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7.5. INEB 사무총장 미팅, 두북수련원으로 이동
“딸과 자꾸 부딪히는데,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INEB(참여불교국제연대) 정토회 방문단이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고, INEB 사무총장 무(Moo) 님과 평가 회의 및 앞으로의 연대 사업 계획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8시부터 접견실에서 INEB 사무총장 무(Moo) 님과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스님은 무(Moo) 님에게 스님의 새 책 『혁명가 붓다 』 영문판을 선물했습니다.

먼저 무(Moo) 님이 스님과 논의하고 싶은 안건을 이야기했습니다.

“올해 11월에 부탄에서 INEB과 부탄 GNH 센터가 공동 주관으로 콘퍼런스를 여는데, 스님께서 기조 발제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일정이 이미 꽉 차 있습니다.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시간이 안 되네요.”

“알겠습니다. 스님께서 얼마나 바쁘신지 이해합니다. 현재 JTS가 부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1년간 시범 사업을 마치고, 지난 6월에 본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집 없는 사람에게는 집을 지어 주고, 집 내부가 열악한 사람은 수리를 해 주고, 물이 부족한 마을에는 상수도를 놓고, 마을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을 포장하고, 농수로를 놓고, 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차가 다니는 길은 부분적으로 포장하고, 이렇게 기본적인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눈이 안 보이거나 귀가 안 들리는 노인들을 치료하고, 학교 시설을 보수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노동은 마을 주민들이 하고, 필요한 자재는 JTS가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기간은 3년입니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부탄 공무원들과 워크숍도 진행했습니다.

사업의 방향도 잡혔고, 예산도 확보했는데, 부탄 공무원들이 어느 정도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사람들이 실패할지 성공할지 질문을 하길래 제가 ‘실패란 없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부탄 공무원들이 예산을 모두 사용하면 성공이 될 것이고, 예산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면 사업은 진행되지 못하지만 돈은 그만큼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님께서 부탄 공무원들을 교육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영상 속에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잘 드러나 있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방콕에 JTS 센터를 짓는 문제, 이재명 정부의 남북 관계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햇수로 10년째에 접어든 INEB 정토회 방문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Moo) 님이 질문하자 스님이 답변했습니다.

“INEB 정토회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스님들과 여성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다가 따로 참여하도록 분리하기도 해 봤는데요. 스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도움이 된다면 저는 기꺼이 계속할 생각입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저로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를 선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 실천 활동을 해보겠다는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큰 도움이 되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참여한 경우에는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배우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에게는 분명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됩니다.

스님들과 여성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니까 동남아의 문화적인 이유 때문에 여성 활동가들은 거의 발언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성 활동가만 따로 모아서 하니까 훨씬 관계가 평등해서 자유롭게 발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스님들과 여성 활동가들은 분리해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10주년 기념으로 그동안 참여했던 분들 중에 사회 활동을 계속하는 사람들만 모아서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다들 훨씬 좋았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4년 간은 새로운 사람들을 초청하여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5년마다 한 번씩은 한 번 다녀간 사람들 중에 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다시 초청하고, 이렇게 진행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한국 불교와 동남아 불교 간의 교류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INEB 스터디 투어 참가자들 간의 협력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미얀마에 인도적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주제로 4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두북으로 내려가서 더 이야기를 나눕시다.”

함께 지하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4시간을 달려 오후 5시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무(Moo) 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밤에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무(Moo) 님과 함께 천전리, 반구대 암각화에 다녀온 후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속가 형님의 병환이 위중하다고 하여 병문안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27일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딸과 자꾸 부딪히는데,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우리 집에는 상전 같은 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대학원 세무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어릴 때는 제가 엄격하게 키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딸은 키가 170cm나 되고 체격도 크고 힘도 셉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머리도 좋고, 고집도 세며 예민하고, 말도 아주 논리적으로 잘합니다. 남편도 딸을 무서워할 정도예요. 어제도 딸과 싸웠습니다. 딸은 제가 박사 과정까지 뒷바라지해 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이것저것 요구도 당연하게 합니다. 딸이 저와 너무 똑같아서 자꾸 부딪히는 것 같아요. 이런 카르마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그런 질문은 너무 막연해요. ‘어떻게 하면 제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어떻게 하면 남편하고 안 싸우는지 가르쳐 주세요.’ 이런 막연한 얘기는 하나 마나예요.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예요?”

