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25. 농사일, 통일의병 모둠장 온라인 간담회, 일요명상
“깨달은 사람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에는 통일의병 모둠장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하고, 저녁에는 일요 명상수련을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해가 나오기를 기다려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어제 텃밭에 겨울 채소 심을 준비를 다 해두었기 때문에 오늘은 바로 씨앗을 심었습니다.

비닐 구멍마다 심고, 비닐이 닿지 않은 가장자리에도 빈틈없이 심었습니다.

겨울채소를 다 심고 그 위로 고수 씨앗을 흩뿌려준 뒤 흙을 살짝 덮어주었습니다. 겨울채소는 겨울을 지나 봄이 돼야 싹이 트기 때문에 그 사이에 고수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물을 흠뻑 주고 텃밭 곳곳에 떨어진 낙엽을 치웠습니다.

뒤편 텃밭 주위뿐만 아니라 낙엽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습니다. 갈퀴를 들고 낙엽을 쓸어 모았습니다.


수돗가 주변에 물이 넘쳐 질척해지는 곳에 밭에서 나온 잔돌을 깔아 두었는데 돌이 땅 위로 솟아올라 발에 걸렸습니다. 망치로 두들겨 박아주었습니다.

“골목에도 낙엽이 많이 떨어졌을 텐데”

스님은 빗자루를 들고 마을 골목으로 나갔습니다. 대나무로 직접 만든 빗자루가 슥슥 지나갈 때마다 길이 훤해졌습니다.

울력을 마칠 시간이 지났지만, 스님은 울력을 마치지 않았습니다. 행자 혼자 산 아랫밭에 고구마를 캐러 갔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 고구마를 캘 때 비탈에 심은 고구마 한 두둑은 고구마가 덜 자라서 남겨두었습니다. 이제 날이 쌀쌀해져서 서리가 내리면 고구마가 얼기 때문에 행자 혼자서라도 고구마를 캐러 갔습니다.

“스님, 이제 쉬셔요.”

“혼자 갔는데 도와줘야죠….”

호미와 손 괭이를 들고 산 아랫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산 아랫밭에 도착하니 행자 혼자 묵묵히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고, 삽으로 땅을 뒤집고, 호미로 고구마를 캐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손괭이와 호미를 들고 바로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습니다. 비탈이라 평지에서 캘 때보다 힘이 더 들었습니다.

평지에 고구마를 캘 때만큼 큰 고구마가 주렁주렁 딸려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면에서 힘껏 자란 자홍빛 고구마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야, 이렇게 큰 것도 나오네요.”

간혹 큰 고구마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고구마를 끝까지 다 캐고 스님은 호미를 내려놓았습니다.

“땀이 날 정도로 힘든 일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땀이 나려고 하네요. 그만 해야겠어요. 뒷정리 부탁해요.”

고구마 뿌리를 자르고 담는 일을 남겨두고 11시가 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오후 2시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전국의 통일의병 모둠장들이 온라인 상에 모여 스님과 간담회를 하는 날입니다.

통일의병 모둠장들은 매월 통일의병 활동을 진행하고, 통일의병이 행복학교를 잘 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모둠장들은 그동안 활동하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드디어 300명 정도의 얼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스크린을 설치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여러분을 제가 다 보고 있으니까 딴짓하지 마세요. (웃음) 지금 300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10명이나 20명 정도의 질문자들만 들어와서 대화를 하고 나머지는 참관만 했는데 지금은 여러분 모두가 손을 들고 곧바로 의견을 말하거나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상이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영상을 보는 것과는 조금 달라졌어요. 여러분 모두가 쌍방향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스님은 책상 앞에 놓인 5개의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300명의 얼굴을 바라보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2017년 한반도에 불어닥친 전쟁 위기를 떠올리며 왜 통일의병을 만들었는지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통일의병을 관리하는 모둠장들의 역할이 너무 크다 보니 각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스님의 격려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저는 이런 얘기를 해야 할 때가 제일 부끄럽습니다. 격려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요. 이 자리를 빌어서 여러분을 격려합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웃음)

그런데 격려를 해주기보다는 여러분의 고민을 실제로 해결해주는 게 제 방식의 격려가 아닐까요? 오히려 격려는 여러분 상호 간에 더욱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도 소중하지만 300명의 모둠장인 우리 도반들이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런 마음을 갖고 함께 이 길을 가는 도반이 서투르거나 틀리거나 어려워할 때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게 필요합니다. 저의 역할은 여러분이 장애를 못 넘어서 허덕일 때 발을 받쳐서 올려주든지, 야단을 쳐서 올려주든지, 어쨌든 장애를 넘어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통일의병을 만든 이유

통일의병이 왜 만들어졌을까요? 한반도의 상황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정중동( 靜中動)’의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약간 고요하기는 한데 언제 폭풍이 몰아칠지 모르는 대기 상태예요.

