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24.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수행자가 가져야 할 다섯 가지 향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 우면산 위로 해가 힘차게 떠올랐습니다.

스님은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종교인분들을 한 명씩 맞이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이 속속 도착하고, 목사님의 식사기도 후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최근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에서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교령님이 먼저 최근 분위기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남한 정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보려고 노력하는데 뜻대로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스님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지금 상황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번에 세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첫째, 생필품에 대한 수출입을 허용해 달라, 둘째, 석탄 등 광물에 대한 수출을 허가해 달라, 셋째, 기름에 대한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 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죠.

미국 입장에서는 종전 선언이 되면 필연적으로 유엔사 해체 문제가 불거지게 되고, 유엔사 해체 문제가 제기되면 주일미군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게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주일 미군 기지가 대부분 유엔군 소속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남한 정부는 그냥 정치적인 선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유엔사를 해체하더라도 주한 미군은 남을 수 있는데, 주한 미군 사령관만 갖고는 한국군을 통제하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남북관계는 현재로서는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늘 북한을 방문하여 식량을 나눠주고 싶어 하시는 김명혁 목사님이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다시 한번 스님이 지금 상황을 요약해 주었습니다.

“목사님이 늘 북한에 가보고 싶어 하셨는데, 지금은 도저히 갈 수가 없어요. 사람은 고사하고 서신도 서로 주고받을 수 없는 상태예요.” (웃음)

“어쩔 수 없죠.”

남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내년 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종교인분들은 요즘 대통령 후보들의 언행과 언론 보도를 보면서 다들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고, 각자의 생각도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회의 때 성명서 발표를 검토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다시 조정을 했습니다.

“연말에 성명서라도 발표를 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남북 관계에 대한 진전도 없고,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립도 심해지고 있어서, 서두르지 말고 조금 더 정세를 지켜보기로 합시다.”

다음 달 회의 날짜를 잡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연달아 가졌습니다. 바쁜 하루를 보낸 가운데 해가 다시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400여 명의 정토회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고,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일주일 동안 두북 수련원에서 감을 따고, 무를 수확하고, 새터민들과 김치를 담그고, 고추밭을 정리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오늘의 법회 주제인 ‘예불문’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4주 동안 수행법회에서는 예불문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스님이 직접 강의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법회 참가자에게는 예불문이 담긴 PDF 파일이 사전에 전달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스님이 예불문의 첫 문장인 오분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예불문(禮佛文)이란 무슨 뜻일까요? ‘예(禮)’에는 ‘절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부처님을 공경해서 항상 아침저녁으로 엎드려 절을 하는 것, 이것을 예불이라고 해요.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하고 있는 예불문은 다섯 가지 향을 부처님께 올리면서 예불을 한다 해서 ‘오분법신향(五分法身香) 예불문’이라 하기도 하고, 일곱 번 절한다고 해서 ‘칠정례(七頂禮) 예불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일곱 번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면서 부처님을 공경한다는 뜻이에요.

수행자가 올려야 할 다섯 가지 공양

예불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戒香 定香 慧香 解脫香 解脫知見香)’

수행자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은 향도 아니고, 초도 아니고, 물도 아니고, 꽃도 아니고, 밥도 아니고, 과일도 아닙니다. 인격의 향기, 즉 수행의 향기를 부처님께 올려야 해요. 이게 최고의 향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가 ‘계향(戒香)’입니다. 계율을 청정히 지킨 인격의 향을 부처님께 올린다는 뜻이에요.

‘남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겠습니다.
남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말로도 남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술을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지위가 높다고 교만하게 살지 않고 겸손하겠습니다.
돈이 있다고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게 살겠습니다.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가지겠습니다.’

계향에는 이런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기본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밤에 깊은 산속에 단둘이 함께 있다 하더라도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겠죠.

‘이 사람은 나를 절대로 해치지 않는다.
이 사람은 나한테 절대로 손해 끼치지 않는다.
이 사람은 절대로 나를 성추행하지 않는다.
이 사람은 절대로 나한테 욕설하거나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 사람은 술에 취해서 행패 피우지 않는다.’

