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11일 법륜스님의 하루(쿠시나가르)

오늘은 열반당을 참배하고 룸비니로 가는 일정입니다. 오늘도 여전히 새벽 일찍 일어나 짐을 싣고
다음 순례를 위해 떠났습니다. 안개가 끼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거북이 걸음처럼
더듬듯 조심스레 천천히 운전을 해 나갔습니다. 어제 늦어서 가지 못했던 춘다의 공양터로 갔습니다.
안개 속에 고요히 춘다의 공양터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래가 출현함에 두 가지 공양을 한 사람이 최상의 공덕을 얻으니
첫째가, 여래가 무상정득정각을 성취하려고 할 때 와서 받들어 공양한 사람이요,
둘째는 여래가 열반하려고 할 때에 마지막으로 와서 받들어 공양한 사람이니라’ 하셨습니다.
성도전에 올린 수자타의 공양은 누구나 다 이해가 되고 공경하게 되지만 부처님 열반 전의 마지막 공양인
춘다의 공양이 위대하다는 것은 아무나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으나 그 공양으로 인해 병을 얻어 부처님께서 열반하시려 하자
춘다는 괴로워 하였습니다. 이런 춘다를 위로하시기 위해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부처님께서 춘다의 공양을 드시고 돌아가시게 되었지만 오히려 부처님께서는 춘다의 공양이
부처님께 올리는 마지막 공양의 공덕이 있음을 찬양함으로써 춘다를 위로했기 때문에 오늘 우리도
춘다의 공양터에 참배를 하는 것입니다. 수자타의 공양은 수자타의 지극한 정성을 보여준다면,
춘다의 공양은 바로 부처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공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춘다가 올린 ‘스카라 맛다바(야생토란)’를 드시고 식중독으로 심한 설사를 하셨습니다.
탈이 나셨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부처님은 어떤 경우에도 고요적정하셨습니다.”라는 스님 말씀이
큰 울림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위대하신 부처님, 거룩하신 부처님...

안개 가득 낀 춘다의 공양터에서 거룩하신 부처님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쿠시나가르에서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춘다의 공양터에서 부처님의 마지막 공양을 생각하며 정성껏 예불을 드리고, 명상을 한 후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목욕을 하신 카쿳타강으로 향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춘다의 공양을 드시고 병든 몸을 이끌고 대중들과 함께 카쿳타강에서 잠시 휴식을 하시고
마지막으로 목욕을 하시고 물을 드셨습니다. 이 물을 먹으면 모든 병이 나을 수도 있으니 이 강물에
손도 씻고 물도 드셔 보세요.”
스님의 말씀에 따라 성지순례객들이 모두 버스에서 내려 카쿳타강가로 갔습니다.
부처님이 마지막으로 몸을 씻으신 강에 우리도 손을 씻었습니다. 날이 차가운데 비해
물은 그리 차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손은 씻으면서 물은 마시지 않자, 스님께서 먼저 물을 드시고
떠서 먹여 주자, 주변에서 물을 떠 마시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아침의 맑은 강물에 손을 씻고, 부처님을 찬탄하며 다음 장소인 열반당으로 향했습니다.

 