요즘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2017년에는 정말로 전쟁이 날 뻔했다. 전쟁이 났으면 몇 천만 명이 죽었다. 그때 내가 전쟁을 막았다’ 이렇게 계속 얘기하잖아요. 여러분은 ‘또 허풍을 부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맞습니다. 실제로 2017년은 거의 전쟁이 일어나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잘 몰랐죠. 전쟁이 일어나야 비로소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슨 벼락같이 느껴지고, 전쟁이 안 일어나면 처음부터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당시에 저는 주한 미군 사령관을 몇 차례 만나서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고 간곡하게 설득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주한 미군 사령관도 전쟁이 난다는 소리를 절대로 안 했어요. 다만 ‘알겠습니다’ 이렇게만 말했는데, 그가 주한 미군 사령관을 그만두고 미국에 돌아가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그 당시는 완전히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고 발언하고 있습니다. 전쟁 준비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느냐 하면, 전쟁을 일으키기 전 마지막 한 단계만 남았었다고 발언했거든요. 미국 시민권자를 한반도에서 모두 철수시킨 뒤 바로 폭격을 하기로 했는데, 그 마지막 단계에서 전쟁을 멈췄다는 겁니다.

2017년 한반도에 들이닥친 전쟁 위기

당시 통일의병들은 온 힘을 모아서 광화문에 모여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 대회를 했었습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그때 우리가 과잉반응을 해서 그 난리를 피웠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위험한 시기였습니다.

그런 위험을 예측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 7년 전에 통일의병을 만들기 시작했던 겁니다. 왜 뜬금없이 통일의병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전쟁의 조짐이 물밑에서 지속돼 왔기 때문에 혹시 정부 차원에서 못 막으면 우리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본 거예요. 이름을 통일의병이라고 정했지만 첫 번째로 우리가 해야 하는 활동은 평화를 지키는 것입니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평화를 지켜내자.’

이렇게 평화의병이 되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목표만 있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평화를 지켜내고 그걸 딛고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평화는 현재의 이익을 지켜내는 것이라면, 통일은 미래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런 목표를 갖고 통일의병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장고한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천 년 만에 한 번 오는 그런 기회입니다. 발해 멸망 이후 천년 만에 우리가 세계사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한번 살려보자는 원을 가지고 통일의병을 시작한 것입니다.

‘작게는 이 땅에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 우리의 불행을 우리 스스로 막아내고 크게는 새로운 천년의 꿈을 한번 실현해보자!’

통일의병 활동은 이렇게 천 년을 내다보고 하는 활동입니다. 그런데도 자꾸 무슨 파니 무슨 패니 이런 수준에 물들어서 이런저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통일의병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특정 정당이나 대통령의 수명은 길어야 5년에 불과하고, 정당은 5년 안에도 이름이 몇 번 바뀔 수도 있어요. 그런 것을 추종하는 사람이 통일의병이 된다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통일의병은 애국 애족의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거예요. 그런 꿈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수행하고 일반 활동을 하면 됩니다.

통일의병의 설립 목적이 무엇인지 여러분이 분명히 알고 참여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지금부터 여러분의 자유 발언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신청하면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행복학교를 어떻게 더 널리 홍보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분도 있고, 행복학교를 진행하면서 본인이 더 행복해진 경험을 나누는 분도 있고, 참가자들의 삶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는 분도 있고, 연령대별로 행복학교를 진행해보자는 제안을 하는 분도 있고,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꼼꼼히 수첩에 메모했습니다. 스님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님은 각각의 의견에 대해 애정을 담아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자유발언 시간을 마치고,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6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행복학교를 졸업한 시민들이 통일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 마땅치 않다며 고민을 말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평화 행동은?

