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01.21 인도성지순례 1일째, 사르나트 수계식
“한 사람의 수행자가 되어 순례를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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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제33차 성지순례를 시작하며 사르나트에서 수계식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타이절 법당에서 새벽 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성지순례에 참가한 오백 여명의 순례객이 모두 바라나시로 모였습니다. B팀은 어제 오후에, C팀은 밤늦게 바라나시에 도착했고 오늘 새벽에는 강가강을 다녀왔습니다.

아침공양 후 스태프들은 숙소를 정리하고 행사 물품을 챙겨서 행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강가강에 갔던 순례객들이 돌아올 때까지 숙소에 있다가 오전 10시에 숙소를 나와 사르나트로 갔습니다. 먼저 도착한 순례객들이 한창 수계식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탑돌이 동선을 점검했습니다.

새벽에 강가강에 갔다가 늦게 도착한 순례단도 줄을 지어 입장했습니다. 10시 30분이 되어 모든 순례객이 다메크 스투파 앞에 자리 잡자 스님이 사르나트 성지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사르나트에서 성지순례를 시작하는 이유

“저희들이 성지순례의 여정에서 첫 번째로 도착한 이곳은 부처님께서 처음 설법하신 바라나시 근교의 사르나트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사슴동산, 녹야원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성지순례를 출발하는 이유는 중생의 입장에서 보면 이곳에서 부처님이 처음으로 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처음으로 법을 설했기 때문입니다. 룸비니에서 부처님의 몸이 태어났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분을 부처님이라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그분이 부처님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서 법을 설하셔서 우리가 그 법문을 듣고 고뇌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아, 저분이 부처님이구나’ 하고 알 수가 있습니다. 중생에게 있어서 부처가 출현한 곳은 바로 이곳 사르나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바로 이곳에서 성지순례를 출발하는 것입니다.”

약 한 시간 동안 성지 설명을 하고 경전을 독송했습니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영어로 된 경전으로 함께 독송을 했습니다.


30여 분간 독송을 하고 잠시 호흡을 고르는 명상을 했습니다.

이어서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오계를 받으신 분도 있고 아직 안 받으신 분도 있을 겁니다. 오늘 받는 계는 성지순례 15일 동안만 유용한 계입니다. 원래는 수행을 더 해야 계를 받을 수 있어요. (웃음)

이 바라나시에서 구리가 장자와 그 부인, 야샤의 아내가 처음으로 재가수행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이곳에서 재가수행자로서 계를 받는 의식을 하겠습니다.”

순례단의 자세가 경건해졌습니다. 순례단은 스님을 수계법사로 청하는 청법가를 하고 수계를 청했습니다.


“수행자 여러분, 무릇 계라고 하는 것은 악을 없애고 선을 드러내는 기본이 되며, 범부를 벗어나 성인이 되는 씨앗입니다….(중략)

이러한 부처님의 오계는 스스로 자신을 지키며 가르치는 것이니, 곧 우리 수행자들의 굳건한 생활신조입니다. 이 모두가 자기 발견의 길입니다. 계를 받는 것은 천년동안 어두웠던 방에 등불을 밝히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삶은 밝게 빛날 것입니다. 혹시 계를 받았다가 지키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알고 잡는 불덩이에 손을 덜 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계대중은 계를 받기 전에 오랜 세월 동안 지은 허물을 먼저 참회하십시오.”

순례객은 호궤합장을 하고 지난 허물을 참회하는 연비를 했습니다.


“수계대중은 이제 참회를 마쳤습니다. 수계 받은 여러분들의 몸과 마음은 이제 깨끗해지고 순결해졌습니다. 그 깨끗하고 순결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삼보님께 귀의할 차례입니다.”

대중이 삼배를 하자 스님은 오계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잘 지킬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대중은 호궤합장을 하고 ‘잘 지키겠습니다’ 하며 계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수계를 받은 대중들을 위해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오늘 저희 정토회 인도 성지순례 수행자 오백 대중은 부처님이 처음 법 바퀴를 굴리신 이곳 사르나트에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발원하옵니다. 구리가 장자와 야사의 어머니와 그 부인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지혜의 눈을 떠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이 자리에서, 저희 또한 옛길을 따라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킬 것을 발원합니다.

