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25 사회활동위원회 간담회, 공동체 법사단회의
“기분이 좋을 때는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제에 이어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가졌습니다. 북한의 현재 상황과 미국과의 관계, 남한 정부의 상황 등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전 10시에는 평화재단, 에코붓다, 좋은벗들, JTS 등 사회활동 위원회에 소속된 실무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한 달에 한 번은 서울에 올라오니까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각자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간단하게 먼저 공유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한 명씩 부서에서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가볍게 이야기했습니다. 12시에 간담회를 마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공동체 법사단과 내년 봄 정토불교대학 교과과정 개편을 위한 온라인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 회의 때 4개의 팀으로 편재하여 팀별로 교과과정 개선안을 각각 마련해 왔습니다.

발표를 경청한 후 의견 수렴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안된 의견을 수렴하여 개선안을 보완한 후 다음 회의 때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도 스님을 만나기 위해 평화재단에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밤늦게까지 손님과 대화를 나눈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주말에 열린 행복학교 특강에서 있었던 즉문즉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마음을 마이너스 100에서 플러스 100까지 범위인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마이너스 100일 때는 ‘이 또한 지나가고 좋은 일이 올 거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플러스 100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플러스 100인 상태를 그대로 만끽하면 되는지, 아니면 ‘이러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하고 예상해서 덜 좋아해야 할까요? 플러스 70 이상으로 행복이 지속될 때, 어떤 태도로 좋은 일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인간의 인지 작용은 어떤 변화나 차이가 있을 때 일어납니다. 똑같은 것이 지속되면 인지 능력이 마비된다고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에서 일정한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고 해봅시다. 주위에 움직이는 것이 없어서 비교할 것이 없다면, 나는 정지해 있는지 움직이는지 구분을 못합니다. 옆에 로켓이 있더라도 나와 똑같은 속도로 날고 있다면 그냥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로켓이 나보다 속도가 조금 늦거나 빠르면 그때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이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고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것처럼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지 않다’ 하는 인간의 느낌도 상대적인 지표에 의해 일어납니다. 어떤 객관적인 지표가 있을 수 없습니다. 내가 돈이 백만 원 있을 때는 천만 원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해볼 것 같은데, 천만 원이 생기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만 조금 지나면 천만 원이 기본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좋음’이 없어져 버립니다. 다시 좋음을 느끼려면 1억 정도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1억을 가지면 처음에는 굉장히 기분이 좋은데, 조금 지나면 1억은 또 기본이 되어버립니다.

다른 사람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10억을 갖고 있어도 100억 가진 사람들과 같은 동네에 살면 가난뱅이가 됩니다. 천만 원 가진 사람들과 같은 동네에 살면 부자가 됩니다. 인도 어떤 마을에 그 동네에서 부자라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정부 보조금 받는 가난한 사람보다 전 재산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도 사람은 부자라고 생각해서 행복해하고, 우리나라에서 보조금을 받는 사람은 극빈자라고 생각해서 괴로워합니다.

심리가 이렇게 작용하기 때문에 ‘기분 좋음’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누가 나한테 백만 원을 주면 기분이 좋겠죠? 그런데 백만 원을 매달 계속 받으면 만족도가 점점 떨어집니다. 1년쯤 지나면 백만 원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만족감이 없어집니다. 한 2년쯤 지나면 ‘아직도 백만 원이냐’라는 생각이 들면서 받을 때마다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분이란 어떤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남과 비교해서 생기는 차이 때문에 나타납니다. 물이 풍부한 곳에서는 물을 펑펑 쓰면서도 물이 귀한 줄 모르지만, 물이 없는 사막에서 헤매면 물을 한 모금만 만나도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정신작용이 이런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기분 하나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거예요. 기분이 안 좋더라도 잠시 시무룩할 수는 있어도 빙긋이 웃고 넘기면 됩니다. 기분에 따라 너무 감정이 널뛰기를 하지 말라는 거예요. 이런 경험을 계속하면 점점 그 폭이 줄어듭니다. 아이들은 기분이 좋으면 펄쩍펄쩍 뛰고 기분이 안 좋으면 우는데, 노인들은 좋아도 빙긋이 웃고 안 좋아도 덤덤하잖아요.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니까 덤덤해지는 겁니다. 꼭 마음공부를 안 해도 오랜 경험을 통해서 지나 놓고 보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을 보면 아이 같다고 하고, 아이가 천연덕스러우면 애어른 같다고 말하는 겁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옛날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지금 좋은 일이 생기면 필연적으로 나쁜 일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기분 좋다’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저 사람 별 거 아닌 거 갖고 좋아하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내가 막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저 사람은 별 일 아닌 거 갖고 난리 피우네’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 자기감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나놓고 보면 다 인생살이의 한 과정일 뿐이에요. 등산을 할 때도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잖아요. 사람들은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죽겠다고 하고,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막 좋아합니다. 그런데 내리막길만 가서는 산꼭대기에 올라갈 수가 없잖아요.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그냥 인생을 살아가는 한 과정입니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살아가는 거예요.