"일상에서 대중이 할 수 있는 평화 행동 중에서 환경 실천은 참여가 쉽습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해서는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 일반 대중은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행동한다고 하셨는데요. 너무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고, 대중이 실천해볼 만한 행동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행복학교를 졸업한 시민들이 가장 실천하기 쉬운 행동은 환경 실천입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실천을 대중이 일상에서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평화 문제는 사실 비정치적인 문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평화가 아주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남북 간의 평화를 가져오자는 건 종교나 이념을 떠나서 누구나 다 동의할 만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쟁하지 말고 평화롭게 지내자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6.25 전쟁 이후 남북 분단과 이념 대결을 겪은 특수성 때문에 평화를 얘기하면 ‘북한 편이가?’ 자꾸 이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수적인 사람들 중에는 ‘까짓것 북한하고 싸우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평화를 얘기하면 좀 친북적 성향이 있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겁니다. 그래서 평화 문제를 대화 주제로 꺼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저는 이런 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에 대해 우리가 너무 눈치보며 살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생각해요. 그러나 정토회 회원도 아니고 일반 시민들의 경우에는 이런 주제의 활동이 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실천으로써 제일 좋은 것은 환경 운동입니다. 실제로 환경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환경도 결국은 평화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우선 환경실천으로 가볍게 시작한 후 어느 정도 활동력이 생기면 주위에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활동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가 조금 풀리면 그때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활동도 조금 반대가 있더라도 일반 시민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출발해서 그 다음 단계인 평화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으로 나아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우리가 통일의병이니까 바로 평화 문제를 내세우고 가야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도 맞는데 우리가 놓여진 현실이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같으면 어디를 가나 늘 평화 얘기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정한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은 비난받는 걸 싫어하거든요. 집에 가면 남편이나 아내가 ‘당신, 새삼스럽게 왜 그래?’ 라며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서부터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큽니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의 현실에 맞게끔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권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도 평화나 통일 문제가 아주 시급하고 중요한 순간이 되었을 때는 아무리 저항이 있어도 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그러나 평상시 상황에서 어떤 위기에 처하지 않았는데 자꾸 그 이슈를 꺼내다 보면 우리가 고립될 수 있어요. 그럴 때는 환경 이슈나 복지 이슈와 같은 다른 이슈를 갖고 더 많은 사람들과 광범위한 활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마칠 시간이 되어 스님이 정리 말씀을 했습니다.

“지금 온라인으로 모두 전환되면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요? 해외에 계시는 분들이에요. (웃음)

해외에 계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행복학교에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해외에서도 행복학교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정토불교대학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명상수련도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계시는 분들은 지금 복이 터졌다고 해요. 프로그램에 한번 참석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신청만 하면 집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잖아요. 심지어 오지에 살고 있는 사람도 행복학교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렇게 행복학교가 해외로도 퍼져나가고, 해외에 사시는 분들이 진행자 교육까지 받으면 해외에서도 행복학교 진행자가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저와 얘기하면서 격려가 좀 됐나요?

“됐어요.”

“격려가 됐으면 손을 올려 보세요.” (웃음)

300명 모두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격려가 필요하면 자주 격려를 해드리겠습니다.”

스님도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저녁 8시 30분에 다시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29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일요명상입니다. 온라인 일요명상은 외국인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입니다. 스님은 매주 한국의 가을 날씨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3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오늘도 날씨 이야기와 함께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한국은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져서 초겨울 같은 추운 날씨가 3일 간 계속되었습니다. 오늘부터는 다행히 날이 조금 풀려서 평상시 기온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줍던 밤도 철이 끝나서 이제 더 이상 안 줍게 됐어요. 들판에 있던 벼는 이제 다 베었고, 거두어야 할 농산물들도 거의 다 수확을 했습니다. 아직 밭에 좀 남아 있는 작물은 겨울에 김장김치를 담기 위한 무와 배추입니다. 아직 비닐하우스 안에는 고추, 오이 같은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나뭇잎이 떨어지는 양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쓸어도 끝이 없습니다. 한국의 중부 지방에서는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고, 낙엽도 우수수 떨어지는 그런 가을입니다. 이번 주는 이렇게 한국의 가을 날씨를 전하면서 명상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주에 외국인이 영어로 올린 질문 두 개에 대해 먼저 답변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깨달았다는 스승에게서 기만과 착취를 당했다며 분노와 원한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깨달았다는 스승에게서 기만과 착취를 당했습니다

“Dear Sunim. During Sunday’s Meditation(October 18, 2020) I spent most of my sitting dealing with a strong subconscious issue. As a result, I found myself crying for most of my sitting. I realized that the issue was around feeling deceived and betrayed by my previous Zen Master. Therefore, I became aware that I am still holding resentment and anger toward him. During my 10 years of being involved with my Zen Master, I experienced indoctrination, suspected sexual misconduct, financial exploitation and lots of alcohol intake, all promoted by the spiritual community. I became conscious that this had affected my trust and is interfering with my actual practice. I can’t understand how an enlightened individual can take advantage of others. I want to leave this behind but my anger and resentment toward my previous Master is deeply seated in my subconscious. How can I get out of this turmoil?

