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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트롱사(Trongsa) 주(州)의 3개 게옥의 9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젬강(Zhemgang)으로 이동하여 1개의 프로젝트를 점검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6시에 JTS 활동가들이 준비한 밥과 국으로 아침 공양을 하였습니다.
오늘 함께 이동해야 할 일행들(내각 직원, 트롱사 부주지사, 트롱사 기획담당관)과 어제저녁에 헤어지며 오전 7시에 출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다들 그동안 스님과 여러 곳을 답사하며 정시 출발 훈련이 된 덕분인지, 출발 20분 전부터 JTS 센터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일행을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10분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오전 7시 30분, 드락텐(Drakteng) 게옥의 탁시(Tashi) 치옥에 도착하였습니다. JTS 프로젝트로 집을 지을 형편이 안 되는 가구를 위해 새집 짓기를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해당 가구를 방문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경사져 있어 스님은 지팡이를 짚고 이동했습니다.

스님이 새로 지어진 소남 초든 님의 집에 도착하여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염불을 먼저하고 겁(군수), 촉바(이장)와 함께 부탄 전통 방식으로 둘러진 하얀 천을 풀며 준공식을 진행했습니다.


집주인은 자녀 5명을 길러낸 부부로, 그동안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님을 모시느라 제대로 된 집을 짓지 못했다고 합니다. 새집의 외관은 거의 완성되었으나 내부 부엌과 일부 시설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스님은 집주인에게 염주를 선물하며 축원해 주었습니다.
"집 주인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탁시 치옥을 출발하여 농수로를 점검하러 쿠엔가랍텐(Kuenga Rabten)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쿠엔가랍텐 창레이(Changray) 지역은 그동안 수원지에서 물을 대어 논농사를 짓고 있었으나, 농수로가 흙으로 되어 있어 누수가 많았습니다. 그 탓에 논농사에 필요한 농업용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힘을 모아 350미터 길이의 콘크리트 농수로를 만들어 논에 물을 대고 있었고, 일부 논에는 이미 모를 심어 놓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농수로를 꼼꼼히 살펴보고 수로에 물을 조절하는 칸막이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농수로 중간에 논으로 물이 내려가도록 하는 입구마다 돌이 놓여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나무문을 만들어 여닫을 수 있게 해서 수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세요.“


전체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일부 구간에서는 아직도 마을 주민들이 부지런히 공사를 이어 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수로의 이음새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하며 단주를 선물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다음은 삼초링 카테(Samcholing Khatoed) 치옥의 초등학교로 가는 경사진 비포장도로였습니다. 이 도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공동 노동으로 가파른 50미터 비포장 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촉바가 처음에는 너비를 2미터로 계획했으나, 차가 다니기에 폭이 너무 좁아 3미터로 변경하여 포장했다고 했습니다.


종각(Dzongkhag, 한국의 '도(道)'나 규모는 '시군' 수준) 엔지니어가 바빠서 기술 지도를 해주지 못해 마을 사람들끼리만 공사를 진행했더니 도로 상태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엔지니어에게 앞으로의 프로젝트에는 기술 지도를 충실히 해줄 것을 당부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드락텐 게옥 삼촐링 카테 치옥의 주방을 새로 지은 집을 둘러보았습니다. 그 후 새로 지은 까르마 님의 집을 방문하여 축원해 주었습니다. 집 내부에 기도방이 차려져 있어 초를 켜고 보시금을 냈습니다.


스님은 차 한 잔을 마시며 드락텐 게옥 겁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탄은 내년에 마을 촉바(이장)와 겁(군수)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겁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했습니다.
"겁 님은 다음 선거 때도 출마할 건가요? 올해의 경우 계획보다 신청 규모가 작았으니 내년에는 사업을 더 확대하세요. 주민들은 본인이 일을 해야 하니까 어려워할 수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울타리랑 보행로 프로젝트를 해보면 좋겠네요. 많이 가난한 집은 재료를 줘도 짓지 못할 수 있는데, 그런 집은 게옥에서 예산을 조금 편성하거나 다른 방안을 찾아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기회에 마을 민원 사업이나 빈곤 퇴치를 완전히 해결하기 바랍니다.
또한 주민들이 뭔가 해보겠다고 하는데 기술이 부족해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부분을 게옥에서 기술적으로 지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JTS는 돈이 없어서 지원 못 하는 게 아니라 노동은 본인이 직접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자기 일은 자기가 한다는 원칙에 따라 부족한 것이 있다면 지원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곳을 먼저 지원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더 가난한 사람의 집을 먼저 지원하고 도로도 경사가 심한 곳을 먼저 포장합니다.“
스님은 겁에게 프로젝트의 원칙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 주며, JTS의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가 마을에 맞게 적용, 발전될 수 있도록 제안했습니다.
다음 장소 점검을 위해 새집에서 나오니, 옆집 주인이 스님에게 새집을 짓고 싶다며 요청했습니다. 나무로 지은 집이긴 했지만 아직 튼튼해 보였습니다.

