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6. 농사일, 온라인 일요명상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 삶을 사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한 후 일요명상을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자마자 밭으로 나갔습니다.

먼저 논 아래 수로로 떠내려 온 우렁이를 주웠습니다.




우렁이를 논에 뿌려주고 못으로 올라갔습니다.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며 못가에 뽕나무 가지를 부러뜨렸습니다. 부러진 가지를 톱으로 베었습니다. 나뭇가지가 굵은 데다 톱이 무뎌서 한참 힘을 줘서 톱질을 해야 했습니다.


한 번에 옮길 수 없어 더 작게 도막을 내어 사면으로 옮겼습니다.




다음 태풍이 오더라도때 날아가지 않도록 차곡차곡 쌓아두고 다시 논으로 내려갔습니다. 논 옆 수로에도 우렁이가 가득 나와 있었습니다.


수로가 끝나는 곳에서부터 논둑을 터놓은 곳까지 스님은 부지런히 우렁이를 주워서 논으로 던졌습니다.






수로에 우렁이가 얼마나 많은지, 논의 3분의 1 정도 되는 거리를 가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우렁이를 다 줍고 내려가며 스님은 비닐하우스를 지나는 수로 건너편 덩굴이 무성하게 자란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리를 걸치고 낫으로 덩굴을 벴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나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하루 종일 각종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니와노 평화상’ 수상 연설문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오늘은 스님이 1차 교정을 본 원고에 대해 법사단의 의견도 함께 받았습니다.

저녁 6시에는 공동체 법사단과 추석 연휴 기간 동안(9월 30일~10월 4일) 온라인 명상수련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한 후 8시 25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바로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8시 30분부터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온라인 명상수련을 시작했는데, 오늘로써 벌써 22번째 시간입니다.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밝게 웃으며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지금 제가 있는 한국 남부지방은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 사이에 강력한 태풍이 지나간다는 예보가 있어서 굉장히 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태풍이 보통 1년에 서너 개 정도 지나가는데 올해는 최근 열흘 사이에 태풍이 세 개나 연달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기 예보를 통해 태풍이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대비를 확실히 하니까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적어서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수행도 이와 같습니다. 내가 가진 업식이 어떠한지 미리 알고 있으면 상황이 닥쳤을 때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예측되면 실제로 결과가 나타났을 때 좀 덜 놀라고, 덜 억울해집니다.

억울한 마음이 드는 이유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연 과보’입니다.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 이런 얘기예요. 만약 내가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잊고 있으면, 돈을 갚으라고 사람이 찾아오면 마치 내 돈을 뺏아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억울하겠죠. 억울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자기가 지은 인연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돈을 갚는 것이 힘들면 다음부터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빌리지 말아야 합니다. 꼭 빌릴 이유가 있으면 다음에 반드시 이자까지 보태어서 갚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게 되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됩니다.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갖고 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남을 탓하거나, 남을 원망하거나, 남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이어서 지난주 방송 때 채팅창에 외국인이 영어로 올린 질문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두 개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한 사람은 농사일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을 할 때도 마음 챙김을 계속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복잡한 일을 할 때도 마음 챙김이 가능할까요?

“법륜 스님께서 농사를 지을 때 마음 챙김을 하는 법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기계가 아닌 손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농사일은 주로 반복적인 활동입니다. 씨앗을 줄줄이 심거나, 반복적인 동작으로 땅을 파거나, 아니면 물통을 계속 날라야 합니다.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을 할 때도 마음 챙김이 가능한가요? 다른 사람들과 복잡한 토론을 하거나, 어려운 계산을 할 때는 어떻게 마음 챙김을 적용할 수 있나요? 똑같은 방법으로 하면 되나요?”

“앉아서 마음 챙김을 연습하는 이유는 앉아서 하는 것이 제일 쉽기 때문입니다.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이유는 가능하면 외부의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예요. 호흡 알아차리기를 연습하는 이유도 가장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을 갖고 연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단순한 것도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집중력이 약하고 알아차림이 없는 무지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까르마가 반응하는 대로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 내 상태를 자각하게 됩니다. 첫째, ‘내가 고요하지 못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집중이 안 되고 산만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알아차림이 없는 멍멍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 때 그 순간에 가장 잘 알아야 하잖아요. 내가 겪은 일에 대해서는 남보다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은 내가 겪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남이 겪은 일보다 더 알아차림이 없고, 일이 일어난 그 순간에는 알아차림이 없고 지나간 뒤에 ‘아, 그때 그랬구나’ 하고 알아차리게 됩니다. 한마디로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 있지 못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늘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지난 뒤에 후회합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앉는 게 제일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가부좌를 하고 자리에 앉은 다음 마음을 코끝에 집중해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이때 눈을 뜨고 있으면 자꾸 집중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명상은 고요함, 집중, 알아차림. 이 세 가지를 연습하는 거예요. 연습이 어느 정도 되면 그다음에는 움직이면서 자신의 동작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합니다. 움직이게 되면 앉아서 하는 것보다 알아차림을 놓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되면 이제는 농사를 지을 때도 동작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일 때만 알아차릴 수 있는데, 조금 더 연습이 되면 일상 속에서도 알아차림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일이 더 바빠지면 알아차림을 놓치기가 쉽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 듣고 움직일 때 내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알아차리는 겁니다. 보통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비난을 받으면 화가 납니다. 칭찬을 받으면 마음이 들뜹니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 알아차림을 꾸준히 연습하면, 일상생활 속에서도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에 초기 조짐을 알아차리기 때문에 거기에 놀아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비교적 편안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 삶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입니다. 병이 나서 그것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병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겁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명상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위해서 또 명상을 합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야 되겠죠. 그러나 더 좋은 것은 일상에 깨어있는 겁니다. 일상에 깨어 있으면 아예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별도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을 하고 있는데, 담마에 의지해서 일상생활 속에 늘 깨어 있는 삶을 살면 특별히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이제 명상을 시작한 초심자예요. 초심자가 빠르고 복잡한 일을 하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욕심입니다. 조용히 앉아서 해도 잘 안 되는 사람이 벌써 빠르게, 복잡하게 움직이면서도 알아차림을 유지하겠다는 건 욕심이에요. 기지도 못 하는 사람이 날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하나씩 천천히 해 나가야 합니다.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꾸 ‘언제 목표에 도달합니까?’, ‘목표에 도달하면 뭐가 좋아요?’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조금 시도해보고 안 되면 금방 좌절하는 겁니다.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것이 명상입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선정을 닦으면 무엇이 더 좋아지기 때문에 출가자들이 선정을 닦으려고 하는지 물었습니다.