오늘 저희들이 이렇게 계를 받았지만 잊어버리고 물러설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다시 저희를 일으켜 세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옹호하여 주옵소서. 이 세상에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도 함께 이 길을 가서 모두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널리 전법하겠사오니 이 발원을 옹호하여 주옵소서.”

대중은 축원을 해주신 스님께 삼배를 올렸습니다. 이어서 가사와 발우 수여식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먼저 가사와 발우를 수여하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받았다는 징표가 가사와 발우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버려진 옷인 분소의를 입으셨습니다. 그런 의미로 가사는 검소한 삶을 의미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걸식하셨습니다. 남에게 밥을 빌려면 감사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발우는 겸손하게 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수행자는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스승에게 법을 받을 때 가사와 발우를 받는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도 가사와 발우를 받았으니 앞으로 15일 동안은 출가 수행자의 마음으로 지내야 합니다. 예불을 할 때에는 반드시 가사를 수해야 합니다. 걸식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대신 공양을 직접 지어서 먹습니다. 그러니 배불리 먹을 생각은 하지 말고 적당한 양을 고마운 마음으로 먹어야 합니다.

원래 한 사람, 한 사람 가사와 발우를 드려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제가 ‘가사와 발우를 드립니다’라고 하면 여러분은 ‘잘 받았습니다’ 하고 받으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오백 대중을 향해 가사와 발우를 전했습니다.

“가사와 발우를 드립니다.”

“잘 받았습니다.”




오백 수행자들은 가사를 수하고 예불을 올렸습니다. 오백 명의 수계자가 다메크스투파를 바라보며 예불하는 모습은 장엄했습니다.


부처님의 성지를 울리는 묵직한 예불 소리와 경건한 모습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멈춰 섰습니다.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성지순례단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도 있었습니다.


예불이 끝나자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오백 대중이 되어 순례에 참가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환영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여성이 출가해서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사람이 없는 숲 속에서 벌거벗고 수행을 하기 때문에 여성이 출가하기에는 합당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남자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어서 경전에서도 출가 수행자를 말할 때 ‘오라, 비구여!’ 이렇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어 여성 수행자도 많아졌기 때문에 ‘오라, 비구여!’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오라, 수행자들이여!’ 이렇게 표현해야 될 것입니다. (웃음)

초기에는 출가 수행자가 되는 데에 복잡한 절차가 없었습니다.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깨달음의 눈의 열리고 나서 본인이 수행자가 되겠다는 결심이 분명해지면 부처님께서는 ‘오라, 비구여! 여기 법이 잘 설해져 있도다. 그러니 부지런히 수행정진 하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절차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후대에 내려오면서 점점 절차가 복잡해졌습니다. 수행자가 되어 계를 받으려면 ‘3개월 동안 수습 기간을 거쳐야 된다’, ‘3년 동안 예비 수행자 기간을 거쳐야 된다’ 이런 절차들이 자꾸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그 사람의 과거 신분이 어땠든 스스로 집착을 내려놓았다면 어제까지 나쁜 짓을 했다 하더라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마치 꿈속에서 나쁜 짓을 한 것일 뿐 꿈을 깬 뒤에는 꿈속의 일을 문제 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수행자의 대열에 들어오면 과거 세속에서의 일들은 일절 묻지 않는다는 것이 수행자의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나 수행자가 된 뒤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계율을 어기게 되면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수행자가 되기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으나, 수행자가 된 뒤에 과오를 범하는 것에 대해서는 출가 승단 안에서도 수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오늘 이렇게 계를 받고 수행자가 됐는데, 이것은 한시적 계율입니다. 성지순례를 하는 보름 동안만 유효한 계율입니다. 그러니 보름 동안은 계율을 꼭 지켜야 합니다. 세속적인 생각을 갖지 말고 ‘보름간 한시적으로 출가했다’ 이런 자세로 순례를 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여전히 세속의 습관이 있기 때문에 ‘밥을 좀 많이 먹느냐, 적게 먹느냐’, ‘생활이 좀 불편하냐, 안 하냐’ 이렇게 자질구레한 것으로 늘 분별심을 일으키고 괴로워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보름 동안은 밥을 안 먹어도 상관없고, 잠을 안 자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다녀야 합니다.

