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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애광원 봄나들이는 정토회와 애광원이 함께 합니다. 애광원은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수해를 입었고, JTS가 복구를 지원하며 법륜스님과 김임순 원장님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원이 끝난 후, 지금까지 23년 동안 1년에 두 차례 애광원 생활인들과 함께 나들이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평소 바깥 출입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토회원들은 6시 50분 거제도에서 출발하여 통영을 거쳐 8시, 사천 만남의 광장에서 버스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하동 쌍계사 주차장에서 애광원 생활인들과 만났습니다. 말없이 바깥 풍경을 보는 사람, 오랜만에 만난 도반과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사람, 긴장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는 사람 등 버스 안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애광원 경증 생활인 30명, 정토회 봉사자 30명이 둘씩 짝을 이뤄 총 5조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원장님과 이사님, 그 외 여러 진행 요원이 참여했습니다.

하동 쌍계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나들이 총괄 류임순 님은 애광원 생활인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진행 요원, 박석동 님과 생활인들이 탄 버스가 들어오면 어떤 동선으로 움직여야 할지 의논합니다. 버스 동선을 예상하고 거기에 맞춰 안전을 확보하려는 모습이 든든합니다. 어제 류임순 님은 소통방에 행사 당일 날씨 정보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오전 14도 맑음, 오후 24도 맑음, 내일 하동 날씨입니다. 맑고 상쾌한 날입니다. 숫자가 아름답게 보입니다. 도반님들 내일 뵙겠습니다.”

맑고 상쾌한 날이라며 숫자마저 아름답게 보인다고 합니다. 류임순 님이 어떤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을지, 그 간절함이 어렴풋이 짐작됩니다.
“이번 경험은 제게 작은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준 소중한 시간입니다. 리더 역할은 처음으로 앞에 나서는 일이 긴장되고 두려워 망설였습니다.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식당을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100명을 기준으로 버스 주차 공간까지 고려하니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나하나 쉽게 해결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이 일을 묵묵히 해냈던 도반들이 얼마나 큰 수고를 했는지 깊이 느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법륜스님이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오셔서 감사하다."라고 했고, 기념으로 봉사자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잠시 뒤 애광원 김임순 원장님이 도착했습니다. 103세의 고령에도 나들이에 참석했습니다. 빨간 모자를 쓴 모습이 봄처럼 따뜻해 보입니다.

드디어 생활인들을 태운 버스가 주차장으로 들어옵니다. 버스 출입문 앞에서 스님이 한분 한분 손을 잡으며 맞이합니다. 송우정 대표이사님이 조심조심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생활인 중 한 분이 스님을 보자마자 왈칵 껴안았습니다. 스님은 당황하지 않고 등을 차분히 토닥입니다.

생활인들은 자기 이름과 짝 봉사자 이름이 적힌 두 개의 이름표를 목에 걸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봉사자들은 귀를 바짝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름이 불리면 앞으로 나가 짝 생활인과 반갑게 인사하고 수신기 착용을 돕습니다. 이때부터 봉사자는 짝 생활인과 하루 동안 손을 잡고 동행합니다.
우선 화장실부터 다녀왔습니다. 짝과 성별이 다른 봉사자는 잠시 다른 봉사자에게 짝을 부탁하고 화장실에 다녀옵니다.


