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15일 법륜스님의 하루(상카시아)

오늘은 인도성지순례 중 가장 오래 차를 타는 날입니다.
부처님의 8대 성지 중의 하나인 상카시아로 가는 일정인데, 거리가 워낙 많이 떨어져 있어,
보통 성지순례객들은 잘 찾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천축선원에서 새벽 2시 20분 기상해서 3시에 상카시아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5호 차량이 고장이 났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총 6대의 차량이 같이 움직이고 있는데 5번째 차량 고장으로 차 고칠 때까지 전체가 다 2시간 가량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렸습니다. 차를 고쳐서 출발을 했는데 이번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우리 가는 길 앞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속도도 내지 못하고 천천히 가다보니,
원래 10시간 계획했던 시간이 14시간이 되어서 상카시아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차 안에서 실컷 잤습니다.
그리고 저희 차량은 어제 차량 탑승한 사람 반만 소개를 했는데, 오늘 남은 사람들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간이 충분해서 그런지, 활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진한 나누기가 진행되었습니다.

20년을 벼러서 성지순례에 온 분도 있고, 오고 싶어도 시어머니 재사 때문에 못 오다가 마침 윤달이 들어
시어머니 재사가 인도성지순례 기간을 피해 있어서 얼른 신청해서 왔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워낙 조용해서 차에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남자분은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워낙 말도 많이 하고
지쳐 길을 잃은 듯해서 성지순례를 오게 되었는데 부처님과 법륜스님을 통해 새로 길을 찾게 된 것 같다며
환희심을 표현한 분도 있고,
아들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괴로워하다가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는데 3년은 정진을 해라고 해서 그 회향으로
성지순례를 와서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프고 힘들어서 성지순례 오기 전 닝겔까지 맞고 죽어도 부처님의 땅 인도에서 죽자 하면서 왔는데,
와서는 안 아파서 신기하다며 감사함을 표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미국에서 간호사를 하고 계신 분은 앞으로 지이바카병원 책임을 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앞에서 아이패드로 우리 가고 있는 길을 살피면서, 조용히 나누기를 듣고 계셨습니다.

 

14시간을 달려가도 인도는 산이 없이 계속 넓은 벌판이었습니다.
상카시아쪽으로 갈수록 넓은 벌판 가득 농작물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넓은 감자밭이 눈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벌판의 야생 공작들이 눈을 심심치 않게 해 주었습니다.

 

원래 1시에 상카시아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오후 5시에 도착했습니다. 석가족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탑터 입구에 아쑈카 석주가 이 곳이 부처님의 성지임을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정토회에서 인도불교부흥사업의 일환으로 상카시아에 인도 석가족을 위해 절을 지어주기로 해서,
부지를 구입하고 불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원래 절을 짓기 위해 구입한 부지에서 성지순례 회향식을 할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바람에 어두워져서 그 곳까지 가지 못하고, 부처님께서 도리천궁에서
하강하셨다는 탑터에서 회향식을 했습니다.

부처님 어머니 마야부인은 부처님 태어나시자마자 일주일만에 돌아가셔서 부처님의 법문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어느 해 안거(3개월) 때 도리천궁의 마야부인에게 3달간 법을 설하고 하강하셨다는
이 곳의 탑터에 참배를 했습니다.

탑을 세 바퀴 돌고 정성껏 예불을 올리고 잠시 명상을 하고, 경전 독송을 했습니다.
스님께서 상카시아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어느 해 안거 때 대중들이 부처님을 아무리 찾아도 없었습니다. 그 때 목갈리나가 부처님은 어머니를 위해
도리천궁에서 법을 설하고 어느 시(時)에 상카시아로 하강한다고 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을까 생각해 보면, 수행자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해 출가를 하지만, 가족이 볼 때는
마음이 아픈 것 같습니다. 아무리 성인이라도 부모님의 은혜, 특히 어머니의 정성을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생모 마야부인을 위해 도리천궁에서 3달간 법을 설하고 하강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 열반 후 200년 즈음에 아쑈카 석주가 세워졌는데, 그것으로 봤을 때 초기부터 있었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하강하실 때 좌우로 제석천과 인드라천인 옹립해서 내려왔다는 것은,
당시 가장 세력이 컸던 두 신보다 부처님이 더 위대하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처님도 어머니를 위해 도리천궁에 가서 법을 설하고 내려오셨다고 하는데,
우리도 우리들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버이 은혜’ 노래를 다같이 불러봅시다.”

