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2.8. 필리핀 민다나오 1일째
“직장에서 정말 보기 싫은 사람, 어떻게 버텨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필리핀 민다나오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앞으로 6일 동안 스님은 필리핀 민다나오에 머물며 지난 1년 동안 JTS가 세운 학교들을 둘러보고 준공식을 할 예정입니다.

새벽 4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인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이번 방문단에 함께 하기로 한 분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출국 수속을 하고 수하물을 부친 후 오전 7시 5분에 인천 공항을 출발하여 필리핀으로 향했습니다.

4시간 25분을 비행한 후 현지 시각으로 오전 10시 30분에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을 나오자 필리핀JTS 노재국 대표를 포함하여 JTS 활동가들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며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마중을 나온 JTS 활동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마닐라 공항을 나와 전 필리핀JTS 대표를 역임한 이원주 님 댁으로 이동하여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민다나오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수하물을 부친 후 탑승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원래는 오후 3시 45분에 출발하는 국내선 비행기였지만 갑자기 비행기가 연발되었습니다. 탑승은 제시간에 했지만 활주로에서 1시간 15분을 기다리다가 오후 5시가 되어 마닐라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1시간이 지나자 비행기 창밖으로 저 멀리 민다나오섬이 보였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해가 저물고, 저녁 6시 30분에 민다나오 카가얀데오로(Cagayan de Oro) 라긴딩안(Laguindingan)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향훈 법사님을 비롯하여 필리핀JTS 활동가들이 반갑게 스님과 JTS 방문단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민다나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짐을 싣고 버스에 오르자, 필리핀 JTS 활동가들이 방문단에게 김밥과 바나나를 건넸습니다. 저가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모두 허기진 상태여서인지, 김밥과 바나나가 유난히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필리핀JTS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향훈 법사님이 오늘 일정을 안내했습니다.

“다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카가얀데오로 공항을 출발하여 4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하겠습니다. 아마 밤 11시가 다 되어 숙소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도시락을 준비했으니 맛있게 드시고 편히 쉬십시오.”

박지나 JTS 대표와 노재국 필리핀JTS 대표를 비롯해 늘 JTS를 후원하고 함께 활동하고 있는 김홍신 작가, 필리핀정토회 활동가 등 총 20여 명이 이번 방문단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방문단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내일 저녁 시간에 하기로 하고 다들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독을 풀었습니다.

저녁 7시에 공항을 출발한 버스는 4시간을 달려 밤 11시에 발렌시아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에서 필리핀 민다나오까지, 약 3,400km에 이르는 먼 거리를 비행기로 이동했습니다. 긴 여정 끝에 스님과 JTS 방문단은 피로한 몸을 잠시 내려놓고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원주민 마을 아이들을 위해 지은 퀘존 두마실락 학교 준공식을 하고, 오후에는 장애인 아이들을 위해 지은 당카간 SPED(장애인특수학교) 학교 준공식을 한 후 저녁에는 JTS 방문단 전체가 서로 소개하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일 춘천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직장에서 정말 보기 싫은 사람, 어떻게 버텨야 할까요?

“직장에서 매일 걱정되고 힘든 일이 있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정말 보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심해져서 몸이 아플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올해 거의 1년을 그렇게 지냈습니다.”

“보기 싫은 사람이 몇 사람이에요?”

“한 명이에요. 저는 원래 사람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너무 얄밉고, 교묘하게 사람을 이용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한 업무를 그대로 가져가서 본인이 한 것처럼 하거든요. 그런 사람을 처음 만나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저는 불자이신 엄마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분들은 ‘이건 다 전생의 업이기 때문에 해코지하면 안 된다. 참고 잘 지내야 다음 생에 좋은 인연을 만난다.’라고 말씀하세요. 어릴 때부터 그런 교육을 받아서, 화가 나도 참으며 ‘내가 문제인가?’ 싶다가도, 막상 생각해 보면 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올해는 무사히 넘겼고, 감사하게도 지금은 그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돈을 벌려면 앞으로도 직장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또 그런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일 수도 있겠죠. 그때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내가 다치지 않고 현명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왜 견디려 하나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돈 벌기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돈을 벌려면 그 정도는 감당해야죠.”

“그런데 몸이 아플 정도입니다.”

“그건 싫어하는 마음에 너무 사로잡혀서 그렇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가게를 운영한다고 해도, 까다로운 손님이 있겠죠. 까다롭지만 물건은 많이 사 간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쫓아낼 건가요? 받아들일 건가요?”

“참아야죠.”

“참는다고만 해서는 안 돼요. ‘돈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관공서 민원 부서에 가 보면, 대부분 성질내고 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고분고분한 사람은 드물죠. 그렇다면 민원 부서는 왜 생겼을까요? 없어도 되는데, 왜 따로 독립했을까요?”

“더 큰 사고를 예방하려고요.”

“불만 있는 사람을 한쪽으로 몰아 효율적으로 처리하려고 만든 것이죠. 시청이든 어디든, 불만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잖아요. 정토회도 마찬가지고요. 부서마다 찾아와 문제를 제기하면 효율이 떨어지죠. 그래서 ‘불만 있는 사람은 이리로 오세요.’ 하고 민원 부서를 만든 겁니다. 민원 부서에서 일하게 되면, 업무 자체가 이미 불만 있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죠. 사람들이 찾아와서 욕을 해도 ‘이런 수모를 당할 필요가 있나?’ 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그곳은 그런 사람을 상대하는 부서니까요. 욕을 들을 때마다 ‘월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 사람이 욕을 해야 내가 월급을 받는 거예요. 다 고분고분하면 월급이 나오겠어요?”

