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01.24. 인도성지순례 4일째, 수자타 아카데미 30주년 개교기념식
“수자타 아카데미가 만든 30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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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수자타 아카데미 30주년 개교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과 JTS 스태프들은 먼저 길을 닦아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오늘 행사를 정성스레 준비했습니다.

순례단이 아침 식사를 하고 손님맞이를 위해 학교 주변을 청소하는 동안 스님은 게스트하우스 2층에서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수행법회 생방송

인도 시간으로는 동이 트기 전인 아침 6시 30분이었고,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10시 정각이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한국은 날씨가 많이 춥지요? 뉴스를 통해서 북극 한파가 남하해서 영하 15도를 밑도는 혹한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있는 인도 역시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이곳은 난방 장치가 없다 보니까 영상 5도만 되어도 혹한이 왔다고 말하는 곳입니다. 제가 인도를 드나들었던 지난 30여 년을 통틀어서 이번 기간이 가장 춥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춥습니다. 그렇지만 겨울이 어느 정도 지나간 시기이다 보니 오후에는 기온이 20도 이상 오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교차가 크니까 감기 환자도 여기저기 속출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한국보다 옷을 더 껴입어도 춥다고 느껴질 정도이고, 오후에는 햇볕이 강해서 얼굴이 벌겋게 익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잠식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어서 지난 주말에 으뜸절에서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주말마다 곳곳에서 봉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도성지순례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법회 때마다 조금씩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다음 법회 때부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사전에 두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수행법회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한편 30주년 개교기념식을 위해 많은 분들이 수자타 아카데미를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수행법회 방송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가 찾아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태국에서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창립자인 아쟌 술락 박사님도 오셨습니다. 스님은 술락 박사님에게 수자타 아카데미 곳곳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함께 JTS 홍보관을 둘러보며 인도 JTS의 역사도 설명해 드렸습니다.


유수 스님과 대중들은 행사를 하기에 앞서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봉사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고(故) 설성봉 님의 천도재를 진행했습니다.


1부, 30주년 개교기념식

9시 45분부터는 개교기념식 1부를 시작했습니다. 3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총 3부로 기획했습니다. 1부는 개교기념식, 2부는 기념 세미나, 3부는 기념 축제입니다. 1부 개교기념식은 내빈들이 축사를 하고, 학생들이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먼저 수자타 아카데미의 30년 발자취를 영상으로 보고 인도 JTS 이사장 쁘리야팔 스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비하르 관광부 장관 난드 키소르 님,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 총영사 송진화 님, 전 인도 비구 상가협회 주지 프리갸 딥 스님, INEB 창립자 아쟌 술락 박사님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사이사이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의 신나는 공연들도 곁들여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과 지난 30년 동안 수자타 아카데미를 위해 봉사했던 활동가가 올라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마스떼! 수자타 아카데미가 개교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금의 수자타 아카데미는 저절로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학교에 빠지지 않고 와준 학생 여러분,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주신 학부모 여러분, 학교에 많은 후원을 해주신 한국의 후원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처음 둥게스와리에 왔을 때 많은 아이들이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왜 구걸을 하느냐고 물으니 학교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마을 이장님이 수칸 만지 님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아이들이 구걸하는 문제에 대해 의논을 했습니다. 의논한 결과 학교를 짓기로 했습니다. 제가 마을 사람들에게 ‘당신 아이들이니까 당신들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하니 10명이 1명당 10가타를 보시했습니다. 또 마을의 청년만 모아 보니까 당시 학교에 다니는 청년이 두 명 있었습니다. 그 두 명이 학교를 짓기 전에 나무 밑에서 첫 번째 선생님을 했습니다. 바로 사텐다르 님과 가네스 님입니다.

그다음으로 보드가야에서 비나이 님과 나레스 님이 지원해 주었습니다. 인도 JTS 이사도 맡아주시고 꾸준히 후원도 해주셨습니다.

오늘 B.K. 버마 박사님이 참석을 못하셨는데, 이분은 학생들의 건강을 돌보고 지바카 병원이 세워지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30주년을 맞이해서 이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분들께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길을 가다가 젊은 청년이었던 수레스 님을 만났습니다. 수레스 님은 상카시아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 학교를 책임져 주면 어떻겠느냐’ 라고 제안하니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수레스 님이 초대 JTS 사무국장과 수자타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을 맡아주었습니다. 재임하는 동안 초등학교, 기숙사, 절을 지었습니다. 또 상카시아에서 많은 청년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왔습니다. 그때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는데 지금은 다 이렇게 나이가 들었어요. 수레스 님과 함께했던 청년 수바스 님은 지바카 병원을 지었습니다.

