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01.19. 바라나시(Varanasi) 도착, 금요 즉문즉설
“남편과 아이를 훈육하는 방식이 달라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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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 고속도로 위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젯밤 8시에 델리를 출발한 버스는 밤새 바라나시를 향해 달렸습니다.

스님은 델리를 출발하기 전 버스 기사님들에게 2시간마다 꼭 화장실에 들르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기사님들이 대부분 델리 출신인 데다 고속도로를 운전해 본 경험이 없어서 길을 잘 몰랐습니다. 결국 스님이 밤새 지도를 보면서 버스 이동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바라나시까지 무탈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살폈습니다.

“대도시인 럭나우는 시내를 통과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미리 화장실을 다녀와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고속도로에 오르면 첫 번째 휴게소에 차를 세워야 합니다.”

스님은 순례단이 용변으로 곤란하지 않도록 기사님들과 끊임없이 화장실을 언제 갈지 점검했습니다. 차량 담당 법사님들에게는 차량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바라나시를 지나면 이제 버스를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각 차량별로 의자, 마이크, 콘센트 등 시설을 꼼꼼히 점검해서 수리를 하거나 차량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새벽 6시경이 되자 럭나우(Lucknow)를 지났습니다. 지도를 보니 버스가 국도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 길이 아니에요. 럭나우에서 링로드(ling road)를 타고 고속도로로 가야 하는데 국도로 가고 있어요. 잠깐 차를 한쪽으로 세워 보세요.”

스님은 버스를 세우고 기사님과 다시 지도를 보면서 길을 확인했습니다.

“국도로 가려고 했다면 럭나우까지 오지 않았을 거예요. 고속도로를 타려고 일부러 이 경로를 선택한 거예요.”

이미 국도로 간 몇몇 버스까지 다시 돌아오도록 해서 다시 고속도로를 향해 이동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가 드디어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럭나우에서 아잠가르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술탄푸르(Sultanpur)에서 내려 국도로 자운푸르 (Jaunpur)를 거쳐 약 3시간을 더 달렸습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어 바라나시 타이절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가사를 수하고 법당에 삼배를 드린 후 선발대로 온 스태프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먼저 와서 준비하느라 고생했어요. 그런데 준비가 영 신통찮네요.”(웃음)

스님은 럭나우에서 고속도로를 두고 국도로 이동하려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델리에서 출발하는 순례단이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미리 정보를 공유해 놓으라고 당부했습니다.

짐을 풀고 공양을 한 후 오후 4시에는 즉문즉설 방송을 하기 위해 마하보디소사이어티 절로 이동했습니다.

건물에 도착해서 법당에 인사를 드리고 영상팀이 준비해 놓은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인도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 30분부터 생방송을 했습니다.

5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인도 델리 공항에서 17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인도의 고대 도시인 바라나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지금 인도의 날씨는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습도가 높아서 기온이 섭씨 5도만 되어도 한국보다 체감온도는 더 낮아서 정말 춥게 느껴집니다. 특히 버스 안에 난방 장치가 없기 때문에 옷을 더 끼어 입고 덜덜 떨면서 왔습니다.

이렇게 나라마다 기후의 차이가 큽니다. 인도에서는 기온이 섭씨 5도 정도가 되면 혹한이라고 합니다. 얼어서 죽는 사람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영상 5도가 혹한이라는 것이 생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도는 연중 날씨가 따뜻해서 난방 장치가 잘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를 매우 심하게 느낍니다.”