“그렇네요.”

“월급만 나온다면 욕을 들어도 괜찮아야죠. 돈 벌기가 어디 그리 쉽나요?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보면,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주걱으로 맞아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누가 뺨을 한 대 맞을 때마다 천만 원을 주겠다고 하면, 한 대 맞고 가는 게 나아요? 두 대 맞고 가는 게 나아요?”

“한 대 더 맞는 게 나아요.” (웃음)

“결국 고민의 핵심은 돈이에요. 가게를 운영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려면 이런 정도는 감당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어디든 까다로운 사람 한두 명은 있기 마련이에요. 학교 선생님도 한 반에 한두 명은 선생님 욕하는 학생이 있잖아요. 그게 힘들다고 직장생활을 못 한다면, 아예 일을 못 해요.

기준을 하나 잡으면 좋습니다. 직장에 다섯 명이나 일곱 명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명만 까다롭다면 굉장히 행운이에요. 그 한 명만 내가 잘 상대하면, 나머지 사람들과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내 성과를 가끔 가져가더라도 ‘알겠습니다. 선배님 성과로 하세요.’ 하고 주면, 뺏긴 게 아니라 내가 인심을 써서 보시한 게 됩니다. 빼앗기면 기분 나쁘지만, 보시한 건 공덕이 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횟수가 일 년에 몇 번인지, 한 달에 몇 번인지 기록해 보세요. 손실이 월급보다 크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되고, 적당하다면 월급의 일부 손실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미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백인 동네에서는 운동화 한 켤레 팔기도 힘들다고 해요. 한 켤레 사려고 운동화를 다섯에서 여섯 켤레를 신어 본다는 거예요. 그런데 흑인 동네에서는 한 번에 두세 켤레씩 사 간다는 거예요. 물론 그 과정에서 한두 켤레는 도둑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훨씬 이익이에요. 일부 사람들은 불같이 화를 내고, 입만 열면 ‘그놈의 검둥이들’ 하고 매일 욕을 해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욕하지 말고 백인 동네로 이사 가면 되지 않느냐?’ 하면, ‘장사가 안 돼요.’라고 합니다. 그럼 몇 켤레를 도둑맞아도 흑인 동네에서는 장사가 잘된다는 얘기잖아요. 원가를 계산해 보면, 백인 동네에서는 오십 켤레밖에 못 팔고, 흑인 동네에서는 백 켤레를 팔 수 있어요. 몇 켤레를 잃더라도 전체 이익이 남으면, 당연히 흑인 동네에서 장사해야겠죠.

그것처럼 화를 내는 대신,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면 전체 이익은 더 커집니다. 손님이 나에게 이익을 주는데, 계속 욕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손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진열이나 배치 같은 작은 것들을 신경 써 손실을 줄이면 훨씬 이익이 커집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별일 아니라는 겁니다. 질문자도 내가 받는 이익에서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국 한 사람만 잘 건사하면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수행의 과제로 삼아 보세요. 인간관계에서 만날 수 있는 장애가 하나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면 모든 사람과 자유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이런 사람도 수용할 수 있는 나의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두 명이면, 그때는 자신을 좀 살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미운 사람이 세 명이면, 무조건 내가 문제예요, 그때는 병원에 가야 합니다. 한 사람이면 내가 문제인지 저 사람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요. ‘이것만 극복하면 나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 하고 수행의 과제로 삼으면 됩니다. 미운 사람이 두 명이면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그런데 세 명이라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그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내 문제라고 봐야 해요. 그 사람이 좋거나 나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성향을 감당하지 못해서 본인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1000미터까지 산을 오를 수 있는데 1000미터가 넘어서 산을 못 오른다면, 그건 산의 문제가 아니라 내 체력 문제입니다. 1000미터를 넘는 산을 오르려면 연습을 더 해야 하는 것이지, 산이 문제는 아니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이한 사람을 극복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과 일을 못 한다고 해도, 나는 잘 지낼 수 있게 됩니다. 정토회도 비슷합니다. 착한 사람들이 회원이 되면 별 효과가 없지만, 성질이 더럽고 망나니였던 사람이 정토회를 만나서 좋아지면 소문이 쫙 납니다. ‘정토회 가서 사람 됐다.’고 하면서 파급효과가 엄청납니다. 그런 사람을 쫓아내야 할까요? 아니면 잘 놔둬야 할까요? 잘 놔둬야 합니다. 골치 아플 때도 있지만 변하기만 하면 대박이 터지는 거예요.” (웃음)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32

0/200

해인심

내가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이 있다
윗 사람에게 고분하고 비위 잘 맞추는 사람.
그렇지 못한 나의 성향을 가진 그들이 나는 왜 그토록 싫은걸까.....

2025-12-11 23:21:10

김명희

필린핀 일정 잘 소화하고 오십시요 건강발원드립니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2025-12-11 22:56:51

CACTUS

별일 아니다 -- 어떠한 일도 별 일 아니다로 만드시는 스님의 말씀에 항상 동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12-11 22:56:1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