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6.11.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행복시민 역사특강
“인생의 어려움이 꼭 나쁘지 않은 이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토요일입니다. 새벽 4시 30분에 맑은 종성 소리와 함께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예불,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백일기도를 시작하고 21일이 지났다며 초심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이어서 변화가 많은 날씨 이야기를 하며 수행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5월 말에는 여름처럼 날씨가 많이 덥고 가물어서 산불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한 줄기 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좀 떨어지고 날씨가 좀 선선해졌습니다. 다시 또 더워진다고 합니다만, 지난 한 주는 농사짓기에도 아주 좋은 날씨였고, 생활하기에도 좋은 날씨였습니다.

인생의 어려움이 꼭 나쁘지 않은 이유

그러나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늘 이렇게 좋은 날씨만 있을 수가 없죠. 가물 때도 있고, 장마철도 있고, 무더울 때도 있고, 혹한이라서 추울 때도 있어요. 우리는 그런 속에서 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무더울 때는 사람이 살기가 좀 힘들지만 논과 밭에서는 곡식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겨울에 추울 때는 사람이 살기가 불편하지만 자연적으로 병균과 해충이 죽어서 많은 예방 효과를 나타냅니다. 겨울이 따뜻하면 좋은 것 같지만 이듬해 병충해가 아주 심하고, 여름이 선선하면 좋은 것 같지만 가을에 추수할 것이 적어집니다. 이렇게 다 지나 놓고 보면 추운 건 추운 대로 필요하고, 더운 건 더운 대로 필요하고, 또 가물 때도 필요하고, 비가 많이 올 때도 필요합니다. 물론 지나치면 많은 피해를 주죠.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적절한 어려움을 지나 놓고 보면 나의 교만을 막아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생살이가 다 자기 뜻대로 되면 우리의 교만은 하늘을 찌르게 됩니다. 적절한 어려움이 생김으로 인해서 우리가 겸손할 줄도 알고, 자신이 별 거 아닌 줄도 알고, 세상일에 감사할 줄도 알게 되는 거예요. 또 우리가 적절히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때도 있어야 희망을 갖게 되고 가능성을 갖게 되고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너무 원하는 대로 다 되면 교만해서 큰 불행을 자초할 위험이 있고, 너무 원하는 것이 안 되면 좌절과 절망, 실의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이런 일 저런 일이 다 필요합니다.

저희들은 유기농을 하기 위해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켜서 거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물쓰레기를 전부 통에 집어넣어 두는데, 뚜껑을 열면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화장실 냄새는 냄새도 아니에요. 어제 아침에는 그걸 전부 밭에 뿌리는 일을 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쓰레기들'이 썩어서 발효가 되면 냄새를 풍기지만, 그것이 밭에 뿌려지면 거름이 됩니다. 거름이 된다는 것은 만물을 키우는 원료가 된다는 뜻입니다.

창조란 쓰레기를 거름으로 만드는 것

존재 자체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원료도 없고, 쓰레기도 없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쪽으로 바라보면 쓰레기가 되고, 사용하는 쪽으로 바라보면 원료가 됩니다. 밭에 있는 돌멩이는 거추장스러운 쓰레기에 속하지만 담장을 쌓을 때는 재료가 됩니다. 방안에 있는 똥은 오물이지만 그것이 퇴비장에 가면 거름이 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소위 쓰레기라고 불리는 것들을 어떻게 거름으로 만들 것이냐, 이것이 창조입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것은 썩지 않고, 가볍고,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을 때 썩어서 거름이 되지 못합니다. 편리함의 이면에 그 부작용이 매우 큽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놓으면 자꾸 썩어버리고 상해버려서 참 속상할 때가 많지 않습니까? 그러나 상하고 썩는다는 것 자체가 바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는 조건으로 변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만물의 이치를 알고 보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는 음식을 상하게 만드는 부패균을 박멸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박멸하면 재활용이 안 됩니다. 부패균이야말로 모든 것을 해체시켜서 다시 원료로 쓸 수 있도록 재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를 발전시켜 주는 원동력

인생살이에서도 우리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피해 가고 싶어 합니다, 불행이라 말하지만 그 불행이야말로 우리를 발전시키고 겸손하게 만들고 돌이키게 만들고 깨우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어려움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고행주의자가 되죠. 그러나 나에게 닥친 어려움을 피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어려움을 피하고 좋은 것만 찾다 보면 쾌락주의자가 됩니다.