담마팔라 스님은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산스크리트어를 가르쳤습니다.

아자이 님은 이곳에서 5년간 봉사를 했습니다. 보드가야에서 온 청년들도 이곳에서 봉사를 많이 했습니다. 쁘레제스 님, 라비 님, 라케스 님도 이곳에서 봉사를 했습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수자타 아카데미와 지바카 병원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주법사님이 인도에 왔습니다. 두 번째 사무국장을 맡았고, 6년 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다음으로 여광법사님이 세 번째 사무국장을 맡았고 인도에서 10년 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김정준 님이 10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네 번째 사무국장을 맡았습니다. 김신아 님은 8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다섯 번째 사무국장을 맡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광법사님이 올해로 10년째 사무국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 1년 이상 봉사해 준 한국인이 150명이 넘습니다. 한국에서 다 오지는 못하고 몇 분만 왔습니다. 이수진 님은 초기 수자타 아카데미의 모든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교가도 만들었습니다.

김동훈 님은 이곳에서 마을개발과 병원을 맡았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큰 구호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강성원 님은 이곳에서 2년 동안 근무했고, 현재 그린피스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보미 님은 이곳에서 2년 근무했습니다. 150명이 다 오지 못하고 이렇게 대표로 왔습니다.


다음은 역대 학교 교장 선생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수레스 님, 두 번째 쁘리앙카 님, 세 번째 김혜원 님, 네 번째 이세형 님, 다섯 번째 김신아 님, 여섯 번째 쁘리앙카 님이 다시 맡았다가 현재는 봉금례 님이 교장 선생님을 맡고 있습니다.


스태프로 근무하고 있는 분은 현재 일을 하느라 이 자리에서 소개를 못 했습니다. 오늘의 수자타 아카데미는 이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역대 사무국장을 대표해서 수레스 님의 인사말을 들어보았습니다. 수레스 님은 한국어로 인사를 했습니다.

“법륜 스님 덕분에 둥게스와리에 꽃이 피고 있습니다. 지난 30년의 인연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나서 정말 기쁘고 반갑습니다. 이 자리에 안 계시지만 수자타 아카데미와 함께했던 많은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수자타 아카데미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도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인도에서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모두 지난 30년 동안 저희를 잘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드가야에서 지원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드립니다. 꾸준히 재정 후원을 해주신 한국의 후원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연세가 많으신데도 이곳까지 오셔서 축사해 주신 아잔 술락 시바락사 박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인도 한국대사관 총영사님도 직접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봉사했던 많은 봉사자들이 30주년을 기념해서 바쁘신 와중에도 이곳을 찾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학생 여러분! 이렇게 많은 분들의 노고 덕분에 여러분들이 공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주세요.”

“단야바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앞으로도 계속 공부 열심히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학부모님들도 아이들이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아이들이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이 되었습니다. 똑같은 사람인데 얼마나 많이 변했습니까? 이것은 교육의 힘입니다. 붓다께서는 계급이나 성별의 차별 없이 누구나 다 교육을 받고 깨달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니 위축되지 말고, 비굴하게 살지 말고, 붓다처럼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과 함께 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기념 공연을 끝으로 개교기념식 행사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내빈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홍보관을 둘러보며 인도 JTS의 역사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2부, 30주년 기념 세미나

오후 2시에는 쁘락보디홀에서 30주년 기념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의 지난 30년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보는 시간입니다. 술락 박사님을 비롯한 INEB 관계자와 성지순례단, 수자타 아카데미 졸업생과 재학생 등 7백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먼저 수칸 만지 님이 수자타 아카데미의 의미에 대해 여는 인사를 했습니다. 수칸 만지 님은 처음 수자타 아카데미를 지을 때 두르가푸르 마을의 이장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 마음으로 수자타 아카데미를 도와주고 지켜봐 주시는 어르신입니다.

이어서 수자타 아카데미 30년의 발자취가 담긴 영상을 보았습니다. 여러 사람의 경험담들이 감동적인 역사로 펼쳐졌습니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수자타 아카데미 30년 걸어온 길’을 주제로 사업 내용과 성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가 만든 30년의 기적

먼저 인도 JTS 2대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선주법사님이 ‘수자타아카데미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신과 가치, 교육성과’를 발표했습니다. 1993년 둥게스와리 마을의 문맹률은 99%였습니다. 하지만 수자타아카데미가 세워지고 현재 대부분의 학령기 아동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여 문맹이 거의 퇴치되었습니다. 오히려 병원, 학교, 마을개발 각 분야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음은 ‘수자타아카데미의 발전과정과 자원봉사 운영’에 대해 3대 사무국장인 여광법사님이 발표했습니다.