명상을 하는 동안 제 무의식에 깊숙이 새겨진 어떤 잔재에 대해 번뇌하며 울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옛 선 스승에게 기만과 배신을 당했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직 제가 그분에게 원망과 분노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저는 이단 교리에 주입되었고, 의심스러운 성적 폭력의 정황, 재정적 착취 및 과도한 음주 조장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속해있던 영적 공동체에 의해 조장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타인을 신뢰하는 게 어려워졌고, 이것이 제 수행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깨달은 자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속여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지만, 옛 스승에 대한 분노와 원한이 잠재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깨달은 자가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은 맞지 않습니다. ‘깨달았다고 말하는 자’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입니다. ‘깨달은 자’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깨달았다’, ‘내가 부처다’, ‘내가 성인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비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깨달음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에 속았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주식을 가지고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주식 중개인이 ‘이 회사에서 굉장한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 주식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이 주식을 살 것을 권유했다고 합시다. 그래서 그 주식을 샀는데 처음에는 좀 올랐어요. 그래서 그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있다가 주식이 폭락해 버려서 큰 손실을 입었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만약에 그 중개인이 법에 저촉되는 사기를 쳤다면 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재판을 통해 그런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적극적인 권유에 해당한다면 누구 책임일까요? 결국 그것에 대한 최종 책임은 본인한테 있어요. 본인이 손실에 대해서 기꺼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것은 반드시 손실만 가져온 일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익이 된 측면도 있습니다. 첫째, 앞으로 주식을 계속하게 되더라도 다시는 이런 과장 광고나 사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좀 더 유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이 일을 계기로 주식에서 손을 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손실이 반드시 손실이라고만 볼 수 없어요. 그 손실을 통해서 나는 더 큰 손실을 미연에 방지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깨달은 사람인지 구별하는 방법

그 스승이 ‘내가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해서 실제로 깨달은 게 아니에요. 정말로 그 사람이 깨달은 사람인지 판별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거기에 속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깨달았다고 말하고 자기가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내가 거기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평가 기준이 필요합니다.

속는 데는 그 사람이 속인 것도 나쁘지만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나에게도 원인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파워를 숭상합니다. 첫째, 돈이 많으면 파워가 생겨요. 그래서 ‘재력’이라고 부릅니다. 둘째, 지위가 높아도 파워가 생깁니다. 그것을 ‘권력’이라고 부릅니다. 셋째, ‘신통력’을 가져도 파워가 생깁니다. 미래를 바라본다든지, 뭘 많이 안다든지 하는 그런 신비주의적인 요소도 큰 힘을 가집니다. 종교에서 사람들이 속을 때는 대부분 신통력이라고 하는 이 부분에 주로 속게 됩니다.

이런 일들은 모두 파워를 숭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겁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재력뿐만 아니라 권력, 권력뿐만 아니라 신통력까지도 모두 부정했어요. 파워를 숭상함으로써 진실을 보지 못하고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돈을 많이 가진 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에요. 돈이 많으면 파워로 사용하지 않고 많은 사람을 위해서 베푸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잖아요. 또 지위가 높은 것을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파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이익되게 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신통도 어떤 신비주의를 조장해서 사람들이 재물을 보시하거나 복종하도록 사용하지 않고,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잖아요. 부처님께서는 설령 신통력이 있다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그것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대중들이 그 신통에 미혹되어 어리석어지는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깨달았다고 하거나, 뭔가 신통력을 보여주는 그런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가 어떤 삶을 사는지 그 모습을 봐야 합니다.

‘그가 검소하게 사는가?’

이걸 첫 번째로 체크해야 합니다. 그가 아무리 위대한 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검소하게 생활하지 않는다면 수행자로서 벌써 제대로 된 길을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떤 큰 건물이나 좋은 자동차나 좋은 옷이나 이런 것을 과시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은 수행자로서 바람직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사람을 대할 때 겸손한가?’

이걸 두 번째로 체크해야 합니다. 자기가 승려라는 이유로, 자기가 신부라는 이유로, 어떤 지위를 내세워서 거만하고, 교만하고, 남을 무시하고, 잘난 체한다면 이것은 바람직한 수행자가 아닙니다.

‘그가 마음을 늘 고요히 간직하고 있는가?’

이걸 세 번째로 체크해야 합니다. 조금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흥분하고, 조금 기분이 나쁘면 화내고,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다면 바람직한 수행자라고 할 수 없어요.

‘그가 어떤 일을 할 때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논해서 어떤 결정을 하는가?’

