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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종교인 조찬 모임을 시작으로 오전 생방송 수행법회, 오후 평화재단 연구세미나와 기획위원회 회의, 그리고 저녁 생방송 수행법회까지 연이어 일정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7시가 지나 스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주교님, 목사님, 신부님, 교무님, 교령님이 회관에 차례로 도착하셨고, 스님은 반갑게 종교인분들을 맞이했습니다. 아침 7시 20분경 참석자들이 모두 도착하자, 평화재단 실무자들과 봉사자들이 정성껏 차린 밥상이 나왔습니다. 종교인 모임의 좌장이신 천도교 박남수 교령님의 식사 기도와 함께 아침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어제 두북에서 수확한 상추도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스님과 종교인분들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10층 평화재단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스님은 얼마 전 부탄에 다녀온 영상을 종교인분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영상에는 스님이 112개 장소를 직접 답사하며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마을 주민들을 격려한 내용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영상 시청을 마친 후 박경조 주교님이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스님 아프시다는 거 다 거짓말이네요. (웃음)”
“표정 좀 보세요. 다 죽어갑니다. (웃음) 옛날 같으면 쌩쌩하게 다녔을텐데요.”
“우리를 대표해서 스님이 홀로 짊어지고 가시네요.”

그밖에 부탄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김홍진 신부님이 얼마 전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130km를 걷다 보니, 천천히 걸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후에 종교인분들이 스리랑카의 종교인들과의 만남을 위한 스리랑카 출국 일정이 있어서 준비 사항 및 일정을 안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안내 시간을 마치자, 박경조 주교님이 말했습니다.

“들으면서의 소감은 우리가 스리랑카만 갈 게 아니고, 한국에서도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의 전국 종교인들을 만나 우리 한국의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합시다 하고 제안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 종교인 모임 참 좋은 모임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참 좋은 모임인 것 같습니다. ”

그 외 남북 관계와 종교인들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 6.3 지방 선거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모임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월요일에 공항에서 만나기로 하며 모임을 마치고,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배웅했습니다.
스님은 수행법회에 법문을 하기 위해 설법전으로 이동했습니다. 3층 설법전에는 백여 명의 대중이 모여 있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 독송으로 수행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화상 회의 방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주간 정토행자의 소식을 영상으로 본 후 참석한 대중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며칠 두북에 있었는데 여름인 날씨가 가을처럼 추운 샛날이었다는 말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INEB 스터디 투어 진행 결과와 이번 주 일요일에 있을 2차 천일결사의 2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회원들의 참여를 권유하였습니다. 또한 다음 주에는 스리랑카의 종교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스리랑카를 방문할 예정임을 알렸습니다.

두 명의 사전 질문 신청자가 온라인상에 있었으나 방송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음성 송출이 되지 않아 급하게 현장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장에서는 두 질문자가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은 SBS 창업주이자 회장인 윤세영 님 내외와 자녀분과 함께 오찬을 하였습니다. 윤세영 회장님은 스님에게 <법륜로드-스님과 손님>에 출연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로 첫인사를 했습니다. 공양간에서 오찬을 하고, 평화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 곳곳을 회장님 일행에게 안내해 줬습니다. 연세가 아흔셋이나 되신 회장님 내외분께 스님은 각 장소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마침, 1층 스페인 계단에서 서초구청과 정토사회문화회관이 공동주최한 <찾아가는 서초청년예술인 콘서트>가 있어 스님과 회장님 일행은 잠시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회장님 일행을 배웅하고 곧장 평화재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연구세미나는 평생 외교관으로 일하다 퇴직한 후 평화재단에서 상근 자원봉사를 하시는 김진욱 님이 독서와 오랜 탐구를 바탕으로 ‘이토록 놀라운 양자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양자역학이 좀 어려운 주제인데 제가 알고자 공부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최대한 알기 쉽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맑은 날씨에 야외에서 외부 세계를 볼 수 있는 눈동자의 지름이 대개 약 3mm입니다. 이 원에 원자를 몇 개나 넣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17개 광역 시도의 1년 예산이 통계상의 액수로 180조 정도 된답니다. 그런데 이 평면의 3mm 원 안에 그것보다 더 많은 230조 개의 원자가 들어갑니다. 이제 그런 아주 아주 미세한 세계를 다루려고 합니다.”

