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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법륜스님의 북미 동부 순회강연 중 세 번째 강연이 캐나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Toronto)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숙소에서 108배와 기도를 하고 간단히 요기를 한 후 토론토로 떠나기 위해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출발에 앞서 2일간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고 운전 봉사를 한 유정희 김명호 님 부부에게 스님은 영국에서 새로 출판된 책 『행복』을 선물하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하였습니다.
오전 6시에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하고 짐을 부친 다음에 제이슨 님을 만나 토론토행 탑승 게이트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비행기가 20분 정도 연착하여 7시 48분에 이륙했습니다.
오전 9시에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오늘 강연 담당을 맡고 있는 강미정 님과 운전 봉사를 하러 온 박진동 님이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공항을 출발하여 10시 30분에 오늘 숙소인 정연희 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정연희 님 가족이 오랜만에 토론토를 방문한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오후 1시에 영어 통역 강연이 있기 때문에 이른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니 자메이카에 거주하는 윤경숙 해외 지회장이 남편인 김진욱 님과 함께 휴가를 내어 왔다고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두 분은 삼배를 한 후 스님과 잠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12시가 되어 장형원 님이 운전 봉사를 하여 오늘 강연이 열리는 토론토 대학교로 출발하였습니다.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일요일이라 학생들이 올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학교에는 예상보다 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토론토 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정토회원 안선영 님이 작년부터 종교학과 김시내 교수와 함께 의논하여 법륜스님을 초청해 보자고 하면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토론토 대학교는 종교학과의 규모가 크고 특히 로버트 H. N. 호 패밀리 재단(The Robert H. N. Ho Family Foundation)에서 후원하는 불교학과 프로그램이 있으며 명상과 뇌 과학 등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호 패밀리 재단 센터 소장 김승중 교수도 강연장 섭외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로버트 H. N. 호 패밀리 재단(The Robert H. N. Ho Family Foundation)은 2005년 홍콩에서 설립된 자선 재단으로, 불교 연구와 확산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스탠포드, 하버드, 토론토, 브리티시 컬럼비아 등 여러 대학에 불교학 센터, 교수직,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학문적 기반을 강화해 왔습니다. 그리고 불교 온라인 저널 부디스트도어 글로벌(Buddhistdoor Global)을 운영하며 학계와 대중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린 곳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세인트 조지 캠퍼스에 있는 윌리엄 두 강당(William Doo Auditorium)입니다. 이 강당은 학생들과 지역 시민들이 학문과 문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강연과 토론회,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대기실에 있으니 정토담마스쿨 학생과 졸업생 두 분이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정토회를 알고 정토담마스쿨에 다닌 후에 얼마나 인생이 행복해졌는지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매주 영상으로만 만나는 스님과 통역을 해주는 제이슨 님을 실물로 직접 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하였습니다.
오후 1시,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과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참가자들이 큰 박수로 스님을 반겼습니다. 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이다 보니 젊은 학생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봉사자를 포함해 약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즉문즉설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과 대화하려는 것을 한국말로 ‘즉문즉설’이라고 합니다. 질문할 때도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고, 대답도 미리 준비 없이 즉석에서 하는 것입니다. 즉문즉설은 어떤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제는 여러분이 선정합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강사가 주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강연 내용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주제이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12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성공과 부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여전히 공허함을 느낀다고 하면서 질투와 후회, 비교하는 마음이 괴로움의 원인일 때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When I was a young student, I wanted to become a successful man. But I began to ask myself: What does it really mean to be successful, powerful, and wealthy? Now I have a job, yet I still feel depressed and empty. Could you suggest a way to overcome this?
My second question is about emotions. I know you teach us not to be jealous, but how can I deal with jealousy when it arises? Another emotion I struggle with is regret. For example, when I was searching for a place to live, by the time I made up my mind, the place was already taken, and I felt a lot of regret. How can I handle this kind of disappointment? And finally, I know you often say that comparing mindset causes suffering, but it’s not easy to stop comparing. How can I work with this tendency?”
