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7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입학식
“태풍도 미리 준비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을 생방송으로 한 후 저녁에는 온라인 행복학교 특강을 생방송했습니다.

새벽 기도를 하는 중에 창밖으로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뉴스에는 태풍 ‘하이선’이 오전 9시경 울산 남쪽 해안에 상륙한다는 일기 예보가 보도되었습니다. 5시 30분,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논밭으로 나갔습니다.

먼저 논으로 갔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익어가는 벼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습니다. 벼의 목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습니다. 스님은 빠르게 여기저기 논둑을 터주었습니다. 내리는 비는 막을 수 없지만 응급처치는 할 수 있었습니다.

논을 내려와서 산 윗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산 윗밭으로 오르는 길에 빗물이 두 줄기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미리 만들어놓은 물길, 그리고 비가 많이 와서 새롭게 만들어진 물길이었습니다. 스님은 두 물줄기가 하나로 만나 길가로 빠질 수 있도록 사이에 둑을 만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비가 더 많이 와서 윗밭 입구까지 물길을 더 깊이 파주었습니다.


다음은 산 아랫 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연못은 미리 물이 빠지도록 했지만, 비가 많이 내리니 가득 차 있었습니다. 물이 더 많이 빠질 수 있도록 둑의 일부를 허물었습니다.


산 아랫 밭으로 오르는 길에도 물이 엄청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이 길 옆으로 빠질 수 있도록 물길을 새로 냈습니다.

태풍이 가까워오는지 비바람이 점점 거세졌습니다. 쏟아지는 비에 우비 안도 다 젖어버렸습니다. 우비를 씌운 카메라에도 비바람이 들이쳐 더 이상 촬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스님은 8시가 넘을 때까지 삽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태풍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만큼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태풍은 바람이 세더니, 이번에는 비가 많이 오네요. 벼는 바람보다 비에 약해요.”

수련원으로 돌아가는 길 옆 강물이 불어나 무서운 기세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8시 무렵 갑자기 두북 수련원 일대가 모두 정전이 되었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울산 지역 일대가 정전이 되었다는 재난 알림 문자도 왔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을 10시부터 생방송으로 해야 하는데, 방송을 할 수 없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겁니다.

대책을 논의하다가 카메라 한 대와 노트북 하나만 들고 인근에 전기가 들어오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여러 가지 준비된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법문만 생방송으로 내보내기로 하고 세팅을 마쳤는데, 행사 시작 10분 전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다시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부랴부랴 다시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10시 정각에 입학식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온라인 불교대학에는 국내외 해외에서 총 2500여 명이 입학했습니다.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지만 각자 노트북 앞에서 박수를 치면서 반가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수도권에서 청년들이 많이 입학했습니다. 특히 강원도에서는 군인들이 입학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교통이 불편해서 참여하기 어려웠던 울릉도와 백령도에서도 입학 신청을 하고 함께 첫 수업을 들었습니다.

해외에서는 370여 명이 입학했습니다. 멕시코, 브라질, 가나, 네팔, 아랍에미리트 등 전 세계 30개국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 모였습니다. 일본에서 입학한 분은 사전 인터뷰를 할 때 ‘온라인으로 불교대학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열다섯 번이나 했다고 합니다. 한 분 한 분이 바른 가르침을 얼마나 목말라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총 52개 반, 348개의 조에서 2500여 명이 온라인에서 힘차게 정토불교대학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세계 속 입학생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였다는 설렘을 느끼며 스님에게 입학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밝은 웃음과 함께 축하 인사를 건네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온라인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가을 불교대학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온라인상에서는 동시접속이 가능하다 보니 전 세계 어디에 살든 이 좋은 공부를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교는 세 가지 성격이 있습니다. 첫째, 종교로서의 불교입니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불교는 대부분 종교로서 불교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교로서의 불교는 ‘믿음’을 중요시합니다. 기독교와 무슬림 등 모든 종교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종교로서의 불교 역시 믿음을 중요시합니다.

둘째, 철학으로서의 불교입니다. 어떤 분들은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철학으로서의 불교는 어떤 이치나 원리 등을 중요시 합니다. 세상의 어떤 철학보다도 더 심오한 철학과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으로서의 불교는 ‘이해’를 중요시합니다.

보통은 이 두 가지만 생각하는데, 불교는 이와 다른 또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셋째, 수행으로서의 불교입니다.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실천’을 중요시합니다. ‘부처님이 훌륭하다’, ‘법륜스님의 법문이 좋다’ 이런 얘기는 아무리 해봐야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부처님이 어떤 말씀을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즉,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을 중요시 합니다.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현재의 불교는 종교로서의 불교를 믿는 분들과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공부하시는 분들이 주류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이 땅에 널리 전하고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서 이 이치를 이해하고 경험해서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웃으면서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정토불교대학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다른 절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과 똑같다고 이해하시면 안 돼요.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배우는 불교와 똑같다고 이해하셔도 안 됩니다. 정토불교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 아닙니다. 정토불교대학은 지치고 괴롭고 힘든 내 삶을 가볍고 밝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할 때의 평가 기준도 다른 불교대학과는 다릅니다. 내가 옛날보다 짜증과 화를 적게 내게 되었는지, 덜 우울하게 되었는지, 덜 미워하게 되었는지, 얼굴이 더 밝아졌는지, 이런 것을 기준으로 제대로 공부했는지 평가합니다. 이런 것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제대로 공부했다고 말하고, 그게 별 진척이 없다면 아무리 부처님을 믿고 불교 교리를 많이 알아도 제대로 공부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정토회는 종교로서의 기독교, 종교로서의 무슬림, 종교로서의 힌두교를 배척하지 않습니다. 정토회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니기 때문에 타 종교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습니다. 다른 철학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습니다. 정토회는 철학적 논증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토회는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똑같이 불교라는 표현을 쓰지만, 정토회에서 말하는 불교는 실천을 중요시하는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의미합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생기는 부족한 부분을 최대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짜 봤습니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을 따라서 충실하게 공부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정토불교대학을 통해 여러분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입학식 법문을 마친 후 스님은 생방송을 하기 전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웃으며 말했습니다.