스님의 말씀에 따라 대중들이 다같이 ‘어버이 은혜’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고, 석가족이 준비한 등불만 켜진 밤에 고요히 노래가 흘러 들었습니다.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훌쩍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어서 바로 인도성지순례 회향식을 했습니다. 오늘 부처님 8대 성지인 상카시아를 마지막으로
성지순례 회향을 하고, 내일과 모레는 타지마할 관광과 박물관 관람 등이 잡혀져 있습니다.

스님께서 회향 법문을 하시면서 성지순례 전체를 쭉 짚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결국 2600년 전 과거로 돌아가서 살펴봤지만, 우리가 사는 것은 현실입니다. 2600년이 지난 지금 인도가 아닌 한국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부처님의 삶을 재현할 것인가? 수많은 종교의 하나인 불교가 아니라 수많은 종교를 뛰어넘고 수많은 사상을 뛰어 넘어, 남녀나 민족이나 인종이나 종교나 그런 것을 뛰어넘어서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행복을 가질 수 있도록, 속박받는 사람들에게 좀더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그런 길로 내 스스로 살아야 하고, 내 가족, 내 이웃, 세상 사람들을 그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것, 그것이 결국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부처님께서는 계급차별이 있는 세상에서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남녀 차별이 있는 세상에서
남녀가 평등하다는 것을 깨우치시고, 그것을 세상속에서 작은 모델로 상가에서 실현을 했다면
오늘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이 세상 속에서 실현시키는 일이지 않겠는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이 세상속에 실현하는 것입니다. 탐욕있는 곳에 탐욕에 물들지 않고
탐욕을 여의는 세상이 되도록, 성냄이 있는 세상에서 성내지 않고 성냄을 여의는 세상이 되도록,
갈등이 있는 곳에 갈등에 휩쓸리지 않고 갈등을 화해할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여러분들이 일상 삶 속에서 붓다의 삶을 늘 비교해 보면서 내가 어떻게 붓다를 닮아갈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어떻게 사는 것이 붓다의 삶인가? 이름과 형식, 모양 이런 데 집착해서 볼 것이 아니라
바로 진실을 봐야 됩니다.
그런데서 이번 성지순례가 여러분들 인생에 새로운 희망, 새로운 등불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이런 순례를 통해서 사상이나 이념, 종교 등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지나친 탐욕에 얽매여 있다면
순례를 통해서 다 내려놓아버리고, ‘나’라 할 것도 없고, ‘내 것’이라 할 것도 없고, ‘내가 옳다’ 할 것도 없는
그런 텅 빈 자리로 돌아가서 좀 더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들 다 행복하기를, 자유롭기를, 우리만이 아니라 생명 가진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다
우리처럼 살아가기를,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 成佛道) 하기를 발원합니다. 성지순례 잘 마쳤습니다.
이제 여러분들 각자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각자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스님의 마지막 말씀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해서
길을 알려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회향 법문 후, 사르나트에서 삼귀의, 오계 수계를 하면서 받았던 가사를 정중히 다시 반납을 했습니다.
이로써 성지순례는 회향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께서 오늘 이 행사를 준비해준 석가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늘 석가족이 우리를 위해 간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1시에 도착한다고 해서 그 전부터 와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한 분들은 YBS(상카시아 불교청년회) 회원들입니다.
20년전부터 인연이 되어 이 지역 석가족의 20%가 불교에 귀의를 하고, 해마다 불상지원, 수련 지원 등
인도불교부흥사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YBS회원 10여명이 수자타아카데미 초기 학교 교사도 하고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성지순례를 마치고 떠나면 저는 석가족 법회, 석가족 수련,
불상 점안식 등의 일정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지금 그 행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하면서
인도 석가족에 대해서, 인도불교부흥사업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너무 감동받았어요. 스님께서 수자타아카데미만이 아니라 인도불교부흥을 위해서도 저렇게 오랜 세월동안
일을 해 왔구나 싶으니까 그냥 눈물이 나네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큰 틀에서 진행되는 일들이
참 많구나 싶었습니다. 석가족이 환영해 주는 것은 생각도 못 했는데, 기뻐고 고맙고 감사해요.
이렇게 눈물이 나네요.” 상카시아에서 석가족의 환영을 받고, 인도불교부흥사업을 꾸준히 해 온 것들에 대해
성지순례객들이 많은 감동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인도불교부흥사업을 위해 오래 전부터 큰 원을 세워서 부처님의 8대 성지에
부처님의 교화사례와 맞는 불사를 계획하고, 천천히 불사를 해 오고 있습니다.

