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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두북수련원에서 농사일을 했습니다.
5월의 끝자락,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아침, 스님은 새벽 수행을 마친 후 비옷을 챙겨 입고 텃밭으로 나가 부추와 상추, 딸기를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채소와 딸기는 점심에 먹기 위해 깨끗이 씻어 두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막 한숨 돌리려는데, 묘당 법사님이 모내기 전 써레질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논으로 가 보았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부터 들렀습니다. 비닐하우스에는 봉사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농사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흙 묻은 손을 들어 인사하는 봉사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1동으로 가서 감자가 잘 자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포기를 조심스레 캐 보았습니다. 하얗게 살이 오른 감자가 흙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논으로 가보니 묘당 법사님이 트랙터로 논바닥을 평탄하게 고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논 가장자리에 서서 지켜보다가, 트랙터가 논둑 가까이 오자 인사를 건넸습니다.
비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향존 법사님이 제안했습니다.
“스님, 지금 옥수수 심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비에 촉촉해진 땅을 밟으며, 스님은 양삼을 심어 놓은 밭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양삼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아주 작은 싹이 움터 있었습니다.
양삼을 심어 놓은 고랑 옆 빈 땅에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를 피해 있던 새들이 빗속에서 울어 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습니다.
스님은 촉촉한 땅을 조심스레 파며 모종을 하나하나 정성껏 심어 나갔습니다. 조용하지만 빠른 손놀림으로 흐트러짐 없이 금세 밭 한 귀퉁이가 채워졌습니다.
모종을 다 심고, 남은 땅에는 옥수수 씨앗을 한 알 한 알 뿌렸습니다.
옥수수를 다 심고 돌아가는 길에 양파를 심어 놓은 비닐하우스에 들러 양파 수확 시기가 가까워졌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줄기가 누운 걸 보니 캘 때가 다 됐네요. 오후에 와서 캐야겠어요.”
개울가로 내려가 사용한 호미를 씻고 오전 울력을 마무리했습니다.
비 오는 날 옥수수 심기, 스님의 하루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4시부터는 청년특별지부와 정토회 사회활동위원회 활동가들이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모두 접속한 가운데 ‘청년 전법’을 주제로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주에 회의를 한 이후 청년특별지부에서 계획서 초안을 만들어 와서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안되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한 후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좀 더 연구해서 보완한 후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오후 5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니까 비닐하우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합시다.”
아침에 살펴보았던 양파 밭으로 향해 자색 양파와 흰 양파를 본격적으로 수확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양파가 거의 다 자라서 넘어진 것들이 많았습니다.
줄기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뽑아 땅 위에 길게 늘어 놓았습니다. 며칠 간 햇볕과 바람에 말린 후, 줄기째 엮어 걸어둘 예정입니다.
백일법문 기간 동안 시골에 자주 내려오지 못해 물을 잘 주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굵게 자란 양파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굵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넘어진 것만 전부 뽑아 놓고, 아직 서 있는 것은 조금 더 자라게 둡시다.”
하늘을 향해 바짝 서 있는 것들은 그대로 남겨 두고, 주변에 잡초를 깨끗하게 제거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입구와 가장자리에 자란 풀을 뽑은 후 농사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흙 내음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이제 마칩시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JTS 박지나 대표가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와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시리아 지원 계획에 대해 논의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병문안을 다녀온 후 오후에는 논과 밭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엊그제 금요 즉문즉설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제 개인적인 성향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요즘은 스님 법문을 들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하루 종일 그 내용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분석적으로 파고들게 됩니다. 또 좋아하거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저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고, 행동도 다소 집요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에 친구가 제게 너무 끈적거린다고 지적한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좀 더 담백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삭해지자!’ 하는 주문을 되뇌고 있습니다. 이 성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끈적거리면서 살아도 돼요. 그렇게 산다고 해서 큰 문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바삭하게 살고 싶다면, 끈적거리는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행동은 조절해야 합니다. 말을 조금 줄이고, 다가가고 싶어도 한 걸음 물러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요. 누군가는 끈끈한 걸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거리를 두는 걸 편하게 느껴요. 저도 너무 찐득하면 부담스러워서 거리를 두게 됩니다. 결국 찐득하든 바삭하든, 그것은 성향이고 취향입니다. 억지로 고치려 하기보다, 우선은 자기 모습을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물론 그 태도가 누군가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습니다. ‘야, 좀 찐득거리지 마. 껌딱지 같아.’ 이런 말을 듣게 되면, 그땐 한 번쯤 돌아보면 됩니다. 두 번 할 말을 한 번만 하고, 두 번 찾아갈 일을 한 번만 가세요. 말과 행동의 템포를 살짝 늦추는 것 만으로도 충분해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또 질문자가 요즘 생각이 많고 머릿속을 맴돌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많을 때는 잠을 자도 머릿속이 쉬지 못하고, 꿈도 자주 꾸게 됩니다. 물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현실보다 자기 생각 속에 빠져 살게 돼요. 말하자면 환상 속에 사는 거죠. 이럴 땐 정신과에 가서 한 번쯤 진료를 받아 보면 좋아요. 보통 사람들의 정신 상태는 정규 분포, 즉 포물선처럼 분포하는데, 내가 95% 범위 안에 속하는지를 확인해 보는 겁니다. 그 안에 들어오면, 그냥 생각이 많은 사람일 뿐이에요. ‘나는 남들과 좀 다른 편이구나.’ 하고 인정하고 살면 됩니다. 반대로 95% 밖으로 벗어난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병이라는 것도 원래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어떤 기준에서 크게 벗어났을 때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병이라고 진단이 내려졌다면 치료법이 있고, 그에 맞는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기준 안에 있다면 병이 아니라, 단지 성향이 뚜렷한 것이에요. 누구는 감성적이고, 누구는 이성적이잖아요. 감성이 지나치게 강하면 ‘정신적으로 약하다.’ 하는 말을 듣고, 이성이 너무 강하면 ‘감수성이 부족하다.’, ‘무디다.’ 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정상 분포 안에 있습니다. 그 안에서는 단지 어떤 성향이 더 강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사람 성격을 MBTI처럼 열여섯 가지로 나누거나,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성향이 너무 강해서 일상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특색일 뿐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지금의 성향을 부정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려는 데서 생깁니다. 이걸 욕심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솜으로 태어났는데 쇠가 되고 싶다고 하면 엄청난 노력과 스트레스가 따릅니다. 그리고 실제로 잘 되지도 않아요. 솜은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그걸 살리는 게 더 좋아요. 감성이 강하다면, 그 감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면 됩니다. 굳이 이성적인 사람처럼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요. 억지로 바꾸려 하면 더 힘들고, 고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떤 성향이 좋고 나쁘다는 기준도 없어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시면 삶이 훨씬 편해질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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