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2 평화재단 통일의병 온라인 간담회
“목표에 비해 역량이 부족하다 싶을 때,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해가 뜨자마자 올해 농사지을 밭을 전체적으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을 살펴본 후 산 윗밭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지난겨울에 심어놓은 채소들은 혹독한 추위를 잘 견뎌내고 날이 따뜻해지자 푸른 새싹을 드러냈습니다.

“햇살이 비치는 곳은 벌써 싹이 돋았네요.”

스님은 윗단과 아랫단을 가로질러 직접 땅을 밟아보고 채소들이 어느 정도 자랐는지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산 윗밭에서 더 위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제법 넓은 평지들이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여기는 올해에 과수를 심으면 어떨까 해요. 산 위에 있으니까 특별히 신경을 안 써도 되는 작물들을 심어도 되고요. 더덕 같은 것을 심으면 좋겠어요.”

잡초가 무성한 터를 헤집고 다니며 농사 계획을 대략 가늠해 본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을 어르신들은 햇살이 잘 비치는 동네 어귀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어제에 이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떡국떡을 나눠 주기로 했습니다.

“곧 있으면 설 명절이잖아요. 이걸로 떡국 끓여서 드세요.”

“아이고, 스님! 또 뭘 주는겨? 자꾸 받기만 해서 어떡하노.”

어르신들은 함박웃음을 보이며 떡국떡을 손에 들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는 떡국떡을 유모차에 담아서 끌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데이.”

떡국떡 배달을 마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두북 농사팀 행자님들이 스님과 올해 농사 계획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어디에 무엇을 심고,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하나씩 스님과 상의를 했습니다. 전국에서 160여 개의 법당을 철거하면서 나온 불구, 책상, 의자, 모니터 등 온갖 물품들이 두북 수련원으로 모이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창고를 이 방향으로 이렇게 지읍시다.”

“창고도 새로 지어야 하지만, 그래도 적재할 장소가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아요.”

“운동장 한가운데에 큰 천막을 치고 한 달 동안 바자회를 한 번 할까요?”

법당 철거로 인해 나오는 재활용 물품들의 보관과 활용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련원 측면에는 컨테이너를 더 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곳곳에 빈 공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수련원 곳곳에 빈 공간에는 꽃밭을 좀 가꾸면 좋겠어요. 너무 황량하잖아요.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올 텐데 꽃밭에 들어가서 사진도 좀 찍고 갈 수 있게 하려면 곳곳에 꽃이 많아야 되거든요. 이것저것 섞어서 심지 말고, 예를 들어 한쪽에는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도록 심으면 좋겠어요.”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스님은 이곳에서 봉사자들과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다시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문경으로 가는 길에 잠시 강변에 차를 세우고 야생 곰보배추가 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곰보배추를 차로 우려서 먹으면 기관지에 좋다고 하네요. 저는 기관지가 항상 안 좋잖아요. 곰보배추는 강변에 주로 많이 나거든요. 한 번 찾아봅시다.”

정말로 유심히 찾아보니 곰보배추가 제법 보였습니다.

“호미를 안 가져왔네요. 다음에 와서 캐갑시다.”

위치만 확인하고 차를 타고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저녁 7시 30분에 스님은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평화재단 통일의병과 온라인 간담회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통일의병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운영위원들입니다. 강한 책임감을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이 분들이 어떤 방향과 생각을 갖고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 스님에게 자문을 구하고자 모였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럼 질문부터 먼저 하세요. 대화를 나누고 나서 더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겠습니다.”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5명이 손을 들고 그동안 활동하면서 궁금하거나 힘들었던 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통일의병 활동을 시작한 지 7년째에 접어들었지만 통일이라는 너무 큰 목표 앞에 막막함을 느낀다는 고민을 말했습니다

스님은 통일이 왜 허황된 꿈이 아닌지 이야기한 후 일상에서 통일 운동을 해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목표에 비해 역량이 부족하다 싶을 때, 어떡하죠?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것이 통일의병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활동해 보면 목표는 큰데 우리의 역량은 적고, 과연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순간순간 들 때가 있습니다. 7년 전에 통일의병을 창립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지도력이 필요하고, 그 지도력을 기르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면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사람들 속에 싹 뜨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평화로운 시기에는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대부분 뜬금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백 명에 한두 명 정도만 동조합니다.

