질문했을 때 백일기도한 후 다시 질문하라고 해서 백일기도하고 질문드린다면서
69세인 남편이 다른 여자와 좋아하고 재산도 자꾸 줄어드는 것 같아서 이제는 더는 못참고 이혼을 해야겠다는
64세 여자분, 47세에 늦둥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자꾸 없어진다는 여자분 등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법문 후에는 정토불교대학생들이 불교대학 홍보를 위해 합창을 준비해서 노래 2곡을 선보였습니다.
각 법당들마다 불교대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참 많은 노력을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스님께서는 2시간 20분가량의 법문을 마친 후, 공양을 하시고, 미리 정해져 있던 상담이 있어서
상담을 하신 후 바로 사하법당으로 향했습니다.

작은 법당들은 간판이 작아서 주소를 입력해서 가는데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하법당 가까이 가서
눈을 두리번거리며 법당을 찾았습니다. 법당 입구에 몇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와서 스님과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환한 얼굴로, 기쁨이 넘치는 얼굴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작은 법당들은 스님의 방문을 특히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자그마한 법당에 사람들이 꽉 찼습니다. 여태껏 본 법당 중엔 제일 인테리어가 안 되어 있는 편이었지만,
스님께서 법문 중에 다른 말씀을 하시다가 “처음 온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곳이 자그맣고 부족해 보이는
법당이지만, 시장통에서 법회하다가 이 곳으로 이사온 초기멤버들은 이 공간만으로도 얼마나 풍족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하시자, 뒤에 앉은 자원봉사자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스님께서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니 즐거운 것 같았습니다.

사하법당에서는 스님께서 법문 시작하실 즈음에 몸이 좀 안좋으셨습니다.
그랬더니 질문자 중에 환하게 웃는 스님 얼굴을 기대하고 왔다가 웃지 않고 있는 스님 얼굴을 보자
실망을 했다는 분도 있어서 다같이 웃었습니다. 질문이 많았습니다.
해운대정토회에서 질문을 다 받지 못하다보니, 질문자들이 사하법당으로 와서 질문을 해서 사하법당에서
원래 1시간으로 계획했던 법문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딸이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아빠 말도 잘 안 듣고 학교도 잘 안 가서 딸을 보기만 하면 성질이 난다는 남자분, 참회진언인 ‘옴 아르늑게 사바하’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는 분, 사회성이 부족한 고2 아들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지 묻는 여자분 등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첫 질문자의 이야기를 옮겨 봅니다.

“딸이 애를 먹여서 스님께 상담을 좀 해보려고 왔습니다. 저의 힘으로는 해결이 안 되어서요.
중학교 1학년까지는 아빠말도 잘 들었어요. 2학년이 되고는 제가 수술한다고 없는동안 학교에도 많이 안 가고
3개월 정도 학교에 가더니 학교가 안 맞다고 학교를 안가요. 뭐라고 해도 안 됩니다. 쳐다보면 성질이 납니다.”

“엄마는 어디 갔어요?”

“일찍 헤어졌습니다.”

“엄마한테 보내지 그랬어요?”

“엄마가 처음부터 애들 안 키운다고 해서 제가 딸과 아들을 다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가 아빠하고 살면서 행복했을까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몸도 안 좋고."

"부인이 불만이 있어서 갔겠어요, 불만없이 갔겠어요?”

“불만이 있어서요.”

“아기를 가진 엄마가 애기를 키울 때 불만이 많고 행복하지 못하고 남편을 미워하는 그런 상태에서
아기를 낳고 키우면, 아이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식이 형성되어 있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찍 불법(佛法)을 알아서 부인에게 참회기도를 많이 했어야 했습니다. 마음을 풀어줬으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과보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아이가 그렇게 있다 하더라도 짜증내고
야단치는 것보다는 혼자서 절을 하고 기도하면서 아이 엄마에게 ‘여보 미안해요. 우리 아이를 보니까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애를 먹였는지 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 하면서 아이는 그대로 놔두고
부인에게 참회기도 하세요. 아이한테도 마음으로 ‘미안하다, 내가 잘 못 살아서 너에게 미안하구나.’
이렇게 기도해야 해요. 아이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마세요. 참는다고, 아이를 때린다고
해결이 안 됩니다.
‘이만하기 다행이다.’ 하면서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생각하세요.
내 지은 인연으로 봤을 때는 지금이 참 고마운 거예요. 부인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세요.”

“딸은 계속 두고 봐야 하는지요?”

“달리 방법이 없어요. 아이는 그대로 두고 기도를 계속 하세요.”

혼자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제 대구에서 왜 남자가 잘못했는데
여자가 참회를 해야 하느냐며 스님께 질문하던 남자분이 생각났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엄마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는 똑같은 처방이 내려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법회가 끝나기 전에 법당에서 나오니 스님께 드리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꽃다발을
얼른 스님께 안겼습니다. 스님을 환영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사하법당에서 나와 울산정토회로 향했습니다. 울산정토회에도 스님께 공양올리기 위해
정성껏 식사준비를 해 놓고 있었습니다. 정말 스님 덕분에 저희들도 송구스러울 정도의 대접을 잘 받으며
다니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울산정토회도 법당에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7시 30분에 바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울산에서는 즉문즉설에서 대부분이 자녀 문제였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기가 어렵긴 어려운가 봅니다.