수행이란 좋은 것에 들뜨지 않고, 나쁜 것을 피하지 않고, 그것을 다 해탈과 열반의 재료로 삼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좋고 나쁜 것이 있지만, 수행자에게는 좋고 나쁜 것이 따로 없습니다. 모든 경험이 해탈과 열반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부처님의 많은 말씀이 설해져 있는 거예요.”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해설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밭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며칠 째 비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산밑밭으로 가서 작물에 물을 주었습니다.



스님이 물을 주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농사가 내 마음먹은 대로 되려면 3일에 한 번씩은 비가 와야 해요.”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행자들도 함께 웃었습니다. 그래도 스님이 잊지 않고 물을 주어서 꽃이 진 자리마다 호박이며 고추, 토마토가 굵어지고 있습니다.

물을 다 주고 물통으로 갔습니다. 물통을 놓은 자리가 평평하지 않아서 기울어진 방향으로 물통이 찌그러지고 있어서 물통을 내리고 다시 땅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물통을 들어 내서 땅을 평평하게 한 다음 다시 올려주었습니다.

“아직 발우공양까지 시간이 남았죠? 아랫밭에 거름을 펼치고 갑시다.”

어제는 액비통을 다 비우기만 해도 울력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고, 거름이 젖은 상태여서 밭에 고루고루 줄 수가 없었습니다. 한결 마른 거름을 밭 전체에 살살 펴 주었습니다.




거름을 다 펼치고 나니 발우공양할 시간이 가까웠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두북 공동체 대중과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나비장터에 화분을 나눠주는 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만든 화분을 나비장터에서 판매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는데, 그건 정토회 원칙 상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판매하지 말고 JTS 모금을 해주는 분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보시한 돈은 굶주리는 어린이를 돕는 일에 사용하겠습니다’ 하고 스님이 만든 화분을 나눠주면 모금한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거든요. 나비장터에서 ‘가난한 어린이를 돕는 것은 꽃밭에 꽃을 심는 것과 같습니다’ 라는 구호를 적어서 모금 캠페인을 하고, 모금해준 분들에게는 화분을 하나씩 나눠주는 것으로 합시다. 그러면 화분을 가져가는 행위가 동시에 기부 행위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꽃을 한 종류만 만들지 말고 다양한 종류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행복시민을 위한 역사특강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행복학교 마음편, 관계편, 심화과정을 모두 이수한 분들을 ‘행복시민’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행복시민들이 모두 모여 스님과 함께 ‘역사’를 주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6월은 현충일이 있고, 6.25 전쟁 등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 보훈의 달입니다. 행복시민들은 지난 3주 동안 ‘그날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사전 모임을 진행한 후 UCC를 만들었습니다. 총 38편의 영상이 제작되었는데 그중 두 편의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통해 6.25전쟁이 한 가족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난 소감을 몇 사람이 이야기한 후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여러분의 얘기 잘 들었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특히 6월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희생하신 분들의 명복을 기리는 현충일이 있는 달이고, 우리 민족사의 가장 큰 아픔인 6.25 전쟁 발발했던 달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픔이 이 땅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전쟁은 이기고 지고에 관계없이 이 땅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헤어짐, 또 막대한 재산의 손실을 초래합니다. 그러나 이념이나 믿음에 사로잡히면 ‘그까짓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불장난을 지지하거나 시도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역사에서 보면 그런 사람들은 정작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도망가고, 이기면 자기가 모든 기여를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행복시민 여러분이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 이렇게 영상을 만들고 함께 마음을 나눠주신 것에 대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행복시민들이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일곱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6.25전쟁과 관련하여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많은 것 같다며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역사 속에 알려지지 않은 진실,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역사 특강 사전 모임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찾다 보니 여성 참전용사나 학도병 등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전쟁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역사 속에서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단 역사라는 것은 100% 정확하게 진실을 알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생각해 봅시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발각되면 죽으니까 증거를 남기면 안 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숨어서 몰래 독립운동한 내용은 세상 사람들이 모릅니다. 역사 기록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일본 사람한테 발각되어 재판을 받은 기록은 일본 측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에만 의존하면 우리가 적의 기록에 의존해서 역사를 쓰는 셈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독립운동을 해도 기록을 하지 않고 최대한 숨겼으니까요.