어떻게 생활하든 부처님보다는 내 조건이 낫다

부처님께서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을 탁발해서 먹었습니다. 옷은 시타림에서 시체를 감싸고 있었던 ‘분소의’를 주워 입었습니다. 잠은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비스킷을 하나 먹어도 부처님보다는 잘 먹는 겁니다. 어디에서 자도 한국에서 가져온 침낭에서 자기 때문에 부처님보다 잠자리가 좋은 겁니다. 무엇을 어떻게 입어도 부처님보다는 잘 입는 겁니다.

항상 기준을 부처님에 두어야 합니다. ‘부처님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불평불만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 하는 마음으로 순례를 하게 되면 기쁜 마음으로 순례를 하게 될 것이고, 세속에서처럼 ‘세수를 못 했다’, ‘잠자리가 불편하다’, ‘먹는 게 신통치 않다’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면 순례의 길이 아닌 고생길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서로 만나 도반이 되는 것이 아니고 스님 하고도 원수가 됩니다. 왜냐하면 ‘스님 독하더라’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한국에서는 남편과 싸우고 못 살겠다 했는데, 스님과 순례를 일주일만 다니면 남편이 그리워서 집에 가고 싶어 집니다. 집을 떠나고 싶어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것도 좋은 일이에요. 그러나 그렇게 집에 가면 3일 만에 또 못 살겠다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만약 순례하는 동안 이런 조건에서도 마음이 여여해지는 수행을 하면 ‘이렇게 평생 살아도 별 문제없겠네. 잠은 침낭에 쏙 들어가서 자면 되고, 밥은 그냥 한 숟가락만 먹으면 되고, 뭐 이렇게 살아도 살만하네’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어 집에 돌아가서 누구하고 어떻게 살아도 아무 근심 걱정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참가비도 아깝지 않고 보름 동안 시간을 낸 것도 아깝지 않습니다.

옛날에 순례에 오신 분 중에 이런 분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알코올 중독으로 일찍 죽고 애들은 셋이나 있었습니다. 처녀 때는 자기가 아주 잘 나가는 사람이었는데 결혼이 자기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열등의식 속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례를 하고 나서 ‘내가 가진 게 너무 많구나’ 하고 깨달아서 집으로 돌아가 애들도 잘 키우고 직장생활도 잘하고 아주 즐겁게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불교 교리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어떻게 인생의 이치를 깨닫느냐가 중요합니다. 10년을 수행해도 부처님의 법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세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가던 사람이 어느 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한순간에 깨쳐서 수행자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보름 동안 ‘나는 수행자다’ 하는 관점을 갖고 순례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차가 아무리 털털거려도 걸어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밥을 아무리 못 먹어도 인도 음식을 얻어먹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이렇게 수행자의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진정한 순례가 됩니다.

세상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서 법을 설하라

부처님께서는 이곳 사르나트에서 법을 설하신 이후로 45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법을 전하셨습니다. 법을 전하는 것을 힘들어하신 적도 없고,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괴로워하면 그들과 대화를 해서 그들이 꾸는 악몽에서 깨어나도록 하셨습니다. 고상한 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남편이 죽고 혼자된 여인, 아들이 죽었다고 우는 여인, 가족을 다 잃어버리고 미쳐버린 여인, 재물을 잃은 젊은이, 이웃 나라와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왕, 싸움에서 패한 왕, 온갖 세상 사람들이 괴로움에 빠져있을 때 붓다를 만나서 마치 악몽에서 깨듯이 눈을 뜨고 괴로움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니 이 좋은 법을 나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이 법을 널리 전해야 합니다. 세력을 얻기 위해서나 교세를 넓히기 위해 또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고뇌를 덜어줌으로써 그들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서 법을 설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법을 전할 때는 자신을 중심에 두지 말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법을 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열 번, 스무 번 거절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번뇌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나를 중심에 놓고 ‘내가 말했는데 네가 안 들어?’라고 생각하면 그들을 미워하고 전법을 그만두게 됩니다. 항상 중생을 연민하는 마음으로 법을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전법의 의미를 이곳 사르나트에서 다시 다짐해 보았으면 합니다.