 

사춘기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두 여자분 질문이 끝나자 올 해 고 3이 되는 학생이 아빠와의 관계 때문에
질문을 했습니다.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을 나란히 두고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저는 아빠와의 관계 때문에 질문을 드립니다.
저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학교도 가다가 한 번씩 방에 박혀서 며칠간 학교에 안가기도 합니다.
아빠는 그런 제가 마음에 안 들어 1년에 2-3번은 구석에 밀어넣고 따귀도 때리고 심하게 구타를 합니다.
아빠는 감정적으로 저를 때리면서 화를 푸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고3이 되는데 아빠만 보면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1년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엄마 왔어요?”

“예.” 질문한 학생의 엄마가 대중들 속에서 일어났다 앉았습니다.

“학생 이야기 들어보니 어때요?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아빠가 때린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아빠가 만약 이 상황을 이야기하면 학생이 아빠 말도 안 듣고 사람 속을 뒤집는다고 하겠죠?
이렇게 서로 다릅니다. 엄마들이 청소년 자식들때문에 고생한 이야기 들었죠? 학생은 엄마들이 이해가 돼요?
아니면 엄마들이 우리 마음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되는 것도 있고, 우리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빠 입장에서는 딸이 일주일간 방에 쳐박혀 있으면 미치겠다고 난리잖아요? 계속 이렇게 가면 끝이 없어요.
자기가 이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아빠에 대해서 고마운 줄을 알아야 됩니다.
따져보면 아빠가 고마워요, 안 고마워요?”

“고마워요.”

“아빠가 낳아줘서 살고 있잖아요. 그리고 키워줬죠? 따지고 보면 학생이 살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부모가 다 해주고 있잖아요. 항상 고맙다는 기도를 해야 해요. 사람들이 뭘 해주면 댓가를 원하는 심리가 있죠?
이 아이가 커서 공부라도 잘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아빠에게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어요.”

“학생이 막 미워서 두들겨 팰까요? 자기도 감정에 치우쳐서 두들겨 팰까요?”

“감정에 치우쳐서요.”

“1년 내내 미워할까요, 그 때만 미워할까요?”

“그 때만요.”

“너무 좋아해서 미워한다는 말이 있어요. 학생에게 기대가 커서 그렇습니다. 아빠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하세요. 그리고 실제 내 능력과 아빠가 기대하는 것이 달라요. 나는 100의 능력이 있는데 아빠는
내가 150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빠에게 ‘죄송합니다.’하면 됩니다.
아빠 성격이 욱-하는 성질이니까, 성질이 올라올 때는 바짝 엎드려서 ‘죄송합니다.’해야 됩니다.
두가지를 기도해야 합니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죄송합니다.’
노력해서 맞추려고 하지마세요. 야단치면 ‘어떻게 맨날 공부만 해요?’ 하지말고, 말은 항상 ‘죄송합니다.’
해야 됩니다. 그렇게 기도하면 편안해질거예요.

공부는 할만큼만 하세요. 지금 좀더 열심히 한다고 더 좋은데 가고 그런 것 아니예요.
학생이 지금 더 열심히 한다고 능력이 얼마나 더 커지겠어요? 그러니까 힘 닿는데까지 하면 됩니다.
그리고 1년 후에 20살이 넘으면 독립할 수 있죠? 20살이 딱 넘으면 독립해 버리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하고
나무라시면 ‘죄송합니다’ 하면서 지내세요. 공부는 죽기 살기로 해야 되나요, 대강하면 되나요? 대강하면 됩니다.”

질문한 학생은 처음보다 훨씬 가벼워졌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학생 엄마에게도
참회기도를 해야 한다며 기도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자상하게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울산에서 강연을 마치고 서울로 바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곤하게 주무시고 계십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새벽 2시 15분 서울 도착을 알려줍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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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들국화님 덕분에 스님 법문 글로써<br />매일 매일 잘 보고 있습니다....<br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_^)

2013-02-18 19:27:22

성연수

스님의 말씀~^^ 명심해서 수행정진하겠습니다.
글 기록해주심에 고맙습니다^^*

2013-02-17 19:19:50

^^^^

법문에 앞서 몸이 좋지않으셨다니,맘이 쓰이네요ㅠ스님 그렇게 잠도 잘 안주무시고 강행군을 하실거면,무슨 비타민 영양제라도 드셔야하는 거 아닙니까?물론 푹좀 주무시는것이 가장 좋은 약이겠지만..ㅠ스님 누님..대목에서 그만 멈춰버렸네요~일행분들은 얼마나 좋으실까..스님누님께서 아침을 해 주셨다는거죠?햐~

2013-02-17 19: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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