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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전법회원들이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서로 공유하고 수행적 관점을 잡는 전법회원 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전법회원 법회를 하기 위해 두북수련원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부터 공동체 법사단과 1차 천일결사를 마무리하는 12월 회향 수련과 가정의 날 주간에 어떤 자세로 보내야 할지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가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전법회원 모두가 화상 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격변하는 시대적 흐름을 이야기한 후 이 속에서도 수행과 책임 있는 실천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11월도 어느덧 중순에 접어들었습니다. 올가을은 유난히 가을비가 자주 내려 추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난 한 주간은 날씨가 맑아 대부분의 들녘에서 수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큰일은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있을 김장입니다. 들판에 곡식이나 채소로 남아 있는 것은 이제 무나 배추 정도입니다. 이곳 두북에서도 추수가 모두 끝났고, 오늘은 갓 수확한 햅쌀을 찧어 아침에 맛을 보았습니다. 벼를 벤 논에는 봄 작물을 심고 있는데, 이 지역은 가축을 많이 키우는 곳이라 늦었지만 가축 사료로 쓸 호밀 등 봄 작물을 부지런히 심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레쯤이면 겨울의 기운을 미리 느낄 수 있을 만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수능 시험 날이면 날씨가 매우 추웠던 기억이 많은데, 올해는 반대로 수능 기간에는 날씨가 조금 풀릴 거라고 하네요.
지난 3일 동안은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청년들에게 희망의 기운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 ‘청년 페스타’를 개최했습니다. 몇 달 동안 청년 활동가들이 열심히 준비했고, 정토회 회원들께서도 식당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해 주신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름의 소중한 성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평가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 결과는 청년특별지부에서 별도로 보고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청년 활동가들은 물론 정토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봉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난 10월 말과 11월 초에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가 열렸습니다. 행사가 원만히 진행되어 대한민국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한층 높아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긴장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11월 초에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재개되었고, 이에 대응하듯 북한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긴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아직은 안정을 말하기 어려운 국면입니다. 이번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었더라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현재의 긴장 상태는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미국과 북한 양측을 향한 설득이 이어진다면, 내년 봄에는 한반도에도 해빙의 분위기가 찾아오고 남북 간의 긴장도 한층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전법회원 여러분께서는 지구 환경 보호와 가난한 이웃을 돕는 등 사회를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이와 함께 수행자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가자 지구 역시 평화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폭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 미얀마의 내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긴장 등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 질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양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희망의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지방 선거에서는 세 곳의 지방 자치 단체장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주지사 선거와 뉴욕 시장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습니다. 특히 뉴욕 시장 선거에서는 무슬림 이민자 출신의 30대 젊은이가 인구 천만의 뉴욕시 시장으로 당선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지금 우리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나빠지는 것만은 아니며,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솟아오르기도 합니다. 동시에 희망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그에 대한 역풍 또한 함께 일어나는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인공지능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직업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동시에 빠른 기술 발전은 사회 전반에 걸쳐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따뜻함 속에 추위가 찾아오는 법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겨울의 혹한이 심해지는 현상처럼, 지금 우리는 많은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현재의 순간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더 긴 호흡으로 역사적 전환기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역사의 전환기는 과거에 머무르려는 이들에게는 혼란의 시기일 수 있지만,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안정되어 있을 때는 기존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환경이지만, 사회가 흔들릴 때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기도 합니다.
이런 격변의 시기일수록 우리는 두 가지 관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임을 자각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행의 관점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사회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 흐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그 속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키우고 확산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더라도, 그 안에서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희망을 품은 실천 활동가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삶 속에서 더 큰 보람과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지금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조선 말기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가 극심하던 시절에도 새로운 개혁을 꿈꾸던 이들이 있었고, 일제 강점기에도 독립의 꿈을 품은 많은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절대 빈곤에 처했던 시절, 우리는 ‘한번 잘 살아 보자!’ 하는 희망으로 산업화에 도전했고, 군사 독재의 억압 속에서도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염원하며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구어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외부 여건이 지나치게 나빠서 절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많은 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에너지가 부족한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어려움 앞에서 주춤거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갈 내적 힘을 기르기 위해, 자기 수행에 더욱 정진해야 합니다.
