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26.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시상식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평화와 행복이 있기를….”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제37회 니와노 평화상을 수상하고, 니와노 재단 이사장 니와노 히로시 님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전에는 휴식을 하고 오후 2시부터 두북 수련원에서 온라인으로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시상식에 참가했습니다. 법사님들과 두북 공동체 행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수상식은 일본어로 진행되었습니다.

니와노 평화 재단은 종교간 협력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세계 평화라는 대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개인과 단체들을 기리고 격려하며, 이들의 업적을 가능한 한 널리 알리고자 매년 니와노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시상식은 원래 6월 3일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연기되다가 결국 온라인으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ただいまより、公益財団法人、庭野平和財団主催による第37回 庭野平和賞贈呈式を開式いたします. はじめに、皆さまと共に、平和の祈りを捧げたいと思います. 鐘の音とともに、黙祷をお願い申し上げます.

지금부터 공익 재단법인 니와노 평화재단이 주최하는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시상식을 시작합니다. 먼저 여러분과 함께 평화의 기도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면 종소리와 더불어 묵도를 올리겠습니다.”

평화의 기도를 드린 후 니와노 평화재단 이사장 니와노 히로시 님이 개회사를 했습니다.

“오늘 니와노 평화상 시상식에 참가해 주신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니와노 평화재단은 42년 전에 창설되었고, 니와노 평화상은 제37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역대 처음으로 온라인 니와노 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중략)

저는 법륜스님이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소식을 직접 전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지난 2월 한국 서울을 찾았습니다. 만나 뵙자마자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격의 없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스님이셨습니다. 국제적인 인도주의 활동에도 힘을 쏟고 계시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토록 훌륭한 분께 평화상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은 니와노 평화재단에 엄청난 영광이라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귀국하였습니다.

오늘 시상식은 법륜스님의 공적을 기리는 자리이지만, 저는 스님의 공적을 통해 많은 점을 배우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로 거듭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끝으로 오늘 참가하신 여러분께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인사를 갈음할까 합니다.”

다음으로 니와노 평화상 위원회 위원장 수전 헤이워드 님이 법륜스님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헤이워드 님은 기독교 목사이자 미합중국 평화 연구소의 일원으로 아시아 각국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입니다.

법륜스님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

“Your excellencies, distinguished leaders, honorable guests, respected recipient of the 37th Niwano Peace Prize, and friends and family from around the world who join together virtually today in celebration.

존경하는 회장님 그리고 지도자님들과 귀빈 여러분,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수상자님,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해 주신 전 세계의 친구들과 가족 여러분.

