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9. 온라인 수행법회, 태풍 피해 복구
“권위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에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수행법회와 통일특별위원회 간담회를 한 후 태풍으로 인해 쓰러진 벼를 세우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를 마치고 연장을 챙겨 산 윗밭으로 갔습니다. 동산 위로 해가 막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먼저 산 윗밭에 오르는 길에 쓰러진 나무를 치웠습니다. 태풍이 지나고 대나무가 또 여러 그루 쓰러졌는데, 대숲으로 들어가 보니 큰 오동나무가 쓰러져서 대나무 여러 그루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넘어진 오동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밖으로 꺼냈습니다.



쓰러진 대나무도 차례로 베고 길 안쪽으로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밭에 오르기도 전에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스님은 길가에 흐르는 물에 얼굴을 씻었습니다.


밭에 이르니 행자들은 쓰러진 들깨를 세워 묶어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쓰러진 개복숭아 나무를 세워주었습니다. 밭 한 켠에 하릴없이 박혀 있던 파이프를 뽑아와 나무가 쓰러진 쪽에 받쳐서 나무를 세웠습니다.


“봄이 되면 여기 복사꽃이 필 거예요. 일 하다가 여기서 쉬라고 일부러 터를 닦아 놓았어요.”

빈 가지에 벌써 복사꽃 향기가 퍼지는 듯했습니다. 스님은 복숭아나무 주변 풀을 벴습니다.


행자들이 들깨를 거의 다 묶어서 스님은 울타리 주변을 따라 풀을 맸습니다.


음식물 퇴비에서 저절로 자라난 호박은 잎은 무성했지만 호박은 거의 달리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달려있던 호박도 이번 태풍에 깨져서 못 먹게 되었습니다.

“호박이 잘 안 되네요.”

종묘회사에서 씨앗이 다음 해에 또 열매를 맺지 못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매년 씨앗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호박 주변으로 풀을 매고 스님은 연장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법회가 있어서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꼭지가 떨어진 수박 두 덩이를 안고 밭을 내려왔습니다.

먼저 간다던 스님은 마을 길가에 또 멈췄습니다. 행자들이 일을 마치고 내려오다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있는 스님과 마주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10시부터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스님은 두북 수련원의 태풍 피해 소식을 전하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9월 들어 두 번째 수행법회일입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잘 계셨습니까? 올해는 좀 특별한 기후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 장마가 매우 길었고, 장마 뒤에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다가 최근 열흘 사이에 태풍이 세 개나 지나갔습니다. 그것도 무척 강력한 태풍들이었어요.

태풍이 지나간 두북 수련원은 지금

이곳 두북 수련원에도 태풍 피해가 있었습니다. 특히 벼가 많이 쓰러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는 논에 물을 빼고 벼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들깨도 너무 키가 커버린 탓에 많이 넘어졌어요. 흙담장도 일부가 무너져서 어제는 하루 종일 담장 수리를 했습니다. 기진맥진할 때까지 돌을 쌓고 흙을 반죽해서 넣느라 좀 힘들었어요. 나무가 쓰러지거나 하는 소소한 피해들도 있어서 며칠 동안은 계속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처럼 기후가 순일하지 못할 때는 채소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채소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네요.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살림이 어려운데 물가까지 올라서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도시에 사는 분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수해를 피부로 잘 못 느낄 거예요. 그러나 주위에 수해를 입은 곳이 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는 어렵더라도 조금씩이라도 일손을 도왔으면 합니다.”

오늘은 정토회 정회원들을 위한 보고회가 있는 날입니다. 이번 보고회는 지난 전국대의원회의 결과를 정회원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래서 법문도 전국대의원회의 결과를 핵심만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40분 간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전국대의원회의를 통해 정토회는 장기적으로 운영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환 시기는 불교대학, 경전반, 수행법회를 운영하여 평가한 후 내년 2월 전국대의원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이런 변화에 따라 정회원 개개인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정회원은 내가 수행자라는 자각을 늘 하고 살아야 합니다. 수행자는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첫째, 수행 정진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 좋은 법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서 그들도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수행자의 핵심입니다. 부처님이 수행 정진해서 성도하신 것을 ‘수행’이라고 한다면, 성도 후 45년간 하신 것은 ‘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취지를 담아 이제 정회원의 규정도 전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바꾸었습니다. 이것은 불교대학이나 경전반이나 정기법회에서 조장을 맡아서 법을 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정회원이라는 뜻입니다. 매달 삼보수호비를 내고, 매일 아침 정진을 하고, 매주 수행법회를 빠짐없이 나와야 한다는 조건은 물론 그대로 있습니다. 대신에 어떤 봉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바뀌는 거예요. 그저 주 2시간 이상 나와서 봉사만 하면 정회원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정회원이 되면 불교대학, 경전반, 정기법회에서 조장과 같은 소임을 맡아서 전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법회를 진행할 수 있는 진행 요원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정회원은 지위가 높거나 낮다는 개념이 아니에요. 책임을 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정회원입니다. 물론 의지는 있지만 개인의 특성상 불교대학이나 법회를 진행하는 쪽에는 능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 사람은 문경 수련원이나 두북 수련원에서 바라지를 하거나, JTS에서 어떤 책임을 맡거나, 재활용 유통 사업과 관련한 어떤 책임을 맡으면 됩니다. 열 명 중 한두 명은 이런 특수한 역할을 맡게 되지만, 그 외에는 전부 전법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제는 정회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전법을 책임지고 하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 세상에 제공하는 법문의 종류

