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10. 정토불교대학 개편 회의, 금요 즉문즉설
“기분이 나쁘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립니다, 어떻게 감정을 순화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에 정토불교대학 교과과정 개편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지난 회의에 이어서 공동체 법사단에서는 더 보강된 불교대학 개편안을 마련해 와서 발표했습니다. 이번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사님들은 연일 밤늦게까지 회의를 계속했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내년도 정토불교대학 신입생 1만 명 모집이라는 목표와 2차 만일결사에 사용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 확보라는 목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다 보니 상반되어 보이는 모순 속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님은 쟁점이 나올 때마다 찬반 표결을 붙여 가며 법사단 전체의 여론을 수렴해 나갔습니다.

“점심 때 손님들이 찾아와서 여기까지만 회의를 합시다.”

3시간 동안 회의를 한 후 11시가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와 스님은 손님을 맞았습니다. 먼 길을 달려온 손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였습니다.

주말마다 진행되고 있는 메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경주 지역을 방문했다가 스님이 경주 지역 가까이에 있는 두북 수련원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들렸습니다.

폐교를 재활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방송실, 법당, 사무실을 차례대로 둘러본 후 스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김혜경 씨가 직접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책에 친필로 사인을 해서 선물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시도별 밴드뿐만 아니라 유튜브 공개 형식으로 누구나 강연을 들을 수 있게 생방송을 오픈했습니다. 국내외에서 4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지금 시골에서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여러분과 대화하고 주경야독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한 것 같아요. 농사도 올해 수확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내년에 다시 새롭게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뒷정리를 잘해두어야 해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끝났다고 그냥 외면하시면 안 되고 또 만날 것을 대비해서 마무리를 잘해야 됩니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은 헤어질 때 보면 안다고 하잖아요. 처음 만날 때는 엄청 좋아하다가 헤어질 때는 '내가 널 언제 봤냐?'는 식으로 안면 몰수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다시 안 볼 것 같아도 인간관계라는 것은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나게 되거든요.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해서 애프터서비스를 잘해야 합니다. 자연도 그렇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진리를 깨달을 수가 있어요.”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감정에 사로잡히면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어 버리는 것이 고민이라며 어떻게 하면 감정을 순화해서 말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기분이 나쁘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립니다, 어떻게 감정을 순화하죠?

“저는 오랫동안 ‘어떻게 하면 나쁜 말을 들어도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포용력 있게 말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습니다. 저는 순간 끓어오르는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상황에 흔들려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가 많습니다. 가끔 감정을 알아차리고 멈추기도 했지만 또 망각하고 상대방에게 기분 안 좋을 만한 말까지 다 해 버립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어보면, 저라면 기분 나빠서라도 좋은 말 안 할 상황에도 스님은 포용하고 좋게 승화해서 말씀하시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나쁜 감정을 어떻게 승화해서 말하고 수행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 누구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건데, 다른 사람의 단점이 보이면 곧 실망을 합니다. 제가 실망한 것을 남에게 안 들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저도 잘난 것도 없으면서 남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제 모습이 너무 거만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런 거만한 마음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그래요. 괜찮습니다. 그 정도면 세상 사람들하고 비슷해서 병이라고 할 것은 없어요. 감정조절이 잘 안 되는 정도가 심하면 병이기 때문에 병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질문자 정도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겠네요. 질문자가 가진 성격의 좋은 점도 있어요. 할 말을 다 해버리니까 자기 자신은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고 질문자와 멀어지든지 비난하는 일이 생기겠지요.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 그 과보는 받아야 합니다. 욕을 얻어먹으면 '그래, 내 할 말 다했으니 욕 좀 하겠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손실이 생겨도, 헤어지자고 해도 '그 사람 입장에서 그럴 수 있겠지.' 하면서 과보를 기꺼이 받아야 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만 과보는 받아야 해요.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때 그 과보가 너무 큰 것이 세상에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하셨어요.

‘성질이 나거나 욕심이 난다고, 첫째,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 마라. 둘째,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지 마라. 셋째, 성추행이나 성폭행하지 마라. 넷째, 욕설이나 거짓말하지 마라. 다섯째, 술 먹고 행패 피우지 마라. 이 다섯 가지는 그 과보가 너무 크다.’

요즘 사회에서 이 다섯 가지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벌을 받아요. 감옥에 갈 수도 있고 벌금을 물 수도 있어요. 손실이 너무 큽니다. 그러나 '욕 좀 얻어먹는다. 비난을 받는다. 헤어진다. 상대가 질려서 가버린다.' 이런 정도의 과보는 사는 데 크게 지장을 주는 건 아니에요. 그럴 때는 자기 성질대로 하고 과보를 받고 사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질문자와 달리 힘들어도 할 말을 못 하고 사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사람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도 말을 안 하니 주위에서는 착하다 소리를 듣는데 마음에 쌓이고 쌓여서 화병이 나게 됩니다. 그러나 질문자처럼 그때 그때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리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좀 나빠지고 비난을 받을지는 몰라도 화병이 날 일이 없어요. 그래서 할 말을 다 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과보를 받기 싫으면 성질대로 다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면 병이 돼요. 반대로 내 성질대로 해버리면 과보를 받아야 합니다. 손해가 생겨요. 그래서 참았다가 스트레스받으니 터뜨리고, 터뜨렸다가 손해가 생기니 또 참습니다. 참았다가 터뜨렸다가 참았다가 터뜨렸다가, 대부분 이렇게 살아요.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감정을 참지도 말고 터뜨리지도 마라’는 겁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낼 거냐, 참을 거냐’로 갈등하지 말고 다만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화를 내지도 말고 억누르지도 말고 단지 알아차릴 뿐입니다. 욕심이 나면 '아, 욕심이 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는 거예요. 말을 하고 싶은데 안 하겠다고 결심하지 말고 '아,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구나.'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알아차리면 스트레스도 없고 손실도 안 생깁니다.

