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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금산사 조실 도영 대종사의 원적 나흘째를 맞아 조문을 하고, 김장을 마친 공동체 대중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에 두북수련원을 출발하여 금산사로 향했습니다. 차로 3시간을 달려 오전 10시에 전북 김제시 금산면에 위치한 금산사에 도착했습니다.

도영 대종사는 스님과 친분이 깊은 도법 스님의 사형(師兄)입니다. 월주 대종사 문하에서 함께 출가해 수행의 길을 걸어온 도법 스님과 도영 대종사의 깊은 인연을 생각하며, 스님도 바쁜 일정 속에서도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스님은 금산사에 도착하여 도법 스님과 만나 인사를 나눈 후 함께 분향소가 차려진 처영문화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분향소를 참배하며 시대의 스승으로 한평생 전법의 길을 걸었던 도영 대종사의 수행 정신을 기렸습니다.



스님은 참석한 원로 스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도영 대종사는 금산사 주지와 김제 흥복사, 완주 송광사 주지 등을 역임했고 중앙 종회 의원과 총무원 교무부장, 제4대 조계종 포교원장을 지내며 종단 행정과 포교 체계를 정비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특히 50년 넘게 이어온 군 포교 활동은 도영 대종사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힙니다. 원로 스님들로부터 도영 대종사가 걸어온 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국보인 금산사 미륵전을 참배한 후 오층석탑을 비롯해 대장전 등 경내에 있는 전각들을 두루 참배한 후 금산사를 나왔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금산사를 출발하여 고속도로 위를 3시간 동안 달렸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휴게소에서 가락국수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3시 20분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한편 두북수련원에서는 오전 내내 공동체 대중이 김장을 마친 후 뒷정리를 했습니다. 한 팀은 마지막 남은 배추를 김치 양념에 버무려서 통에 담았습니다.


또 다른 팀은 사용한 선반, 도마, 식칼, 바구니, 쟁반, 그릇, 고무통을 모두 물로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시설팀은 창고에 있던 물건들을 모두 원래 있던 자리로 옮겼습니다.

설치한 팔레트와 풀장을 철거하고, 창고 안은 밀대로 깨끗하게 닦았습니다. 김치 양념이 묻은 고무장갑, 앞치마, 장화도 깨끗하게 빨아서 빨랫줄에 널었습니다. 뒷정리를 마치고 농사팀이 김장 준비를 하느라 바빠서 수확하지 못한 고추도 땄습니다.


지난 2박 3일 동안 모두가 협력하여 1000포기의 김장을 잘 마쳤습니다.

공동체 대중은 김치 냄새가 묻은 옷을 빨고 목욕을 한 후 오후 5시에 경주 시내에 위치한 식당에 모두 모였습니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며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수고한 공동체 대중을 위해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오랜만에 공동체 대중이 2박 3일 동안 김장 울력을 했습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다 좋았죠?”
“네!”

이어서 농사팀장 김은진 님이 앞으로 나와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틀 만에 1000포기의 김장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해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실은 김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 점도 함께 알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김장을 총괄한 정윤미 님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대중에게 무리가 되도록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짜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덕분에 빨리 김장을 끝마치기는 했지만, 일정을 공지할 때마다 졸이는 마음이었습니다. 일정을 잘 따라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어서 두북수련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묘당 법사님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올해는 가을 장마가 찾아와서 대부분의 농사가 제대로 안 됐습니다. 그러나 배추는 농사팀이 많은 노력을 해서 작년보다 더 잘 됐습니다. 쌀농사는 작년 수확량을 유지했고요. 특히 지난 여름이 너무 더워서 저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상근 활동가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봉사자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잘 평가해서 내년에는 더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스님은 농사팀을 모두 일으켜 세운 후 대중에게 큰 박수를 보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올해는 농사팀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말 수고가 많았어요. 모두 큰 박수를 보내 주세요.”


