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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제2-1차 천일결사 회향 수련 2일째 날입니다. 회향 수련에 참가한 대중 1200여 명은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비롯한 전국 으뜸절에서 다 함께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오전 7시 15분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조별 토론 시간을 갖기 전에 상임 천일준비위원회에서 토론 주제인 ‘우리가 만드는 지역 실천과 모둠 활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300일 특별정진위원장 유수 스님이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한 후, 또 다른 토론 주제인 ‘일상에서 불교대학 홍보하기’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토론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한 후 두 가지 주제 중 하나로 조별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곳곳에 흩어져서 1시간 30분 동안 집중 토론을 이어 갔습니다.

열띤 토론을 마치고 9시 30분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어서 법륜스님을 모시고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궁금함, 제안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네 명이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수행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자꾸 부담스럽고 미루게 된다는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서 전법 활동가로 활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행자답게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것보다는,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인지 수행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자꾸 미루게 됩니다. 수행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매번 ‘어떻게 하면 안 할 수 있을까?’부터 생각하고 핑계를 대곤 합니다. 특히 혼자 집에서 수행할 때는 동기 부여가 잘 안 됩니다. 옛날에 법당에 나와서 정진을 했을 때는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는데,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도 부담감이 커져서 계속 미루고,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미루고 부담스러워하는 습관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수행을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건 자기가 평생 살아오며 만들어진 습관이고, 불교적으로 말하면 ‘다생겁래(多生劫來)’의 업식이에요. 그런데 그런 오랜 습관을 ‘싹 바꾸겠다.’고 욕심내는 건 오히려 수행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욕심내지 말고 관점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첫 번째는, 하기 싫을 때 일단 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일어나기 싫을 때는 일단 일어나 보세요. 일어난 다음에 여전히 자고 싶으면 다시 자도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일어나 보면 다시 눕지 않게 돼요. 누워서 ‘일어나야 되는데…’ 하는 그 상태가 진짜 번뇌입니다. 수행은 '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넘어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고추밭에 상추가 나 있으면, 아무리 좋은 상추라도 그건 잡초입니다. 우리가 A를 하기로 했는데 B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지금 이 순간엔 망상일 뿐입니다.
싫은 마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일단 해 본다!’ 하는 자세를 가지세요.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무조건 ‘하는 쪽’으로 결정하세요. 줄까 말까 할 때는 무조건 줍니다. 갈까 말까 할 때는 무조건 갑니다. 절을 할까 말까 고민되면 무조건 먼저 몇 배라도 해보세요. 보통 해보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8배를 하기가 싫다면 일단 해보세요. 해보니 괜찮으면 계속하고, 정말 ‘이건 아니다.’ 싶으면 그다음에 멈춰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해보고 나면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러면 다음 날 하기 전에 싫은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그냥 하면 됩니다. 중요한 건 ‘하기 전에 판단하지 말고, 먼저 해본 후에 판단하라!’는 겁니다. 그게 수행의 자세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질문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스님의 말씀 마음 깊이 새기고 정진 잘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말하는 것을 보니 아직 안 되겠어요.” (웃음)

“하하, 네, 그냥 해보겠습니다. 말씀대로 그냥 하겠습니다!”
“그래요. 좋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담배꽁초 재떨이 의무화, 일회용품 규제 등 입법 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에코붓다 단체에서 이러한 입법 캠페인을 실현하려면 어떤 준비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정토회에서 수행 중심 문화 외에도 풍물패 같은 문화 소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행 공동체 안에서 문화 소모임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정토불교대학 재학 중 깨달음의장을 경험하면 경전에 대한 이해와 봉사 동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깨달음의 장 참여를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살·거사 등 성별·혼인 여부에 따른 호칭 대신 ‘님’으로 통일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정토회가 시대에 맞춰 평등한 호칭 문화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민 수행 앱 개발에 맞춰 온라인 전법과 커뮤니티 운영을 실험할 ‘온라인 특별지부’ 제안을 드립니다. 온라인 지부를 통해 정토회의 디지털 실험과 조직화를 추진해 보고 싶습니다.
더 이상 질문이 없자 즉문즉설 시간을 마치고 아침에 조별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토론 주제인 ‘우리가 만드는 지역 실천과 모둠 활동’과 ‘일상에서 불교대학 홍보하기’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발표될 때마다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지역 실천 모둠을 구성해서, SNS 홍보와 오프라인 봉사 활동을 함께 연계합시다. 줍깅, 하천 살리기, 환경 정화, 나눔 텃밭처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정기적으로 이어 가면 좋겠습니다.”
“템플스테이·반나절 체험 같은 가볍고 접근성 좋은 프로그램으로 불교대학을 알리고, 일반 시민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헌 옷을 재활용해 장바구니나 에코 수세미를 만들어 배포하면 어떨까요? 지구 살리기 운동과 연계해서 친환경 실천도 하고 자연스럽게 정토회 존재를 알릴 수 있어요.”
“지역 산책로에 나무·꽃 이름 안내판을 세우고, 그 아래에 스님의 희망 편지 한 줄과 정토불교대학 QR코드를 넣으면 어떨까요? 산책하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외에도 기존의 줍깅과 홍보물 나눠 주기 수준을 넘어서 창의적이고 시각적인 방식으로 지역 사회와 소통하려는 발상이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님은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메모했습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각 부서별로 잘 수렴해 나가기로 하고 11시 40분에 발표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제안한 내용들은 다 시도해 보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여러분 각자의 역량을 고려할 때 실제로 실현 가능한 것은 10% 정도밖에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정말 하고 싶다면 꼭 모둠 차원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실험해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어떤 활동을 하든 모둠원들의 승인은 꼭 받아야 한다는 점은 기억하셔야 합니다.
개인이 직접 해보겠다고 제안하고,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실험적으로 허용할 수 있습니다. 결과를 보며 수정할 부분은 수정해 가면 되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이런 제안들을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정토회는 일반적으로 어떤 제안을 하면, 그 제안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아끼는 분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깜빡 잊고 열심히 의견을 내주신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웃음)

그러니 이번에 제안하신 분들은 말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자신이 제안한 내용을 실험적으로라도 한번 실행해 보면 좋겠습니다. 모둠에서 받아들여지면 모둠이 함께 해보고, 모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개인이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실험을 통해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다양하게 실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각자 집에서 싸 온 반찬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 40분에 다시 한자리에 모여 1박 2일 동안의 회향 수련을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했습니다. 대중은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한 후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수행이며,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얻는 내면의 변화와 자신감이 진정한 자산임을 강조했습니다.