쌍계사 입구엔 봉사자 장정숙 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여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내가 살아있어 쓰일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았습니다. 생활인들이 웃으며 망설임 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재능이 있어 보였고, 자신의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문득 ‘다시 오지 않을 오늘, 어쩌면 또 볼 수는 있는 인연일까!’ 해서 ‘나도 생글생글 웃으며 당당하게 살자!’ 다짐했습니다. 오월에 불어오던 바람은 싱그럽고, 함께 한 모두의 마음은 환하고 밝았습니다.”
절에 들어가기 전 사찰의 역사를 알아봅니다.
중국 선종 6대조 혜능 조사의 정상(頂相)을 봉안하여 옥천사(玉泉寺)를 창건했다고 합니다. ‘정상’이란 정수리 정자(頂)와 모양 상자(相)를 써서 ‘두개골’을 뜻합니다. 옥처럼 영롱한 시내가 흐른다고 하여 옥천사입니다. 후에 살펴보니, 이웃 고을에 같은 이름의 옥천사가 이미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미혹할까 염려하여 쌍계사가 되었으니, 지리산에서부터 내려오는 화개천과 그 지류인 쌍계천,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신라의 천재 최치원은 쌍계사를 두고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호리병 같다고 했을까?' 하고 궁금했습니다. 나중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차례로 지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어느새 대웅전이 있는 넓은 터가 나타났습니다. 호리병의 병목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쌍계사에는 국보 1개와 보물이 8개 있다고 합니다. 특히 ‘8’이라는 숫자에 생활인들은 탄성을 지르며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은 나들이 온 것이니 ‘아, 이게 국보구나’ 알고 편하게 구경하면 된다."라는 스님의 말에 모두 수긍하며 밝은 표정으로 출발했습니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지나 계단 위에 세워진 구층 석탑은 하늘을 찌를듯합니다. 인도에서 본 보드가야 대탑이 생각났습니다. 문득, 생활인들은 저 탑을 보면서 ‘무슨 생각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대웅전 마당 한 켠 그늘진 곳에 자리한 약수터에 시원한 물이 찰랑거립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봉사자는 짝에게 물 한 잔을 떠서 권해봅니다. 물속에 살짝 손을 담가보는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절 마당에서 짝과 함께 찰칵. 거제지회 박명주 님은 짝이 무척 든든했습니다.
“기다리던 봉사활동이라, 봉사자 모집이 나오자마자 신청했습니다. 짝은 키가 컸고 잘 걸었습니다. 제가 오히려 보호받아 든든했습니다. 해뜰 목장에서는 양이 다가올 때 좀 무서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정토회 봉사활동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 내년이 또 기다려집니다.”

거제지회 최희원 님은 걸림 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짝의 모습에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쌍계사에서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 생활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돕다가 그쪽으로 몸이 살짝 쏠렸습니다. 난간이 낮아서 순간 가슴이 철렁했는데, 애광원 직원이 생활인 옆으로 빛처럼 달려왔습니다. 모두가 돕고 있다는 고마운 마음에 울컥했습니다. 오후가 되니, 저의 짝은 차 안에서 계속 물어도 보고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불렀습니다. 송림에서는 태권도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감정 표현이 자유로웠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맡은 임무를 잘 완수한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거제지회 김철규 님은 생활인들과 보낸 하루가 자유롭고 좋았습니다.
“벌써 애광원 나들이 참여가 4번째입니다. 짝은 저와 호흡이 맞았습니다.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나직한 말로도 잘 소통했습니다. 비록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야외에 나와 즐겁게 말할 때 얼굴에서 활기를 느꼈습니다. 봉사한다는 사실을 잊고 즐겁고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그 마음을 되새기면 내내 행복했습니다.”

대웅전 정문, ‘옆문으로 들어가세요.’라는 팻말 한구석에서 새 한 마리가 지저귀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가 일러주는 대로 옆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생활인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며 새를 귀여워했습니다. 조금 후에 보금자리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었습니다.

대웅전까지 둘러보고 이제 내려갑니다. 손 꼭 잡고 천천히 갔습니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오늘은 절친한 친구입니다.
쌍계사를 나와 산채 정식과 불고기로 점심을 먹고, 하동 송림으로 이동했습니다. 섬진강은 지리산 계곡에서 발원한 여러 지류를 하나로 품고 남해로 흘러듭니다. 섬진강 하류 하얀 모래사장 옆에 송림이 자리했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뻗어 올라간 소나무 수백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 동안 걸어 너른 공터에 다다랐습니다. 이곳에서는 통영에서 온 노년 오락 강사이자 봉사자가 행사를 진행합니다. 박자에 맞춰 손뼉치기, 노래 부르며 율동하기, 가위바위보 게임, 마지막 기차놀이까지 재미있게 놀이가 이어집니다. 생활인들은 앞으로 나와 서로의 춤 실력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가위, 바위, 보에서 바위를 내 이번 판도 생활인에게 졌습니다. 김창동 님은 벌칙으로 머리에 고무줄을 또 묶었습니다. 지난번 판에서 이미 얼굴에 스티커가 붙었습니다. 바라보는 얼굴에서 덩달아 웃음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봉사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봉사를 신청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짝은 기운이 밝고 순진했습니다. 그래서 편안했고 함께 활동하는 동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제 삶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맞추면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락 시간이 끝나고 법륜스님은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이라는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이어서 김임순 님이 닫는 말로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또박또박 힘주어 하느님이 주신 날씨와 시간에 감사드리고 멀리 찾아와 준 법륜스님께 감사를 전했습니다.