농사팀을 격려한 후 이어서 각 부서별로 나와서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이어 갔습니다. 먼저 처음 김장 울력에 참여해 본 청년붓다팀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김장 울력에 함께 해서 기쁘기도 했지만 힘들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실무자 분들과 법사님들이 힘든 순간에도 웃으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청년붓다팀이 신나는 율동을 보여 주며 재롱을 떨고 들어가자, 다음은 두북수련원을 23년째 지키고 있는 화광 법사님이 앞으로 나와 소감을 말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서 농사가 많이 어렵습니다. 소수의 인원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인데 농사가 굴러가는 이유는 수많은 봉사자들 덕분인 것 같아요. 이번에도 김장하기 전에 봉사자 300여 명이 와서 준비해 주었습니다. 밥도 한 끼 주지 않는데 각자 도시락 싸와서 일을 해주고 가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여러분도 고생했지만, 수많은 봉사자들이 사전 작업을 해주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화광 법사님은 노래 ‘멍텅구리’를 신명나게 불러 주었습니다.
이어서 불사팀, 영상미디어팀, 스님의 하루팀, 평화재단, JTS, 출판팀, 사료편찬팀, 국제협력팀, 재산관리부, 비서실, 연수원, 법사단까지 차례대로 일어나서 소개한 후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모두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것으로 김장 울력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저녁 예불 시간이 다가와서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10분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한 후 곧바로 저녁 예불을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은 활동하면서 생긴 어려움이나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누구든지 대화 나눠 보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하시기 바랍니다.”
두 시간 동안 다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JTS의 홍보 담당자인데 홍보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앞으로 JTS 홍보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궁금합니다. 저는 공동체에 들어오기 전에 영상 광고 분야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홍보라는 것 자체가 광고하는 일이고, 광고는 좀 과대광고를 해야 사람들이 보고 ‘이런 것이구나.’ 하고 관심을 가지거든요. 예를 들어, 오메가 3가 눈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과대광고를 해야 사람들이 현혹되어서 구매를 하게 되는데요. JTS는 그런 과대광고는커녕 광고를 아예 안 하잖아요.
가령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다른 NGO 단체들은 좀 더 후원금이 많이 들어올 것 같은 튀르키예로 갔다면, JTS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시리아로 가서 지원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JTS의 이런 점을 포인트로 잡아서 광고하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JTS는 소비주의를 지양하는 단체라는 점이 광고와는 좀 상충하는 것 같습니다. JTS는 홍보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우리는 단순히 평화 운동이나 구호 활동,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란, 세상의 문제에 대해 시비하지 않고 내 마음이 불편할 때 그 원인을 남에게서 찾지 않고 내 문제로 돌이켜 보는 사람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내가 화가 난 것은 내 안의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이를 합리화하지 않는 것이 수행적 관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비록 현실에서 완벽히 되지 않더라도 그 방향을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많지 않고, 자기 욕구가 적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겪는 고뇌의 대부분은 ‘뭘 먹어야 한다.’, ‘뭘 입어야 한다.’, ‘어떻게 자야 한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자기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욕구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지면 남는 에너지를 타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수행자의 관점입니다. 먹는 것을 줄여 배고픈 사람을 돕고, 입는 것을 절약해 헐벗은 사람을 돕는다는 정신이지요.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힘드니 도와 달라.’는 관점이지만, 욕구를 조절할 수 있다면 남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줄어들고 오히려 남을 도울 여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봉사를 하자는 것입니다. 늘 그러지는 못하더라도 이러한 원칙을 지향하며 살아 보기 위해 우리가 함께 모여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이 알아주든 말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 일을 알리면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알리는 것입니다. 홍보를 잘해서 돈을 모으자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래서 JTS는 처음부터 ‘우리가 좋은 일을 하니 돈을 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인도에 처음 학교를 지을 때도 성지 순례를 안내하고 그 이익금으로 학교를 세웠습니다. 정토회를 시작할 때도 ‘새로운 불교 운동을 하니 기부해 달라!’