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1 설 떡국떡 배달
“저는 오늘 스님이 아니라 배달부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지적 장애인들과 요양병원, 노숙자들을 위해 설 떡국떡을 배달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배달을 하기 위해 4시에 출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수련원에서 내려가는 길이 살얼음판이 되었습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조심스럽게 움직여 보았지만 타이어가 빙판에 그대로 미끄러졌습니다.

“날이 밝아지면 출발합시다.”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간단히 아침만 먹고 오전 10시에 문경 수련원을 걸어 나왔습니다. 언덕길에는 여전히 얼음이 녹지 않았습니다.

차는 도로 위에 세워두고, 짐을 들고 차가 있는 곳까지 조심조심 언덕길을 걸었습니다.

“너무 늦어지면 오늘 배달을 다 못해요. 얼른 갑시다.”

빙판길을 뚫고 가까스로 문경 수련원을 빠져나왔습니다.

점심 무렵 두북 수련원에 도착해 식사를 한 후 배달할 떡국떡을 차에 실었습니다. 작년에 농사지은 햅쌀로 만든 떡국떡입니다.

끼니 때마다 꺼내먹기 좋게 포장을 해서 박스에 정성껏 담았습니다.

봉고차 안에 떡국떡을 가득 싣고 두북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저는 오늘 스님이 아니라 배달부입니다.”

첫 번째로 떡국떡을 배달한 곳은 언양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운영하고 있는 요양병원입니다. 조용히 배달만 하고 가려고 식당 뒤편에 차를 대고 떡국떡 박스 21개를 내렸습니다.

어디서 스님을 보았는지 금방 비구니 스님들이 달려와서 박스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떡국떡이에요. 설명절에 병원 식구들과 함께 드세요.”

“아이고, 스님께서 직접 갖고 오셨네요. 잘 먹겠습니다.”

잠깐 차만 마시고 가라고 해서 요양병원 원장 스님과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요양병원은 요즘 코로나 사태 이후 후원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자원봉사자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죽고도 사는데 힘을 내세요.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세요.”

언양을 출발하여 다음은 거제도에 있는 애광원으로 향했습니다. 거가대교를 지나면서 양 옆으로 넓은 바다가 창밖에 보였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 지적 장애인 거주 시설인 거제 애광원에 도착했습니다. 떡국떡 21박스를 박스를 내리고 있는데 애광원 대표님과 실무자들이 멀리서 스님의 모습을 보고 달려왔습니다.

“아이고, 스님! 또 오셨어요?”

“떡국떡 배달하러 왔어요. 몰래 놔두고 갈려고 했는데 또 마주쳤네요.” (웃음)

“그냥 가시면 저희가 너무 섭섭하지요.”

대표님이 차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해서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애광원 설립자인 김임순 원장님도 실무자의 부축을 받고 잠깐 스님의 얼굴을 보러 나왔습니다.

“떡국떡을 뽑은 지 3일 지나서 바로 드시거나 냉동 보관하셔서 드세요.”

“스님이 직접 오셔서 전달해 주시니까 너무 고맙네요. 스님이 한 번씩 오실 때마다 큰 힘을 받습니다.”

김임순 원장님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니와노 평화상 수상하고 나서 자료집이 나왔어요. 원장님께 직접 선물로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사인해 주셔야죠.” (웃음)

스님이 직접 사인을 해서 니와노 평화상 자료집을 전달했습니다.

애광원 관계자들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스님도 요즘 근황을 이야기했습니다.

“저희 정토회 공동체 식구들도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굉장히 조심하고 있어요. 저희는 합숙하기 때문에 한 명이 감염되면 전체 대중이 감염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방역을 하는 편이에요. 식당 출입을 금지하고,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면 최소 3일 이상 격리를 시킵니다. 혹시 집에 다녀와야 하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에 들어오도록 하고 있어요. 출퇴근 봉사자도 전부 재택근무로 바꾸었습니다.

저도 요즘 자취생활하듯이 삽니다. 방 안에 밥솥 하나 가져다 두고 제가 밥을 해 먹고 있어요. 혼자 밥을 해서 먹으니까 반찬이 김치만 있으면 돼요. 밥을 차려서 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나니까 한 시간이 금방 가버립니다. 저희는 그릇을 다 닦아 먹거든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취생활을 했는데 그때처럼 지금 지냅니다. 그때는 연탄 위에 냄비 올려놓고 밥을 해 먹었거든요. 공부하다가 잊어버리면 냄비 밥이 다 탔지요. (웃음)

문경 수련원이 산속에 있으니까 밖에 나갈 일이 없어요. 방 안에 모니터 10대를 설치해서 500명이 화상회의에 참석해서 같이 대화를 나눕니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부 바꾸니까 교통비며 숙박비며 행사 진행 경비가 엄청나게 절약이 돼요. 2박 3일 동안 회의하는데 예산이 1만 원 밖에 안 들었어요.”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은 후 애광원을 나왔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애광원 식구들 데리고 나들이도 다시 갑시다.”

애광원 내부에는 봄가을에 거주인들이 스님과 함께 나들이를 갔던 사진들이 오래된 추억처럼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다음은 부산에서 노숙인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 애빈교회를 찾아갔습니다. 매년 스님은 애빈교회를 통해 노숙인들에게 쌀을 조금씩 지원해왔습니다. 작년 연말에 크리스마스 때도 조금 지원을 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서 설 연휴를 앞두고 한 번 더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6시에 애빈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애빈교회에서 목사님이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을 내려왔습니다.

70개의 박스를 리어카에 실은 다음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주택가를 벗어나자 낮은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습니다.


포장된 길이 끊어지고 흙길이 이어졌습니다. 경사가 가파르자 스님은 뒤에서 리어카를 힘껏 밀었습니다. 한 사람 정도 다닐 만한 지닌 좁은 길을 지나자 산 위에 대문도 없는 작은 교회가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목사님에게 말했습니다. 날이 추워서 안경에는 습기가 가득 찼습니다.

“떡이 이미 3일이 지나서 바로 먹거나 냉동 보관하셔야 해요.”

“저희는 냉동 보관 시설이 없어요. 내일부터 노숙인들에게 바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독교와 불교의 의미 있는 만남인 것 같네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전달하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에 살아요?”

“가난한 사람들은 이 밑에 살고 있고, 저희 교회는 절간처럼 맨 위에 있습니다.” (웃음)

“그래요. 맛있게 드세요.”

짧게 인사를 나누고 언덕길을 다시 내려왔습니다.

부산을 출발해 밤 8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배달을 다 했네요.”

스님이 하루 종일 부산과 경상남도 지역을 돌며 배달을 했다면, JTS 봉사자들은 수도권 지역에 배달을 했습니다. JTS 안산 다문화센터에 60박스, 까르따스 수도회에 80kg를 전달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두북 수련원 주변에 살고 계신 독거노인들께 떡국떡 배달을 한 후 두북 농사팀과 두북 수련원 곳곳을 돌아보며 올해 농사 계획에 대해 의논하고, 저녁에는 문경 수련원으로 돌아와 평화재단 통일의병 운영위원회와 온라인 간담회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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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애광원은 친구에게서 자기고모님이 세운곳이라고 들어서 반가웠습니다. 타 종교도 도와주시니 정토회를 만나 수행함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1-02-19 06:28:31

광운

스님을 본 받겠습니다.

2021-02-14 07:50:31

금강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1-02-14 07: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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