목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넓게 펼쳐져 푸르른 목장에는 양, 염소, 닭, 토끼, 말들이 살고 있습니다. 안전교육을 마치고 생활인과 봉사자는 먹이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동물들이 모인 곳으로 갔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녀석들은 목을 늘여 먹이를 받아먹었고, 우리 밖에 있는 녀석들은 우르르 뛰어다녔습니다.


봉사자와 생활인이 함께 말에게 당근을 먹입니다. 한동안 당근 먹는 소리만 존재합니다. 겉으로 소리 내 말하지 않았지만, 이 순간 얼마나 많은 말들이 소리 없이 오고 갔을지 짐작해 봅니다.

동물들과 함께 놀다가 ‘내 사랑은 당신뿐이야.’라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거제지회 백경희 님은 짝과 목장에서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오늘 짝을 만나니 주위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환한 웃음과 행동이 바로 ‘관세음보살의 화신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하동 송림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어린 시절에 겪었던 가족 얘기를 했습니다. 손을 가슴에 가져가 어루만지는 모습과 감정이 너무 진솔해 저도 따라 울먹이며 서로 깊은 공감을 나눴습니다. 우리는 ‘내려놓아라! 내려놓아라!’ 하면서 상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많은 보살과 함께한 소중한 봄나들이였습니다.”
목장을 나와 식당으로 이동하여 저녁을 먹었습니다.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으니 정답고 한식구 같습니다. 서로 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려주고 음식을 더 권하기도 합니다.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봉사자들은 소박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생활인들이 직접 구운 빵입니다. 한 손에는 선물 가방을 들고, 나머지 한 손은 높이 들었습니다. 하루 동안 꼭 잡았던 손을 흔들며 다음을 약속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영선 님, 김희영 님, 정승화 님, 이렇게 세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평소 저는 앞에서 이끄는 성격이지만, 나들이에서는 짝의 눈을 보며 원하는 것을 잘 받아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송림 숲에서 짝이 춤을 출 때 저도 함께 추었습니다. 잘한다고 했더니, 신나게 웃었습니다. 해뜰 목장에서는 짝이 먹이 바구니를 들고 앞장서서 먹이를 주며 즐거워했습니다. 몇 발짝 떨어져 바라보니 말에게 먹이를 주면서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몰입했습니다. 짝과 하루 내내 손잡고 충분히 쉬어 제 건강도 덩달아 회복한 멋진 하루였습니다.”(진주지회 지영선 님)
“짝은 수줍음이 많았지만, 나중엔 낯가림 있는 저와 가까워졌습니다. 짝이 행사 일정에 함께 하려 애쓰고, 모두에게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이 애잔했습니다. 봉사 경험이 있는 도반이 이전에 만났던 짝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저도 헤어지니 해맑던 짝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짝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합니다.”(김해지회 김희영 님)
“애광원 나들이는 우리 일상생활과 자연스럽게 접목된 부분이 많아 제 선입견이 허물어진 느낌입니다. 애광원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도 언젠가 다치면 몸이든 마음이든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숙연해집니다. 지금이 행복하다는 걸 알고 때론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극복하며 잘 살아가겠습니다.” (거제지회 정승화 님)
애광원 친구들과 손잡고 다니면 알게 됩니다. '정이 먼저 흐르고 맞잡은 손은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라는 것을, 우린 말해야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과는 입으로 뱉어내는 말보다 손이 전달하는 언어가 더 진한 데다 감격입니다. 그 온기와 감각으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손이 살며시 다가와 속삭이며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 종일 정겨웠습니다. 봄의 끝자락에서 절과 숲으로 나들이 하며 서로 어우러져 한껏 싱그럽고 푸르렀습니다. 앞으로도 해맑게 건강하길 바라며, 다시 가을에 만남을 기다립니다.
글_최상훈(중울산지회)
사진_최상훈(중울산지회), 김미향(경주지회), 배종수(거제지회)
지원_황재윤(포항지회)
편집_여수연(서광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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