천일결사도 이제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잘 마무리하며 정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이야기를 들어 보니,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병을 얻어 쉬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사무처장님을 비롯해 국장님, 팀장님, 지회장님들 모두 각자 건강을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마음 공부와 마찬가지로 건강 또한 스스로 조절하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천일준비위원회에서 다음 3년을 기획할 때는 두 가지를 특히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회원들과 활동가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그들의 수행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각 개인 역시 자신의 건강과 정진을 균형 있게 챙겨 나가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건강과 수행 두 측면을 함께 충족시켜 나가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전법회원들이 그동안 활동을 하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최근 경주 APEC 회의에서 거론된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승인 문제를 들며, 이를 불자로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안보 강화와 평화의 가치가 맞부딪힐 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지난 APEC 한미 정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도 이에 대응해 국방력을 높일 수 있는 대단한 성과라고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또한 불자로서 핵무기가 고도화되어 긴장이 고조되고 그로 인해 전쟁이 날 수 있어서 걱정되는 마음도 듭니다. 불자이자 국민으로서 이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할지 질문드립니다.”

“질문자는 두 가지 소속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불자’라는 소속감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소속감입니다.
먼저, 불자로서의 소속감이라면 국가를 초월해야 합니다. 한국이냐 일본이냐 중국이냐 베트남이냐 하는 구분을 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불자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입장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에 제한된 소속감을 지니고 이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통령도 ‘국익 우선’의 외교를 추구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바로 국가주의입니다.
개개인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가족의 이익을 우선하죠. 나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이해 충돌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이웃과의 관계는 어떨까요? 부부가 한마음이 되어 하나의 이익 공동체가 된다면,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이웃과 충돌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컨대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 감정에서 보듯이, 자기 지역의 이익을 우선하면 ‘우리 지역에 공장을 유치하겠다.’, ‘우리 지역에 교통을 더 편하게 하겠다.’는 식의 지역 이기주의가 나타납니다. 그다음 단계는 우리 국가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국익 중심주의입니다.

이상적으로 보면, 나의 이익을 내려놓고 너의 이익도, 내 가족의 이익을 버리고 이웃의 이익도, 우리 지역의 이익을 버리고 이웃 지역의 이익도, 우리나라의 이익을 버리고 이웃 나라의 이익도 함께 추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불교의 가르침이기도 하고,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부분 나의 이익, 우리 가족의 이익, 우리 지역의 이익,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합니다. 이러한 현실이 갈등을 불러오고, 그 갈등이 전쟁이나 큰 분쟁으로 번지면 이익을 추구한 것이 오히려 손해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야말로 보편주의가 더 중요해집니다.
보편주의적 관점에서는 군대도, 분쟁도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분쟁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 방어를 해야 하고, 가족을 책임져야 하며, 나라를 지켜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승려라면 보편적 입장을 더 우위에 두어야 합니다. 같은 불자라 하더라도 재가 신자는 보편적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지역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재가 신자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태국에서는 승려가 되면 투표권이 없고, 시민권이 제한됩니다. 그래서 태국에는 ‘남자·여자·승려’라는 세 종류의 국민이 존재합니다. 승려는 정당에도 관여하지 않고, 군대도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위치가 보편적 이익을 중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승려가 되면 국민으로서 국가의 이익을 따를 필요가 없도록 규정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승려도 군대에 가야 하죠. 군대에 가지 않으면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한국 스님들이 군대에 간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합니다. ‘스님이 어떻게 총을 들 수 있느냐?’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는 사명 대사가 임진왜란 때 일본과 싸운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동남아 스님들에게는 ‘승려가 싸운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소속감을 동시에 가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님 개인은 보편적 이익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스님이 국민에게 말할 때에는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즉, 스님 개인은 핵 추진 잠수함을 반대할 수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핵 추진 잠수함이 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른바 ‘K‑방산’이라 불리는 무기 산업에서 미사일과 탱크 등 우수한 무기를 만들어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저는 K‑드라마나 K‑팝은 자랑거리일 수 있지만, K‑방산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면 조용히 해야지, 떠벌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보편적 이익과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랑하는 태도는 자제해야 합니다. 만약 스님이 고기를 먹고 싶다면 조용히 먹으면 되지 ‘이번에 갈비를 먹었다.’라고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집과 차가 얼마나 좋은지를 자랑하지만, 출가한 승려가 보석이나 돈, 차를 자랑하는 것을 저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승려가 어떠한 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다만 승려가 무엇을 가지려 한다면 조용히 가지면 되지 그것을 떠벌리고 자랑할 일은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K‑방산 역시 자랑할 일이 아니에요. 국가의 이익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면,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벌면 되지 굳이 무기를 만들어서 돈을 벌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소속감이 서로 상충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자 ‘우리도 만들자!’ 