고 광고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몇몇 사람이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사무실 임대료를 내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며 후원이 늘어나자 더 이상 밖에서 돈을 벌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것만 해도 저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JTS 성금은 남을 돕는 데 필요한 돈은 써도 되지만, 자기 욕구 충족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JTS의 재정 기준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런 관점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사업 홍보를 위해 유료 광고를 하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원칙을 지켜오던 중, 최근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좋은 일을 세상에 알리면 사람들도 감동할 것이고, 더 널리 확산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JTS 32주년 사진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JTS가 하는 일을 알리는 것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다른 단체가 벤치마킹하거나, 모금이나 봉사 참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서 활동을 확산하기 위한 것이지, 돈을 모으기 위한 목적은 아닙니다.
일반 자선 단체는 직원 월급과 사무실 운영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금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금이 되어야 사업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토회는 초창기부터 대중의 성금을 활동비로 쓰지 않았습니다. 법사님들이 대중을 인솔하고 인도 성지 순례를 갈 때도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기 비행기 값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JTS 사업이 시작되고 성장해 온 방식임을 먼저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JTS는 정토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자선 단체이기 때문에 많은 정토회 회원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기부도 있지만, 정토회 회원들의 기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토회가 확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JTS의 모금도 함께 늘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우리는 아주 절약하고 아껴 쓰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금이 부족해서 사업을 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굳이 광고를 통해 기부금을 모으지 않아도 됩니다. 돈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돈을 모으는 데 너무 초점을 두고 홍보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좋은 활동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널리 알리면 됩니다. 모금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요. JTS의 활동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합니다. 즉, 사람들에게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선전 광고’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익 광고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식으로 광고를 해도 되지 않을까요? 공익 광고는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잖아요.”
"공익 광고는 주로 이미지 중심의 광고이지만 JTS의 홍보는 그 성격과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이미지만으로는 JTS의 사업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JTS가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에 학교를 세웠을 때 스님이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준공식에 참여한 내용이 ‘스님의하루’를 통해 계속 소개되었습니다. ‘스님의하루’를 보는 사람은 하루에 15,000명에서 30,000명 정도인데, 그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후원에 참여했습니다. 실제로 사업에 투입된 금액보다 나중에 모금된 금액이 더 많았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학교 준공식 내용이 소개되었을 때도 많은 금액이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이처럼 홍보를 전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 내용을 알림으로써 감동이 자연스럽게 기부로 이어지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백일법문을 진행했을 때도 감동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보시를 했고, 정토회는 그 보시금의 대부분을 JTS로 보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해 달라는 대중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금에 너무 초점을 맞춘 광고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광고를 한다면 일반 광고와는 성격을 좀 다르게 해야 합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배고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심을 가져 봅시다.’, ‘JTS가 이런 사업을 했더니 아이들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간접적인 홍보는 가능하겠죠. 직접 기부를 요청하지는 않지만, 감동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됩니다. 모금을 위한 광고보다는 실제 활동 내용을 알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봤을 때도 ‘내가 어려우니 도와 주세요.’ 하는 것은 수행자의 태도가 아닙니다. 반면에 ‘이 사람이 어려우니 함께 도와 줍시다!’ 하는 말은 해도 됩니다. 또 ‘우리는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서 그것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이 스스로 돕겠다고 나서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종종 ‘즉문즉설은 공짜가 아니라 후불제다.’ 하고 농담을 하곤 하잖아요. 대부분의 종교가 선불제라면, 우리는 감동을 한 사람들이 나중에 보시하는 후불제 방식, 즉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JTS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돈을 모으기 위한 홍보가 아니라 사업을 알리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JTS의 활동을 알린다는 관점에서, 그리고 비자본주의적 홍보 방식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홍보물을 잘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중국 교포인데 건강 보험료가 너무 많이 나와서 큰 부담입니다. 정토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메이카에 긴급 구호 활동을 하고 엊그제 귀국했습니다. JTS가 앞으로 중남미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성격이 기분파이고, 명상을 할 때도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일상적으로 감정 조절을 잘하려면 어떤 연습을 해야 하나요?
