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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륜스님의 백일법문 75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봉사자들이 즉문즉설을 들으러 온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유튜브 생방송을 시작하고, 삼귀의와 수행문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대중 230여 명이 자리하고, 유튜브 생중계에는 340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스님은 최근 급변하는 대한민국의 정세를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외국 기자가 말하길,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합니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있고, 또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또 바뀌어 있어서 어지러워서 살기 힘들 정도였다는 거예요. 그렇게 한국에 있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니 재미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자기 나라는 너무 밋밋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외국인 눈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면 아주 다이내믹하고 변화무쌍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중국에 있는 한 조선족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뉴스만 보면 한국이 내일모레 곧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그러나 실제로는 망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신기하다고 해요. 중국처럼 통제된 사회에서 바라보면 역시 한국 사회는 매우 혼란스럽게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한국 사회를 어떻게 느끼고 계십니까? 매우 변화무쌍하니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습니까? 아니면 반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곧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듭니까?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웃음)
곧바로 질문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여덟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하고 나니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12시가 되어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대중과 함께 지하 1층 공양간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가 되어 국회로 향했습니다.
한반도 통일 운동의 원로들이 중심이 되어 발족한 남북평화회의에서 'K-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K-민주주의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남북평화회의 상임 대표 의장을 맡고 있는 이해학 목사께서 며칠 전 스님을 찾아와 이번 포럼의 축사를 요청했습니다.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도착하여 사회 원로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해학 목사님도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포럼이 시작됐습니다.
먼저 이해학 목사께서 개회사를 했습니다. 목사님은 12·3 내란 사태에 맞선 시민들의 민주주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해야 하는지 강조했습니다.
“K-민주주의는 세계 모든 인류가 함께 자신의 삶을 자신 있게 살아가는 사회를 바라는 것입니다. 지난 박근혜 퇴진 운동 때 일어난 촛불 혁명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은 악화한 남북 평화, 파탄 난 민생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이 무대에 올라 축사를 했습니다.
“현재 남북 관계는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휴전 협정을 맺은 이래 가장 긴장이 고조된 상태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모든 남북 간 합의를 폐기하고, 그동안 남한이 투자해서 만든 도로나 시설물을 전부 다 끊고 파괴했습니다. 더욱이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맺고 파병까지 하는 걸 보면, 앞으로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한 정부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도적 지원을 막거나 교류를 못 하게 한다면 우리는 남한 정부와 싸워서라도 어떻게 해보겠지만, 북한이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만나지도 않겠다고 하고, 교류도 하지 않겠다고 하니 남북 간에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를 어떻게 좀 풀어보자는 남북평화회의의 모임 취지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이런 시도가 쉽게 성공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지난 100년간 불가능에 도전해 왔고, 계속 실패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사건들을 하나하나 보면 다 실패한 것 같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한 발 한 발 성공으로 나아간 역사가 되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는 걸 반복하면서 결국 타게 되는 것처럼 우리 근현대사도 그런 실패의 과정을 거쳐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극단으로 치달은 현재의 남북 관계 속에서도 저는 좋은 점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경제 발전, K-민주주의, K-드라마 등을 내세우며 한류의 꽃이 피었다고 자랑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전쟁으로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우리의 발전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 중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평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평화 문제가 지금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것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남한이나 북한의 문제도 아니고, 우리 민족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합의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상황이 갖는 긍정적인 점도 있습니다. 첫째, 남북이 지금 서로 담 쌓고 안 보겠다고 하고 있지만, 서로 싸우지 않아 다행이라는 점입니다. 서로 교류하고 통일하자고 하면서도 맨날 싸우고 전쟁 위험이 컸던 과거보다, 대화는 없지만 서로 싸우지는 않는 지금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둘째,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맺으면서 한미 군사 동맹에 대한 힘의 균형이 맞추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한미 군사 동맹이 남북 간에 늘 논쟁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는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매우 큰 가운데 남북 간의 긴장이 매우 고조되었지만, 북한이 러시아 파병 문제에 신경을 쓰면서 오히려 덜 민감하게 대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상당히 나빠 보이지만 그 속에는 좋은 점도 함께 있는 것입니다.