안개는 계속 짓게 끼어 있었습니다. 열반당 들어가는 입구에서 정성껏 향을 피워 들고, 정근을 하면서
들어가는데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열반당 바깥에서 경전 독송을 하고 명상을 하고,
스님으로부터 부처님의 열반에 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난 존자가 안타까워서 부처님께 물었어요. 부처님은 왕궁도 아니고 왜 이렇게 한적한 숲속에서
열반에 드십니까? 그랬을 때 부처님께서 숲속에서 열반에 들어야 누구라도 친견하고 싶으면
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왕이나 평민이나 천민까지도, 산짐승, 들짐승까지도
친견할 수 있는 장소가 숲속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여,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법을 잘 받아서 깊고 미묘한 이치를 생각하고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고 그 법과 계율에 따라 올바로 행하면 그것을 일러 여래를 참으로 공양하는 것이라
하느니라.’며 청정한 계율의 중요성을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음 네 가지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과 다름없고, 부처님이 계시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셨습니다.
첫째는 중생들이 굶주려 있으면 그들에게 음식을 공양하여 목숨을 잇게 하고,
둘째는 중생들이 병들어 고통받고 있으면 그들을 보살피고 공양하여 편안하게 하여 줄 것이며,
셋째는 가난하고 고독한 자가 있으면 그들과 함께 하고 공양하며 보호하여 주고,
넷째는 청정하게 수행을 하는 이가 있으면 그를 위하여 옷과 밥을 공양하고 외호하여 주어야 할 것이다.’
하셨습니다. JTS가 설립되어 수자타아카데미, 필리핀, 북한돕기 등을 하고 있는 것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근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마지막 설법에서 ‘마치 낙숫물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정진을 해라.’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근본 정신을 이어받아 쉼없이 수행정진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불자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스님께서 부처님의 마지막 설법과 열반 전의 모습들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시는데, 스님의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위대하신 부처님, 거룩하신 부처님...
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 부처님 열반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고, 부처님이 바로 옆에 계신 듯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열반의 마지막 순간까지 여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신 그 모습이
실로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열반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예불을 올렸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발원문을 들으며 사람들이 소리없이 눈물을 닦았습니다. 스님께서는 발원을 하시면서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이 빨리 굶주림에서 벗어나기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셨습니다. 스님은 언제나 북한, 통일, 평화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 안온하게 계십시오. 이제 남은 일은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마지막 스님의 마지막 발원에 더 숙연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열반당에서 나와 부처님 화장터인 라마바르총으로 향했습니다.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부처님이 열반에 드셨을 때는 장례절차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 장례절차는 재가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니 수행자들은 쉼없이 정진하라고 하셨습니다.
아난존자가 세 번을 물었을 때 전륜성왕과 같이 하라 하셨습니다. 이 말은 내려오는 풍습대로,
전례대로 하라는 말씀입니다. 부처님이 왕족이었기 때문에 왕족의 예에 맞게 장례를 하도록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다비 모습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님은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같애요. 스님 말씀을 듣고 있으면 그 때 그 상황이 그림처럼
그대로 떠올라요.” 참가자 중 한 분이 스님 말씀을 듣고는 감탄하며 이야기합니다.
스님과 함께 순례를 다녀보면 경주순례 때는 당시 신라에 사셨던 분 같고, 중국역사기행을 가면
발해 당시에 살고 있었던 사람같고, 인도에 오면 부처님 당시의 수행자처럼 느껴집니다.
그만큼 그 시대의 상황들은 잘 묘사해 주셔서, 절로 마음이 동하고, 감동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라마바르총에서 나와 룸비니로 향했습니다. 인도, 네팔 국경에서 두 시간 넘게 비자업무를 한 후
네팔 국경을 넘어 룸비니 대성 석가사로 이동했습니다.

 

인도와 네팔 국경은 외국인들은 들고 나는 것이 조금 까다로운 듯 했지만 현지인들은 그냥 이름만 국경이지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국경을 저렇게 자유롭게 오가는데, 우리는 오도 가도 못합니다. 빨리 통일이 되어야 우리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텐데...”하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남과 북도 네팔과 인도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대성 석가사에 가니 맛있는 저녁밥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청국장, 김치에 저녁밥을 가득 가득 담아 먹었습니다. 저녁 예불을 하고,
스님께서 대성 석가사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이 곳 네팔 룸비니 대성 석가사는 용성조사님의 유훈 10사목 중 부처님 4대 성지를 잘 가꾸라는 유지에 따라
불심도문큰스님이 발원하시고 법신스님이 18년을 사시면서 대작불사를 완성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처님 탄생한 도량에 한국불교의 위용을 드러내는 불사를 했습니다. 부처님 성지에 가면 한국절은
한 군데도 제대로 된 데가 없어서 항상 저희들도 외국절에서 숙박을 했는데 룸비니는 대성 석가사가
규모도 크고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편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신스님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냅시다.”
스님 말씀에 이어 대성 석가사 주지이신 법신스님의 환영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법신스님을 뵈면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느낌입니다. 저도 오랜만에 뵈어서 좋았습니다.

대성 석가사에서 이틀을 자게 되어서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빨래도 했습니다.
밥도 맛있고, 씻기도 좋고, 잠자리도 괜찮은 편이라 다들 편안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일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 동산, 부처님 29년간 성장하고 살아온 카필라성, 부처님 성도 후
정반왕이 부처님을 마중나온 쿠단, 부처님의 평화의 정신을 잘 알 수 있는 로히니강 등을 참배할 계획입니다.

쿠시나가르를 참배하면서, 부처님의 열반의 과정들은 함께 하면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내일은 8대 성지 중의 하나인 룸비니 순례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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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래

인도 성지순례를 꼭 다녀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글과 사진입니다 좋은글 감사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_()_

2013-01-24 07:11:06

^^^^

용성스님의 유훈을 받들기위해,도문 큰스님께서 발원하시고,18년간 그곳에 사시며 불사를 하셨다는 법신스님..참 대단하시네요^^대성 석가사 이군요..<br />열반당에서의 스님의 발원..들었더라면 정말 가슴이 찡~했을것 같아요 ㅜ..새벽안개는 늘 있는 현상인지요?힘든 여정이었을 거 같아 가슴이 아찔해지네요 ㅠ

2013-01-20 00:16:04

보름달

내일 성도재일을 맞이해서 그런지 글을읽는데 눈물이 흐릅니다.거룩하고 거룩하신 부처님! 훌륭하고 훌륭하신 법륜스님! 이토록 사랑과자비에 행복이 넘쳐납니다.들국화님!두손모아 감사드립니다()()()

2013-01-18 10: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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