이걸 네 번째로 체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독선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바람직한 수행자라고 할 수 없어요.

이런 몇 가지를 점검해보면 그의 말이라든지, 그가 많이 안다든지, 미래를 내다본다든지, 이런 것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방금 제가 이야기한 기본적인 것만 딱 점검해보면 ‘아! 이분은 올바른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그가 검소하고, 겸손하고, 마음이 고요하다고 해서 그가 위대한 수행자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사물을 올바르게 보는 지혜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혜만 갖추고 있다고 해서 위대한 수행자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지혜를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삶의 방식이나 사는 태도가 지금 말한 대로 검소하고, 겸손하고, 고요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갖춰져 있어야 우리는 그를 존중할 만한 수행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내가 어리석고 진실을 보는 눈이 없어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 내가 어리석어서 그런 환영을 봤구나!’ 하고 여기서 딱 끝내야 합니다.

질문을 들어보면 질문자가 아직도 법의 진실에 대해서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 것 같아요. 만약 법의 진실을 제대로 보고 있다면 ‘아! 그땐 내가 어리석어서 그랬구나!’ 하고 한밤에 악몽을 꾼 것처럼 딱 끝이 나야 합니다. 아직도 옛날에 입은 상처를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겁니다. 질문자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먼저 치유해야 합니다.”

이어서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더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허리를 꼿꼿이 폅니다.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두 손을 앞으로 모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겁니다. 아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한가한 마음을 내야 합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진 후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모아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깊은 명상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40분간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명상을 해 보니 어땠습니까? 채팅창에 소감을 올려 주세요.”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스님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채팅창에 소감이 올라오는 사이 스님은 12월 초에 진행되는 주말 온라인 명상수련을 소개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토요일,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주말 명상수련을 12월 첫째 주에 진행할 계획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주말 명상수련을 마치게 되면 연말에 진행되는 4박 5일 명상 수련에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연휴를 포함해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명상수련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명상수련을 여러 차례 경험해 본 재심자들은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명상수련에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연말에는 온라인 명상수련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으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을 하나씩 읽으며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명치가 너무 아팠습니다.’
‘My solar plexus hurts so much.’

‘다리가 조금 아팠지만 지난번보다 더 편안하고 집중되었습니다.’
‘My legs hurt a little but I was able to better concentrate the last time.’

‘엉덩이에 통증이 조금 있어서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니 개운합니다.’
‘There was pain in my hips so cause a little difficulty but now that it is done I feel refreshed.’

‘생각과 호흡 집중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I went back and forth between being to act distracted by the thoughts and regaining focus on my breath.’

‘입에 침이 고여서 꼴깍 남겼는데 괜찮은지요?’
‘I have saliva gathering in my mouth so I swallow it. I wonder if that's okay?’

“네, 괜찮습니다.”

오늘도 다양한 증상과 경험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어떤 증상이든 그것은 그것대로 모두 명상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격려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가을밤이 깊어만 갑니다.

내일은 일본 니와노 평화재단과 화상으로 연결하여 니와노 평화상 수상식에 참석한 후 니와노 평화재단 이사장과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일요명상은 아래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 영상 보기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생방송 주말 명상 안내

'with 코로나' 라고 합니다. 상황에 한탄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불안하고 초조하여 근심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내 몸과 마음에 온전히 집중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갑니다.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생방송 주말 명상은 코로나 시대에 주말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입니다.

해외 거주자들도 한국시간에 맞게 참가합니다. 접수마감 시간은 한국시간 기준입니다. 생방송 주말명상 참가자는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생방송 연말 명상(초심자)'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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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

“땀이 날 정도로 힘든 일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땀이 나려고 하네요. 이 시기에 땀 날때까지 일 한다는게 ㅠㅠ
스님~농사에 집착하시는 것 같아요~반칙!!

2020-10-30 21:39:48

온라인명상스크린

고 백남준 예술가의 비디오아트전 작품을 보는것 같아요! 와~ 신기하네요!!!
정토회 최첨단 불교집회 스크린을 통해 갖춘 온라인명상 교육 시스템에 감동했어요!
나날이 발전해 나아가는 정토회 화이팅!!

2020-10-30 17:36:48

케네디


법륜스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살아계신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실천하고 계신 법륜 스님을 이세상에서 이렇게나마 만나뵐수 있어서 큰 영광입니다. 실제로 만나뵐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대하며 꼭 바래봅니다.
니와도 평화 재단에 방문을 하시는 날이 정해지면 미리 사전에 법륜스님 방문 스케줄과 함께 꼭 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2020-10-28 21: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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