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우리는 도량의 안전을 지키는
'모자이크 붓다'

신학철 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의 건물 관리를 하는 보리수 3기 봉사자입니다. 처음에는 릴레이 방식으로 회관 운영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게 봉사하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 분별심이 기승을 부렸지만, 이제는 도반들을 믿고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볍게 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담담하게 말하지만, 보리수 3기로 활동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되는데요.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봅니다.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섰던 봉사활동

새들이 아침을 여는 시간보다 이르게 일어나 정진을 마친 후,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한 시간 사십 분이 걸려서 서초동의 정토사회문화회관 방재실에 들어갑니다. 어느덧 방재실 봉사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수많은 도반님의 정성이 담긴 모연으로 멋지게 지어놓은 건물 관리를 전문가가 아닌 일반 봉사자에게 맡긴다는 게 말이 되나?’

저 또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알면서도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방재실 업무는 지난날 제가 운영했던 회사에서 하던 일과 유사하여 익숙했습니다. 회사를 정리하고 도반이 운영했던 설비 회사에서 보조 인력으로 일 년 남짓 일해 본 경험이 도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공양간에 회의실 탁자를 가져다 놓고 시작된 보리수 봉사활동은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방재실 업무는 24시간 상주 관리가 필요합니다. 회관 관리의 핵심 대상인 소방, 전기, 건축설비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혀 없는 보살님들과 릴레이 봉사로 회관을 운영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보리수 활동을 감독하고 지시하는 스태프들 또한 시설관리에 대한 지식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지 않게 밑단에 철사를 넣고 기둥에 묶은 후(신학철 님)
▲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지 않게 밑단에 철사를 넣고 기둥에 묶은 후(신학철 님)

힘든데 알아주는 이 없으니 분별심이 기승을 부려

보리수 수련생들과 함께해도, 이 업무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다는 이유로 제가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련생들을 오전과 오후 두 팀으로 구성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하 5층에서 15층 옥상까지 현장을 안내했고 각층의 해당 설비에 대한 설명을 마쳐야 했습니다. 지친 몸으로 집에 도착해서 좀 쉴만하다 싶으면 온라인 회의가 열리니 참석하라며 전화가 오곤 했습니다.

소임으로 힘든 상황에서 알아주는 사람은 없는 데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분별심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힘들어하다가 ‘이 분별심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고 고민 끝에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쉬면서 지켜보자고 결정했습니다.

거기에는 ‘나’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3일의 휴가를 얻어 간단한 먹거리만 챙겨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철마다 다른 꽃을 보며 철새들의 노래와 더불어 지낼 수 있도록 산에다 지어놓은 오밀조밀한 농막으로 갔습니다.

산책과 명상을 반복하던 중 어느 순간 ‘아! 그렇구나! 내가 남 앞에 내세우고 싶은 마음과 알아달라는 마음이 많았구나. 남 앞에 내세우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으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내려놓기 위해 궂은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나는 그 무엇도 아니기에 그 무엇도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순간, 마음은 가벼워졌고 잘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편안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스스로 명심문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는 나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2년이 넘은 지금도 아침 정진 후 마음 나누기에 이 명심문을 넣습니다.

눈오는 날 정토사회문화회관 제설 작업 중(오른쪽이 신학철 님)
▲ 눈오는 날 정토사회문화회관 제설 작업 중(오른쪽이 신학철 님)

도반과 함께라면 이상과 꿈을 실현할 수 있어

제가 늘 생각하는 스님 법문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소중합니다. 일하다 보면 때로는 도반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도반이 있기에 정토회가 있고, 정토회가 있기에 내가 있음을 알아야 해요. 우리의 소중한 꿈을 혼자서는 도저히 실현하기 어렵지만, 도반과 함께라면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서 이상과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모자이크 한 조각 한 조각이 도반들입니다. 이 세상에 나의 이상과 꿈을 실현하는 데 도반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어요. 그런데 그걸 모르고 불평불만만 하니까 늘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 이걸 깨달으려면 고통을 겪어 봐야 해요. 고통을 겪는다는 건 곧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 그걸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나날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뼈를 때리는 스님의 이 말씀에 고개를 숙입니다. 소중한 도반님들과 청정도량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저마다 자기의 색깔로 모자이크 붓다를 그리며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동무 삼아 가고 있는 도반님들에게 고맙습니다. 머리를 맞대어 촘촘하게 준비한 스태프들의 교육 자료로 열심히 배우고 익힌 도반님들은 이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 수행담을 적고 있는 이 시간에도 눈 밝으신 우리 지도법사님은 바른 부처님 법을 구현하시기 위해 오지를 마다하지 않고 가고 계십니다. 스승님 고맙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4층 전기실에서(오른쪽 맨 앞이 신학철 님)
▲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4층 전기실에서(오른쪽 맨 앞이 신학철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3년 7월호에 수록된 보리수 3기 신학철 님의 수행담입니다.

글_신학철(보리수 3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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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6

0/200

묘향심

봉사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2024-03-06 08:10:51

감사합니다

헉 전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 갔을 때 건물 관리 하시는 분들을 본 적이 있는데 봉사활동 이었군요. 사설업체에서 오신 줄 알았습니다. 안보이는 곳에도 정말 많은 분들의 정성과 노고가 들어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24-02-29 21:18:30

김진숙

멋지세요^^
방재실에서 든든하게 버팀목되어주시고
운영팀의 요청에 항상 웃으면서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4-02-28 09: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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