(제가 학생일 때는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공, 권력, 부, 그것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직업도 있지만 여전히 우울하고 공허함을 느낍니다. 이런 마음을 극복할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질문은 감정에 관한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우리에게 질투하지 말라고 가르쳐 주시지만, 막상 질투가 올라올 때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또 제가 힘들어하는 감정은 후회입니다. 예를 들어 집을 구할 때, 마음을 정했을 때는 이미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버려서 큰 후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실망감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님께서는 비교하는 마음이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비교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향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집을 구할 때 조건이 좋으면서도 값이 더 싼 집을 구하고 싶으면 집을 많이 보고 다녀야 합니다. 즉 돈이 부족하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괜찮다 싶은 집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느끼기 때문에 그 집은 빨리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심리는 다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조급하면 값을 비싸게 치를 가능성이 높고, 값을 싸게 구하려다 보면 집을 구할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이 조건 안에서 질문자가 적절히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특별히 싸다 싶으면 신속하게 계약해야 하고, 더 싼 집을 구하고 싶으면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집을 빨리 구해야 한다면 돈을 조금 더 지불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팔 때도 마찬가지예요. 빨리 팔고 싶으면 싸게 내놓으면 됩니다. 반대로 값을 많이 받고 싶으면 더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돈을 더 주고도 급하게 구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야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집을 싸게 사고 싶은데 시간도 절약하고 싶고, 또한 비싸게 팔고 싶으면서 시간도 절약하고 싶어서 고민합니다. 이것을 욕심이라고 합니다. 만약 제가 집을 싸게 사고 싶다면, 저는 집을 50채 정도는 볼 것 같습니다. 그래야 대략의 시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뿐만 아니라 다음에 집을 구할 때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질문자는 원하던 집이 나가 버려서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지 만약에 그 집이 남아 있었다면 선뜻 결정하지 못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 집이 남아 있으면 또 다른 집을 더 볼 테니까요. 한국의 옛말에 ‘남의 밥에 든 콩이 더 굵어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잃어버리고 나면 아쉬워지는 거예요. 이런 원리 속에서 적절하게 선택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서, 질문자는 공허하다고 했는데요. 왜 공허할까요? 다람쥐가 알밤을 줍다가 저녁에 잘 때 공허하다고 느낄까요? 소가 저녁에 잘 때 공허하다고 느낄까요? 공허하다는 것은 무언가를 채우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예요. 그것 또한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욕심이 없다면 저녁에는 그냥 피곤해서 자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일어나서 일을 합니다. 질문자가 공허하다고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뭔가 추구하는 것이 있다는 의미이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것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런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혼자라서가 아니고, ‘내가 지금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구나.’ 하고 자신을 진단해야 합니다.”
“I agree with what you’re saying. Earlier, I asked you about jealousy. We live in a capitalistic society where everything seems to be about comparison. For example, if I see a friend driving a sports car, I can’t help but feel jealous. As an ordinary person, unlike you, how can we find a healthy balance?”
(말씀하신 것에 동의합니다. 아까 저는 질투에 대해 질문드렸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어서 모든 것이 비교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스포츠카를 몰고 있는 것을 보면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생깁니다. 스님과 같은 분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할까요?)