“지바카 병원을 열고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약 24만 명이 진료를 받았습니다. 매월 1천 명씩 진료를 해왔습니다. 1998년에 결핵 검사를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매달 정기 결핵 검진을 하여 투약 관리 및 영양식 지급을 해왔고 지금은 인도 정부의 결핵 관리시스템을 도입하여 환자들의 완치를 돕고 있습니다. 현재는 마을에 결핵 환자가 대부분 완치가 되었습니다.

2005년부터는 모자보건 사업을 시작하여 임산부 및 신생아를 위해 예방주사와 영양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임신과 출산 시에 위생 보건 교육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체중아를 조사하여 별도의 영양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유아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 깨끗한 물입니다. 마을개발 파트에서는 지난 30년 간 핸드펌프를 59개 설치하였으며 연간 100회씩 수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농업용 펌프도 설치하여 주민들의 농사일을 도왔습니다.

JTS가 이런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의 공덕으로 구걸을 하던 코흘리개 아이들이 수자타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청년으로 자라나서 학교, 병원, 마을개발 파트에서 교사와 스태프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둥게스와리를 넘어서서 인도의 다른 지역이나 이웃 나라에 재해가 있을 때 달려가 남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던 사람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 나를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멋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교육의 힘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수자타 아카데미 30년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는 둥게스와리 아이들도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기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수자타아카데미의 운영과정과 성과’에 대해 쁘리앙카 님과 수바스 님이 발표했습니다. 수바스 님은 25년 전, 외국인들이 천민을 교육시킨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수자타아카데미를 찾아왔다가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는 석가족입니다.

두 번째 발표는 사례담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봉사를 했던 인도인과 한국인의 경험담을 들으며 지난 30년을 돌아보았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의 초기 교사이자 현재 마을 리더인 사텐다르 님이 ‘수자타 아카데미가 만든 둥게스와리의 변화’를 들려주었습니다. 현재 수자타 아카데미 교감인 아자이 님은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에서 인도 JTS 스태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었습니다. 인도 JTS 스태프 디네스 님은 수자타 아카데미를 통해 가족들이 변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다음은 수자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현재 중등교사로 일하고 있는 닐람 님이 ‘수자타 아카데미가 내 삶에 미친 영향’이라는 내용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저는 산 너머에 있는 까나홀 마을의 유치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저는 3학년부터 수자타 아카데미로 왔고, 이어서 10학년까지 마치고 졸업을 했습니다. 현재 저는 정부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집안에 여섯 명의 자녀 중 큰딸입니다. 법륜 스님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저는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서도 계속 공부했습니다. 물론 저는 집에서 공부했을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것들로 인해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제가 자립하고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은 모두 JTS 덕분입니다. 저는 가난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였는데 JTS의 도움으로 지금은 그런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를 자립하게 해준 곳, 수자타 아카데미

저는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공부만 배운 것이 아닙니다. 모든 학생들이 우리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전체 사회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가족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선배들을 만나면 감사한 마음으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또한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들이 부족했습니다. 선생님들이 교실에 안 계실 때는 자습으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자습을 해서도 공부를 잘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제가 선생님으로 일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학교 다닐 때 종종 스님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말씀이 마음에 새겨져서 지금도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잘못했을 때는 죄송하다고 상대방에게 얘기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배웠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부족한 사람이라서 지금도 실천을 못할 때가 있는데요. 참회할 때까지는 잠을 자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 속이 시원하고 잠이 오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을 존중하고 부모님을 도와주고 잘 모시는 일도 여기서 배웠습니다. 정부 학교에는 월급을 받고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자타 아카데미를 다닐 때는 학생들이 직접 모든 일을 다 했습니다. 자신의 생일날 또는 기억에 남기고 싶은 날에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좋은 가르침도 여기에서 배웠습니다. 저 역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이런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운 것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시댁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집안이 많은데 저는 여기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시댁 부모님도 잘 모시고 있습니다.