니와노 평화상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수상자이신 대한민국의 선승, 법륜스님을 여러분께 소개드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법륜스님의 눈부신 인도주의적인 활동과 환경 사회 운동의 업적, 그리고 평화 운동의 중심요소로서 서로 다른 신앙과 문화 간에 신뢰와 선의의 관계를 구축하는데 고무적인 노력을 기울여 오신 공로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 상을 수여합니다. 법륜스님의 업적은 불교 이념을 고취시키는 감동적인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명예로운 수상자를 소개하기에 앞서 니와노 평화상의 역사와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본 상은 서로 다른 종교 간의 협력에 현저히 공헌한 개인과 단체를 기리고 격려하기 위해 1983년에 최초로 제정되었습니다. 평화 구축 활동의 모범 사례들을 축하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활동을 고무시키고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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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엄청난 긴장과 갈등 속에 빠져 있는 지금, 정신적, 문화적 전통을 동기로 하여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며 이 세상에 선을 베풀고 있는 훌륭하신 평화 활동가들을 기념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유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법륜스님과 같은 분들의 활동상을 경청할 수 있다는 것은 이 힘든 시대에 있어 위로이며, 이러한 분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제시함으로써 세상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니와노 재단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들 겸허한 종교적 평화 활동가들은 너무나 자주 그들의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 평화 활동가들을 기리고 격려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전 인류의 흥망이 이러한 활동들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폭력, 착취, 편견은 세상에 강력한 힘을 뻗치고 있습니다. 지금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적인 전염병은 이러한 부정적인 경향만을 더욱 강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법륜스님과 같은 평화 활동가들을 축하하는 것 이상의 것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전 세계적인 고통과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그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와 함께 고통받고 있는 지구 그 자체와 모든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고 번영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위원회가 2020년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수상자로 법륜스님을 선정하게 된 심사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니와노 평화재단은 매년 전 세계의 지적, 종교적 위상을 인정받는 분들로부터 수상 후보자를 추천받고 있습니다. 세계 125개 이상의 국가와 많은 종교를 대표하는 600여 명의 인사와 단체들에게 수상 후보 제안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수상자는 니와노 평화상 국제선정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됩니다. 위원회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온 8명의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모두 평화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종 결정 과정에서 위원회는 니와노 평화상의 수상 기준인 평화에 대한 지향, 영성과 종교적 신념, 종교간 협력에 대한 헌신, 양적, 질적 측면에서의 평화 증진을 위한 활동 등을 신중하게 고려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만 니와노 평화상 선정위원회에서의 선정 작업은 도전적이면서도 고무적인 것이었습니다. 많은 후보자들과 단체들이 수상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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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오늘 우리가 함께 모여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수상자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법륜스님은 1953년 대한민국의 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16세 되는 해에 불교에 입문하셨습니다. 그리고 35세 때 불교의 가르침과 원리에 바탕을 둔 공동체인 정토회를 설립하여 환경 파괴, 빈곤, 폭력적 갈등 등 고통을 유발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헌신해 오셨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마음의 평화를 이루고 타인에게 봉사함으로써 모든 살아있는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전 세계인의 행복한 삶에 기여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고 있습니다.

법륜스님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평화를 위해 일해 오셨습니다. ‘좋은 벗들’이라는 단체를 설립하여 인도적 지원과 종교간 협력을 통해 북한의 기근과 자연재해로 비롯된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평화재단’이라는 연구 단체의 설립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시각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구호 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를 설립하여 북한,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과 지속 가능한 개발 대책을 주도함으로써 빈곤과 기아 근절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19년에는 방글라데시의 콕스바자르 난민캠프를 방문하여 인접국인 미얀마로부터 폭력을 피해 탈출한 로힝야 무슬림 난민들에게 10만 개의 가스스토브를 전달했습니다.

법륜스님의 활동은 편지 쓰기 캠페인, 평화 집회 같은 활동에서부터 위기 대응,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 처방을 표면화하는 연구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화 구축 방법들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살펴본 바로도 명백히 알 수 있듯이 평화를 구축하려는 법륜스님의 활동은 실질적이면서도 중대한 요구에 부응하며, 모든 존재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하고 수긍하는 방식을 통해서 지리적 경계, 인종과 종교의 경계를 초월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법륜스님은 니와노 평화상의 사명인 종교간 협력과 평화라는 대의에 크게 공헌해 오셨습니다.

법륜스님은 평화를 위한 노력에는 두 가지 측면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정신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명상과 공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 행복과 평정심을 기르는 것입니다. 둘째는 외부적 구조적 요인에 의해 야기되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개인과 집단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 두 측면이 균형을 이루면서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만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는 법륜스님의 근저에 있는 흔들림 없는 신념은 평화를 위한 제반 활동을 구체화하여 이끌고 있으며, 영적 가치의 변혁적 힘과 지난한 평화 구축 위업에 대한 헌신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 세상에서 평화를 추구해 나가면서 보여주시는 스님의 즐거움과 따뜻함 안에 불교적 가르침의 내적 실천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니와노 평화재단은 그 부단한 공헌과 업적을 칭송하며 제37회 니와노 평화상을 법륜스님께 수여하게 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스님의 귀중한 업적과 세계의 평화와 정의에 대한 공헌에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시상식의 이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의 이 축하의 자리가 평화를 위해 활동하시는 여러분에게 영감이 되셨기를 바라며 항상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위원장의 설명과 함께 화면에는 중학생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스님이 국내외에서 활동한 사진이 지나갔습니다. 그 세월을 함께 걸어온 법사님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어서 니와노 평화재단의 니와노 니치코 명예회장이 법륜스님에게 제37회 니와노 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니와노 평화상 수상 증서와 메달은 촬영을 위해 사전에 미리 받았습니다.