스님이 해외에 강연을 가실 때 저도 촬영 소임으로 같이 따라가면 안 될까요? 저도 해외에 가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안 된다고만 하니까 답답합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평소 자신을 괴롭혀온 습관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스님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최근에 치과를 방문했는데, 평소 이를 악물고 긴장하는 습관 때문에 치아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일상에서 스스로 관찰해 보니, 일을 할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턱에 힘이 자주 들어가며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때도 이를 악문 채 이야기하고, 특히 잠잘 때도 이를 악물고 잡니다. 심지어 혼자 있을 때도 이런 습관이 지속되다 보니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명상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시도해 보고 있지만, 명상 중에도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이런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명상 중에도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명상을 잘해 보려는 ‘용쓰는 마음’ 때문입니다. 명상을 잘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 긴장 상태를 더 강화하게 됩니다. 그래서 명상할 때는 항상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긴장을 풀어야 합니다. 요즘 뉴스를 보니 한강에서 ‘멍 때리기 대회’라는 걸 하더군요. 수행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긴장을 푸는 데는 멍 때리기도 도움이 됩니다. 멍하게 있다는 것은 알아차림이 없기 때문에 수행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명상할 때는 알아차리려고 억지로 애쓰지 말고, 긴장하지 않는 것에 더 집중해 보세요. ‘어떤 일을 하든 편안하게 하고 긴장하지 않는다.’는 말을 명심문처럼 반복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증상이 심하다면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긴장이 심하니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전문가와 상담해 보고, 아주 미량의 안정제를 복용해 보는 것을 고려하셔도 됩니다. 안정제는 신경과민 상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졸릴 수 있습니다. 채소 중에도 안정제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음식이 있으니, 긴장을 완화하는 음식을 찾아 섭취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면, 첫째, 정신적으로는 긴장을 알아차릴 때마다 의도적으로 풀어주는 연습을 하고, 둘째, 육체적으로는 긴장을 완화하는 약이나 음식을 활용해 보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노력을 병행하면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현대인 대부분은 긴장을 많이 합니다. 핵심은 ‘잘 보이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남을 의식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됩니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지만,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긴장이 되죠. 마찬가지로 남의 시선을 받는 순간 긴장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그런 상황을 피하려 하지 말고 반복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남 앞에서 말할 때 떨린다고 발표를 피하지 말고, 오히려 자꾸 나와서 말해 보는 겁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뇌는 자동화하고 습관화합니다. 처음 뱀을 만질 때는 극도로 긴장하지만, 계속 만지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긴장되는 상황을 자발적으로 반복 연습하면 점점 자연스러워집니다. 억지로 이를 악물고 버티면 오히려 더 큰 긴장을 일으키지만, 스스로 선택해 연습할 때는 긴장이 줄어듭니다.”
“지금 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데, 약 때문에 졸려서 주변에서는 반틈이라고 놀립니다. 그래서 약을 끊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병의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긴장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깨어 있는 것을 우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긴장 때문에 이가 부서질 정도이거나, 잠자는 동안 이를 갈 정도라면 낮에 졸리는 한이 있어도 치료가 우선입니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긴장 장애가 있는 경우 약을 처방 받으면 함께 생활하는 대중에게 미리 알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약을 복용하고 있어 낮에 졸릴 수 있다고 말하면, 회의 도중에 너무 졸려 잠시 방에서 쉬겠다고 해도 도반들이 이해합니다. 약을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는 건 문제지만, 증상 완화를 위해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낮 시간에 참을 수 없이 잠드는 기면증 같은 병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잠이 부족한 것과는 다릅니다. 