첫째, 광범위한 일반 시민은 일주일에 두 편씩 업로드 되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부처님의 법을 들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 법문을 매주 들으면서 일상 속에서 수행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둘째, 이 중에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수행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행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습니다’ 하는 분들은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면 됩니다. 예전에는 거리가 멀거나 어떤 시공간의 제약으로 참여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니까 전 세계 어디에서든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온라인 불교대학에는 해외에 계신 분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 안에서도 울릉도나 백령도 같은 오지에 있는 분들과 군대에 있는 분들도 불교대학에 신청을 했습니다.

셋째, 불교대학을 졸업했지만 정회원의 역할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수행과 보시를 하면서 정토회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회원에 가입 신청을 한 다음 수행, 보시, 봉사를 하면 됩니다. 회원에게는 수행, 보시, 봉사가 책임이나 의무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됩니다. 이런 분들은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정기법회에 참여하면 됩니다.

넷째,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수행, 보시, 봉사를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이고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하는 일에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발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정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정회원이 된다는 것은 정토회에서 어떤 일을 하나 맡아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열리는 별도의 법회가 수요 수행법회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백중 같은 기념일에 하는 법문은 특별법회라고 해서 정회원이든 회원이든 구분 없이 다 함께 법문을 듣습니다.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이렇게 법회 체계의 정비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많은 분들이 회원에 가입해서 온라인으로 정기법회를 들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일정한 회비를 내고 봉사 신청을 해서 틈나는 대로 봉사를 하게 되면 회원이 될 수 있으며, 회원에게는 명상수련 등 각종 수련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회원이 되어서 정기법회에 참여하게 되겠지만, 정토회를 이끌어가는 수행의 중심축은 언제나 정회원 여러분들입니다.

신속한 변화와 대응 vs 충분한 대중의 의견 수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계기로 온라인 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기존에 해왔던 것을 좀 바꾸어야 합니다. 자꾸 과거에 집착하게 되면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다!’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토회를 시작한 이유는 수행정진을 통해 괴로움을 소멸시키고, 사회를 정의롭게 하는 데에 기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온라인 비대면 시대가 되면 이제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수행정진에 집중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없는 것에 미련을 갖지 말고,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더 효과적인 방안이라면 과거에 어떻게 해왔든 관계없이 과감하게 바꾸어나가야 해요.

그러나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조금 속도가 늦더라도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수렴해서 나아가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정회원 여러분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서 결정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 법사단이 지난 150일간 검토한 내용을 전국대의원회의에 보고해서 또 토론하고, 그것마저도 지금 바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 봄에 결정하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결정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소수 의견까지 포함해 모든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을 하겠습니다.

정부도 좋은 방식이라고 해서 막 밀어붙인 결과 관련 부서와 국민들의 저항을 받고 있는 사안들이 많잖아요. 그러나 정토회는 속도가 더디지만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면서 가려고 합니다. 현실에 너무 안주해서 기본 방향을 놓치게 되면 발전이 없고, 혁신을 추구하느라 지도자가 너무 앞서가 버리면 민주주의가 훼손되어 대중의 불만이 일어나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서 재빠르게 대응은 하되, 조금 속도를 늦추더라도 의견 수렴을 해가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보고 받은 내용 중에서 이의가 있으시면 질문을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질문에 대해 법사단과 행정처에서 해명할 건 해명하고, 좋은 의견은 수용하겠습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도 더 좋은 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안해 주시면 수용하겠어요.”