표창장

법륜 스님께서는 불교의 이상적인 사회의 실현을 위해, 사람들의 마음의 안녕과 이타의 정신을 기르기 위한 수행의 장으로서 정토회를 창립하시고, 거기에 모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인도적 지원과 인권 문제, 환경 보호 등의 사회 활동에 임하여 오셨습니다. 스님께서 솔선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셔서 모든 생명을 지키고 존엄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쓰시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모든 고통과 격차 속에서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들고 싶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찬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니와노 평화 재단은 스님께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자비심으로 많은 사람들의 좋은 인도자로서 평화를 위해 불법을 실천해 오신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아 여기에 충심으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제37 회 니와노 평화상을 드립니다.

공익 재단법인 니와노 평화 재단 명예 회장 니와노 니치코

상금은 국제참여불교연대(INEB)를 통해 동남아 빈곤여성 및 코로나 19 방역 지원에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표창장을 수여하고 니와노 니치코 명예회장님이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온라인 시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참가해 주신 많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상자 선정을 담당하신 수전 헤이워드 위원장님을 비롯한 니와노 평화상 위원회 여러분께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방금 수전 헤이워드 위원장님께서 수상자 선정 이유를 설명하셨지만, 법륜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의 안녕을 찾아주는 대기 설법을 계속해 오셨고, 한국에서는 ‘인생의 참된 조언자’로 불릴 만큼 유명하신 분입니다. 법륜스님은 오랫동안 ‘자비를 실천하여 세계 전체의 행복에 이바지한다.’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복지 및 인도적 지원, 환경 보호 활동을 펼치셨습니다. 아울러 여러 종교인과 함께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 활동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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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불법(佛法)에 눈을 뜨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 따질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의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독재자와 군부, 제국주의자, 배타적인 종교 단체나 이기적인 집단……. 그들은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이고 다른 집단이었습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여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삶을 바꿔 놓은 커다란 깨달음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불교에서는 ‘십계호구(十界互具)’라고 하여, 사람은 누구나 부처와 같은 마음에서 지옥의 악귀와 같은 마음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독재적이거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본디 자기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과제로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부처의 깨달음과 진리를 인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부처가 될 종자, 즉 불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가르침을 깊이 깨우친다면 눈앞에 나타나는 현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리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법륜스님이 훌륭한 이유는 그런 자신의 깨달음을 곧바로 실천하시기 때문입니다.

‘사회 운동과 불교가 하나가 될 때가 왔다’라고 확신하신 법륜스님은 1988년, 서른다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정토회’를 창립하셨습니다. 그리고 ‘정토회’ 안에 NGO 등을 설립하여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과 인도 불가촉민 등을 위한 지원, 환경 보전 활동 등을 펼치셨습니다. 법륜스님의 행동력을 상징하는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순례 차 처음으로 인도에 갔을 때, 갓난아기를 안은 여자가 법륜스님께 다가와서 ‘우유를 살 수 있게 60 루피만 베풀어 달라’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사전에 가이드가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일단 거절했지만, 나중에 60 루피가 얼마나 적은 금액인지 알고 나서 크게 후회했다고 합니다. 법륜스님은 ‘60 루피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면 기꺼이 내겠다.’ ‘두 번 다시 이런 거부는 하지 않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바로 그때의 굳은 각오가 인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병원을 설립하고 급식을 제공하는 한편 위생 교육을 시행하는 노력 등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깨달음을 얻은 뒤 곧바로 실천하는 법륜스님의 진면목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지금 수많은 과제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법륜스님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 등 세 가지 독(毒)을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꼽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세 가지 독을 정당화해온 사회 구조 때문에 현대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굶주림과 빈곤, 무교육, 인권 침해 등의 배경에는 분쟁과 전쟁이라는 존재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다툼의 원인이 되는 뿌리 깊은 적대심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대학’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마음을 바로 하고 몸을 가다듬으면 가정이 정돈되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마음을 바로 하고 몸을 가다듬지 않으면 가정의 평화도, 나라의 평화도, 세계의 평화도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법륜스님은 이런 원점을 깊이 주시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수양하는 동시에 널리 사회로 운동을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할 때 자기 변혁과 사회 변혁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확신하십니다.