“시기와 질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질투가 일어나면 ‘아, 내가 질투를 하네.’ 하고 다만 알아차리면 됩니다. 질투하는 것이 자신에게 효과적이라면 질투를 하면 됩니다. 약간의 질투나 부러움은 사람에게 용기나 활력을 불어넣을 때도 있습니다. ‘질투는 좋다.’, ‘질투는 나쁘다.’ 이렇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질투가 나쁘게 작용할 때도 있고, 좋게 작용할 때도 있습니다. 비교하는 것이 좋게 작용할 때도 있고, 나쁘게 작용할 때도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길을 가다가 다리가 아파서 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계속 걸어가고 있는 걸 보았다고 해봅시다. ‘저 사람은 무거운 짐까지 들고 걸어가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앉아 있을 수 있나? 걸어가자!’ 하며 일어날 수 있겠죠. 비교를 했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게 되는 거예요. 저는 여러분에게 비교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비교를 함으로써 그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그런 비교는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Thank you so much.”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계속되는 실패와 좌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친구와 가족에게 도움을 받고 살아 가고 있는데 어떻게 독립할 수 있을까요?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슬픔이 꼭 필요할까요? 고통을 겪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나요?
암을 작년에 발견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행복해지려고 노력합니다. 불행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저의 카르마가 저의 불행을 만들었을까요?
전쟁이나 배고픔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가자 지역의 아이들도 자신의 카르마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 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다른 젊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요? 지금은 아직도 남성주의 사회인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과 만나게 되면 그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어떻게 화내지 않고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가족, 애인, 친구들을 죽음으로 잃을 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데 이런 스트레스와 불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
항암 치료를 하는 간호사입니다. 죽음을 많이 접하다 보니 너무 힘듭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줄 수 있을까요?
더 질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다음 강연 장소로 이동해야 해서 아쉽지만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회를 한 후 호 패밀리 재단 센터 김승중 소장이 토론토 대학교 굿즈를 준비했다고 하면서 스님과 통역 봉사를 한 제이슨 님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스님도 오늘 강연을 준비하고 초청해 준 김시내, 김승중, 안선영 세 분의 교수께 스님이 사인한 저서를 선물했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서 봉사자들도 청년 전법과 세계 전법을 동시에 해냈다며 다들 기뻐하였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 촬영을 한 후 이번 강연을 총괄한 박옥숙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을 선물하였습니다.
봉사자들은 뒷정리를 한 후 묘덕 법사님과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또 참석하고 싶습니다. 부정적인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는 요즘 사회에서 이렇게 긍정적인 일이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어떤 일이든 나 혼자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라는 것을 실감하는 기회였습니다.”
스님은 옆 건물로 이동하여 종교학과 김시내 교수, 호 센터 김승중 소장, 동아시아학과 안선영 교수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세 분의 교수는 스님의 토론토 대학교 방문에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종종 방문하여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특히 다음에는 주중에 방문하여 뇌 과학, 명상 등을 연구하는 교수들과의 만남도 가져 보자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친 후 오후 4시에 다음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교민을 위한 강연이 열린 곳은 토론토 노스욕(North York)에 위치한 카디널 카터 예술학교(Cardinal Carter Academy for the Arts)입니다. 