국제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기존의 질서를 허물어뜨리고 있어 국제 질서에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 질서가 만들어지는 혼란기에는 이제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기존 질서 안에서는 북미 간 적대 정책으로 인해 평화 문제를 풀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또 우리나라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하면서 안으로는 굉장히 혼란스러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남북 관계 측면에서 보면 긴장이 완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세상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을 어려움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좋은 점을 헤아려서 잘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당시에는 늘 실패한 것 같았지만 길게 보면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계엄 사태도 저는 대한민국만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계엄을 그렇게 쉽게 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민주주의 제도에 취약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2시간 만에 그것을 해제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그런 사례를 찾기 힘든 긍정적인 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위험을 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성공하기 어려운 면모가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외의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해학 목사님을 비롯한 여러분께서 주도적으로 남북평화회의 모임을 여신 것은 마치 밖에는 눈이 덮여 있고 얼음이 얼어 있지만 땅속에서는 새싹이 움트듯이 우리에게 봄소식을 먼저 전해 주는 전령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이 기도가 일 년을 넘기지 않아 곧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보고 ‘이분들이 선구자였구나!’ 이런 얘기를 할 날이 곧 오리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번 남북평화회의 모임의 시작을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항상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 왔고, 그것을 이겨냈듯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꿋꿋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 하는 우리의 소망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토크 쇼를 이어 나갔습니다. 윤경로 전 한성대학교 총장의 사회로 문정인 전 문재인 정부 통일 안보 특보와 강창일 전 주일 대사, 도천수 남북평화회의 상임 대표가 참석해 ‘K-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북한의 통일 전략 변화와 우리의 대응’, ‘대한민국의 평화 통일 전망’ 등 다양한 주제로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스님은 사회 원로 분들이 토론하는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포럼을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국회를 나왔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돌아와 대중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지하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저물자 많은 시민들이 직장에서 퇴근해서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유튜브에 4900여 명이 접속하고 현장에서 17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하고 나서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여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부부가 함께 강연장에 와서 각자의 입장에서 질문하면서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26년째 시댁 옆에서 외로움을 견뎌온 아내와, 아내를 위해 애쓰지만 점점 멀어지는 관계에 답답함을 느끼는 남편, 두 사람은 어떻게 하면 서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평생 아들 바라기로 살고 계신 어머니와 누나 셋이 있는 남편과 26년째 시댁 옆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남편과 둘이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것이 소원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남편을 찾는 시어머니와 시누이들, 그리고 동네 친구들 때문에 남편과 있으면 제가 괜히 붙들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남편이 옆에 없어도 아이들을 보며 살았지만, 지금은 다 커서 독립해 나갔습니다.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뭔가에 몰두하려 해도 마음이 헛헛하고 외롭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은 모두 부산에 있고, 지금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남편 지인들입니다. 직장에서 사귄 사람들은 삶의 방식이나 생각이 달라서 마음을 터놓지 못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까이 있는 남편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남편은 연락이 오는 친구들이 많아서 제가 붙들고 있는 것 같고, 치사한 마음이 자꾸 듭니다. 남편이 저에게 돌아오려면 한참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기다리는 것이 치사하고 힘듭니다. 남편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저 혼자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여쭙고 싶습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첫째, 내 남편이니까 눈치 보지 말고 계속 붙들고 계세요. 남편이 답답해서 못 살겠다고 하고 난리를 피우면 그때 조금 놓아 주면 됩니다. 내가 미리 알아서 놔주는 건 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남편이 나하고 같이 있고 싶은지 다른 사람에게 가려고 하는지 모르는데 내가 미리 겁을 먹고 놔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아이들도 컸으니까 질문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됩니다.”
“놔주니까 자꾸 밖으로 돕니다.”
“그러니까요. ‘나랑 살려고 결혼한 거 아냐?’ 하면서 자꾸 잡아당기세요. ‘일주일에 하루는 함께 놀러 가야 된다.' 이렇게 하면서 계속 바가지를 긁으세요.” (웃음)
“오늘도 남편과 같이 즉문즉설을 들으러 왔거든요. 스님 말씀을 같이 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서요. 어디를 가자고 하면 잘 들어주기는 하는데, 같이 있어도 계속 남들이 찾으니까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건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병원에 가서 신경 안정제 처방을 받으세요.”
“병원에요?”
“주위 사람들이 남편에게 전화한다고 해서 질문자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것까지 남편 책임은 아니잖아요.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는 것에 질문자가 불안함을 느끼는 걸 남편이 어떻게 해결해요? 남편이 전화도 못 받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남편이 질문자에게 관심을 안 가져서가 아니라 질문자 스스로 뭔가 계속 부족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같이 대화를 해도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거죠. 실제로 시간을 내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돌아서면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것은 심리가 불안한 것입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드는 거예요.
처음에 질문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남편이 밖으로 돌아서 고민인가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더 들어 보니까 남편의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남편을 꼬드겨서 데려온 것을 보니 여기 와서 남편도 스님 말을 듣고 반성하기를 바라는 심보가 있는 것 같아요. 수행이란 나에게 맞게 남을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고쳐서 내가 편안해지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 즉문즉설은 무효입니다. 내가 시비하는 상대를 강연장에 데려오면 즉문즉설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남편도 같이 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에 혼자 와서 다시 질문하세요. 오늘은 무효입니다. 왜냐하면 남을 고치려고 하는 것은 수행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행은 남이야 어떻든 내가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비해서는 시댁에 간섭을 안 하려고 하는데요. 간섭을 안 해도 마음이 불편하고, 간섭을 해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해도 불편하고, 안 해도 불편하면, 자신의 문제예요? 시댁의 문제예요?”
“제 문제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잘 지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툭하면 계속 눈물이 나고, 말만 하면 슬픕니다.”