처음에는 말처럼 잘 안 돼요.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해요. 삼세번 참았다가 팍 터뜨렸다가 또 손실이 생기니까 참았다가 이렇게 됩니다. '아, 화가 나는구나, 욕심이 나는구나. 싫어하는구나.’ 이렇게 자꾸 연습을 하면 조금씩 개선됩니다.

이것은 나를 보는 방법이고, 두 번째 방법은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이에요. 제가 젊을 때 서울에 살 때인데, 새벽 세시까지 술을 마시고 취해서 길거리에서 악을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 소리에 가끔 깨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스승님이 몇 분 계신데 그중 한 분이 저에게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제가 상가 주위에 살다 보니 새벽 두세 시에 술을 마시고 악을 쓰는 사람들 때문에 가끔 잠을 깨서 힘이 듭니다.’라고 얘기하니까 그분께서 이렇게 이야기해주셨어요.

‘이렇게 생각하십시오. 그 사람이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면 그 밤에 술을 먹고 악을 쓰는 걸까? 그러니 그런 소리가 들리거든 일어나서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십시오. 엎드려서 절을 하면서 누구 집 아이인지 모르지만 가슴이 저렇게 답답하구나. 소리 질러서 속이 시원하다면 더 지르세요.’

이렇게 그를 위해 기도해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참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어요.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자꾸 불평하는데 모든 사람은 자기 입장에서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게 병이든 상처든 무엇이든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에서,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입장이 저렇구나.' 하며 저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내 속에 화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고 나를 위해서 이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제가 성격이 좋아서 여러분이 뭐라 해도 웃으면서 대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여러분의 얘기를 내가 들어주는 시간 아닙니까? '어떤 마음이기에 저분은 저런 게 답답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중에 질문을 하니까 저한테 아무런 스트레스가 안 되는 거지요. 저도 만약 내 할 일에 집중이 되어 내 생각에 빠져 있는데 옆에서 다른 말을 하면 짜증을 내기 쉬워요. 제 인격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준비된 상태로 사람을 만나니까 그렇다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스님과 며칠 살아보면 또 ‘보기랑 다르더라. 같이 살아보니까 영 아니더라.’ 이런 소리를 하기 쉬워요. 그것도 자기 부족입니다. 어떤 사람과 살아도 내 공부가 되어야 내가 편안합니다. 늘 훌륭한 사람하고 살아서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은 내 덕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은덕입니다. 내가 내 우산을 가지고 있어야 어느 곳을 가더라도 햇볕에 안 그을리고 비를 안 맞을 수 있어요. 남의 우산 밑에 있다가 그 사람이 가버리면 나는 햇볕에 그을리고 비를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 자기 공부를 해야 됩니다. 이미 일어난 내 마음은 내가 알아차리고, 상대의 행동이나 말은 '저 사람 입장에서 저럴 수도 있겠다.' 하며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를 위해서 그렇게 하라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이치를 알아도 그렇게 잘 안됩니다. 안되니까 연습이 필요해요. 완전히 고치는 건 한 번 죽었다 깰 정도로 큰 고통을 겪어서 '이걸 안 고치면 내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는 누구나 개선할 수 있어요.

그러니 두 가지를 연습해 봅니다. 오늘부터 화내거나 짜증 내거나 자기 할 말 다 하거나 그럴 경우에 집에 와서 벌칙으로 108배 절을 해보세요. 절을 하면서 ‘그분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또 내가 내 생각만 했네요.’ 이렇게 되뇌면서 108배 절을 하면 조금씩 개선이 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두 번째 질문자까지 대화를 마치고, 사회자가 시청자들을 향해 언제 행복한지 질문했습니다. 유튜브 댓글 창에 댓글이 우르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갈 때 가장 행복합니다."

"지금 행복합니다."

"맛있는 거 먹을 때 행복하죠."

"아기가 잘 기어 다닐 때 행복합니다."

"스님의 하루를 읽을 때 행복해요."

잠깐 시청자와 소통을 한 후 계속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집에 있는 게 정말 싫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특히, 제 도움이 필요한 가족들을 마주할 때 더 도망치고 싶습니다. 저는 왜 이럴까요?
  • 어떻게 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요?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막상 기부 말고는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자들과 시청자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동영상으로 비슷한 질문의 영상을 많이 봤었는데 제 얘기는 아니었어도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오늘 제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소중한 답변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나 좋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매번 저는 화를 내는 편이고 제 남편은 무덤덤하게 있는 편입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봐야겠어요. 상대를 이해하는 것까지는 못해도 내가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서 화가 나는 상황들을 알아차리도록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하고,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을 하고, 오후에 행복학교 특강을 한 후 저녁에는 서원행자 신청자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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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법륜스님 말씀 고맙습니다. 스님께서 너무 바쁘셔서 건강해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2023-02-03 09:34:31

오늘 정말 화나는 일이 있어서 인터넷에 '기분이 너무 나쁘면' 이라 검색을 했는데 법륜스님의 즉문즉답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강론을 보고 저는 참 모자라고 어린 사람이라 느껴집니다. 맞아요 왜 제가 참아야합니까. 저 또한 인간인데.. 감사합니다. 범사에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2022-02-22 14:33:50

배현주

크고 튼튼한 나의 우산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2021-12-21 18: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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