스님이 강연장에 도착하자 봉사자들이 주차장에서부터 스님에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봉사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5시가 되자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면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젊은 참가자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25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제가 듣기로 캐나다와 미국이 관세 때문에 갈등이 있어서 살기가 좀 빡빡하다는데, 여러분에게 큰 문제는 없습니까?”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도 요즘 관세 때문에 겉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미국과 약간 갈등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한미 정상회담 때 조금 비굴하게 굴어서 잘 넘어간 것 같은데 내용적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갈등 요인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지금 세계가 많이 시끄럽습니다. 영국에 갔더니 지하철 파업으로 공항에서 강연장까지 세 시간이나 걸렸고요. 프랑스에 갔을 때는 총리가 불신임을 당하고 곳곳에서 데모가 일어나서 난리가 났어요. 이스탄불에 갔더니 대법원이 야당 해산 명령을 내려서 데모가 일어났고, 강연을 하긴 했는데 그 영향으로 사람들이 아주 적게 왔어요. 자카르타에서도 강연 일정을 잡았는데 데모가 너무 심해 집회를 못 하게 해서 결국 강연을 취소해야 했습니다. 이렇듯 세계 곳곳이 지금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일상을 살아야 하고, 그 일상을 괴로움 없이 살아야 합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평소보다 속도감 있게 두 시간 동안 15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내의 말투로 인한 반복되는 갈등과 싸움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며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한두 달에 한 번씩 말투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게 되어 괴롭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오랜 시간 부부로 지내다 보니 특정 말투나 화내는 어투가 거슬릴 때가 있어요. ‘뭐 어쩌라고?’, ‘뭘 봐!’ 이런 말을 들으면 머리카락이 곤두서기도 하고, 왜 그렇게 듣기 싫은지 모르겠습니다.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 보았지만, 말할 때뿐입니다. 점점 더 참고 넘기기가 힘들고 흘려보내기가 어렵습니다. 한 번은 제가 밖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왜 먹던 것을 버리지도 않고 설거지도 하지 않고 그냥 나갔어?’라고 짜증 섞인 음성으로 기분 나쁘게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치우고 나왔는데, 아내는 왜 나한테 이런 연락을 해서 화를 내는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전화를 받으면 하던 일에 집중도 안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부부 싸움을 할 때 보면 서로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하면서 제 의견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할 말이 있으면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조심스럽게 표현을 하거든요. 그런데 아내는 제 얘기는 들어주지 않고 제 언행에 대한 불평 불만을 먼저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상대의 의견에 대해 반박하고 지적하고 비난만 하다 보니 갈등은 점점 커지게 되고, 결국에는 제 목소리도 커지면서 이판사판 해 보자는 식으로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 보여 주지 말아야 하는 모습을 보이고 나면 후회가 되고 괴롭습니다. 아내와의 갈등이 마음의 상처가 되면서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싶은 자괴감과 회의감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제가 언행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화를 참는 방법과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알고 싶어서 질문을 드립니다.”
“질문자의 이야기를 죽 들어 보니 스님 앞에서 ‘우리 결혼했어요.’, ‘우리 잘 살고 있어요.’ 하며 자랑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혼자 사는 입장에서 보면 싸우더라도 결혼하고 사는 게 좋아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싸우면서 그냥 사시면 됩니다.”
“이제는 싸우고 나면 괴롭습니다. 그게 좀 싫습니다.”
“왜 괴로울까요? 한두 번 싸워 본 것도 아니고 살면서 벌써 수십 번은 싸웠을 텐데요. 그럼 이제 적응될 만도 한데요.”
“아내를 대할 때마다 마음에서 불편함이 올라오는 거예요. ‘아, 또 싸우네.’, ‘이제는 지겹다.’ 하면서요.”
“그런데 나를 고치는 게 쉬울까요? 남을 고치는 게 쉬울까요?”