하는 여론이 들끓지요. 하지만 국제적 상황, 특히 '핵 확산 금지 조약(NPT)'을 보면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 형편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도 북한처럼 굶어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손을 놓을 수는 없으니, 국가적 입장에서는 정말 필요하다면 핵을 만들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제가 그것을 찬성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가 많고 핵 기술이 뛰어나지만, 핵 재처리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으니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합니다. 모든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해야 하고, 사용한 연료는 프랑스에 보내 재처리해서 다시 들여와야 합니다. 미국은 남북한의 긴장 때문에 우리가 핵 재처리 능력을 갖추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여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과 핵 재처리에 관해 교섭 중입니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핵 재처리를 합니다.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핵 기술 보유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나눌 수 있다고 보고 허용을 고려한 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 중입니다. 러시아의 노후 잠수함을 분해해 연구하고 있어요. 우리는 핵무기를 잠수함에 싣자는 것이 아닙니다. 잠수함이 바닷속에 조용히 오래 머무르기 위해 디젤 엔진 대신 소형 원자로 추진력을 사용하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허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잠수함 자체는 우리가 만들 수 있지만, 추진력을 소형 원자로로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호주의 경우 프랑스산 디젤 잠수함 수주가 거의 이루어졌지만, 미국·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허용하면서 수주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소형 핵 원자로를 만들어 연료로 사용하게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은 조선업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잠수함을 만들려면 한국 기술자가 미국에 가든가 한국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허용을 대가로 미국 내에서 배를 만들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잠수함을 만들려면 도크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비용이 매우 큽니다. 현실적으로는 한국에서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두고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핵 추진 잠수함이 허용되지 않던 상황에서 허용될 가능성이 조금 열린 상황입니다.
안보적·기술적 측면에서는 핵 재처리 및 핵 추진 잠수함 허용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안보를 중시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군비 경쟁과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도 지니고 있습니다. 남한이 재래식 무기에 강해지면 북한은 핵무기를 더 만들고, 남한이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든다면 북한도 더욱 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서로가 위협을 느끼며 안전을 확보하려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만을 본다면 안보를 강화하는 셈이지만, 우리와 북한·일본·중국까지 포함해서 보면 동아시아 군비 경쟁을 격화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처럼 장점과 단점이 함께 존재합니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관점에서 보면, 긴장과 군비 경쟁은 피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족한 안보를 보완하고 군사적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측면을 함께 인식하고 이 사안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딱 갈라서 찬반을 나눌 일이 아닙니다. 평화 운동이나 환경 운동처럼 인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은 반대할 것이고, 국가적 이익을 중시하는 이들은 이를 요구하고 추진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찬성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말로는 ‘진보’와 ‘보수’가 존재하지만 실제 정치 세력은 모두 보수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보편 가치를 앞세우는 정치 세력은 거의 없으며, 보수 정당 안에서 ‘진보·보수’로 나눠 경쟁하고 있을 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조차도 군비 확장 면에서는 보수적 정당이라 볼 수 있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 어느 위치에 설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의하루 유튜브 채널에 영어 더빙을 넣어 서비스를 하면 외국인 전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해외지부와 국제지부를 섞어 활동하며 교류를 넓히는 것이 가능할까요?
포살에서 말하는 ‘잘못’의 범위가 일상적 실수까지 포함되는지 궁금합니다. 작은 실수나 아쉬운 행동도 참회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수업 중 한 학생이 폭력적 상상을 말해 반 학생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이 학생의 수업 참여를 당장 제한해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마친 후 전법회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오랜 벗들을 맞이했습니다.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 금강정사 회주 지홍 스님, (사)세상과함께 수경 스님이 두북수련원을 찾아오신 것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오후 내내 대화를 나누다가 4시에 경주 남산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산책은 삼릉 숲 아래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번에는 골짜기로 올라갔는데, 오늘은 삼릉에서 포석정까지 둘레길을 걸어봅시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경애왕릉과 삼릉을 지나 망월사로 향했습니다.


망월사를 지나 삼불사에 이르자 길섶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붉게 물든 나뭇잎들 사이로 햇살이 반짝였습니다. 그 아래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단풍길을 올라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을 참배했습니다. 세 부처님 위로 가을 햇살이 은은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삼불사를 나와 저수지를 지났습니다. 해가 산 너머로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지마 왕릉을 지나 약 40분 만에 포석정에 도착했습니다. 포석정은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신라 귀족들이 흐르는 물에 잔을 띄우고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기던 자리를 둘러보았습니다.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 잠시 머물렀다가 조용히 자리를 나섰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 두북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도착 후 저녁 식사를 하고 밤늦도록 한국 불교의 미래와 한국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일 오전에는 운문사, 석남사, 내원사를 참배하고, 저녁에는 베트남에서 온 청년들과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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