김진욱 님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양자의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 양자에 관한 최신 뉴스, SF영화, 위대한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소위 ‘코펜하겐 해석’이 정리되는 과정과 양자중첩, 양자얽힘, 양자도약 등의 개념, 양자역학의 영향과 현대사회에서의 응용 등에 대해서도 핵심 내용을 종합적으로 흥미롭게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2시간 30분에 이르는 강의와 질의응답이 끝나자, 스님이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좀 얘기해 보면 우리가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가 아는 것과 견주어서 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보가 많으면 이해하기 쉽고 정보가 적으면 이해하기 어려운데 문제는 시스템 자체가 차원이 달라지면 아는 것이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자꾸 아는 걸 기반으로 해서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소위 천동설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미시 세계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거시 세계만 알고 있으니 거시 세계의 관점으로 미시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니까 자꾸 모순이 발생하고, 미시 세계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현상이 중첩된다는 식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자동차 부품 2만 개를 설계도에 의해서 조립해 하나의 자동차가 만들어지면 빛이 나오고 움직이고 소리가 납니다. 이 빛과 움직임과 소리를 2만 개의 자동차 부속처럼 하나하나의 요소로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이해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해체됐을 때 다른 요소는 다 있는데 빛의 요소와 소리의 요소와 움직이는 요소는 어디로 갔느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부품 2만 개가 그냥 바구니에 담겼을 때는 이런 현상이 안 일어나고 조립이 되면 제3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요? 다시 말하면 물질이 고도로 복잡하게 설계되어 결합했을 때 생명 현상이라는 제3의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 생명 현상을 자꾸 물질 현상으로만 이해하려고 해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조립을 해체하면 그 소리가 어디로 가 있는 거 아니냐? 또다시 조립하면 다시 돌아오는거 아니냐? 자꾸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기법은 단순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연관됨으로써 제3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연기법의 핵심입니다. 이 제3의 현상을 요소처럼 이해한다면 즉, ‘아(我)’라고 하는 요소로 이해한다면 그런 요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게 ‘무아(無我)’입니다. 아무것도 없다가 아니라 간단하게 얘기하면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서 물이 생겼을 때 물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수소와 산소가 분해되면 물이 사라지죠. 이때 이 물이라는 요소가 어디 가서 있다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 ‘다시 온다’는 식의 사고를 하는 것과 같은 거죠. 그러니까 물의 성질은 산소와 수소의 결합에 의해서 나타나는 제3의 성질이고 ‘연관된 전체에서 나타나는 제3의 성질이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시 세계도 그건 그것대로 그냥 일어나는 현상대로 사물을 바라보면 되는데, 그걸 현실 세계의 용어로 설명하다 보니 어려움에 부딪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양자역학을 공부할 때 이해하려는 것보다 오히려 드러난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런 현상 사이에 어떤 상호 관계가 있을까?’ ‘미시 세계에서는 이런 관계가 있구나’ 이렇게 거시 세계와 다른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후 4시에는 기획위원회 회의가 있었습니다. 지난 6.3 지방 선거의 결과에 대한 국민의 여론 추이와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 향후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의 분석과 위원들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기획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업무를 보다가 저녁 법회를 위해 설법전으로 이동했습니다. 설법전에는 백여 명의 대중이 수요 정기 수행법회에 참석해 있었고, 온라인에도 전국의 정토행자들이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접속하여 있었습니다.

스님은 대중들과 함께 주간 정토행자 소식을 보며 한 주간의 정토회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어서 대중들은 청법가와 삼배로 스님에게 법을 청했습니다.