예를 들어 3.1독립운동에 핵심 인물로 참여했지만 기록에는 남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민족대표 33인을 예로 들어볼게요.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기로 하고 이렇게 미리 서로 입을 맞춰두는 겁니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너와 내가 재판받아서 감옥에 가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그러니 한 사람이 중심이라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냥 도장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하자.’

정작 3.1독립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 사람은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니까 다른 사람이 주도한 것처럼 해두는 거죠. 그래서 그 사람은 재판장에서 ‘난 모르는 일이다. 도장을 빌려달라고 해서 줬을 뿐이다’ 이렇게 진술하고, 다른 사람은 ‘내가 한 일이다’ 하고 진술합니다.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보게 되는 기록은 실제와 반대되는 기록이 되겠죠. 실제로 주도하지 않은 사람이 주도했다고 기록되고, 실제 주도한 사람의 재판 기록은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도장만 빌려줬다’라고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데 학자들은 이런 기록만 갖고 역사를 기술하고 해석하게 마련입니다. 남아 있는 증거가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특히 독립운동사 같은 경우 이런 식으로 쓰면 사실과는 영 안 맞죠. 그래서 역사를 증거도 없이 너무 주장만 내세워도 문제지만, 증거 위주로만 접근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실증주의 사학의 한계입니다.

예를 들어 《구당서(舊唐書)》와 《신당서(新唐書)》는 당나라 사람들이 자기네 역사를 기록한 책인데, 자기네 역사를 기록하면서 동쪽 이웃 나라인 고구려 역사며 발해 역사, 백제 역사도 함께 써두었어요. 이들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동이족(東夷族), 즉 동쪽 오랑캐의 역사예요. 당연히 모든 내용을 자기네에게 유리한 대로 기록했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손으로 쓴 역사책은 훗날 여러 차례의 전란을 겪으면서 거의 없어져 버렸어요. 그래서 후대 사람들이 선조들의 역사를 알려고 중국 역사책을 뒤져보니 거기에 우리가 뭘 어떻게 했다는 기록이 나오니까 그걸 우리의 역사로 인식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중국 측 기록만 가지고 우리 역사를 재현하려 하다 보니 우리의 역사가 중국의 변방사(邊方史)로 전락하게 됩니다. 학계에서는 주로 이런 식으로 역사를 연구하기 때문에 진실에 접근하는 데에 한계를 갖고 있어요.