이런 믿음이 있잖아요. 그러면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내 남편, 내 자식, 내 부모라 하더라도 때리거나, 물건을 훔쳐가거나 빼앗거나, 성추행을 하거나, 욕설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술 먹고 취해서 행패를 피우면 어떨까요? 내 가족이라도 두렵고 괴로움이 생깁니다. 그러니 계율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처럼 수행자는 첫째, 남을 해쳐도 안 되고, 남에게 손해를 끼쳐도 안 되고, 남을 괴롭혀서도 안 됩니다. 행동뿐만 아니라 말로도 그래서는 안 돼요. 계를 지킨다는 건 남한테 아무 피해를 안 준다는 뜻입니다. 쉬운 말로 하면 착한 사람이라는 거죠. ‘저 사람은 법 없어도 살 사람이다’ 이런 얘기예요. 이것이 계향입니다. ‘계를 청정히 지키는 향기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옵니다’라는 뜻이에요.

두 번째가 정향(定香)입니다. 주변을 보면 착하기는 한데 안절부절못하고 마음이 불안한 사람이 있죠? 불안한 사람 옆에 있으면 같이 힘들어져요. 또 조그마한 일에도 흥분해서 화내는 사람은 같이 살기가 힘들죠. 그래서 마음이 고요해야 합니다. 마음이 고요한 것을 ‘선정(禪定)’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정(定)’이라고 해요. 그래서 두 번째 올리는 향이 정향입니다. ‘정의 향기로 부처님께 공양 올리옵니다’라는 뜻이에요.

이처럼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화를 내거나 마음이 흥분하거나 들뜨는 일이 없습니다. 계를 지키는 사람은 자기 욕망을 잘 제어해서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사람이고,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자기의 성질을 잘 제어해서 타인에게 괴로움을 안 주는 사람이에요. 우리 주변을 보면 사람은 착한데 성질이 더러운 경우가 간혹 있잖아요. 착하지만 마음이 늘 불안한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마음이 늘 고요해야 합니다. 빨리(Pali)어로는 ‘계’는 ‘실라(sila)’라고 하고, ‘정’은 ‘삼마디(samadhi)’라고 해요. ‘삼마디’를 우리 식으로 읽으면 ‘삼매(三昧)’입니다. 번역하면 ‘선정(禪定)’이에요.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착하고 조용하긴 한데 뭘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하면 답답합니다. 아는 게 별로 없고 일머리도 없어요. 이런 경우에도 같이 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세 번째 필요한 것이 ‘혜향(慧香)’입니다. 사람이 어리석지 않고 지혜로워야 해요. 이걸 ‘혜(慧)’라고 해요. 빨리어로는 ‘빤야(panna)’라고 합니다.

계를 잘 지킨다는 것은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해서 탁하지 않고 아주 맑다는 뜻이고, 정이라는 것은 마음이 무겁지 않고 가볍다는 뜻이에요. 혜라는 것은 마음이 어둡지 않고 밝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항상 여러분더러 마음을 항상 맑고 가볍고 밝게 가지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바로 계정혜(戒定慧)를 닦는 길이기 때문이에요.

계정혜의 반대는 탐진치(貪瞋痴)입니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 남을 때리고, 남의 물건을 빼앗고, 성추행을 하고, 욕설을 하는 사람이 있죠? 이렇게 욕망에 사로잡힌 마음을 탐심(貪心)이라고 합니다. 탐욕(貪慾)이라고도 해요. 그 다음에, 자기 성질을 못 이겨서 막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걸 진심(瞋心)이라고 합니다. ‘진(瞋)’은 성낸다는 뜻이에요. 진애(嗔恚)라고도 합니다. 세 번째가 치(痴), 어리석음입니다. 아는 게 없다는 거죠. 어리석음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어요. 첫 번째는 말 그대로 모르는 거예요. 두 번째는 아는 게 있기는 하나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세 번째는 환상에 사로잡혀 없는 걸 있는 줄 착각하는 상태입니다. 이 모두를 두고 ‘앎이 없다’, ‘무지(無智)다’, ‘어리석다’라고 합니다.

탐진치는 우리가 괴로움 속에서 윤회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입니다. 탐진치에서 벗어나는 길이 바로 계정혜입니다. 또 수행자가 마땅히 배워야 할 세 가지 공부라고 해서 ‘삼학(三學)’이라고도 해요. 그래서 ‘계정혜 삼학’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이 착하고 조용하고 지혜로워도 꽉 막힌 경우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유롭지가 못해요. 이런 사람은 어디 가자고 하면 뭐 때문에 못 간다고 하고, 늘 걸림이 많습니다. 반면에 이러자고 해도 ‘오케이, 해보지 뭐’라고 답하고, 저러자고 해도 ‘오케이’라고 시원하게 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처럼 대화를 해보면 자유로운 사람이 있어요. 걸림이 없는 상태예요. 이게 바로 해탈(解脫)입니다. 그래서 예불문이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으로 시작합니다. 계, 정, 혜, 해탈의 향기를 공양한다는 뜻이에요. 쉬운 말로 풀어보면 사람이 착하고 고요하고 지혜롭고 자유롭다는 얘기예요.