법문을 잘못 이해하면 ‘좋은 일이 생기면 다음에 나쁜 일이 생기겠구나’라고 생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감정이란 늘 주어진 바깥 환경에 따라 변합니다. 왕자나 공주로 태어난 사람도 괴로울 일이 늘 생겨요. 누구나 자기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괴로워집니다. 그럼 가난한 집에 태어나면 늘 괴로울까요? 아니에요. 그도 그 속에서 행복한 일이 있어요. 인도에 가난한 천민 마을에 가보면 아이들이 밥도 잘 못 먹고, 옷도 제대로 못 입는 데도 웃으면서 뛰어다니고, 조그만 일로도 희희낙락합니다. 이렇게 어떤 조건에 있어도 마음은 늘 좋았다 나빴다 출렁출렁 하는 겁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이 찾아오고, 나쁜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찾아온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우리의 마음은 이렇게 늘 좋았다가 시무룩했다가 한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면 좋아서 입이 벌어졌다가, 자기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기분이 나빠졌다가, 이렇게 계속 바뀌는 것이 마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남자나 여자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했다가 배신해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늘 그 사람이 한결같아도 기분이 내 좋았다 나빴다 합니다. 약속 장소에 갔는데 그 사람이 오늘 좀 늦게 오면 기분이 팍 나빠지고, 내가 힘들 때 그 남자가 선물을 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 남자가 지나가는 어떤 여자를 쳐다보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렇게 감정이라는 것은 늘 널뛰기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너무 의미 부여를 하고 감정에 빠지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혹시 잘못 알아들으면 ‘좋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쁜 일이 생긴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면 돈이 들어왔으니까 돈을 잃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설령 돈을 잃는 일이 생겨도 지나 놓고 보면 별 일 아니고, 설령 돈을 버는 일이 생겨도 지나 놓고 보면 별 일 아니에요.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돈이 들어와서 내가 너무 기분 좋아하면 앞으로 반드시 돈 잃는 일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네,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그걸 벌써 깨달아 버리면 어떡해요? (웃음) 기분이 좋고 나쁜 것은 다 마음 작용인데, 우리는 늘 바깥을 탓합니다. 바깥에 좋은 일이 생겼다, 바깥에 나쁜 일이 생겼다, 이렇게 늘 바깥세상을 논합니다. 바깥세상이 한결같이 좋아도 내 마음은 널뛰기를 하고, 바깥세상이 나빠도 내 마음은 널뛰기를 합니다. 다만 바깥세상이 좋으면 내 마음이 좋을 확률이 좀 높고, 바깥세상이 나쁘면 내 마음이 나쁠 확률이 좀 높을 뿐이에요. 마음이 널뛰기하는 것은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는 바깥 환경에 널뛰기를 많이 했더라도, 이제부터는 자기 마음을 잘 살피면 앞으로는 널뛰기를 덜 하게 됩니다.

질문자는 ‘어려움이 지나가면 좋은 일이 올 것이다’ 이렇게 법문을 이해한 것 같아요. 어려움이 닥쳐도 어려운 가운데도 좋은 일이 있다는 걸 알면, 마음이 가라앉지 않게 됩니다. 좋은 일이 있어도 그 좋은 일이 앞으로 일상화되어버리면 좋음이 없어져 버린다는 것을 알면, 마음이 크게 들뜨지 않게 됩니다. 그 ‘좋은 일’이라는 것이 나중에 지나놓고 보면 실제로는 손해가 될 때도 많습니다. 그때 좋은 조건에 안주해서 배우는 것이 없었다든지, 좋음에 너무 빠져서 교만해졌다든지요. 아무 감정 없이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감정의 기복을 조금 줄이라는 의미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때 너무 의미 부여를 했었습니다. 감정에 깊이 빠지지 않고 출렁출렁 널뛰기가 아닌 찰랑찰랑 가벼운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합니다. 오전에는 비닐하우스에 심어 놓은 고춧대를 정리하고, 오후에는 수확한 고추를 말리는 작업을 하고 4시 30분부터는 전국 법사단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0/200

감사합니다

스님 법문 감사합니다.

2021-12-02 07:03:06

우민자

마음은 늘 출렁인다.!! 안좋은 일 가운데 좋은 것도 있다!! 감사합니다~~

2021-12-01 07:57:42

윤태훈

기분에 의미 부여 않기
감사합니다.

2021-11-30 08:12:58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