법륜스님은 앞으로 우리가 창조해 나갈 새로운 문명에 대해 대단히 인상적인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자기희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기쁨이어야 합니다. 지금의 사회구조와 가치관에 영합하지 않고 깨달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누구보다 행복하다면, 우리는 저절로 다수파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수행자는 행복해야 합니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며 자연환경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이 더욱 행복하고 자유로워진다면 반드시 새로운 문명은 싹트고 자라날 것입니다.’

스님의 귀중한 말씀, 여러분과 함께 음미하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오늘 직접 만나 뵐 수는 없습니다만, 여러 저서 등을 통해 이해하게 된 법륜스님은 밝고, 다정하고, 따뜻한 분이라고 느껴집니다. 언젠가 만나 뵐 날을 고대합니다. 오늘 시상식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법륜스님의 바람과 행동을 공유하게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활약하시기를 기원하면 서 제 인사말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예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법륜스님의 수상 기념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연설은 미리 촬영하여 니와노 재단에 전달했고, 니와도 재단에서는 일본어 자막과 함께 편집하여 방송을 송출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굿모닝. 곤니찌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앞서 길을 열어가셨던 ‘니와노 평화재단’ 설립자님께 먼저 경의를 표합니다. 그 뜻을 이어 여러 단체들의 평화활동을 지원하고 종교 간 대화와 협력으로 세계평화에 크게 공헌해온 ‘니와노 평화재단’ 운영자 여러분에게도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2020년 ‘니와노 평화상(THE NIWANO PEACE PRIZE)’ 제37회 수상자로 저를 선정해주신 니와노 평화상 국제선정위원회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저를 추천해주신 태국의 위대한 불교사상가이자 INEB(국제참여불교 네트워크) 창립자이신 슐락 시바락사(Sulak Sivaraksa)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0년 한국의 강원룡(姜元龍) 목사님이 귀 재단으로부터 ‘제17회 니와노 평화상’을 수상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원룡 목사님은 저에게 사회정의에 대한 영감과 기독교의 평화 비전을 보여주신 분이셨기에, 그 분과 같은 상을 받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영광입니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제 개인에게 만이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저와 함께 활동해 온 수많은 정토회 평화 활동가들에게도 큰 격려가 되어줄 것입니다. 또한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 무명의 모든 분들과 평화상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정토회(JUNGTO SOCIETY)는 만물이 서로 연관되어 존재하는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목표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맑은 마음이란, 개인은 자신의 욕망을 잘 다스려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좋은 벗이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경쟁과 투쟁의 적대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돕는, 좋은 벗의 관계임을 알아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깨끗한 땅이란, 자연은 인간이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삶의 터전임을 알아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하는 것입니다.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운, 살기 좋은 세상 ‘정토’를 만들자는 것이 정토회가 지난 30여 년간 활동해온 핵심 내용입니다.

‘니와노 평화재단’은 불교를 기반으로 설립되었지만, 그동안 종교를 초월한 협력으로 세계 평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저도 지난 20여 년 동안 개신교와 가톨릭 등 다른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간 화해와 협력 그리고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과 탈북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또 인도의 불가촉천민, 아프가니스탄 난민. 필리핀 민다나오의 원주민과 무슬림 등을 지원해왔습니다. 이런 활동 속에서 기아, 질병, 문맹의 절대 빈곤 뒤에는 항상 갈등과 분쟁이 존재함을 직접 체험하였습니다. 이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지 않고선 인도주의 지원도, 인권의 보장도 제대로 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종교를 비롯한 모든 집단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바탕 위에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 평화의 싹이 트고, 서로 화해할 때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화해 없이는 평화를 이룰 수가 없습니다.