여러분도 그렇게 살고 싶죠? 그러려면 먼저 사람이 착해야 합니다. 그러나 착한 것만 갖고는 안 돼요. 사람이 좀 조용해야 합니다. 또 조용한 것만 갖고도 안 돼요. 지혜로워야 해요. 또 지혜로운 것만 갖고도 안 돼요. 자유로워야 해요. 이 네 가지 단계를 거쳐서 부처의 경지에 이릅니다. 이게 ‘해탈지견(解脫知見)’이에요. ‘해탈’은 다른 말로 하면 ‘열반(涅槃)’입니다. 괴로움이 없는 상태 또는 걸림이 없는 상태입니다. ‘닙빠나(nibbhana)’, ‘니르바나(nirvana)’라고도 합니다.

앞에서 계정혜를 이야기할 때 설명한 ‘혜’는 제법(諸法)이 공(空)한 도리를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뭔가 꽉 차 있는 줄 알았더니 텅 빈 도리를 안다’, ‘이렇게만 해야 하는 줄 알았더니 저렇게 해도 되는 도리를 안다’ 이런 뜻입니다. 이에 비해 ‘해탈지견’은 ‘텅 빈 줄만 알았더니 시시때때로 그때그때 형편 따라 모두 세세하게 적용할 줄 안다’ 이런 뜻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부처님에게는 분별지(分別智)가 있어서 중생이 어떤 어리석음과 어떤 고통을 갖고 있는지를 다 세세하게 알아서 그 중생의 병에 따라 처방을 하는 법문을 하셨습니다. 이걸 ‘해탈지견’이라고 말합니다. ‘부처님의 지혜’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불문을 읽을 때 여러분은 다섯 가지 원을 세우고 아침마다 부처님께 이렇게 다짐하는 겁니다.

‘계율을 잘 지켜 청정하겠습니다.
마음을 고요히 해서 선정에 들겠습니다.
어리석음을 깨우쳐 지혜를 증득하겠습니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부처님의 지혜를 증득하여 일체중생을 구제하겠습니다.’

이렇게 다짐을 하고, 그런 삶을 살 때 나오는 인격의 향기를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거예요. 돌로 만든 불상이나 피와 살로 된 몸 같은 것이 부처가 아니에요. 계율을 청정히 지키고, 선정을 닦고, 지혜롭고, 자유롭고, 모든 중생을 인연 따라 다 제도할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진짜 부처입니다. 그 깨달은 마음이 곧 부처의 몸이에요. 그래서 ‘법신(法身)’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오분법신향’은 이렇게 다섯 가지 수행의 향기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뜻입니다.”

이어서 다음 구절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해준 후 오늘 강의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명의 질문을 받은 후 예불문 첫 번째 강의를 마쳤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밤 9시에도 평화재단에 손님이 찾아와서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가진 후 오전에는 사회활동위원회 실무자들과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과 내년 봄 정토불교대학 교과과정 개편을 위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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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탉항

해탈의 뜻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

2024-03-06 22:53:21

혜당

오늘부터 2주간 스님의 하루 연재가 안되서 서운했는데....
덕분에 예불문을 다시 보게 되네요..
참으로 스님의 법문은 좋고 또 좋습니다..
저에게 무슨 복이 있어서 스님을 알게 되었을까요!!!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법륜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부처님을 알고 성불하길 기원합니다 !!!

2023-07-31 12:04:42

굴뚝연기

[탐진치는 우리가 괴로움 속에서 윤회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입니다.][… '이렇게만 해야 하는 줄 알았더니 저렇게 해도 되는 도리를 안다’ 이런 뜻입니다. … ‘텅 빈 줄만 알았더니 시시때때로 그때그때 형편 따라 모두 세세하게 적용할 줄 안다'이런 뜻이라고 할 수도…]종교인모임은,3ㆍ1운동당시의 33인 생각나게해요~스님,수척하심에도 깊이있는 설명 감사드려요ㅜ

2021-12-06 02: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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