인도성지순례가 한창 진행 중인 다음 주에는 시청자들에게 순례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주기로 하고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18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엄마였는데요. 남편과 양육 방식에 대한 견해가 달라 갈등을 겪고 있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편과 아이를 훈육하는 방식이 달라 걱정입니다

“저는 18개월 남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남편은 아이에게 엄하게 훈육하는 편입니다. 장난감 이외에는 다른 물건들을 만지지 못하게 하고, 혹시 만지면 손등을 찰싹 때립니다. 남편은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훈육을 해서 아이는 남편 앞에서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고 떼를 쓰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훈육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저와 있을 때는 편하게 행동해서 남편은 저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훈육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남편처럼 훈육을 했는데 제 마음이 괴롭고, 아이에게도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이 있을까 봐 염려되어 엄하게 훈육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격한 훈육 방식이 아이의 정서에 안 좋을까요? 그리고 지금처럼 제가 남편과는 다른 훈육 태도로 아이를 대하면 나중에 아이가 아빠만 싫어하지 않을까요?”

“아이는 주 양육자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주 양육자가 한국어를 하면 한국어를 배우게 되고, 일본어나 영어를 하면 그것을 따라 배우게 됩니다. 즉, 아이는 주 양육자를 따라 배우고, 주 양육자에게 물드는 특성을 갖습니다. 그것을 좋고 나쁨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정한 분야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그에 따라서 재능이 늘어납니다. 음악이나 체육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 주변에서는 교육을 잘 받았다고 하면서 칭찬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혹독한 훈련으로 매우 힘들어합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가 강압적으로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것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학대가 됩니다. 재능은 있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져서 행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재능을 키워준 부모에 대해서 고마워하면서도 원망하는 모습을 같이 보이게 됩니다.

남편의 엄격한 훈육 방식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은 따뜻하게 보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어떤 목표를 정해 아이를 훈련시키려고 하지만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아이를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아이는 따라 배우기를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아이는 주 양육자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기 때문에 엄마가 정리정돈을 잘하고 깨끗하게 하면 아이도 그렇게 합니다. 주 양육자가 행동과는 다르게 말로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하고 지시하는 것은 교육의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아이를 기본적인 규칙을 지킬 수 있는 사회인으로서 성장시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훈련시키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8개월밖에 안 된 아이라면 굳이 훈련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나 아빠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편의 훈육 방식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엄격한 훈육 방식이 규율을 잘 지키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정서적으로 억압받는 심리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욱 나쁜 것은 질문자가 남편의 양육 방식에 반대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에게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납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동 학대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남편이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 이상은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질문자도 남편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훈육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엄마로서 아이를 따뜻하게 보살펴주면 됩니다. 이때 아이에게 아빠를 변명해 주거나 아빠에 대해서 나쁘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 스스로 ‘아빠는 저렇게 하는구나!’, ‘엄마는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느끼면 됩니다. 아이에게 편중된 가치를 주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아이가 아빠를 미워할 수도 있습니다. 남편의 훈육 방식은 아이에게 심리적인 억압을 주기 때문에 아이가 크면 어떤 능력을 키운 것에 대한 고마움과는 별개로 자신의 심리가 억압된 것에 대해서는 아빠를 미워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아이를 키울 때 주로 엄마가 야단치고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성장하고 나면 엄마가 키워준 수고에 대한 고마움과 야단을 치고 때린 것에 대한 원망을 함께 갖게 됩니다. 남편의 훈육 방식에 관한 결과도 미래의 아이에게 그대로 드러날 것입니다. 미리부터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돼요.

질문자가 ‘아이가 아빠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란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아빠를 반드시 미워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아이들 나름대로 반응하는 것이 모두 달라서 성장하면서 보이는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면 ‘너무 엄격하게 훈육했기 때문에 저렇게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아이의 반응이 문제가 될 정도라고 한다면 그에 맞게 아이를 이해시켜서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남편의 훈육방식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 삼아서 질문자와 남편이 서로 다투는 것보다는 그냥 놔두는 것이 더 낫습니다. 남편의 훈육 방식을 질문자까지 따라 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게 안 하겠다고 다툴 필요도 없습니다. 남편이 자신처럼 아이를 엄격하게 대하라고 하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에 그렇게 안 하면 됩니다. 남편의 훈육 방식을 시비하면서 다투기보다는 질문자만큼은 아이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이 되어 주는 것이 아이가 앞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심리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 고민이 해결된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나머지 세 명의 질문자와 대화를 하고 나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인도 현지에서 생방송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법회를 마치자 마하보디소사이어티 주지 스님이 뵙기를 청했습니다. 작년 인도성지순례 때 보고 1년여 만입니다. 안부를 나눈 후 주지 스님은 한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스님, 고민이 있습니다. 제가 스리랑카에서 인도로 온 지도 20여 년이 되다 보니 대중을 상담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하는 사람 중 한 젊은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해요. 스님께서는 한국에서 청년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할 때 어떻게 지도하십니까? 명상 지도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