저는 불교도로서 ‘부처님의 삶’을 가장 소중한 지표로 생각하고 실천해왔습니다. 붓다가 살던 당시에도 ‘브라만교’라는 종교가 있었고, ‘우파니샤드’라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종교는 너무 권위주의적이고 철학은 너무 관념적이어서 현실에 사는 중생의 고통을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붓다는 이런 종교와 철학의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길인 중도(中道)를 발견하였습니다. 중도(中道)란 욕망의 충족을 통해서 얻는 ‘쾌락’과 욕망을 억제하는 ‘고행’의 양극단을 떠난 새로운 길입니다. 중도는 어떤 편견이나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직 ‘사실은 어떤가’ 하고 진실을 탐구하여 모든 괴로움과 번뇌에서 벗어나는 실천수행법입니다.

모든 인류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성취한 사람은 소수일 뿐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행복인 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붓다는 우리가 자신의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자유와 행복은 모든 인류가 이루고자 하는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저는 지금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 실천과제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평화입니다. 이념, 종교, 국가를 넘어 일체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지하는 활동에 대화와 협력이 집중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2020년은 한반도 최대의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정전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 핵무기 사용이나 핵발전소 폭파로 이어진다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큰 피해를 초래할 것입니다. 반면에, 한반도의 평화는 아시아의 평화로 나아가 세계 평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 없이 세계 평화는 없습니다

둘째, 환경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은 이제 더 이상 환경운동가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개도국에서 벌어지는 환경생태계의 파괴는 각종 갈등과 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념, 종교, 민족, 국가의 차이를 넘어 기후 위기를 해결할 공동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안보 위기와 식량 부족, 전염병 확산, 거대한 산불 발생에 이르기까지 그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기후 위기에 따른 재앙 앞에서는 어떤 나라도, 어떤 사람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분명히 현대 문명의 위기입니다.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소비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소비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공멸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없이는 세계 시민의 안전이 담보될 수 없습니다.

셋째, 기아, 질병, 문맹과 차별로 상징되는 ‘구조적 불평등’의 해결입니다. 제가 20년 전,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처음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왜 적(敵)을 돕느냐”며 반대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가 준 쌀이 총알이 되어 돌아온다”는 반론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념, 종교, 인종, 성별을 넘어 배고픈 이는 먹어야 합니다. 병든 이는 치료받아야 합니다. 배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제 때에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기아, 질병, 문맹은 인류사회의 가장 구조화된 불평등입니다. 굶주리는 사람에게는 음식을, 병든 사람에게는 약을, 난민들에게는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은 인류사회가 가장 긴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입니다.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인 절대 빈곤은 이제 더 이상 한 국가의 책임만으로 끝날 수 없으며 인류 모두의 책임입니다. 나아가 사람은 누구나 인종, 성별, 계급, 종교,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신체장애, 성애, 난민 등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도 안 됩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합니다. 정의는 차별을 극복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적 실천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정의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지금 세계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선진국과 후진국, 북반부와 남반부, 기독교와 불교, 동서양을 막론하고, 코로나19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세계적 차원에서 공동 대응과 상호 협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각국이 제 살 길만 찾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합니다. 정작 위험한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위험 앞에서 분열하는 우리들입니다. 분열이 지금 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위기 앞에서 종종 생존을 위한 초인적 힘을 발휘하여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일구어낸 적도 있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희망과 믿음을 갖고 꾸준히 협력해 나아가면 우리는 어떤 난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지역, 특정한 종교, 특정한 국가만의 평화는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지역, 특정한 종교, 특정한 국민만의 안전은 없습니다.

평화, 환경,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 해결과 전염병 확산 방지는 전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하여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 간, 종교 간 협력과 공동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의 모든 평화활동가들과 각국의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들이 함께 협력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을 모으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평화’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서 국가 간의 공존을, ‘환경’은 생태적 평화로서 자연과의 공존을, ‘구조적 불평등의 해결’은 구조적 폭력을 없애고 성(性)과 인종과 계층 간의 공존을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제 메시지의 핵심은 ‘평화’로서, 공멸을 피하고 공존을 이루자는 것입니다.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평화와 행복이 있기를….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저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니와노 평화재단’에 다시 한번 깊은 경의와 감사를 드립니다.”