“나를 고치는 게 더 쉬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같이 사는데 한 사람은 ‘너무 덥다.’라고 하고, 한 사람은 ‘너무 춥다.’라고 하면서 방안 온도 문제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합시다. 아내는 에어컨 온도를 27도로 조정하자고 하고, 남편은 23도로 조정하자고 합니다. 이렇게 의견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사실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 즉 상대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어, 그래. 27도로 하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에요. 그렇다면 제일 어려운 방법은 뭘까요? 내가 원하는 대로 23도로 하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상대를 나한테 맞추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우리 모두는 제일 어려운 길을 선택합니다. 제일 어려운 길을 가려면 뭐가 있어야 할까요? 바로 힘이 있어야 합니다. 돈이 있든지, 권력이 있든지, 상대를 강제할 힘이 있어야 상대를 강제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세상은 강제적인 힘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부지간은 그렇게 잘 될 수가 없습니다. 나를 바꾸는 제일 쉬운 길을 놔두고 항상 제일 어려운 길을 선택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간의 길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25도로 타협하는 겁니다. 나도 조금 양보하고, 상대도 조금 양보하면 되겠지요. 그런데 그것도 역시 상대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상대와 타협을 시도했는데도 안 될 때는 이제 돈이 조금 들어요. 바로 각 방 쓰기를 하는 겁니다. 각자 방에서 27도와 23도로 에어컨을 맞춰 놓고 살다가 일이 있을 때만 가끔 만나는 거예요. 꼭 타협을 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질문자는 자신을 바꾸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하려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아내가 하자는 대로 ‘알았어, 그렇게 할게.’ 하면 됩니다. 아내가 전화로 ‘왜 설거지 안 했어?’ 하면 미안하다고 하면 되고, ‘다음에 나갈 때는 똑똑히 해!’ 하면 알았다고 하면 됩니다. 물론 다음에 내가 바쁘면 그냥 나갈 수도 있지요. 아내가 또 전화로 ‘당신, 설거지한다고 해 놓고 왜 안 했어?’ 하면 ‘미안해. 깜빡 잊어버렸어.’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넘어가면 됩니다. 그러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아내가 ‘어쩌라고!’ 하면 ‘글쎄, 나도 모르겠네.’ 이러면 되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약간 ‘좀생이’인 것 같아요. 결혼해서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생기게 마련인데, 이 정도 일에는 웃으면서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합니다.
나이 들어서 머리가 희끗해지면 어지간한 일은 무조건 아내 말을 듣는 게 현명한 대처법입니다. 특히 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무조건 아내의 말을 듣는 게 좋습니다. 결혼해서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여보, 당신 말대로 할게.’ 이렇게 말하세요. 아내가 또 뭐라고 하면 ‘그렇게 해 보자!’라고 말하세요. 물론 내 고집대로 하고 싶은 것은 그냥 해버려도 괜찮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노예도 아닌데 아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또 아내가 문제 제기를 하면 ‘미안해. 내가 깜빡했네.’ 이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넘기면 됩니다. 결혼도 안 해본 스님도 이렇게 가볍게 넘기면 되는 것을 아는데, 질문자는 그것도 모르면서 결혼은 왜 하셨어요? 그것도 몰라서 어떻게 결혼 생활을 해요?”
“결혼하기 전에는 이럴 줄 몰랐습니다.”
“결혼 전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결혼해서 이제껏 살아 봤으면 그 정도는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야죠. 그런 일은 큰 문제가 아니에요. 그러나 부부 싸움은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 보니 아내와 말다툼하는 것 말고 다른 일은 문제없이 괜찮다는 것 같아요. 다 나쁘면 살기 어렵겠지요. 그러니 그런 정도는 그냥 웃고 넘어가세요. 오늘부터는 ‘당신은 왕입니다.’, ‘당신 말이 다 맞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세요.”
“그런데 화가 올라오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화는 올라올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화가 올라왔는데 ‘어떻게 화를 참을 것인가?’, ‘어떻게 화를 다스릴 것인가?’ 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솥 밑에 불을 때면서 ‘물이 끓는데 어떻게 식힐 수 있을까요?’ 하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찬물 한 바가지를 붓게 되면 잠깐은 괜찮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 있으면 또 끓게 됩니다. 이럴 때는 솥 밑에 있는 불을 확 빼 버려야 합니다. 불을 확 빼는 것이 바로 무조건 ‘당신 말이 맞네. 그렇게 할게.’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요.”
“옳다, 그르다 따지지 말고 오늘부터 무조건 그냥 해보세요. ‘이해는 되는데요...’ 이런 말도 하지 말고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선택하는 거예요. 질문자도 아내와 오래 살아 봐서 잘 알고 있겠지만, ‘아내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성질은 좀 바꾸기가 어렵겠다.’ 이렇게 판단이 된다면 그냥 ‘내가 맞춰줘야지.’ 하고 입장을 정리하세요. 도저히 아내에게 맞추기는 싫은가요?”
“한번 해 보겠습니다.”
