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경주지회
가볍게, 그냥 살아도 괜찮다!

‘꾸준한 수행’은 정토행자라면 누구에게나 가장 큰 과업일 것입니다. 저는 ‘묵묵하고 끈기 있게 활동을 이어온 분’이라는 양정숙 님의 소개 글에 두 눈이 번쩍 뜨여, 꾸준함의 비기를 듣겠다는 결심 하나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소탈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양정숙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행 비법 획득!’ 이라는 욕심 가득했던 저의 첫마음이 슬며시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정숙 님의 ‘꾸준한 수행 비법’,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산골에서 쉰에 가까운 어머니와 오십 중반의 아버지 사이에서 늦둥이로 태어났습니다.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는 결혼했고, 오빠는 경주 시내로 유학을 가 혼자 조용하고 소심하게 자랐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방 밖으로도 잘 못 나가는 저를 보며 아버지는 학교나 제대로 다니겠나 싶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앉혀 놓으면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아이였는데도 학교는 잘 다녔습니다. 나이가 들어 회사에도 다니고 결혼도 하며,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2019년 동북아 역사기행 중에 양정숙 님
▲ 2019년 동북아 역사기행 중에 양정숙 님

결혼 후에는 경제적 어려움이라든가, 남편의 헤픈 씀씀이, 직업상 타지 근무가 많았던 점 등으로 남편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남편에게 특별히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따지고 드는 성격도 못 될뿐더러,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도 길게 끌고 가지 않는 성격이라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그랬습니다. 갈등이 생겨도 남편이 뭐라 말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마음을 덮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고 직장 생활에 취미 생활까지 하느라 고민할 시간도 별로 없었습니다. 남들에게도 큰 관심이 없었고, 그저 하루하루 제 삶에만 집중하며 살았습니다.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정토회

2020년 인도성지순례 양정숙 님
▲ 2020년 인도성지순례 양정숙 님

2010년 6월 6일, 아이들 친구 엄마가 “만 원 들고 놀러가자! 도시락은 내가 싸 갈게!” 라고 해서 지인들을 따라나섰습니다. 버스를 타고 큰 체육관에 모였는데, 가 보니 1차 만일결사 6-9차 입재식이었습니다. 정토회도 처음 들었고, 법륜 스님도 처음 봤습니다. 그냥 어떤 스님이 오셨나 보다 생각하고 뒤에 앉아 아는 사람과 잡담하고 있는데, 제 귀에 스님의 딱 한 말씀이 꽂혔습니다. “입재식에 참석했으니 회향식은 꼭 와야 한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아, 회향식에 가야 하나 보다’ 싶어, 기도가 뭔지도 모른 채 당연히 기도도 하지 않고 회향식에 참석했습니다.

2011년이 되어서 그 지인의 권유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세 명이 입학했는데, 함께했던 두 명은 굉장히 열심히 했습니다. 너무 열심히 해서 그랬는지 중도에 그만두었습니다. 저는 그냥 왔다 갔다 하는 재미로, 일주일에 한 번만 가면 되니까 퇴근하고 그냥 갔다가 오는 식으로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결국 저만 졸업을 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에서 모두 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법당에 가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그만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불교대학을 졸업한 동기 두 명이 법당에 봉사자가 필요하다며 연락을 주었습니다. ‘보살님, 여기 봉사자 필요하니까 와주세요.’ 하면 ‘안 되는데요, 바쁜데요.’라고 말하다가도, 한 번 가고, 또 가고, 그냥 가야하나 보다 하고 가고, 이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했기에 도반들과 특별한 갈등도 없었고, 책임감도 별로 없었습니다.

2023년 어린이날 거리모금 봉사 (왼쪽 양정숙 님)
▲ 2023년 어린이날 거리모금 봉사 (왼쪽 양정숙 님)

보통 퇴근하고 법당에 가면 시장 근처에서 밥을 사 먹고 들어가곤 해서 돈이 좀 들었습니다. 집에서 그 얘기를 하니 아이가 “엄마, 그거 취미 생활이네!” 라고 말했습니다. 돈도 들고 시간을 보내는 게 취미 생활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렇구나, 이건 내 취미 생활이구나!' 하면서 정토회 활동을 이어 갔습니다.