▲ 영상 보기

기념 연설이 끝나고 다 함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종소리와 함께 짧게 묵념을 했습니다.

“이상으로, 제37회 니와노 평화상 시상식을 마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참가하고 시청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本日は、誠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시상식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수상식을 모두 마치고 무변심 법사님의 제안으로 두북 공동체 대중 모두가 동그랗게 모여 앉아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리 온라인 수상식이라고 하지만, 그냥 이렇게 마치면 아쉽잖아요. 어떤 것을 느꼈는지 함께 나누고 마칩시다.”

돌아가며 무변심 법사님부터 차례대로 소감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들어보니까 스님에 대해 잘 알고 수상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저도 스님을 만나고 나서 인생이 크게 바뀌었는데 그 과정들이 떠올라서 ‘이 상이 이 길을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격려가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주 기뻤습니다.” (눈물)

스님과 20년 이상 함께 활동해 온 법사님들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함께 걸어온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을 것입니다.

“요즘 일하면서 짜증내고 성질내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스님의 가르침과 반대로 가고 있구나 하고 저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2003년에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셨을 때는 스님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번에 2020년 니와노 평화상은 스님의 사상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스님이 쉼 없이 달려온 것에 대해 국제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구나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공적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오늘처럼 이렇게 조촐하게 지나가니까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지쳐 있는데, 국민들에게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일 관계가 워낙 안 좋다 보니까 이 상의 가치가 조금 희석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스님께서 이 길을 꾸준히 와주신 것에 대해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동안 방황을 많이 했지만, 이 감사함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더 열심히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님은 나누기를 경청하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다 같이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소감나누기를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한 뒤 오후 4시 30분부터는 니와노 평화재단 이사장 니와노 히로시 님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에는 일본어 통역사도 함께 했습니다. 통역하는 분의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잠깐 기다려야 했습니다.

“소리 들리십니까? 대단히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웃음)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상대가 준비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모든 사람이 준비가 되자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이사장님, 수상식 준비하고 진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너무 잘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히 명예회장님께서 직접 수상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네. 전달하겠습니다.”

이어서 이사장님이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이사장님은 스님의 평화 메시지 중에 희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활동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 이 두 가지를 병행하시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본인은 괴로워하면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세상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은 희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정토회는 남을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세상을 위하는 일에 스스로 기쁨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하면서 상대를 미워하기 쉽습니다. 그동안 저 자신도 나의 행복은 소홀히 해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회 활동의 전제는 자신이 먼저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것이 스님의 사상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네, 완전히 행복해질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항상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바탕에 깔고 사회 활동을 해나가자는 겁니다.”

자비의 실천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자비의 실천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자비의 실천을 통해 우리는 보람이라는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존재에 대한 존중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나한테 도움을 주면 일시적으로는 기쁩니다. 그런데 계속 도움을 받으면, 나는 그 사람 앞에 갈 때마다 작아지고 위축됩니다. 결국 주인을 쫓아서 따라다니는 강아지처럼 됩니다. 그것은 주인이 되는 길이 아니라 종이 되는 길입니다. 그런데 남을 도와 보세요. 내가 남을 도울 때는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남을 돕는 것은 꼭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심부름을 가라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때 심부름을 가지 않았을 때와 갔을 때를 비교해 봅시다.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무엇이 나에게 좋을까요?’

우리가 남을 돕는 일은 우선 상대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통해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그때 느끼는 감정이 보람입니다. 보람은 다른 감정보다 굉장히 오래가는 기쁨입니다.