미리 준비했을 때 갖게 되는 유리함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고 남북이 충돌하는 국면이 되면 대부분 일상에 빠져 있더라도 백 명 중 열 명은 위험하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약간 긴장이 고조되면 ‘전쟁을 막아야 한다’ 하고 시위를 하면 백 명 중 열 명은 관심을 표현하고 참여 의사도 나타내게 됩니다.

완전히 긴장이 고조되어서 더욱더 위기 국면에 이르게 되면 백 명 중에 삼십 명은 관심을 두게 되고 그 운동은 대중성을 확보하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되면 다른 단체에서도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고, 같은 주장을 하는 여러 단체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때는 굳이 사람들이 통일의병의 활동에만 참여할 필요가 없고, 다른 단체의 비슷한 활동에도 참가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과 같이 어떤 단체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통일의병 여러분이 그것을 준비해서 중심을 잡아 놓아야 합니다. 처음에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선들도 분위기가 바뀌면 신뢰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선발주자가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면 갖게 되는 유리함입니다. 정황이 바뀌면 급속도로 성장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화상회의 기술을 개발해 놓아도 그것이 필요 없는 시대에는 개발에 들어간 투자비용과 판매 사이에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화상회의 기술을 개발해 온 많은 회사들이 수익이 안 생겨서 다 사라지고 몇 개 회사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 사태가 터지니까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자본이 있거나 특별한 기술력이 있어서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몇 개의 회사만 결국 살아남았는데, 그 회사들은 현재의 폭발적인 수요를 딛고 급성장하게 되는 겁니다.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어떤 회사도 창립한 이후 20년 만에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해요. 늘 적자를 기록함에도 주식이 조금씩 올랐던 것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래에는 전기 자동차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폭발적인 투자와 성장으로 가게 되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상황에 닥쳤을 때 급속도로 확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역사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만약 통일이 되었을 때 ‘그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통일이 됐다’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나 놓고 나서 돌아보면 그것이 보이지만 지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아요. 과거 이탈리아에서도 청년 이탈리아당(La Giovine Italia)이 만들어져서 통일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아세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여러분들은 꿈은 큰데 노력은 안 하고 불평만 하는 것 같아요.

통일이 허황된 꿈이 아닌 이유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허황된 꿈이 아니라 너무나 사실적인 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회의적일 이유가 없습니다. 나라를 잃었을 때는 독립해야 한다는 목표가 너무나 분명하지만 일제 강점기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목표가 너무나 아득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같아요. 지나 놓고 돌아보면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것이 망할 징조였는데, 당시 사람들로서는 일본이 동남아를 점령하는 것을 보고 세계를 통일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그때 독립운동을 그만두게 된 겁니다.

요즘은 즉문즉설 시간에도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질문이 자주 올라오는 것을 보면 폭락 장세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 같아요. 이 오름세가 몇 달을 갈지 모르지만 모두 흥분해서 달려들 때 올라타면 결국 막차를 타게 되는 거예요.

통일 운동은 천하가 다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 혼자라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통일을 이룰 수 없어요. 수평적으로 다른 통일운동 단체와 협력해서 양적 확대를 하든지, 지지 세력을 많이 확보하든지, 이런 방법으로 양적 확대를 해야 합니다. 물론 그것만 한다고 다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씨를 뿌리고 거두려면 시간도 걸립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와야 농작물이 자라지, 겨울에 심어놓고 애를 쓴다고 해서 농작물이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자꾸 결과만 갖고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여러분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솔직하게 평가해보세요. 시민들이 각자 자기 살기 바쁜데 왜 단체에 기부하고 모이고 하겠어요? 그러려면 시민들에게 이익을 주거나 감동을 줄 만한 일을 꾸준히 지속해서 해야 합니다. 모임에 와서 보니 통일은 차치하고라도 사람들이 좋고 의기투합하는 맛이라도 있어야 해요. 조금이라도 나날이 발전해 가는 모습이 있어야 사람들이 참여를 하죠. ‘처음에 참여할 때는 긴가민가 했는데 3~4년이 흐르니 의기투합이 됐다’ 하는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질문자 얘기처럼 처음엔 열정을 가지고 참여했는데 3~4년이 지나니 흐지부지 되고 있다고 한다면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쪽박을 막으면 대박이 터집니다

정세를 정확하게 보고 방향을 바르게 잡고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2017년에 전쟁이 난다고 했을 때도 우리는 평화의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 이듬해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통일이 다 된 것처럼 얘기할 때에도 저는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고 예측했었습니다. 낙담하면 어느 날 뒤집어져서 다시 잘 되고, 되는 줄 알면 어느 날 뒤집어져서 안 되는 것을 역사 속에서 수도 없이 겪어왔어요. 그러나 길게 보면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간격이 벌어지는 것도 있지만 조금씩 좁혀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전쟁이 나든지 통일의 기회가 오든지 결론이 날 거예요. 그래서 통일의병 여러분도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을 찰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쪽박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 쪽박을 막으면 대박이 터지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도 제가 그랬잖아요.