“하마터면 오늘 입학식 법문을 못 할 뻔했습니다. 오늘 이곳 두북 수련원은 태풍이 심하게 불어서 정전이 됐어요. 급하게 카메라를 들고 전기가 들어오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는 곳에 방송 장비를 다 옮겨 설치해놓고 방송을 시작하려니까 두북 수련원에 전기가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 방송 장비를 또 옮기느라 난리를 피웠어요. 하필이면 입학식을 하는 시간에 태풍이 막 이곳을 지나갔기 때문에 이런 소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입학식을 잘 마쳤네요.”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입학식을 마쳤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생들은 조별로 온라인 공간에 모여 법사님과의 만남, 자기소개 시간을 비롯해 2부 프로그램을 이어나갔습니다. 스님은 카메라 앞에서 유튜브 채널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 TV’에 올라갈 영상을 추가로 더 촬영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먹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을 드러냈습니다. 간간이 햇살도 비쳤습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스님은 가사와 장삼을 벗고 작업복을 입은 후 논밭에 태풍 피해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비닐하우스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문을 모두 꼭꼭 닫아놓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찜질방에 온 것처럼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거름은 덮어놓은 비닐만 벗겨졌을 뿐이었습니다. 비닐을 다시 잘 덮어주었습니다.

삽을 들고 논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벼는 이리저리 흔들렸던 모양이었지만 팍 쓰러지지는 않았습니다.


논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논둑을 더 깊이 터주고, 정신없이 쓸려가고 있는 우렁이는 주워 논에 다시 넣었습니다.


논 아래 수로는 흙이 많이 쓸려 내려왔는지 물이 잘 내려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삽으로 수로를 더 깊이 파주었습니다.


윗논으로 가보았습니다.

다행히 윗논도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못에서 물이 내려오는 논둑은 다시 물을 가둘 수 있게 둑을 막았습니다.


반대편으로 논을 돌며 논물을 빼는 구멍 외에 새벽에 터놓은 둑, 낮아진 둑을 모두 메웠습니다.




불어난 물에 미꾸라지도 보였습니다.


안도하며 논을 내려오는데, 못에서부터 논, 비닐하우스까지 이어지는 호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50mm 호스와 25mm 호스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호스는 이리저리 엉켜 비닐하우스 앞까지 떠 내려와 있었습니다.


“날이 맑아지고 물이 다 빠지면 다시 연결합시다.”

큰 논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큰 논에는 지난 태풍 ‘마이삭’ 때 벼가 일부 쓰러졌습니다. 누운 벼 위로 새들이 내려와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 논은 행자들이 논물이 빠지도록 논둑을 텄다고 했는데, 그래도 물이 가득했습니다.


“스님, 논이 넓어서 물이 느리게 빠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침보다 많이 빠졌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스님은 혹시 어디서 물이 들어오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오는 곳이 있었습니다.

물이 들어오는 구멍을 막았습니다. 구멍을 막다 장화 속까지 물이 들어왔습니다.

“발이 또 젖었네.”


그래도 새로 넘어진 벼는 없으니 다행입니다.

행자들이 논물이 빠지도록 낸 물길이 얕아 스님이 다시 한번 깊이 파주었습니다.

논을 다 둘러보고 산 윗밭으로 갔습니다. 쓰러진 대나무 세 그루를 잘라서 치웠습니다.


새벽에 물길을 잘 내주어서 길에 물은 다 빠지고, 흙이 파인 곳도 없었습니다.

“길은 아무 문제없네요. 산 아랫밭으로 갑시다.”

산 아랫밭으로 가는 길에 마을 수로에 쌓인 찌꺼기도 뺐습니다. 지난 태풍 때 이곳이 막혀서 물이 넘쳐 마을 사람 밭으로 흘러 둑이 터지고 무너졌습니다. 스님이 수로를 다 뚫어놓아서 이번에는 물이 넘쳐흐르지 않았습니다.

“지난번에 물이 넘쳐서 피해가 많았어요. 미리 준비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산 아랫밭 입구에 빗물이 하천으로 흐르도록 설치한 돌과 풀을 치웠습니다. 밭으로 향하는 길도 멀쩡했습니다. 새벽에 애쓴 보람이 있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일거리가 많이 생겼네요. 이제 돌아갑시다.”

밭에는 거센 비바람에 쓰러진 작물들도 있었습니다. 논밭을 둘러보는 와중에도 부슬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습니다. 날이 맑아지는 대로 하나씩 작업을 하기로 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저녁 7시 30분부터 공동체 법사단과 회의를 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4박 5일 동안 온라인 명상수련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 8시부터는 온라인 행복학교 관계편 특강을 시작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을 해야 합니다. 온라인 행복학교 특강은 내일 소식에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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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좋은세상만들어요

2020-09-13 19:14:04

반야지

스님 안경에 서린 김을 안경닦이로 닦아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9-13 03:04:09

김애자

정토회는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이 땅에 널리 전하고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서 이 이치를 이해하고 경험해서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웃으면서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정토불교대학의 목표입니다.

2020-09-12 16: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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