이 관점을 분명하게 갖고 있어야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칭찬을 바라면서 하는 일은 누가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져서 그 일을 안 해버립니다.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관점이 딱 잡혀 있으면, 남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비난을 하든 안 하든,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그 일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끝 무렵에는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일본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나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일본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있는지 스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저는 어떤 정치적인 뜻을 갖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남한과 북한 사이에 관계를 개선하려고 할 때, 일본의 아베 정부는 그동안 반대하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반대를 하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개선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미국에 대한 영향력은 한국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 일본이 남북 간, 북미 간의 관계 개선을 좀 지지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일 관계를 가깝고도 먼 관계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경제적인 협력도 세계에서 가장 긴밀하고, 사회 시스템도 비슷하고, 민주화된 사회도 비슷하고, 언어문화적으로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큰 걸림돌로 남아있습니다. 게다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일본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한국인이 느끼고 있는 것도 관계가 불편한 원인 중에 하나입니다.

과거만 생각하면 모든 나라마다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생각해야 합니다. 미래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한일 관계도 개선해야 하고, 북일 관계도 개선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이 좀 더 미래를 내다보면서 북일 관계를 개선하는 일에 조금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이 한반도의 평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종교를 가진 우리가 한 일 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뷰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 스님은 저서에서 ‘사회 운동과 불교가 하나가 될 때가 왔다’는 생각으로 정토회를 설립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무엇을 소중히 하고 계십니까? 지금까지 발전해 온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정토회에는 국제 NGO 'JTS', ‘좋은벗들’, ‘평화재단’, ‘에코붓다’등 다양한 단체가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단체를 만드신 바람이나 동기에 대하여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특히 지금 힘쓰고 계신 활동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 20여 년 동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는 가운데, 한국의 여론의 변화를 느끼는 부분, 반응은 있으십니까?
  • 북한과 한국, 한반도의 평화는 어떤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법륜스님의 대화형 강의(즉문즉설)는 TV와 YouTube를 통해 전달되어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에 응답하여 오셨는데,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에 공통점이 있습니까?
  • 불교를 전함에 있어서 소중히 하시는 것은 있나요?
  • 최근 일본에서는 매년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요인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습니다. 바이러스의 위협은 인간의 개발이 요인이라고도 합니다. 한편, 세계는 재산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금세기에 들어 한꺼번에 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만, 그 원인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with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요?

“저희들이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어떠셨는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인터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통 인터뷰를 하면 너무 평범한 질문들을 하는데 오늘은 미래 문명이나 우리 사회에 대해서 정말 대화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말 진지한 대화를 더 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수상식을 지켜볼 일본의 불교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첫째, 수행 정진해서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행복해야 한다. 이걸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둘째, 세상의 불의를 외면하지 말고 우리 사회를 좀 더 정의롭게 해야 하는 일에 기꺼이 내일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셋째, 정말 부처님의 법이 좋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널리 전해서 그들도 행복할 수 있도록 전법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말씀이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종결되어 한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면 스님을 꼭 니와노 평화재단에 초청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다시 한번 뵙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바쁘신 와중에 긴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인터뷰해주신 내용은 교성신문과 인터넷 교성신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귀중한 말씀을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도록 편집부에서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일본어로 인사를 했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 행자들이 수련원 주변에서 자란 금잔화로 꽃다발을 만들어 스님께 건네 드렸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을 보고 업무를 본 뒤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쉬어가며 하루를 보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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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2003년에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셨을 때는…, 이번에 2020년 니와노 평화상은 스님의 사상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스님이 쉼 없이 달려온 것에 대해 국제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구나…감사한 마음이… 이런 공적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오늘처럼 이렇게 조촐하게 지나가니까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공감합니다!

2020-11-04 01:32:10

규원

스님의 그동안의 공적을 니와노에서 인정하여 상을 수상하시게되니 한국민으로서 정말 기쁩니다. 자랑스런 법륜스님께서 우리곁에 함께하시니 든든하고 항상 행복할수있도록 설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0-11-02 11:27:55

모자이크붓다

법륜스님 제자됨이 자랑스럽습니다. 수행전진 게으르지 않게 꾸준히 스승님이 가시는길 함께 하겠습니다

2020-11-02 08: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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