‘이 사람은 전쟁도 할 수 있고, 협상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못하도록 막는다면 협상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전쟁한다고 난리 피우다가 나중에는 전쟁 분위기가 급 반전되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감하게 협상을 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렇게 내지르는 힘이 있어 성격적으로는 우리에게 유리한 면이 있었지만, 세밀하게 준비해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었던 거예요. 반면 바이든 정부는 좀 꼼꼼한 면이 있어서 오히려 마무리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꼼꼼해서 오히려 북한과의 관계를 풀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북한처럼 화끈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북미 관계가 안 풀릴 가능성이 있지만, 반면에 어떤 결실을 맺는 쪽으로 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내지르는 힘과 바이든의 마무리하는 힘을 어떻게 잘 결합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 갈 것인가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에요. 어떻게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국내를 통합해서 평화와 통일로 나아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통일 운동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건의할 게 있으면 건의하고, 개인이 행동할 게 있으면 행동하고, 국민 여론을 만들어 갈 게 있으면 만들어 가는 게 통일의병이 해야 할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관점을 딱 가지고 있다면 여기서 멈칫하거나 고민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어떻게 하면 앞으로 한 발 더 갈까?’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DMZ에 가서 피켓을 들고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부차적인 일입니다. 그런다고 평화가 지켜지고 통일이 되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가 그런 활동이라도 하면 털끝만큼은 도움이 됩니다. ‘그런 일이라도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하자’ 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이 통일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가 말했듯이 요즘 국민들은 본인 살기도 바쁘기 때문에 여러분이 통일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금방 호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단체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단체인지 아닌지 예측하려면, 해를 거듭할수록 세력이 조금씩 늘어나는지, 참여하는 사람의 의지나 목표가 깊어지는지, 내부의 단결력이 높아지는지를 보면 됩니다. 세력이 점점 줄어들고, 내부가 단결되기는커녕 분열하고, 내부의 의견이 갈수록 좁혀지는 게 아니라 갈수록 넓어지면, 희망이 별로 없다고 봐야 해요.

비록 참여하는 대중의 수가 적어도 갈수록 내부에 힘이 집중되고 의기투합하는 쪽으로 나아간다면, 대중성은 적지만 조금이라도 통일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참여하는 대중이라도 아주 많든지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갈수록 내부는 분열하고,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면, 운동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래도 이만한 단체가 없기 때문에 존재 자체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이렇게 몇 가지만 체크를 해보면 알 수 있어요.

통일의병이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합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통일의병의 일상적인 활동이에요. 꼭 어디 가서 피켓을 드는 것만 활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내부에 불협화음이 많으면 불협화음을 줄이는 것도 통일운동이고, 참여하는 대중의 수를 늘리는 것도 통일운동이고, 대중에게 이슈를 던지는 것도 통일운동이고, 북한이 굶어 죽는다고 할 때 인도적 지원하는 것도 통일운동이고, 이런 내용을 온라인으로 알리는 것도 통일운동입니다. 통일운동이 어느 한 가지라고 말할 수 없어요. 우리의 목표가 분명하면 목표로 가기 위해 양을 늘리는 것도 통일운동이고, 내부를 단결하는 것도 통일운동이고, 홍보하는 것도 통일운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일상에서 ‘직장 다니느라 이 운동을 못 하겠다’, ‘수행을 하느라 이 운동을 못하겠다’ 하는 것은 그냥 핑계예요. 그건 하기 싫다는 얘기이거나 의욕이 없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이 운동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수행을 하면 더 잘 되는 일입니다. 직장에서 직장 동료들에게 얘기하면 더 확대할 수도 있는 운동이에요. 어떤 이유 때문에 이 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건 아직 이 운동에 대한 중심이 덜 잡혀서 하는 얘기입니다. 법륜 스님이 ‘법문을 해야 해서 통일운동을 못 한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잖아요. 법문을 해서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해 주고, 그렇게 저한테 도움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통일 운동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죠.”