무엇이 더 좋아지기에 선정을 닦는 건가요?

“사마디(samadhi)는 무엇입니까? 뭐가 그렇게 좋아서 출가자들은 그것을 얻으려고 하나요.”

질문 내용이 재미있는지 스님은 크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특별히 좋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대신에 나쁜 것이 없어진 상태가 사마디(samadhi)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번뇌가 없어지고, 괴로움이 없어지고, 스트레스가 없어진 상태입니다. 뭔가 더 좋아진 상태가 아니고, 나쁜 것이 없어진 상태예요. 여러분들은 늘 좋은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나쁜 것을 함께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다니거든요. 나쁜 것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려면 좋은 것도 함께 버려야 합니다. 사마디(samadhi)는 좋은 것을 얻는 게 아니라 나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답변을 하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30분 또는 길어도 35분 동안 명상을 했는데, 오늘은 조금 더 길게 40분 동안 명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집니다.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서두르지도 말고, 잘 못 하면 어쩌나 두려워하지도 말고, 먼저 편안하고 한가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후 마음을 코 끝에 주시합니다.

바닷가에 앉아 파도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그냥 보기만 하면 알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마음을 코끝에 딱 주시하면 저절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노력해서 애써서 숨을 쉬는 게 아니에요. 파도가 들어오고 나가듯이 늘 숨은 쉬어지고 있어요. 그것을 내가 관심을 가져서 알 뿐입니다. 그것을 아는 데는 아무런 힘이 들지 않아요. 내가 관심을 두면 알아차릴 수 있고, 마음을 딴 데 두면 알아차릴 수 없는 겁니다.

집중이 깊어지면 호흡이 더 부드러워지고, 호흡이 더 부드러워지면 집중을 더 하게 되고, 이렇게 해서 사마디(samadhi), 즉 선정이 더욱더 깊어져 갑니다. 그러면 호흡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다른 부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각들도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이런 연습이 되면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에 내가 기분이 나빠지면 몸에서 어떤 미세한 열기가 난다든지 하는 감각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을 내가 금방 알아차림으로 해서 감정이 자동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림을 통해서 그런 반응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연습해야 할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마음을 빼앗겼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어요. ‘빼앗겼구나’ 하고 다시 또 호흡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잘했느니, 못했느니, 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한번 해 봅니다. 한가한 마음으로, 애쓰지 말고, 놓치면 다시, 그렇게 꾸준히 할 뿐입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40분간의 정적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탁! 탁! 탁!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해 보니 어땠습니까? 댓글창에 소감을 올려 주세요.”

수십 개의 소감이 쉴 틈 없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직접 소감을 한 줄씩 읽어 주었습니다.

‘다리가 저려서 두 번이나 풀었습니다’
‘My leg aches so I had to kind of reposition myself twice.’

‘처음에는 머리가 무겁다가 나중에는 맑아졌습니다’
‘At first my head felt heavy but it got lighter towards the end.’

‘시간 흐름을 느끼지 못했고 생각은 여전히 오락가락했습니다’
‘You know, the time flew by but the my thoughts went in and out’

‘호흡이 가빴다가 아주 편안해졌습니다’
‘My breath was quick in the beginning then it became really relaxed.’

‘집중이 잘 됐고 알아차림의 반복이었습니다.’
‘I was able to focus well, my mindfulness went in and out little bit’

‘중간중간에 생각이 일어났지만 지금 마음은 아주 편안합니다.’
‘I had distracting thoughts at times for meditation but right now my mind is at peace.’

‘시간이 빨리 지나갔는데 저도 모르게 몇 번 깜빡깜빡한 것 같습니다.’
‘This time passed very quickly although I apparently dozed off several times.’

오늘은 매주 통역을 해주고 있는 제이슨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잠깐 박수를 쳐주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시작할 때 법문을 길게 했기 때문에 마칠 때는 법문을 하지 않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방송을 종료한 후 스님은 국제국 활동가들과 영어 통역 즉문즉설을 언제 진행할 지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9월부터 12월까지 월 1회 진행해보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뉴스에는 태풍 ‘하이선’이 내일 오전에 부산 남동쪽 해상을 타고 강원 동해안까지 북상한다는 소식이 계속 보도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태풍에 대비해서 논밭 주변에 채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전체댓글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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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김 윤

고마워라

2021-11-12 02:47:40

김현숙여래심

일욜 명상을 자주 놓칩니다... 참여에 대한 동기부여를 다시 해야겠어요 제 자신에게...

2020-09-29 21:31:15

강혜영

감사합니다

2020-09-14 05: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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