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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리포터가 봉림사지 아래 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아직 새벽 4시가 되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주차장에는 벌써 먼저 온 정토회원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여기서도 봉림사지까지는 약 삼십분 정도 산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캄캄한 숲길을 들어서니 빨간 형광봉을 든 안내 봉사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토회의 행사장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봉사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두운 산속의 숲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밤중 누군가가 먼저 와서 길따라 가는 곳곳에 반딧불 같은 작은 등불을 밝혀 놓았고 고랑을 건너는 작은 판자 다리 위에 행여 도반들이 실족할까봐 밝혀둔 등불 덕분에 마치 동화 속 세계를 걸어가는 느낌입니다.
봉림사지 입구로 들어서니 건너편에는 환하게 불빛을 밝혀 놓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났습니다. 정토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가까이 다가가니 이번에는 또 다른 봉시자들이 수행법요집과 함께 모기 기피제까지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토회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세심한 배려의 끝판입니다.
새벽5시가 되자 사회자의 안내로 예불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심귀명례,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백 여 도반이 함께하는 예불 소리는 어두운 밤하늘을 뚫고 울려 퍼지며 봉림산을 장엄하게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숲속에 잠들어 있던 새들과 개미까지도 깨어나 함께 예불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예불에 이어 가야불교 초전법륜성지 봉림사지 중창불사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발원문 낭독이 있었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
지금 저희들이 서있는 이 곳은
가야시대에 장유화상이 멀리 인도에서
부처님 법을 이 땅에 처음으로 전해 준
참으로 귀한 곳입니다.
이제 저희들이 용성조사님의 유훈과
불심도문 큰 스님의 뜻을 이어,
부처님의 바른 법을 전하는 청정 도량을 만들고자 발원합니다.
도반들과 함께 꾸준히 수행정진하고 울력하며
전법의 터전을 닦겠습니다.
나아가 민족의 통일과 한반도 평화, 세계의 평화를 이뤄내는
도량을 만들겠습니다.
이 곳에 처음 법을 전했던 장유화상과 역대조사님들의 뜻을 받들어
은혜 갚는 마음으로 불사에 임하겠습니다.
가야불교 초전법륜성지 봉림사지 중창불사가 이루어져
어리석음으로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이
편안하기를 발원합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연이어 평화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평화 선언문을 낭독하는 순간, 6.13 대법회에서 있었던 감동이 다시 한번 밀려 왔습니다.
그리고 참회의 108배,
노지에 천막지를 깔고 하는 절이지만 누구 하나 망설임 없이 합니다. 어느 화려한 사찰의 대웅전에서 하는 절보다도 엄숙하고 거룩합니다. 한 사람이 논두렁에 앉아 청정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그 곳이 절이고 그 사람이 수행자라는 법문이 떠오릅니다.
1부 순서가 끝나고 2부 순서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행사를 책임지고 준비한 창원지회 지회장 강미애 님은 함께 자리해 준 회원들과 그리고 이 시간 온라인으로 참석하고 있을 모든 회원들, 그리고 멀리서 와주신 유수 스님과 법사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행사를 준비하면서 바로 어제 겪었던 신비한 체험담을 들려 주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제가 오늘 행사 준비를 위해 여기를 찾아 왔습니다. 그런데 너무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어요. 지금 우리가 모여 있는 이 곳에 온갖 새들이 날아와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새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라 순간 여기가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곳에는 고라니와 노루도 자주 찾아와서 한가로이 놀고 간다고 합니다. 역시 부처님의 성지라 영험함이 서려 있음을 느꼈습니다."
경남지부장 정형련 님은 오늘의 행사를 준비하느라 누구보다도 수고가 많았던 창원지회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른 새벽부터 나와 깜깜한 숲속 길목에서 형광봉을 들고 길을 안내한 외부 봉사자들에게 감동 받았다는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사회자의 안내로 지회별로 참가자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의 행사장에는 거제, 김해, 진주, 창원지회와 행복본부에서 백 여명 이상의 회원들이 참석했으며 온라인으로도 팔십 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고 하였습니다. 인사를 주고 받은 회원들은 모두가 카메라를 향해 환호하면서 온라인으로 참석을 함께 하는 회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봉림사지 통일 기도에 참여하고 있는 창원지회 서은주 님의 수행담 발표가 있었습니다.
봉림사지를 짝사랑 한다면서 매주 일요일 기도일을 기다린다는 서은주 님은 모둠활동으로 봉림사지를 찾기 시작했을 때, 어느 날 봉림사지가 자신을 확 끌어당겨 품에 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엄마의 품속일까? 부처님의 품속일까? 봉림사지를 들어서면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이며 새들이며 바람이 모두 자신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생활 속에 끄달리는 일들,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일들이 이곳 봉림사지에 오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고 했습니다.
사회자가 천일결사 기도 음원의 주인공이라며 재치있게 소개한 유수 스님이 한바탕 웃음 속에 등장하였습니다. 스님은 법문을 하시면서 정토행자의 핵심은 정진이고 기도라고 하면서 법문을 법등명으로 삼고 자신의 정진을 자등명으로 삼아 꾸준히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같이 우리들의 작지만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큰 산을 이루게 되고 우리 민족이 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축하행사로 진행된 진주지회 공연에서는 평화는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살 수 없고 하늘의 별과 달을 따다 줘도 살 수 없다는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마지막 퍼포먼스로 모두가 서로의 손을 잡고 통일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함께 잡은 손과 손에서 전해오는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유수스님의 법문처럼 작지만 우리들의 이 마음이 모여서 큰 산을 이루고 끝내 통일의 대업이 이루어 지는 기틀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경상남도 지정문화재인 봉림사지는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에서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차례 유적 발굴 조사를 한 후, 경남연구원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차례의 유적 발굴 조사를 더했습니다. 창원시는 앞으로도 연차적으로 발굴 조사를 더해 봉림사지의 체계적인 보존과 정비를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 봉림사지의 정확한 성격과 규모를 규명해 국가사적으로의 지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합니다.
정토회에서는 2016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8.15광복절을 맞이하여 대법회를 개최해 왔고 올해는 9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봉림사지에는 누구보다도 봉림사지를 사랑하는 지킴이 도반들이 있습니다.기도 꼭지를 맡은 이종필 님, 법회 집전을 맡아 온 박태화 님, 사회를 맡은 박미순 님, 농사 꼭지 이득창 님, 홍보 꼭지 김은숙 님 등이 주말마다 봉림사지를 찾아와 가꾸면서 부처님 가르침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득창 님은 정토회 온라인 개편 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회의하는 봉사가 싫어서 얄팍한 업식으로 몸으로나 때우자고 농사 짓는 봉사를 지원했는데 지금은 농사 꼭지가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박미순 님은 8년전 첫 봉림사지 8.15 기념 대법회를 개최했을때, 여성만 셋이서 한 밤중에 산속으로로 들어와 무서운줄도 모르고 행사를 준비했던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습니다.
이들은 성지를 가꾸는 불사는 유훈이 없더라도 후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 하루 속히 봉림사 중창불사가 이루어지기를 고대했습니다.
하산하면서 내려 오던 길을 잠시 뒤돌아 보았습니다.
이천여 년 전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따르던 수많은 수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져 온 길입니다. 이 길을 오늘은 우리 정토행자들이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아 다녀갑니다. 이 오솔길이 하루 속히 통일로 가는 고속도로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글_배병갑 희망리포터(경남지부 거제지회)
사진_배병갑 희망리포터(경남지부 거제지회), 서정익(행복특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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