“정토 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가 2차 천일결사 1차 백일기도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백일이 다 되어 갑니다. 이번 주 일요일은 1차 백일기도를 회향하고, 2차 백일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1차 백일기도 때 꾸준히 정진하신 분들은 물론이고, 제대로 정진하지 못했거나 아예 입재하지 않았던 분들도 2차 백일기도에는 꼭 입재하시기 바랍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고, 세상의 주인이 내가 되는 붓다의 길, 수행자의 길을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지금 세계는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류는 지난 수천 년 동안 먹고 입고 자는 것이 부족해서 그것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근래에 이르러 인류는 먹고 입고 자는 것은 큰 문제가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소수의 사람들은 굶주리거나 헐벗고 있지만,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세상이 좀 더 평화롭고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도 정치 세력 간의 갈등은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지켜 왔던 가정의 화목마저도 흔들리고, 사람들은 각자 개별화되어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행복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했음에도 대다수의 개인은 ‘풍요 속의 빈곤’을 지금 겪고 있고, 사람들은 이웃과 가까이 살면서도 개인은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하는 외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물론 사회를 변화시켜 좀 더 정의롭게 만드는 것이 한편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욕망을 자제하는 자기 마음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인간관계의 조절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연이 더 이상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토대임을 자각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 필요합니다. 이런 삶의 길을 가르치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이런 헐떡거림과 외로움, 성냄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가르침을 이해한다고 해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천일결사의 목적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천일결사에 참여해 함께 정진함으로써 내 인생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보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의 삶은 자유롭고 행복할 뿐만 아니라 보람을 느끼고 자존감도 커지게 됩니다. 이번 2차 백일기도에 더 많은 분이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덧 6월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6·25 전쟁이 시작된 날입니다. 우리 민족은 을사늑약 때부터 40여 년간 일본 제국주의의 억압 속에 많은 희생을 치렀고, 해방이 되자마자 강대국들에 의해 분단되었습니다. 남과 북에는 각각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맞는 정부가 들어서서, 결국 외세에 의해 이루어진 분단을 우리 스스로 수용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통일이라는 명분 아래 전쟁을 일으켰고, 그에 맞선 남한도 통일을 내세우며 북진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참전하면서 전쟁은 국제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전쟁으로 수백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산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재산이 파괴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아픔을 딛고 오늘날의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길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분단이라는 근원적인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고, 남북 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 위험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최소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평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주변국들과 협력하여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6월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리는 6월 6일 현충일이 있었고, 분단된 남북이 서로 평화적으로 협력하여 통일로 나아가자는 6·15 공동선언도 있었습니다. 또한 6·25 전쟁이라는 뼈아픈 비극을 되새기며 참회해야 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이제 7월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요. 여러분 모두 더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난번 부탄 방문 때 2주간 워낙 땀을 많이 흘려서 더위를 먹었나 봐요. 지금도 식욕이 없고 소화 불량과 의욕 상실을 겪고 있습니다. 소위 만사가 귀찮은 상태인 거죠. (웃음) 이게 더위를 먹으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을 소모했더니 몸이 무기력 상태에 빠진 거예요. 여름에는 무더위 속에서 장시간 땀을 흘리며 일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특히 육체노동을 하는 분들은 가능하면 더위를 피해 천천히 작업을 하시면서 건강을 돌봤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 보니 썩 좋은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열흘 동안 112곳을 그때는 방문해야 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여러분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전에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방송 사고가 나서 질문을 하지 못한 분이 계십니다. 지금부터 그분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오전에 질문을 못했던 두 명의 사전 신청자가, 현장에서는 한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나이가 30대 후반이지만 여전히 부모님에게 의존하며 살고 있고, 자립심이 부족한 것 같다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올해 서른여덟 살인데, 나이에 비해 자립심이 없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부모님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편이라 제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밑거름으로 삼지 못한 채 자립심이 부족하고 의존적인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생계를 책임질 만큼 꾸준히 경제활동을 하거나 고정적인 직업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제가 삶에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마치 취미처럼 하고 싶은 일만 해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토회에서 하는 봉사마저도 삶의 방향성이 없어서 도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아직도 사춘기를 지나는 10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에 걸맞은 고생과 경험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일을 하려는 의욕을 내야 하는데,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생활 태도가 습관이 되어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생기지 않습니다. 스님께서 늘 봉사하며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복을 짓는 길이고 잘 쓰이는 길이라고 말씀하셔서, 저도 정토회에서 여러 활동을 하며 힘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가 너무 자립심 없는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제일 좋은 것은 정토회의 ‘백일출가’인데, 해보셨나요?”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서요. 제가 좀 더 단단해진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직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자에게 정신적인 문제 말고 육체적으로도 이상이 있나요?”
“건강염려증이 있어서 스스로 마음의 한계를 지었던 것 같습니다. 체력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특별히 아픈 곳은 없습니다.”
“백일출가가 어려우면 ‘49일 문경살이’ 같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해외 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본인이 원한다고만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막상 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여비만 낭비하게 되니까, 먼저 문경수련원 같은 곳에서 공동생활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다음에 필리핀 민다나오나 인도에 가서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을 해보면 자립심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꼭 돈을 버는 것만이 자립은 아닙니다. 자기가 먹고 입고 자는 것만큼은 스스로 노동해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도 자립이에요.