부처님이 이곳 사르나트에서 처음 법을 설한 내용을 보면 그 내용이 아주 간단합니다.

‘편견을 갖지 마라. 자기 생각에 사로잡히지 마라. 진리는 과거로부터 전승되어 온 윤리나 도덕, 관습이나 습관, 경전에 적혀 있다고 진리가 아니다. 항상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중도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할 때 우리는 괴로움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자기 마음, 자기 느낌, 자기 동작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사성제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가르침이 학문화가 되고 복을 비는 종교가 되다 보니 신비주의에 빠지거나 난해한 불교가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세상 사람들이 외면하는 종교가 되어버렸습니다.

수행자가 되어 출발하는 순례

우리가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를 하는 이유는 복을 빌기 위해서나 내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기 위함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이 무엇이었는지, 그 가르침이 내 개인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지, 또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 환경위기, 평화, 고통받는 사람들, 빈부격차, 인권 침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지, 이런 확신을 갖기 위해 이렇게 먼 곳까지 경비와 시간을 들여서 온 것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하거나 특별한 구경거리가 많아서 온 것이 아니에요.

어제 강가 강에 있는 화장터에 가보니 길도 막히고 너무 복잡하죠? 그런데 구경이 다른 게 아니에요. ‘이렇게 복잡하구나’, ‘이렇게 길이 막히는구나’,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질서를 지키고 살아가는구나’, ‘여기 사는 사람들도 다 웃으면서 사는데 나는 왜 괴로워하면서 살까?’ 이런 것들을 늘 공부하는 것이 순례입니다. 어디 가서 무엇을 보는 게 순례가 아닙니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순례가 나에게 기쁨이 되고 자유로움을 줍니다. 이것이 안 되면 짜증만 계속 나고, 힘들고 괴로운 여행길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오늘부터는 한 사람의 수행자가 되어 순례를 하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2600여 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전법선언이 이루어진 의미를 새기며 스님과 오백 명의 수행자가 함께 전법선언문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수행자들이여, 나는 이미 그것이 천계의 것이든 인간계의 것이 든 일체의 속박으로부터 해탈이 되었다. 그대들도 또한 천계와 인간계의 일체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수행자들이여 이제 모든 천인과 인간들 속에서 그들을 제도하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안락을 주기 위하여 현실 속에서 길을 떠나거라….”(중략)

순례단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법을 전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삼배를 올린 후 사홍서원으로 오늘 수계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대중은 발우를 들고 부처님의 정신을 새기며 탑돌이를 시작했습니다.


다메크스투파를 지나 첫 설법 장소 터를 향했습니다. 사르나트 곳곳에 노란색 가사 물결이 잔잔하게 펼쳐졌습니다. 석가모니불 염불 소리가 점점 크게 사방을 메웠습니다.




탑을 다 돌고 다메크 스투파 앞에 오백 수행자가 단정하게 섰습니다. 탑을 뒤로한 채 발우를 들고 섰습니다. 환한 미소가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33차 인도성지순례단의 수계식을 여법하게 마쳤습니다. 스님은 숙소에 돌아가 짐을 싼 후 오후 3시에 수자타아카데미로 출발했습니다. 8시간 동안 261km를 달려서 밤 11시가 되어서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부처님이 깨닫기 전 고행하신 전정각산을 오르고,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의 환영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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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편견을 갖지 마라. 자기 생각에 사로잡히지 마라. 진리는 과거로부터 전승되어 온 윤리나 도덕, 관습이나 습관, 경전에 적혀 있다고 진리가 아니다. 항상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2024-03-25 16:07:59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

2024-01-29 11:38:13

함께함

감사히 수행하겠습니다.

2024-01-28 1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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