스님이 옆집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일단 집이 없는 사람부터 먼저 지어줍시다. 그분들의 집이 다 지어지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 봅시다.“
옆집 주인은 아쉬워하면서도 스님의 말에 수긍했습니다.
차를 타고 부지런히 이동하여 오전 11시쯤 랑텔(Langthil) 게옥에 도착했습니다. 겁과 행정관이 모모(부탄식 만두)와 차를 준비하여 스님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차를 마시며 스님은 랑텔 게옥의 겁에게도 다음 선거 출마 여부를 물었습니다.
"다시 해볼 생각도 있다가도 일이 힘들면 더 이상 출마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랑텔 게옥의 겁은 스님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트롱사에서 랑텔 게옥이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겁 님이 한 번 더 출마해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도로 문제도 함께 해결해 보면 어떨까요? 힘든 점도 있지만, 겁이나 촉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프로젝트가 유용할 수도 있고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JTS가 전체 프로젝트의 70퍼센트를 지원하고, 주민 노동력이 20퍼센트, 지방정부에서 10퍼센트 정도의 기술 지원 예산을 배정한다면 마을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물러서려는 랑텔 게옥의 겁에게 이 프로젝트가 마을과 주민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제안했습니다.
부탄 JTS는 야생동물을 막기 위해 철조망 펜스(울타리)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JTS는 철조망과 못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직접 펜스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랑텔 게옥 발링 치옥의 2곳을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 가구는 펜스 설치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설치된 펜스를 보고 격려하며 보완할 점을 설명했습니다.
"펜스를 잘 만들었네요. 현재 펜스 디자인은 평지를 기준으로 고안된 겁니다. 언덕에 설치된 펜스는 동물들이 아래에서 뛰어 올라오기 어렵기 때문에, 땅을 파고들어 오는 동물을 막으려면 아래쪽 와이어를 바닥에 딱 붙이고 간격을 좁혀서 두 번째 와이어를 설치해야 합니다. 위쪽 와이어는 간격이 넓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비탈의 위쪽에 설치할 경우는 뛰어 들어오기 쉽기 때문에 위쪽에 철조망을 한 줄 더 높이 설치해야 합니다.

두 번째 가구의 펜스를 살펴보니 설치가 부실했습니다. 철조망을 팽팽하게 당겨 설치하지 않아 벌써 늘어진 부분이 많았습니다. 스님이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와이어를 잘 당겨서 만들지 않고 왜 이렇게 구불구불해요?“
"남편이 아파서 힘을 잘 쓰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인부를 고용해서 다시 작업해 보겠습니다.“
"번거롭게 다시 작업하지는 말고요. 쇠꼬챙이로 중간중간에 와이어를 꼬아서 양쪽으로 돌리며 조여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펜스를 둘러보고 나오며 스님은 활동가들에게 말했습니다.
"연말에는 전체 설문 조사를 한 번 해야 합니다. 어떤 짐승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들어온 곳을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펜스를 너무 높이 혹은 너무 낮게 설치한 곳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조사하고, 펜스 설치 이후 야생동물 피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살펴서, 내년도 사업에 반영해야 합니다.”
랑텔 게옥을 출발해 이웃한 콜푸(Korphu) 게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1시가 넘어 납지(Nabji)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부탄의 불교 성지인 납지 절이 오늘 주민들과의 미팅 장소입니다. 스님은 불단에 참배하고 게옥의 환영 세레모니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게옥에서 준비한 늦은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절 앞에 새롭게 포장한 도로를 점검한 후 마을 사람들과 미팅했습니다. 마을 주민 15명 정도가 모여 스님과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을 주민들에게 농수로 공사의 자재 운반 상황을 먼저 물었습니다.
"콜푸 게옥에서 자재 운반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던데 어땠어요?“
"말에 실어서 옮겼습니다.“
자재 운반이 편하도록 들판 가운데 농로를 만드는 것을 스님이 제안했으나 일부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그 이유가 궁금하여 주민들에게 물었습니다.