인도의 문화상 취직하고 나서 다른 곳에 일하기가 어려운데 그래도 저는 지금도 수자타 아카데미에 와서 일하고 싶습니다. 몸도 헌신하고 마음도 헌신하고 모든 것을 헌신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당신들께 저도 제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란짓 님도 수자타 아카데미를 통해 변화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을 의사로 오랫동안 지바카 병원을 지키고 있는 까미스왈 님은 병원이 둥게스와리에 가져온 변화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온 강성원 님이 2004년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봉사한 경험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발표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하고 세 번째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주제는 ‘인도에서 바라보는 수자타 아카데미의 성과와 전망’으로 가야 YMCA 이사장인 쁘리엔란잔다이알 님이 발표했습니다. 네 번째 발표는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집행위원인 안챌리 님이 ‘수자타 아카데미를 통해 본 참여불교 실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3시간 30분 동안 각각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수자타 아카데미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같았습니다. 세미나를 마치며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오늘의 수자타 아카데미가 있도록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학생, 마을 주민,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권의 책이 될 만큼 인생살이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도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때는 어려웠지만 지나놓고 보니까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어려움을 겪으면서 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부처님의 6년 고행보다는 훨씬 수월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세미나가 끝나고 스님에게 학교 졸업생들이 찾아와 인사를 했습니다. 어리고 귀여웠던 학생들이 이제는 어엿한 중년이 되어 스님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학교를 지을 때 보드가야에서 둥게스와리까지 한 달가량 매일 오토바이로 스님을 태워주었던 비나이 님도 일본에서 전화를 주었습니다.

3부, 30주년 기념 축제

인사를 나누다 보니 해가 지고 어느덧 3부를 시작할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쉴 새도 없이 곧장 쁘락보디홀로 갔습니다. 30주년 기념 축제에서는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인도 석가족, 인도인 스태프, 한국 활동가들이 차례로 나와 인사를 하고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중 건축부에서 일하고 있는 삼부 님의 감사 편지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제 이름은 삼부 꾸마르입니다. 저는 1997년부터 수자타 아카데미 유치원을 다녔고 지금은 인도 JTS 실무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밥을 먹고, 공부를 했고, 지금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키워주신 스님께 매우 감사드립니다.

제가 어릴 때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매일 배부르게 밥을 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제대로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아프면 약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마을에는 마실 물도 부족했고 깨끗한 물이 없었습니다. 스님께서 마을마다 핸드 펌프를 파주셔서 집에서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다 스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스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제가 7학년일 때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사건이 하나 생겼습니다. 어두워지기 직전에 몇 명이 담장 안에 들어와 있다가 밤이 되어 총을 쏘았고, 우리를 위해서 봉사하고 있었던 설성봉 거사님을 죽였습니다.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리고 걱정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공부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님은 계속 우리를 도와주셨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날 인도 JTS 실무자로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단지 제 인생만 바꿔주신 게 아닙니다. 둥게스와리 전체에 큰 빛이 되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JTS가 이곳에서 한 일은 아직까지 정부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 JTS와 정토회 회원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삼부 님의 편지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습니다.


감동적인 인사 끝에 각 부서 대표가 스님에게 꽃목걸이를 걸어드렸습니다. 스님의 정리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앞에서 보셨다시피 모든 분들의 노력에 의해서 수자타 아카데미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땅의 일부를 보시하고, 주위에 사는 청년들이 와서 봉사하고, 또 멀리 상카시아에서도 청년들이 와서 봉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고, 한국에서는 많은 후원자들이 보시를 했고, 짧게는 1년 많게는 10년간 한국에서 150명이 넘는 분들이 와서 봉사를 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몸에는 모든 신체 기관이 있지만 사람들은 얼굴만 인식하기가 쉽습니다. 사실은 몸의 어느 한 부분도 없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얼굴 역할을 했을 뿐이고 많은 분들에 의해서 오늘의 수자타 아카데미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봉사하고 보시하고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이 꽃다발을 그분들께 올리고 싶습니다.”

다 함께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불꽃놀이 시간입니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터지는 불꽃을 보면서 길었던 오늘 하루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일찍 죽림정사가 있는 라즈길로 이동합니다. 다시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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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스님은 단지 제 인생만 바꿔주신 게 아닙니다. 둥게스와리 전체에 큰 빛이 되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JTS가 이곳에서 한 일은 아직까지 정부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 JTS와 정토회 회원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4-03-25 20:36:31

대용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 또 그 사람이 빛이 되는 과정에 큰 감동이 옵니다. 저도 그렇게 받은 것을 베풀고 더불어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2-04 06:27:55

문기선

작은 모자이크붓다들이 모여 이뤄낸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습니다. 부처님법 만나 감사합니다.

2024-02-01 06: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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