“입에서 ‘예’라는 말이 잘 안 나오지요. 진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자꾸 ‘예’ 하다 보면 이것보다 쉬운 게 없습니다. 아내가 뭐라고 하면 길게 말하지 말고 무조건 ‘예, 죄송합니다.’ 이렇게 가볍게 얘기하면 됩니다. 아내가 ‘이거 하세요!’ 하면 ‘예’ 하는 겁니다. 내가 다른 일이 있다면 그냥 나가면 됩니다. 그러면 아내가 ‘왜 안 했어요?’ 하겠지요. 그러면 ‘아이고, 미안합니다. 제가 깜빡했네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이렇게 약간 유머 있게 생활해 보세요. 부부가 같이 살면서 고지식하게 말투까지 하나하나 따지면서 살면 매일 싸우느라 시끄러워서 살기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마치고 대학과 대학원을 북미에서 다녔는데 해외에서 장기적으로 살기로 한 사람으로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애정일까요? 오지랖일까요?
워킹 홀리데이로 캐나다에 와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나이가 있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가벼운 대화를 이끌어 가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 됩니다.
아이를 낳아서 힘든 세상을 살게 하는 것이 옳은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이를 위해 좋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생이 귀가 잘 안 들려서 세상을 사는 데 제약이 많은데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까요?
사람을 만날 때 MBTI 같은 성향을 먼저 아는 게 좋을까요? 천천히 성향을 파악하는 게 좋을까요?
침대에 자신을 던져 달라는 세 살 아이와 아이를 던지는 남편 중 누구에게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야 할까요?
고통을 그냥 견디면서 살아야 할지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인도 성지 순례를 가고 싶은데 캐나다에서 가는 게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한국으로 가서 경찰이 되고 싶은데 박봉이라 나중에 아이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못하게 되면 아이들이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요?
매사에 자신감이 없이 살아 왔는데 최근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계속 갈등이 생깁니다.
아내와 서로 기분 나쁜 말투를 던지다 보면 큰 싸움으로 이어져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것 같고, 이후에도 계속 화가 납니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민을 와서 힘들게 살아서인지 남편이 의견을 얘기하면 부정적으로 답변하여 남편의 사기를 너무 꺾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교민들을 위해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먼 곳에 와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이 ‘살기가 어렵다’ 이렇게 말씀하셔도 이만큼 사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으면 못 살 것 같아요. 모두 잘 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왕 여기서 살기로 했으면 행복하게 사는 게 좋겠지요. 부모가 이민을 결정해서 따라온 사람도 있고, 내가 스스로 왔을 수도 있고, 남을 따라서 온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서 살기로 했다면 선택을 누가 했든지 더 이상 남 탓하지 말고 내 인생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사는 게 필요합니다. 살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우리는 모두 한국으로 돌아갈 '쥐구멍'이 있잖아요. 저도 스님으로 살다가 싫어지면 머리 기르고 절을 나가면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가볍게 살아 가시기 바랍니다. 너무 무겁게 인생의 짐을 짊어지지 말고 좀 가볍게 생활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괴로움 없이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줄을 길게 서서 사인을 받고자 했습니다. 사인을 받는 동안 대부분이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강연 총괄을 맡은 강미정 님에게는 스님이 사인한 저서를 선물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묘덕 법사님, 법해 법사님과 함께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사자들은 봉사를 통해 자신이 더 행복했다는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행복학교를 졸업하고 대면 활동이 없었는데 스님의 강연에 봉사자로 참석하여 많은 분들을 만나뵙게 되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작년에 봉사하면서 만났던 분들을 1년 만에 다시 만나 함께 봉사하니 참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봉사하겠습니다. “
"한국분들과는 거의 교류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정토회 덕분에 제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
저녁 8시에 숙소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한국과 소통하며 업무를 한 후 내일 일정에 대해 논의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워싱턴 D.C.로 이동하여 하루 종일 미국 싱크탱크, 정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북미 관계 개선 방안과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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