이에 반해 우리 역사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주장은 증거 부재로 인한 신빙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 교수들을 위주로 한 주류 사학자들과 재야 사학자들 사이에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운 거예요. 주류 사학자들은 남아 있는 강자의 기록만 갖고 얘기하고, 재야 사학자들은 비판은 해도 증거를 거의 제시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주류 사학자들은 ‘이 사람들은 허황된 얘기나 한다’라고 말하게 되고, 재야 사학자들은 ‘학계가 식민사관에 빠져 있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역사 연구에서는 물론 증거가 중요하지만, 이처럼 증거 중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유물로 보강하고, 구전(口傳) 자료도 보강하고, 최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두루 보강해야 합니다. 중국 역사 기록만 볼 게 아니라 만주 사람의 기록, 몽골 사람의 기록, 일본 사람의 기록도 참고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 역사 기록이 없는 걸 일본 기록만 갖고 연구하다 보니까 편중되거나 왜곡되기 쉽죠. 예를 들어 한반도의 옛 국가인 가야를 일본에서는 옛날 자기들의 식민지라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일본 측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는 내용만을 근거로 삼아 가야 역사를 설명하는 등의 문제가 지금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도 북한에서 설명하는 내용과 남한이 설명하는 내용이 당연히 다를 거예요. 옛날 얘기는 물론이고 최근의 얘기도 관점과 입장에 따라 서술하는 내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한국전쟁을 남한에서는 남한과 북한이 싸운 ‘남북전쟁’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조미전쟁’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은 한국하고 싸운 게 아니라 미국하고 싸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휴전’이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승전’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침략을 막아냈다는 뜻이죠. 이런 것도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 지 최대한 살펴서 설명해야 하는데, 요즘 우리는 무조건 우리 편 입장에서만 보잖아요.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경우도 서방 언론이 서방세계의 입장에서만 보도하니까 지금 객관적 상황이 어떤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 너무 부화뇌동하면 안 됩니다. 전쟁이 났다, 사람이 죽고 있다는 정도의 정보는 언론을 보면서 알아야 하겠지만 누가 옳고 그르냐는 판단은 너무 언론보도만 듣고 휘둘리면 안 돼요. 사람들이 그런 편중된 정보에 휘둘리니까 늘 편을 만들어서 싸우는 문제가 생기잖아요. 북한에서 태어나서 북한에서 자란 사람들은 거기서 배운 것을 철석같이 믿고 주장합니다.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살게 되면 본인이 배운 게 다 엉터리가 돼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공부한 사람이 북한에 가서 살게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일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건 달라요. 중국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다릅니다. 우리는 ‘당나라가 고구려를 침공했다’ 이렇게 말하지만 중국 역사에는 ‘변방을 평정했다’ 이렇게 표현하겠죠. (웃음) 아랍 사람들은 자기들의 신앙을 지키는 ‘성전(聖戰)’이라고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가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자 애국자라고 보지만, 일본에서는 자기 나라 수상을 죽인 사람이니까 테러리스트라고 보겠죠.

이처럼 서로가 의견이 다를 때 우리는 양쪽을 함께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역사에는 100% 진실이라는 건 없어요. 누구나 다 자기편에 서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보거나 편중되어서 판단하면 안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역사 공부를 할 때는 100% 객관적일 수는 없더라도 조금 더 객관성과 중립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역사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질문은 7명밖에 안 했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의문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음에 또 시간이 난다면 우리 역사나 세계 현안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나눠봅시다. 행복 시민이 되려면 깨어있어야 하고, 우리 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해요. 우리가 학자가 되려는 건 아니니까 너무 깊이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신문 기사를 보거나 사건을 볼 때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공부, 휘둘리지 않는 수준의 공부는 되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 데 우리가 조금이라도 앞장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대화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뙤약볕을 피해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해가 질 무렵 스님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오후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화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국화, 맨드라미 외에 오늘은 봉숭아와 금잔화 화분도 만들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고, 결사행자와 법사단이 참석하는 자자 수련에 회향법문을 한 후, 저녁에는 일요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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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숙

감사합니다

2022-06-27 16:53:18

김미숙

인생의 어려움이 있을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할줄 알며
내자신이 별볼일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고
내가 아닌 모든 것이 존재함으로써 내가 살아갈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입니다 .
감사합니다.

2022-06-27 13:08:03

임은주

겸손하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지내야겠어요~~~~

2022-06-27 09: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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