이런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함께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하는 일이 객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일이 적어도 힘든 이유는 생활 리듬을 몸 상태에 맞게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산다면 피곤할 때 쉬고, 괜찮을 때 늦게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동체 생활에서는 몸이 아파도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고, 낮에 졸려도 일을 해야 합니다. 개인의 상태에 맞게 조절할 수 없고 주어진 조건에 몸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죠. 평소에는 괜찮다가 몸이 아픈 날 행사나 울력이 겹치면 병이 생기는 겁니다. 공동체 생활에도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각자 마음대로 하면 질서가 무너져 버립니다. 그래서 전체가 모였을 때 개인의 상태를 솔직히 공유해야 합니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고, 당분간 대중에게 양해를 구하며 생활하는 겁니다. 회복되면 다시 정상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고요. 긴장이 많이 된다면 마음을 가볍게 내는 연습을 하세요. 그래도 몸이 정말 힘들다면 솔직히 말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대화를 마친 후 스님은 12월 말에 예정된 열흘 간의 가정 주간을 앞두고 공동체 대중이 이 기간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지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에는 삼무(三無) 원칙이 있습니다. 삼무 원칙이란 휴일 없음, 휴가 없음, 월급 없음을 의미합니다. 휴일이 없다는 것은 토요일과 일요일처럼 따로 쉬는 날이 없다는 뜻이고, 휴가가 없다는 것은 일 년에 정해진 며칠의 휴가가 없다는 뜻입니다. 월급이 없다는 것은 인건비 개념으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이 곧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정토회는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원칙을 유지해 왔습니다. 초창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시절 정토회 활동가들은 대부분 대학생일 때 사회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집을 떠나 다양한 현장에서 헌신하며 살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스님들보다 더한 출가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함께 모여 활동했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문제, 사유 재산을 가지지 않는 문제 등에 일부 이견이 있었어도, ‘집을 떠난다’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모두 세상을 위해 자신을 던지고 살아온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활동가가 휴일이나 휴가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들의 연세가 높아지고, 명절에 잠시 집에 들렀다 오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수행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부모님의 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절하기보다 약간의 소통을 통해 은혜를 되새기자는 취지로 명절에 잠시 다녀오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가 이틀이 되고, 결국 사회적 분위기에 맞추어 3일 정도 집에 다녀오는 것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또 휴가 없이 지내다 보니 배움의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정토회 내에서 명상 수련을 하기는 하지만, 10일 집중 코스에 들어가 수행해 보는 시간은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단체를 견학해 경험을 확장하거나, 연로한 부모님을 모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선방도 3개월 정진 후 일정 기간 동안 해제 시간이 있는 것처럼, 정토회도 3년에 한 번 열흘 정도 ‘가정 주간’을 갖기로 한 것입니다. 휴가라는 표현 대신 ‘가정 주간’ 또는 ‘개인 정비 기간’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간을 여행 계획을 세워 놀러 다니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수행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출가한 스님들이 해제 기간이라고 여행을 다니며 세속 사람들처럼 지낸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겠습니까. 어디에 있든 수행자의 기풍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출가 수행자이지만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이번 기간에 부모님을 시봉하고 오겠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가정 주간을 보내야 합니다. 법사님들 역시 이 시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그동안 미뤄두었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데 씁니다.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셨거나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면 ‘저는 도량을 지키겠습니다.’ 하면 됩니다. ‘휴가니까 마음대로 놀다 들어오면 된다.’ 하는 생각은 원래 출가 정신과 크게 어긋납니다. 가정 주간은 휴가가 아니라 수행과 봉사를 위한 개인 정비 기간입니다. 그러니 여행이나 관광 계획을 세우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수행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스스로 돌아보고 계획을 수정해야 합니다.”

스님이 강조한 정토회 활동 원칙과 가정 주간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질문을 받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후 밤 10시가 되어 대화 시간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서울로 보낼 배추를 트럭에 싣고, 고추 따기 울력을 한 뒤 경주 남산으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모두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고, 스님은 부산으로 이동해 ‘행복한 대화’ 아홉 번째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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