“병원 진료가 우선입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호르몬 분비와 관련이 있어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어떤 호르몬이 나오고, 이 호르몬이 또 부정적 생각이 이어지도록 하는 거군요.”

“네. 그래서 약을 먹으면 흥분이 가라앉고 생각이 줄어듭니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수행이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요. 명상을 한다고 앉아서 생각을 많이 하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해보고 우울증처럼 보인다면 우선 병원치료를 받게 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명상을 지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운동을 많이 하도록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절도 좋습니다. 산책을 한다면 약간 피곤할 정도로 걷는 것이 좋아요. 그렇게 해서 잠을 잘 자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할 때에는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편안하게 대화하는 게 좋습니다. ”

“사람들은 본인의 상태가 금방 개선되기를 원해요. 명상하는 방법만 물어봅니다.”

“깨달음을 위한 명상보다 우선 병원 진료와 운동, 그리고 숙면을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신물간다구띠에서는 1년에 한 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볼 수 있도록 개방합니다. 내일 내빈을 모시고 오백여 명과 기도를 한 후 부처님 사리를 친견할 예정입니다. 스님께서도 와서 친견하시겠습니까?”

“32년 전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마하보디소사이어티 주지스님이 보여 주셨었어요. 그러면 내일 두 번째로 보겠네요.”(웃음)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부탄에서 인연을 맺은 남길 스님을 만났습니다. 남길 스님은 스님을 보자 매우 놀랐습니다.

“Amazing!”(놀라워요!)

“바라나시에서 공부하고 있나요?”

“네, 스님. 안 그래도 정토회 성지순례단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을 뵐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남길 스님은 작년 5월에 부탄을 방문했을 때 국경까지 마중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곧 날이 어둑해졌습니다.

“기온이 떨어지고 안개가 피기 시작하네요. 오늘 델리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바라나시 도착이 늦어질 수 있겠어요.”

길가에 파는 따뜻한 짜이 한 잔으로 추위를 달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녁공양을 한 후 법당에서 저녁예불을 드렸습니다. 이어서 스태프들과 내일 일정을 점검했습니다.

스태프들과 회의를 마치고 외국인 참가자들이 물품을 배분하고 있는 곳에 잠시 들러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외국인 참가자 중에는 작년 5월에 동남아를 방문했을 때 만났던 베트남 청년 티엔(Thien)과 부(Vu), 태국의 담마까말라(Dhamma Kamala) 스님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열리는 온라인 즉문즉설(Dharma Talk)과 외국인 불교대학에 참여했던 화면 속 인물들도 있었습니다. 직접 만나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제 고생 시작이에요.(웃음) 그래도 한번 해 보겠다고 참가했으니 힘들다 하지 말고 즐겁게 순례를 하시기 바랍니다.”

외국인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은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밤 10시에 델리에서 마지막 순례단이 바라나시로 출발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내일은 성지순례단과 신물간다꾸띠, 사르나트 박물관, 강가강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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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이제 고생 시작이에요.(웃음) 그래도 한번 해 보겠다고 참가했으니 힘들다 하지 말고 즐겁게 순례를 하시기 바랍니다.”

2024-03-25 15:02:46

김학연

순례를 처음 참여하는지라 버스가 가다가 되돌아 가도 영문을 몰랐는데 이제 보니 이런 연유가 있었군요. 다시 새겨 볼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024-02-22 13:09:27

이경숙

감사합니다~

2024-01-31 17: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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