법회를 마친 후 정회원들은 각 법당 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 등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다시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통일특별위원회 사무국 활동가들과 함께 온라인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가 신설된 후 3년이 지나고 새로운 3년을 맞이했습니다. 그 사이 임원도 바뀌고, 사업방식도 조금 변경이 있었습니다. 새로 시작한 임원진은 인사이동도 빨리 진행하고 야심차게 많은 준비를 했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서 상반기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동안의 어려움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스님의 지혜를 듣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스님은 상반기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던 활동가들을 격려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행복학교를 두 번 진행했고, 이제 세 번째 온라인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네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랴, 새로운 것을 개척하랴,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다들 밤잠 안 자고 수고했으니 격려해달라는 위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격려를 해 드려야 할까요? (웃음)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격려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서 각자 현재 맡은 소임과 지금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점을 편안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활동가 17명 모두 한 가지씩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스님은 각각에 대해 자상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현장 활동가들이 자율성이 없어졌다는 문제 제기를 해서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질문했습니다.

권위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에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현장 활동가들이 통일특별위원회가 예전에는 자율적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권위적으로 바뀌었다는 문제 제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로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달라진 게 없는데 왜 사람들이 ‘지금은 자율성이 없어졌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살짝 억울한 마음이 올라와요.”

“여러분이 미리 다 준비를 해서 회의를 하려고 하다 보니 그럴 수 있습니다. 준비를 완벽하게 하면 물론 좋은 점도 있습니다. 회의를 진행할 때 헤매지 않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죠. 그런데 이렇게 하면 부작용을 낳기도 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들끼리 다 짜 놓고 하는구나. 우리에게는 지시만 내려온다’ 이렇게 오해할 위험이 굉장히 큽니다.

대중이 이런 문제 제기를 할 때는 대중공사를 통해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낙 성격이 꼼꼼하고 준비가 철저한 사람들은 ‘왜 대중공사를 진행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준비가 덜 됐다’라고 대답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혹시 너무 완벽하게 준비해서 공유하려다 보니 그런 것은 아닌지 살펴보면 좋겠어요.

매사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중의 눈에는 독선적으로 비칠 위험이 있어요. 의견이 들어갈 데가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준비 과정부터 대중의 의견을 듣는 게 필요합니다. 설령 준비가 이미 다 되어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대중공사를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거예요. 준비하고 연구하는 건 좋지만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어느 정도의 방향만 잡히면 대중에게 의견을 물어보세요.

‘우리가 이 정도까지밖에 준비를 못했습니다. 나머지는 여러분의 의견을 수용해서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대중공사를 해서, 사람들이 손을 들고 의견을 내면 그 의견들을 모아서 수용할 것은 수용하면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어떤 일을 결정하면 대중은 ‘우리가 얘기해서 된 것이구나’, ‘우리가 만들어간다’ 이런 의식을 갖게 됩니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된 탓에 전달 사항을 모두 문서로 내려 보내서 그렇게 느꼈을 수 있습니다. 요즘 정토회 활동가들 중에는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알림 문자며 카톡 메시지가 홍수를 이룬다는 거예요. 너무 방대한 메시지가 쏟아지니까 이제는 중요한 것과 안 중요한 것을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라고 해요. 그러니 여러분도 이런 알림의 양을 좀 줄여보세요.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방향을 잘 모를 때일수록 준비한다고 너무 시간 끌지 말고 대중의 뜻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해보세요. 솔직하게 알릴 것은 알리고, 대중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지만 통일 문제나 평화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받겠습니다’ 이러면 안 돼요. 그 문제는 대중 1만 명이 가진 정보보다 법륜 스님 한 명이 가진 정보가 더 많기 때문에 그런 문제로 지도자가 방향을 못 잡고 대중에게 묻게 되면 신뢰를 잃어버려요. 그러나 행복학교를 열어서 지역 주민들에게 쉽게 다가가거나 대중에 맞게 사업을 펼쳐나가는 문제는 ‘대중이 나보다 더 잘 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그래서 대중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대회는 오프라인 대회보다 오히려 열기가 더 쉬우니까 대중이 온라인 공간에서 모이는 자리를 더 자주 열어서 의견을 수렴 해나가 보세요. 그러면 권위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조금씩 없어질 겁니다.

상황이 3년 전과는 달라진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3년 전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서 헤맬 때였고, 지금은 이미 다 정비가 되어서 척척 진행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기 때문에 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조금 덜 느끼기도 할 거예요.

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안건이 없더라도 대중에게 의견을 묻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의견이 나올 수도 있어요. 현장에 있는 분들의 하소연도 좀 들어주는 자리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이처럼 정황의 변화에서 오는 문제도 있으니까 대중의 불만을 그냥 불평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수용해 주세요.