“딸이 저보고 ‘엄마, 내 방에서 나가줘.’ 그러면 저는 ‘내 집에서 나가서 너 혼자 독립해!’라고 하는데, 딸이 집에서 나가지를 않습니다. 다음 날이 되면 딸이 또 사랑스러워서 원하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다 해주게 됩니다. 이렇게 제 마음이 약해서 같은 상황이 자꾸 반복됩니다. 어떻게 하면 딸과 마음을 맞춰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싸웠다가 해 줬다가 반복하면서 살 팔자네요. 그냥 그렇게 살면 됩니다. 달리 길이 없어요. 딸이 ‘내 방에서 나가줘.’ 하면 ‘알았다’하고 나오면 되죠, 그러면 안 싸우잖아요. 그런데 왜 딸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해요? ”

“딸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는 게 힘들어서요.”

“그럼 경제적으로 지원을 안 해주면 되잖아요.”

“제가 안 해주면 남편이 꼭 해주라고 하고, 또 몰래 딸을 도와줘요. 딸 뒤에는 늘 남편이 있어요.”

“그럼, 남편하고 이혼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남편을 많이 사랑합니다.”

“그러니 이것은 딸의 문제도 아니고, 남편의 문제도 아니고, 본인의 문제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딸과 남편을 탓하면 해결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사는 게 싫다면 딸이 방에서 나가 달라고 하면 ‘그래’ 하고 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은 해주지 않으면 돼요. 이렇게 본인이 스스로 정리를 하면 되지, 딸을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딸을 문제 삼으면, 지금처럼 지지고 볶고 사는 과보를 받습니다. 그 과보를 받기 싫으면, 관계를 외면하라는 게 아니라, 딸이 하자고 하는 건 그냥 하고, 딸이 요구하지 않은 것을 미리 챙겨서 해줄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지금 질문자는 방에서 나가라는 말은 듣지 않고, 음식은 해 달라고 안 해도 해주니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건 무슨 방법이 없어요. 지지고 볶고 살 수밖에 없어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무튼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요.”

“네. 괴롭게 사세요. 여기 독약이 든 음식이 있는데 ‘이거 먹고 싶습니다.’라고 했을 때 ‘독이 들었습니다.’ 하고 누가 알려주면 그 음식을 먹어야 할까요? 안 먹어야 할까요?”

“안 먹어야겠지요.”

“그런데 ‘먹고 싶어 죽겠는데요.’ 하면 스님은 ‘먹고 죽어라.’ 이렇게 말해요. 지금 질문자는 그렇게 계속 고집하니까 먹고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제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나가서 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키운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배가 너무 너무 고프니까 독 든 음식을 조금만 먹으면 안 되느냐는 질문은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배가 고픈 건 본인 사정이고, 그 음식을 먹으면 내가 죽어요. 딸과 안 싸우려면 딸이 하자는 대로 하고, 딸이 요구하지 않는 것은 해주지 않고 편하게 살면 돼요. 남편이 뭐라고 하면 ‘네’하고 대답만 하고 안 해주면 돼요. 이 문제는 마치 누에가 자기 배에서 나온 실로 고치를 짓고 그 속에 갇혀 있듯이, 질문자 본인이 스스로 이 괴로움을 만드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살면 계속 괴롭습니다. 정말 괴롭기 싫으면 자꾸 변명을 하면 안 돼요. 딸이 집에서 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 무엇 때문에 자꾸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를 해요?”

“독립할 나이가 되었어요.”

“독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독립을 안 하는 걸 어떡해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질문자는 이제 굿을 할 수밖에 없어요. ‘굿을 하면 딸이 나간다.’ 이렇게 누가 말하거든 돈이 많이 들더라도 믿고 한번 해 보세요.”

“굿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딸과 같이 살면서 가능하면 간섭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계를 조절하면 문제의 절반은 해결이 돼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4

0/200

최연주

INEB스닌들께서 고국으로 돌아가셧군요 마지막인사를 못드려 죄송함니다 다음에 꼭 다시한번 만나뵙기를 기원함니다
나무 불
나무 법
나무 승🙏

2025-07-08 08:34:57

견오행

늘 함께 합니다.감사합니다.()()()

2025-07-08 08:11:01

길상화

감사합니다

2025-07-08 07:49:08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