통일의병들은 스님의 법문을 듣고 다시 힘을 내었습니다. 화상회의 화면 속 얼굴들마다 웃음이 번졌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검찰 개혁이 한참 화두일 때 통일의병의 입장을 발표하자는 안건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는 판단인지 궁금합니다.
  • 가족을 팽개쳐 두고 활동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시비심이 들기도 합니다. 통일의병에 맞는 수행방법이 있을까요?
  •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통일을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렇게 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게 무엇일까요?
  • 스님의 통일에 대한 구상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은 참석한 모든 통일의병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질문을 했던 한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처음에 통일의병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이건 굉장히 어려운 길이고, 내가 정말 어려운 길에 들어섰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내가 사는 삶 자체가 통일운동이 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줄 소감을 다 듣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코로나 사태보다 더 큰 위기가 한반도에서는 바로 전쟁의 위기임을 강조했습니다.

“스님이 이렇게 수행을 가르치면서 자꾸 남북문제나 평화 문제를 얘기하는 이유는 우리에겐 전쟁이 아주 큰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지금 미국과 유럽이 난리가 났지만, 우리에겐 코로나 사태가 큰 위기일까요? 전쟁이 나는 게 더 큰 위기일까요?”

“전쟁이요.”

“전쟁은 그 피해가 코로나 사태와는 비교가 안 돼요. 경제가 좀 다운됐다는 것과도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런데 미국에선 전쟁이 별 것 아니에요. 미국은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일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에겐 전쟁이 일상입니다. 그래서 이라크와 전쟁하든,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과 전쟁하든, 미국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그들에겐 우리처럼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에요. 미국은 전쟁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때리는 게 낫겠다 하면 어느 날 그냥 때립니다. 왜냐하면 늘 해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코로나 사태가 훨씬 더 큰 문제예요.

전쟁을 막고 통일로

이와 달리 우리 대한민국은 전쟁이 일어나면 큰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각성하고 막아야지 남에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이 일을 자꾸 미국 사람들처럼 생각해요.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전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 위에 놓여 있습니다. 전쟁이라고 하는 위험을 안고 그 속에서 불안정하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기반을 안정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 당장의 전쟁 위험은 없앨 수 있습니다. 발전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분단 상태로 남한만 갖고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발전에 한계가 생기고, 북한과 갈등 관계가 커지면 북방 정책이 어렵습니다. 이런 장애들을 제거한다면 발전의 속도가 확 커집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통일이 필요한 겁니다.

통일을 넘어 동아시아 협력으로

평화를 무시하고 너무 통일만 내세우면 국제 사회에서 지지를 받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을 없애버리자는 걸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평화를 지켜내면서 통일로 가야지, 평화를 무시하는 통일로 가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너는 너, 나는 나’ 하는 식으로 별개의 나라로 가자는 것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항상 평화를 바탕으로 하되 그 다음 단계로 통일을 지향해야 해요. 그렇다고 해서 통일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통일만으로는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통일을 넘어서서 동아시아의 협력까지 도모하여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여러 장애가 되고 있지만 미래를 내다보면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에게 큰 장애물이지만 그렇다고 떼어서 없애버리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똥을 거름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해요. 북한과의 관계에서 평화라는 기반 위에 통일을 지향하듯이,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기본 입장은 가지되 그걸 너무 고집해버리면 미래를 향한 협력을 놓치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관점을 가지고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2시간 동안의 온라인 간담회를 끝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화면을 향해 모두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내일은 오전과 저녁에 두 번에 걸쳐 정토회 정회원 보고회를 겸한 온라인 수행 법회가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스님은 오전에는 문경 수련원에서, 저녁에는 서울 정토회관으로 이동해 생방송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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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통일의병으로셔의 관점 한번더 새기며 일상이 통일의병활동임을 자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2-21 07:13:11

정보현화

통일의병님들께 응원 보냅니다..그리고..문장 중 '북한처럼 화끈하게 하지 못하기..'가 아니고, '트럼프처럼 화끈하게 하지 못하기'가 되어야 맞는 거 아닌...지요? 궁금해서 문의합니다만...

2021-02-11 14:37:06

정종석

저는 7년 전에 서울까지 다니며 3주간 원정교육을 받고 통일의병 임명장을 받았지만 조직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해 늘 안타까웠습니다.이제 법당 중심 의병으로 등록해 의병 번호를 부여 받았고 통일특위의 활동에 기대를 많이 합니다.

2021-02-06 07: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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