"가운데 도로를 내면 자재 운반하기가 훨씬 쉬워지는데,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찬성하는 가구가 대부분이라 괜찮습니다. 다만 1~2가구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도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인건비가 싸서 사람이 직접 모내기할 수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다 외국으로 나가고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여러분들은 점점 나이 들어 자재를 등에 이고 지고 운반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차가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내 땅이 1에이커(ac)인데 도로를 낸다고 0.2에이커가 들어간다 해도, 남은 0.8에이커의 땅은 예전 1에이커보다 가치가 더 높아져요. 도로 내는 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종각에서 포크레인을 지원하고 필요한 자재는 JTS에서 지원하려고 했어요. 도로가 생기면 땅의 가치가 전체적으로 높아집니다.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마을에서 더 의논하시고, 가을 전에 할지 말지 결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납지 촉바는 절 경내에 2층 건물을 지어 1층은 노인들이 기도하며 숙식하고 2층에서 재(齋)를 지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이곳이 성지인 만큼 부탄의 문화재 전문 스님들에게 물어 전통적인 절의 규격에 맞는지, 탑을 중심으로 법당 위치를 어디에 두면 되는지 먼저 확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또한 전통을 살리되 사람들이 축제 때 사용하기 편한 공간이 되도록 전문적으로 설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미팅 후 이번에 공사를 진행한 농수로를 점검하기로 했으나, 미팅이 길어지는 바람에 농수로 점검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미팅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칫솔을 선물하고, 촉바와 겁에게도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오후 3시 50분, 트롱사와 젬강의 경계에 있는 왕디강(Wangdigang)에 도착하자 젬강 주지사님 일행이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잠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과 주지사님은 건강 관련 이야기, JTS 활동가 인력 변동 상황, 한국 전문가 초청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에서 전문가를 초청하여 부탄을 방문하는 것이 여름에는 여러 일정으로 바빠서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가올 겨울, 1월 초에 초청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말씀하신 것이 문화유산 보존 전문가, 발효식품 전문가, 귤나무 농사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그 외에도 어떤 전문가가 필요한지요?
정토회는 모두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어 전문가를 초청하려면 미리 일정을 알아야 초청할 수 있어요. 지난번에 공원 조성 전문가, 토목 전문가들이 부탄을 방문하려고 다 준비했는데, 막상 비자를 신청하니 해당 내용을 이미 정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방문 일정이 취소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부에서 한국 전문가들을 위한 초청 비자를 내줄 것인지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님은 한국 전문가 초청 시 필요한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오후 4시 20분, 스님은 JTS 프로젝트로 화장실을 새로 지은 예빌랍사(Yebilaptsa) 중학교를 점검하기 위해 주지사님과 함께 이동했습니다.

오후 5시경 예빌랍사 중학교에 도착하니 학교 선생님들이 길게 늘어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주지사님, 부주지사님, 교장 선생님과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최근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학생 수는 매년 8퍼센트씩 줄고 있고, 젬강에서 매년 초등학교가 폐교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차를 다 마시고 교장 선생님의 안내로 새로 지은 화장실을 둘러보았습니다.
"깨끗하게 잘 만들어 놨네요.“
"남녀 화장실 하나씩을 종각의 예산으로 추가로 짓고 있습니다.”