“질문자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병원에 가야 할 수준이네요. 초기 우울증 증상입니다. 갱년기 장애인 것 같아요. 병원에 한번 가서 검진을 해 보면 좋겠어요. 약이라는 게 별거 없습니다. 신경안정제만 조금 먹어도 괜찮아집니다.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니 외로움도 커지고, 그로 인해 우울한 증상이 생긴 것 같네요. 핵심은 심리 불안입니다. 남편 문제도 아니고, 시댁 문제도 아닌데, 심리 불안의 핑계를 남편과 시댁에 대는 겁니다. 남편이 효자이고, 시댁이 남편을 자주 찾는다는 바깥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근원은 심리 불안입니다. 아들과 엄마가 서로 좋아하는 게 나쁜 일입니까? 좋은 일입니다. 형제간에 우애가 좋아서 서로 전화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사실은 아무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에게 심리 불안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자각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가까이 있고 싶다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가만히 있는데 남편이 알아서 잘해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무언가를 바꾸려면 노력을 해야 됩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편이 누구예요? 손 들어 보세요.”
스님은 남편이 누구인지 확인한 후 남편에게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왜 결혼을 해서 아내를 저렇게 외롭게 둡니까?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면 좋겠어요?”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나름대로 아내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데요. 집사람이 여태까지는 강하게 잘 버티고 살아왔는데, 아이들이 다 커서 독립하고 나니까 갱년기가 지금 온 것 같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효자라고 했는데, 제 나름대로는 아내가 시댁에 신경을 덜 쓰게 하려고 제가 대신 가고 그랬습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도 가끔 찾아뵙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내가 계속 자기 할 도리를 못했다는 죄책감이 드나 봅니다. 아내에게 지금까지 잘했다고 말을 하는데도 갱년기라 그런 것 같습니다.”
“갱년기라서 그렇다면 그냥 놔두어야 할까요? 아내를 이해하고 따듯하게 돌봐줘야 할까요?”
“제가 집사람을 잘 돌보고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그럴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이해를 하다가도 아내의 짜증이 길어지면 저도 화를 내게 되니까요. 저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니까 저도 힘들더라고요.”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아내에게 잘해줄수록 더 요구한다는 말이네요. 아내는 남편을 놔줄수록 더 멀리 도망간다는 이야기고요.” (웃음)
“저는 그렇게 싸우면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그걸 감내하면서 집사람에게 더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럴수록 관계가 더 어려워집니다. 제가 밖에서 짜증이 나서 집에 돌아오면 집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게 더 힘이 듭니다. 그런데 취미 생활을 조금 하고 들어오면 집사람이 짜증 내는 걸 받아들이는 게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제가 할 말을 남편이 다 해주고 있네요. 그런데 남편도 반성을 할 부분이 있어요. 아내가 지금까지 잘 참았지만 요새는 못 참는다고 했는데, 참는 건 좋은 게 아닙니다. 참는 사람은 괴롭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병이 되거나 폭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잘 참았다고 칭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참을 것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남편의 말을 들어 보면, 집에 왔을 때 아내가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집에 들어오고 싶지가 않다는 겁니다. 남편이 밖으로 도는 게 아니라 아내가 남편을 밖으로 돌도록 밀어내는 거예요. 남편은 집사람의 스트레스를 받아낼 힘을 키우기 위해서 밖으로 돈다는 거거든요. 남편이 친구를 좋아하는 습관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집에 들어오면 뭔가 편치 않은 겁니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집니다. 짜증도 한두 번이지 일상이 되면 처음에는 괜찮지만 나중엔 지칩니다. 무의식적으로 집에 오기가 싫어집니다. 그래서 온갖 핑계를 대면서 안 만나도 될 사람을 만나고, 안 할 전화도 하면서 집에 안 들어갈 핑계를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자꾸 부부가 멀어지게 되는 거예요.
아내는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먹어야 하고, 자꾸 짜증 섞인 말을 하지 않아야 됩니다. 남편은 갱년기 증상이 있는 아내에게 더욱더 관심을 가져주는 게 필요합니다. 서로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님의 답변이 끝나고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남편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제가 아직 부족하구나 싶었습니다. 집사람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내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저도 마음을 잘 다스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모두가 큰 박수로 두 부부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아내와 남편 각각의 입장이 어떠한지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 풍성한 즉문즉설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진지한 성격이라서 종종 누군가 농담을 했을 때 못 알아듣습니다. 어떻게 하면 눈치 있게 농담을 잘 알아듣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표현을 잘 안 하다 보니 아내는 제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의구심을 갖습니다. 아내가 고민 상담을 할 때 공감 없이 해결책만 제시하다 보니 아내가 서운해합니다.
아기를 낳으면 3년 동안 엄마가 아기를 키우라고 스님께서 말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어떤 일이 생기나요?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집을 나가셔서 12살 차이 나는 남동생과 성인이 될 때까지 둘이 살았습니다. 서로 사이가 안 좋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불교 용어 중에 ‘무위’라는 것이 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사홍서원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백일법문 76일째 날입니다. 강연 일정이 없어서 하루 종일 실내에서 업무를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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