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27 휴식
“억울함을 당했을 때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밤을 줍고 휴식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한여름 무성하던 들판은 가을 추수가 끝나고 휑한 모습의 빈 논이 되었습니다. 빈 논에는 이삭을 주워 먹기 위해 참새들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님은 지난주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나서도 울력과 생방송 법회를 계속했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법회 요청이나 찾아온 손님이 없어서 오전에는 휴식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아랫밭과 윗밭을 둘러보고, 대나무밭 속에 있는 밤나무 밑에 가서 올해의 마지막 밤을 주웠습니다. 저녁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땅을 빌려 준 지인에게 고수 나물을 솎아 선물로 준 후 저녁 일정을 함께 보냈습니다.

스님이 휴식을 하는 사이 법사님들은 정일사 수련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위해 두북 수련원 곳곳에 자리 잡고 노트북 앞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정기법회 때 소개해 드리지 못한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억울함을 당했을 때 어떡하죠?

“보왕삼매론 마지막 말씀은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입니다.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된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왜 그런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억울함을 밝혀야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질 것 같은데, 부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데에는 깊은 뜻이 있을 것 같습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명쾌한 답변은 모르겠고,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냥 제가 이해한 대로 말씀드려 볼게요.” (웃음)

스님은 예를 들어주며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 신뢰하는 선생님과 제자가 있다고 합시다. 어느 날 제자가 울며 뛰쳐나가면서 ‘선생님이 나를 성추행했다’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선생님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겠어요? 만약 이 일을 사실대로 밝히면 그 제자는 나쁜 사람이 됩니다. 선생님이 제자를 정말 아낀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자기가 비난을 받고 말아야 할까요? 이걸 밝혀서 아이의 인생을 망쳐야겠어요?

이런 경우를 보면 억울함을 사실대로 밝힌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성추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두 사람 외에 아무도 모릅니다. 그걸 핵심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나로 인해서 제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내 잘못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가 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보자’ 이렇게 헤아려서 아이의 해명을 차분히 들어봐야 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 둘이 서로 싸울 때 가만히 지켜보면, 이 사람도 억울하다고 하고, 저 사람도 억울하다고 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만약 한 사람이 억울함을 밝히면, 상대편 사람이 더 억울해져요. 그 결과 원수가 원수를 갚는 것처럼 이 상황이 계속 반복됩니다.

억울한 게 있으면 밝히고 싶은 것이 누구나 갖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이 억울함은 끝이 안 납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원수를 갚으면 원한이 원한을 낳아서 되풀이돼요. 상대가 잘못했다는 것을 밝힌다고 해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욕’이라는 것이 필요한 거예요. 그런 비난을 감내하면 이 상황을 종결시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인내해서 상대는 잘했고 나는 잘못한 게 되면 상황이 종결이 돼 버립니다. 그러나 사실을 밝혀서 나는 잘했고 상대가 잘못한 게 되면 상대는 또 그걸 밝히려고 합니다. 계속 반복된다는 거예요. 여기서 수행의 핵심은 반복되는 윤회를 끊는 겁니다. 일반적인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맞아요.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 말할 것도 없겠죠.

저도 20대와 30대 때 이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됐어요. 보왕삼매론에서 1번부터 9번까지는 실제로 실천하지는 못해도 이해는 되었는데, 마지막 10번은 이해도 안 됐습니다. ‘내가 고문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던 것은 밝혀야 한다’ 이렇게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더 들면서 인생을 겪어보고 많은 사례를 모아보니 억울함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억울한 걸 다 덮어두라는 게 아니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예요. 경우에 따라 덮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죠.

지금 남북 관계나 한일 관계, 국내 정치를 한번 보세요. 서로 억울하다고 계속 밝히려고 하니까 갈등이 끝나지 않잖아요. 결국 서로를 해칩니다. 적정한 선에서 덮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윤회를 끝내려면 덮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 돈을 훔치려다 자기 부모를 죽였다는 기사였습니다. 자식이 부모 돈을 훔치려다 들켜서 부모를 죽이고 도망갔는데, 증거를 남기게 된 거예요. 이 사실이 밝혀지면 자식이 감옥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죽으면서 자식이 잡히지 않도록 그 증거를 본인 입에 넣고 죽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자식을 사랑한다면 부모는 무조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이런 일도 일어난다는 거예요.

복수를 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는 이런 일들을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윤회의 고리를 끊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하신 얘기와 같은 의미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수를 원수로 갚지 마라.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마라. 원수를 사랑하라. 그래야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짜 궁금했던 고민들은 행복학교를 다닌 후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많이 해소됐습니다. 이 좋은 법문을 만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잘 이해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온라인 수행 법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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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드

개소리 하네요
억울한대로 살면 화병 생겨요

2023-04-27 23:42:40

힣링

봐 줄수 있는 사건이 있고 신고 해야 할 사건이 있죠
특히 범죄사건은
복수가 아닌 정의 진실 사실을 위해서 억울함은 밝혀야 합니다

또 다른 더 큰 범죄를 막고 억울함을 풀어야지요
화병 생겨요

2022-08-07 10:14:07

힐링

억울함은 밝혀야 됩니다
거짓말탐지 수사등을 해서라도
더 큰 범죄를 막기 위해서도 힘들지만 고소 해야 합니다

2022-08-07 10: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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