부모님 집에 살면서도 자립할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을 청소하고 밥을 지어 부모님께 올리면 됩니다. 만약 가사도우미가 하루 네 시간 일하고 5만 원 정도를 받아 간다고 합시다. 그러면 한 달에 대략 150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겠죠. 이렇게 정확히 돈으로 계산하지 않더라도, 질문자가 그 정도로 집안일을 하면서 먹는 것, 입는 것, 방을 쓰는 것, 용돈을 받는 것에 대해 부모님께 되돌려드린다면, 그것도 자립에 해당합니다. 그렇게 생활하면 부모님도 더 이상 질문자를 걱정하지 않게 되겠죠. ‘아, 저 아이는 내가 없어도 살겠구나. 자기 밥은 자기가 해 먹고 살겠구나’ 하고 신뢰가 생기는 거예요. 그것이 자립입니다. 늘 밥을 해줘야 하고, 아침에 깨워줘야 하고, 방도 치워줘야 한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우리가 없으면 이 아이가 혼자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직장에 다니지 않더라도 평소 생활 습관이 잘 잡혀 있는 모습을 보면 ‘혼자서도 살아가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자립하려고 마음먹어도 금세 익숙함과 게으름에 빠지기 쉬워요. 만약 집에서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굳이 49일 문경살이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며칠 하다가 그만두는 일이 반복된다면 공동체에 들어와서 살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 살아도 되고, 봉사자로 해외에 파견을 가도 됩니다. 3년 정도 봉사하며 복을 지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뿌듯해지고 두려움도 줄어듭니다.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서 활동하면 됩니다. 그러나 의사 소견상 건강 상태가 혼자 자립하기 어려운 정도라면 무조건 성인이 되었으니 자립하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신체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에게 자립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경우에는 지원을 받는 것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어린아이가 보호받는다고 해서 빚을 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계속 보호를 받는다면 그것은 빚을 지는 것이고, 자립하지 못하는 것이 됩니다. 자연의 질서대로라면 도태되겠죠. 다 자란 동물이 먹이를 구하지 못한다고 해서 누가 먹이를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새끼일 때는 어미가 먹이를 챙겨주지만, 다 자란 뒤에는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죽게 됩니다. 자연은 그런 원리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어떤 질병으로, 장애로, 사고로 일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서로 도와서 그 장애를 함께 극복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과정을 겪어 보면서 정신 건강을 굳건하게 다져가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아직 두렵다면 서울정토문화회관에 출퇴근하면서 공양간 봉사부터 한번 해보세요. 그렇게 체력을 조금씩 기른 뒤에 49일 문경살이에 참여해 보고, 해보니 괜찮으면 백일출가도 해보십시오. 그런 다음 해외에 가서 3년 정도 봉사활동도 해보고 나면 질문자의 나이가 마흔 정도 될 것 아니에요. 그러면 돌아와서 취직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스스로 살림을 맡아 살아가도 됩니다. 집도 부모가 운영하는 하나의 회사와 같기 때문이에요.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받더라도 집안일을 하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라면 아무 대가 없이 받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때는 자립에 해당합니다. 꼭 외부에서 월급을 받아야만 자립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아버지 일을 돕고 있는데, 그런 형태도 괜찮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버지 일을 도우며 수입을 얻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질문자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일을 돕더라도 단순히 아르바이트하듯 돕는 수준을 넘어 그 일을 제대로 배워서 혼자서도 책임지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버지 일을 도우며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그것도 자립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다른 일도 더 찾아봐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은 법회를 마치고 업무 마무리를 한 후 휴식을 취했습니다.
내일 스님은 평화재단의 정기 심포지엄과 북한현실 등의 재단 모임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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