누가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런 문제가 생기면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이렇게 관점을 잡아야 해요. 여러분은 자꾸 ‘이게 누구 책임이냐’를 따지는데, 그러지 마세요. 다 같은 정토회 회원 사이에 책임이며 잘잘못을 가리는 게 뭐 그렇게 중요해요?

‘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렇게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환경과 정황을 감안해서 이렇게도 한 번 해보고, 저렇게도 한 번 하다 보면, ‘아, 이것 때문에 대중이 이런 반응을 보였구나’ 하면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어요.”

잘잘못을 가리는 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는 말씀에 통일특위 활동가 모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한 후 스님은 “논에 가서 벼를 세워야 한다” 며 서둘러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정토회가 이 정도나마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저부터 늘 전국을 다니며 즉문즉설 현장에 찾아가고, 정토회 최하부 단위와도 즉문즉설을 하는 자리를 늘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직접 소통을 계속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렇게 조금이라도 유연하게 운영이 되는 거예요. 만약 제가 계속 법사님들만 상대하면 현장에서 경직된 분위기가 형성되어도 잘 모를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도 지역에 계신 분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늘 체크를 하셔야 합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불만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불만이라고 생각하니까 설득하기도 어렵고. 듣는 사람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인간 사회에 늘 오해가 생기는 거예요. 상대가 문제를 제기해도 좀 가볍게 받아주세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인상쓰면서 하지 말고 웃으면서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가볍게 이야기하고요.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도 그만, 안 받아들여져도 그만이다’ 이런 태도로 가볍게 제안하는 게 필요해요.

자로 잰 듯이 완벽하게 제안을 하려고 하니까 제안을 할 때도 조심스럽고, 제안이 안 받아들여지면 기분도 나빠지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원칙을 지키되 너무 경직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봅시다.”

큰 박수와 함께 온라인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통일특위 활동가들은 이어서 마음나누기를 시작했고, 스님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논으로 향했습니다. 행자들이 1시부터 울력을 했지만, 아직 누운 벼가 많았습니다. 스님도 논 장화를 신고 짚을 가지런히 모아 두 묶음을 만들었습니다.

짚을 들고 벼가 많이 쓰러진 쪽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벼 네 포기를 서로 기대어 설 수 있도록 세우고 짚으로 묶었습니다.




네 포기를 세우고 허리를 한 번 폈습니다.

벼를 세우다 고개를 들면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낟알들이 보입니다. 쌀알 한 톨 한 톨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이 납니다. 햇살과 땅, 비와 바람, 땀과 눈물이 만든 보석입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 사이로 등만 보이던 행자들 사이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아이고.”


스님이 행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완전히 쓰러진 벼만 묶어주세요. 기울어진 벼는 세워만 주면 돼요.”

스님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흙담을 고치느라 쌓인 피로가 아직 몸 곳곳에 배어 있었습니다. 가지런히 벼를 세우는 스님에게 행자가 물었습니다.

“스님, 벼를 세우는 요령이 있나요?”

“벼가 한쪽으로 가지런히 넘어져 있으면 굳이 안 묶어도 되고 반대 방향으로 제껴 놓으면 힘을 받아서 살아요. 완전히 꺾여 버린 벼는 힘이 없어서 이대로 두면 쓰러져요. 그래서 서로 의지해서 서 있을 수 있게 묶어 주어야 해요."

어느덧 햇살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붉어졌습니다.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행자들은 논에서 나오고 스님이 마지막 남은 벼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스님, 이제 나오셔요. 저희 발길이 안 떨어져요.”

“그래요. 나갈게요.”

스님은 남은 벼를 다 세우고 제일 마지막에 논에서 나왔습니다.


밭일을 하던 동네 어르신들이 인사를 건넸습니다.

“무슨 일 하셨는교?”

“논에 벼 세웠습니다.”

“아이고, 그게 일중에는 제일 힘든 일이라.”

수로에서 장화를 씻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허리가 아픈 사람은 짚을 정리하고, 몸이 힘든 사람은 밥을 지어주고, 나머지 행자들은 모두 힘을 합해 벼를 다 세웠습니다. 몸은 무척 고단하지만 큰논에 벼를 다 세우고 나니 홀가분합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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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수행자라는 자각을 늘 놓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행자로서 해야 하는 실천사항 중 두번째인 전법이 어렵습니다. 이 산을 넘어야하는데 넘어야 하는데 라며 꼼짝 않고 있는 나를 지켜봅니다. 그리고 농사지으시는 모습을 뵈면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2020-10-12 07:11:19

김경숙

수고 하셨습니다.

2020-10-12 06:13:22

김현숙여래심

서로간의 소통 위해 경직되지 않는 가볍고 유연한 자세 갖도록 노력할께요~

2020-10-05 23: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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