쉬어가더라도 가볍게! 함께! 계속!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발심행자가 됐는데, 수행법회에 잘 참석하지 못해 발심행자 자격이 정지되었습니다. 발심행자 자격이 정지되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법당에 가고 싶으면 가고, 안 가고 싶으면 안 갔습니다. 그 무렵 경주법당에 토요법회가 생겼습니다. 거사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법회였는데, 홍일점으로 참석했습니다. 그때부터 보시함 정리 같은 작은 소임을 맡았습니다. 토요법회를 마치고 거리모금을 나갔는데, 거리모금에서도 소임을 맡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점점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2023년 여름 두북수련원 피뽑기 봉사 중에
▲ 2023년 여름 두북수련원 피뽑기 봉사 중에

꾸준히 토요법회에 참여한 덕분에 다시 발심행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즈음 남편과 이혼했습니다. 힘들긴 했지만 남편이 원했던 일이고, 아이들도 다 커서 막내가 대학교 4학년이었기에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새물정진으로 주말마다 대구법당에 갔는데, 그때 함께 다닌 도반과의 대화가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해인 2019년 8월에는 동북아역사기행을 다녀오고, 다음 해인 2020년에는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일상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도반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정토회와의 인연을 이어 오지 못했을 겁니다. 작은 소임이라도 맡겨준 불교대학 동기 도반, 함께 모둠장 소임을 하며 모르는 것을 물었을 때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도반, 전법교육부터 전법행자로서 잘 적응하도록 도와준 경주지회 지회장 등 많은 이들이 제가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저는 수행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기도도 100일 채우기가 쉽지 않고,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듭니다. 하지만 ‘소임이 복이다’ 라는 말처럼 도반들이 맡겨준 소임 덕분에 수행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퇴직 후에도 취미 생활하듯 정토회 활동을 이어 오다 보니 그룹장에 이어 모둠장 소임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 주고,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 가며 모든 일을 함께 해내는 우렁각시 같은 도반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2025년 겨울방학 영양꾸러미 봉사 중에 (왼쪽 양정숙 님)
▲ 2025년 겨울방학 영양꾸러미 봉사 중에 (왼쪽 양정숙 님)

무엇보다 회사 퇴직 후 전법교육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불교대학이나 경전대학 돕는이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사 돕는이 소임을 할 때 마음이 가장 가볍고 좋았습니다. 불교대학을 다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학생 도반들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처음 정토회에 입문해 아직 수행이 뭔지 모르는 학생들이었지만, 오히려 저를 많이 돌아보게 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것도 뜻깊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수동적인 것을 넘어 피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돕는이 소임을 하면서 그런 태도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의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하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남에게도 나에게도 미소짓는 사람

저는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것도, 연락을 받는 것도 잘 못합니다. 워낙 소심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성격 때문인데, 지금은 그룹장과 모둠장 소임을 하면서 텔레그램 소통방에 이모티콘도 잘 보내고, 전화도 잘 받고, SNS에서 '좋아요'도 잘 누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서 시비하는 마음조차 없었다면, 지금은 관심을 가지면서도 시비하지 않고 ‘저 사람은 본래 저렇구나’ 하며 편안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2024년 인도성지순례
▲ 2024년 인도성지순례

정토회에서 꾸준히 해 온 봉사와 보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내 마음을 살피는 일이구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점에 감사합니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을 만날 때 항상 정성을 다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봉사에 임할 때만큼은 매사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정토회에서 활동한 이후 제 일상은 그저 편안합니다. 물론 마음에 안 드는 순간도 많고, '이러면 안 되는데, 저러면 안 되는데'라는 자책도 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인정하려고 노력합니다. 정토회에 들어와 저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말은 ‘그냥 살아라!’였습니다. 늘 모자라고 부족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 나이에 어쩌겠나' 하며 조금은 너그럽게 바라보려 합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스스로에게도 언제나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대할 때는 물론, 저 자신에게도 '이건 부족하지만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며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할 일이 있는 제 일상이 고맙고 좋습니다.

2024년 두북수련원 요일농부 봉사 중에
▲ 2024년 두북수련원 요일농부 봉사 중에


내밀한 힘을 가진 한 사람이 공동체를 만났을 때 어떤 힘을 낼 수 있는지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다는 양정숙 님의 수행담 속에서 저는 매일을 살아가는 용기를 느꼈습니다. 나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이고, 가벼워지는 것도 용기겠지요. 양정숙 님 수행담처럼 쉬어 가더라도 매일을 가볍게 걸어간다면 조금 더 멀리 걸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함께라면 더욱 괜찮을 겁니다. 자, 오늘도 가볍게 합니다! 우리 함께.

글_이소정 희망리포터(대전충청지부 충주지회)
편집_박선희(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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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고맙습니다.

2026-07-15 07:54:24

최상훈

고맙습니다.

2026-07-15 07:39:10

손경희

잘 읽었습니다. 글에서 어떤 상황이든 가볍게 받아들이는 양정숙 님의 삶이 느껴집니다. 저랑 비슷한 성격인 것 같아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느낌입니다. 다양한 꽃들 중의 하나로 당당히 살아가야겠습니다. 소중한 경험담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2026-07-15 07: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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