스님은 교장 선생님에게 학교의 남녀 학생 수를 물었습니다. 화장실 사용 인원과 필요한 칸수를 계산할 때, 여자가 남자보다 화장실 사용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여자 칸의 수는 남자 칸의 1.5배로 계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화장실을 둘러보며 기존 화장실 보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문 수리가 필요하다면 보수를 종합적으로 하면 좋겠어요. 수도가 잘 안되는 것과 타일 깨진 것도 함께 고치고요. 지금 화장실 공사하는 업자에게 돈을 조금 더 주고 몇 군데만 고쳐 달라고 하면 될 거예요. 많이 고칠 것은 없으니까요.“
오후 5시 40분, 스님 일행은 주지사님과 교장 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젬강의 판방(Panbang) JTS 센터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JTS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젬강 남쪽 지역 담당인 부주지사님과 경찰서장님이 스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주지사님은 내일 아침부터 스님 일정에 동행해야 하는데, 내일 오전에 왕비님 생신 기념행사가 있어 부득이하게 오후부터 동행하게 되어 사전에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스님은 부주지사님, 경찰서장님 일행에게 다과를 대접했습니다. 갤러프(Gelephu) 신도시에 포함된 판방 지역과 갤러프 신도시에서 진행 중인 주요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손님들을 배웅한 후, 한국에서 스님이 부탄 JTS 활동가들을 위해 보내 준 시래기로 만든 국과 따뜻한 밥으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을 하고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젬강 지역 판칼(Phangkhar) 게옥과 낭라(Ngangla) 게옥의 프로젝트를 점검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4월 통영에서 진행된 즉문즉설 대화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저는 힘들 때면 여러 강사의 강연과 스님의 법문을 찾아 들었습니다. 요즘 저는 갱년기를 겪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기준에 맞추어 살았고, 사회에 나와서는 튀지 않는 평범한 사람으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갱년기가 되면서 감정이 예민해지고, 제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저를 챙겨 주는 사람은 없고, 제가 돌봐야 할 부모와 가족만 있다는 생각에 허무함이 많이 밀려옵니다. 어떻게든 갱년기를 헤쳐 나가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는데 뜻대로 잘 안됩니다. 사람들 기준에 맞추어 평범하게 살려고 했던 세월이 길어서인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집니다.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고, 저를 좋게 생각하고 제 그릇을 크게 봐 주는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지금까지의 자신을 뚫고 나아가는 게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착한 딸로 살아왔기 때문에 저를 뛰어넘기가 힘든 것도 같고, 자신을 뚫고 나아가려고 하면 괜히 주변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대로 살려고 하면 현실에 막히는 느낌이 들어 답답합니다. 자신을 뚫고 나아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얘기는 많이 하셨는데, 정말 횡설수설하고 두서없네요.“
"말이 너무 길다는 평을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아직 못 고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저를 이겨내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은데 주변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주변 사람이 뭐라고 하나요?“
"주변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되죠. 본인이 안 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핑계가 많네요.“
"자신이 안 하면서 왜 남 핑계를 대나요?“
"형편도 안 되고……“
"무슨 형편이요?“
"경제적인 형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아서요.“
"돈이 10만 원밖에 없는 사람이 100만 원짜리 물건을 사려고 하면서 돈이 없어서 못 산다고 하면 맞는 말인가요?“
"맞는 말 같습니다. 돈이 10만 원밖에 없으니까요.“
"돈이 10만 원밖에 없는 사람이 왜 100만 원짜리 물건을 사려고 해요?“
"아, 욕심….“
"욕심이 아니라, 10만 원을 가지고 100만 원짜리는 못 사잖아요.“
"네.“
"생각이 잘못된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왜 돈 문제예요?“
"그 말씀은 제 생각을 바꾸라는….“
"바꾸라는 게 아니라, 애초에 10만 원밖에 없는데 왜 100만 원짜리를 사려고 하느냐는 거예요. 이건 욕심이 많은 게 아니라 어리석은 것 아니에요? 안 되는 것을 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왜 돈 문제인가요? 자신의 어리석음의 문제죠. 내가 만 원을 가지고 시장에 오징어를 사러 갔어요. 딱 오징어만 사 오면 되는데, 가보니까 오징어도 있고 꼴뚜기도 있고 갈치도 있고 송어도 있고 문어도 있어요. 다 사려니 돈이 모자라요. 하나만 사려니 어느 걸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럴 때 '왜 이 가게는 오징어 하나만 팔지, 온갖 것을 팔까?' 이런 말이 맞는 말일까요? 시장에서 여러 해산물을 팔면 좋죠. 오징어 사러 갔다가 꼴뚜기를 사 올 수도 있고 멸치를 사 올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 다른 사람을 탓하며 그 상황이 나쁘다고 여기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이것을 어리석음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어리석음에 대해서만 말씀하셨지, 다른 이야기는 안 하셨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됩니다. 만약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다면 싫어도 엄마 말을 들어야 합니다. 질문자가 착한 아이로 산 건 부모님에게 칭찬받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본인이 착한 사람으로 산 건, 본인이 그렇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산 거예요. 그런데 왜 남 탓을 하나요? '나는 원래 더 큰 재능이 있었고, 그릇도 더 컸는데 그렇게 자라지 못했다' 이런 생각은 다 망상이에요. 질문자가 말한 '자신을 뚫고 나아간다'라는 생각 자체가 망상입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바로 본인이에요. 거기엔 아무 문제도 없어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에요. 이만하면 됐어요. 안 죽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성공이에요. 만약 여기서 조금 더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돼요. 그러나 해보고 안 되면 그냥 말면 돼요.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조금 어렵지만, 옛 스승들의 선문답에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불교의 최종 목표는 해탈입니다. 해탈이라는 것은 완전한 자유라는 뜻이에요.
한 사미승이 스승을 찾아가서 '스님, 저를 해탈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했어요. 스승이 그 사미승을 물끄러미 봤어요. 작은 아이가 맹랑하다 싶었는지 물었어요. '누가 너를 잡고 있니?' 사미승이 자유롭게 해달라고 하니까, 스승이 '누가 너를 잡고 있느냐?'라고 물은 거예요. 자신을 잡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사미승이 대답했어요. '아무도 안 잡고 있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어요. '내 이미 너를 해탈케 했노라.‘
질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질문자를 붙잡고 있지 않아요. 다만 본인 혼자서 '내 뜻대로 못 산다'라고 하고 있을 뿐입니다.“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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