 

따뜻한 감자와 짜이, 식빵과 당근, 구화바 등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늦게 도착해서 회향식까지 하고 나니
다들 배가 고팠는데, 석가족이 간식을 준비해 주셔서 정말 감사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짜이도 인도에 와서 먹은 짜이 중에 제일 맛있었습니다.

즉석에서 인도불교부흥사업을 위해, 석가족 지원을 위해 즉석에서 보시금이 걷어졌습니다.
5만 루피 가까이 모금이 되어서, 5만 루피를 채워 석가족에게 지원을 했습니다.
다들 마음이 따뜻해져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조별로 라면을 끓여 먹고 하루를 접었습니다.
나라 밖에 나와서 먹는 라면 맛은 언제 먹어도 꿀맛입니다. 오늘로써 성지순례 일정이 마쳐졌습니다.
부처님의 4대성지, 8대성지, 10대 성지를 다 돌아보는 만만치 않은 일정들이었습니다.
그래도 벌써 끝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일은 아그라로 가서 타지마할과 아그라포트를 보고, 성지순례를 정리하는 일정들이 잡혀져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7

0/200

감사합니다

눈물이 핑 돌고..가슴이 메입니다...
부처님의 거룩함이 스님의 말씀을 통해서, 그리고 들국화님의 글을 통해 제게도 전해집니다..

2013-01-27 02:31:04

^^^^

예불올리고 경전읽는 스님모습에서,희생과헌신 자비의불심으로 강인하게 견뎌오신 저희어머니모습이 보입니다..ㅜ꽁꽁얼은 강원도적멸보궁에를 그나이까지아픈몸으로 일하시며,여건도안좋은 그시절 거기엘 미끄런운동화신고 어찌 살아다녀오셨는지..아찔하기만 했거든요..할일은하셔야한다며 손주보시겠다 기도하러..ㅠ못되고 악랄한 자식들 아무리 성공해도 어머니께 되돌려주지 않는데말이죠 ㅠ오늘도내일도 어머닌,그여리고고운외모와는 반대로,늘 그 강하신생활력못버리시고 끝도없이 부처님부처님하며,돈,성공 넘쳐나는!! 자식들 기도..오로지자식..지겹도록..ㅠ<br />스님의 모습에서 그런 어머니의 (지켜보기엔 지나친) 희생을 봅니다 ㅠㅠㅠ<br />저도,불사하신다는 곳에서 석가족과 함께,또 수자타아카데미아이들과 함께 인도에서 살고싶네요..<br />시간이흘러도 변할것같지 않은 순박하고 예쁜 인도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네요..ㅜ상카시아,쉬라바스티..모두 이상하게 많이 들어본 듯 친근하게 다가오는 단어들이에요~

2013-01-23 15:02:18

혜향

인도불교부흥사업에도 많은 공헌을 하신다는 얘기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법륜스님! 정말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부처님의 진정한 제자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석가족이 준비해준 간식들 감자와 짜이 구화바등이 너무 먹음직스럽습니다. ^^

2013-01-21 14:51:3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