“1박 2일 동안 정진하시면서 불편을 잘 감수하셨습니까?”
“네!”

“우리는 정진을 시작하면서 ‘불편을 좀 감수하자!’, ‘어려움을 한 번 이겨 보자!’ 하는 마음으로 함께 출발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불편함을 겪어 보는 경험입니다. 그런 경험이 몇 번 쌓이면, 나중에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예전에도 해 봤으니 괜찮다.’ 하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 자신감, 그 여유가 바로 수행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일어나기 싫다.’, ‘출근 하기 싫다.’, ‘사람 만나기 싫다.’ 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하기 싫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누워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번뇌입니다. 생각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번뇌라면, 수행은 행동으로 뛰어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절을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몸이 무거워서 망설일 때, 일단 몇 배라도 해보는 겁니다. 절하기 전에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도 먼저 몇 번이라도 절을 해보면, 많은 경우 ‘그래, 잘했다.’ 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인해 다음 날에는 하기 전에 망설임이 와도, 그냥 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는 게 바로 수행의 자세입니다. 즉 하기 전에 판단하지 말고, 먼저 해본 후에 판단하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절이든, 봉사든, 삶의 어떤 일이든 더 이상 부담이나 의무가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 됩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이나 재물, 지위나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본래 나 혼자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분배되고 나눠질 수 있도록 주어진 것입니다. 지위가 높다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지위가 낮다면 인내심을 기르며 겸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는 게 많으면 남을 도울 수 있고, 모르면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이런 관점이 바로 수행적 관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려 들고, 남과 비교하며 ‘잘난 척’하려 듭니다. 또,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열등감에 빠지고, 남을 미워하거나 경계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혼란과 갈등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지구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구의 반지름이 약 4,500km 정도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대기층은 고작 10km 남짓이에요. 이걸 지구의 크기와 비교하면, 축구공에 코팅 한 겹 얇게 씌운 것과도 같은 수준입니다. 우리가 무한할 거라 생각하는 공기도 사실은 굉장히 제한적인 것이죠. 그런데 이 얇은 대기층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 기온 상승, 오염, 기후 위기 같은 것들이 지구 전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며 자랑하거나 부러워하는 것들, 키가 조금 더 크다거나, 재산이 좀 더 많다거나, 지위가 높다거나 하는 차이들도 사실 이 지구의 크기 앞에서는 너무나도 미미한 차이에 불과합니다. 키가 작아도 1미터, 커 봐야 2미터, 아무리 차이가 나도 1미터 남짓이고, 육체적 조건이나 외형의 차이도 기껏해야 10%, 많아야 20% 정도 차이밖에 안 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주 작은 차이를 가지고 열등감을 느끼거나, 교만해지거나, 서로를 부러워하거나 미워하기도 하죠.

특히 정신적인 재능이나 지식, 사회적 지위 같은 비물질적인 것들에서 오는 차이는 실제 혜택이나 영향력 면에서 수백 배, 수천 배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도 사실 알고 보면 우리가 나눌 수 있고, 함께 쓸 수 있는 것일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소유하고 과시하고, 서로를 비교하면서 살아갑니다. 결국 이런 차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생각이 문제인 겁니다.
만약 우리가 ‘많이 가졌다, 적게 가졌다’, ‘잘났다, 못났다’ 하는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는 평생 열등감과 비교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고통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생각을 바꾼다면, 삶은 훨씬 가벼워집니다. 자신감이 생기고,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위해, 어두운 곳을 밝히는 일, 즉 작은 선행, 나눔, 봉사 등을 행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토회 활동을 한다고 해서 억지로 희생하거나 죽을 각오로 하지는 마세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 또한 소중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자기 생명을 버리기 위해서 살지는 않습니다. 자신을 잃고 남만을 위해 살면, 나중에 후회와 배신의 감정이 생길 수 있고, 결국엔 자기에게 고통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정토회가 걸어온 지난 수십 년을 돌아보면 늘 쉽지 않았습니다. 시대적으로, 환경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순간 힘들었던 과정들이 지금의 정토회를 있게 했고, 우리 공동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3년의 천일결사도 그 성과가 숫자나 건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각자의 경험과 삶 속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산이며, 앞으로 나아갈 힘의 밑거름입니다. 이제 그 경험을 밑천 삼아 다음 천일을 향해 나아갑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이어서 법사단장인 선주 법사님의 마무리 말씀을 들은 후 사홍서원을 끝으로 제2-1차 천일결사 회향 수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지난 천일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천일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중은 조별로 모여서 마음 나누기를 한 후 사용한 장소를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내일 필리핀으로 출국하기 위해 짐을 쌌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밀린 업무들을 처리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부터 6일 동안,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JTS가 올해 새로 건립한 15개 학교 중 8곳에서 준공식이 열립니다.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인천 공항에 도착한 후 비행기를 타고 하루 종일 필리핀 민다나오를 향해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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