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29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전국대의원회의 2일째
“코로나 시대,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국대의원회의 2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아침과 저녁에는 농사일을 하고, 오전과 오후 내내 전국대의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유튜브 생방송에 맑은 종송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천일결사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예불을 한 후 정토행자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1차 만일결사 중 제10차 천일결사, 제2차 백일기도가 시작되고 나서 76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이제 3분의 2 지점을 넘어 백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3주 후인 9월 20일에 2차 백일기도를 회향하고 3차 백일기도에 입재하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남은 기간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오늘도 3천여 명이 접속해서 스님과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아침 기도 잘하셨습니까?” (웃음)

이어서 스님은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지금 읽고 있는 경전에는 부처님이 마지막 제자인 수바드라를 교화한 후 골칫덩이인 찬다카를 어떻게 대하면 좋겠는지 대중들에게 당부하신 내용이 나옵니다. 찬다카가 골칫덩이긴 하지만 시비하지 말고 묵빈대처 하며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열반의 순간에 이르러서 마지막 말씀을 남기십니다.

‘이 세상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니라.’

덧없다는 표현이 금강경에서는 ‘허망하다’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덧없다’ 또는 ‘허망하다’는 표현은 허무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제행이 무상하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항상 하지 않고 늘 흐르는 물처럼 변화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어떠한 고정불변의 실체도 없습니다. 항상하지 않고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집착할 바가 없다는 뜻이에요.

세상은 어디에도 집착할 바가 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고 마지막 말씀을 남기고 선정에 들기 시작하셨습니다. 마음을 가다듬어서 깊은 선정에 들었다가 나왔다 하시다가 열반에 드셨습니다. 마치 장작불이 꺼지기 전 거의 다 꺼진 듯하다가 다시 조금 피어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완전히 꺼지듯이 부처님께서도 그렇게 열반에 드셨습니다.

이렇게 열반에 드시자 제자들은 평소 수행 정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스승님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 제자 중 아니룻다가 일어나서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래가 없을 때 우리가 무엇에 의지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사념처(四念處)에 의지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대중으로 하여금 사념처관을 하도록 인도했습니다. 아니룻다의 말에 따라 대중들은 몸이 부정(不淨)하여 집착할 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관하고, 느낌이 곧 괴로움이라는 것을 관하고, 마음이 무상함을 관하고, 법에는 아(我)가 없음을 관하자, 모든 대중의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래가 열반에 드신 날 밤에는 모든 대중들이 다 같이 선정에 들었습니다.

새벽에 날이 밝아오자 아난다는 쿠시나가라 성의 말라족 사람들에게 가서 여래가 열반에 들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왕족이건 평민이건 하인이건 관계없이 부처님의 열반 소식을 듣고 슬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부처님의 장례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제 앞으로 읽을 경전의 이야기에는 장례 준비를 하고, 장례를 치른 후 유골을 각국으로 분산해서 모셔가는 부처님의 마지막 흔적들이 이어집니다.

이런 경전의 내용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부처님이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는 한 사람이지만 고귀한 인격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처님 곁에도 말썽꾸러기들이 있어서 부처님이 늘 염려했다는 인간적인 면도 알 수 있습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와 행복의 길을 간 사람

부처님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뜻대로 된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부처님은 살아 생전에 자신의 부족이 전멸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하셨고, 자신보다 앞서 사리풋트라, 목갈리나 등 많은 제자들이 입멸하는 일도 겪으셨고, 때로는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셨습니다. 앙굴리 말라를 출가시켰을 때나 유녀를 출가시켰을 때는 사회적으로 큰 저항을 받기도 하셨고, 이교도들로부터 모함을 받아서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자 중 한 사람인 데바닷타가 반란을 일으켜서 승가를 분열시키고, 나아가 부처님을 해치려는 시도도 했습니다. 당시 데바닷타가 던진 돌에 부처님은 발을 다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부처님을 열렬히 지지했던 빔비사라 왕이 그의 아들 아자타사투의 쿠데타로 인해 감옥에 갇혀 굶어 죽게 되고, 바로 그 아자타사투가 데바닷타와 결탁하여 부처님은 정치적으로도 큰 탄압을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자타사투는 말년에 크게 뉘우치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여 부처님의 재가 제자가 됩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경전을 만들기 위한 제1결집이 이루어질 때 아자타사투는 경전의 결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게 됩니다.

이를 보면 부처님께서는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이나 비난하는 사람을 동등하게 대했습니다. 때로는 가까이 있던 사람이 원수가 되기도 하고, 원수 같았던 사람이 감화를 받고 부처님을 열렬히 후원하는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세상사입니다. 우리도 인생을 살다 보면 내가 좋아해서 같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그 남편 그 아내가 때로는 원수가 되기도 하고, 내가 낳아서 키운 사랑하는 자녀와 원수가 되기도 하고, 나를 낳아서 키워준 부모와 원수가 되기도 하고, 나를 가르쳐 준 스승과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지금 상황만 보고서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쁘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좋은 것이 오히려 그 좋음이 원인이 돼서 나중에 큰 나쁨이 되기도 하고, 나쁘다고 했던 것이 나중에 좋음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정치사를 보면 가까이 있던 심복이 큰 정적이 되는 경우를 적잖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역사에서 수없이 나타납니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다 이루어지는 게 꼭 좋은 걸까요?

이런 걸 알면 우리가 어떤 일을 대할 때 어떤 일이 좋고 어떤 일이 나쁘다고 쉽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다시 돌아보면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를 보면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여여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지, 세상이 다 내 뜻대로 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큰 재앙이 생겼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놓고 현재를 다시 돌아보면 이 일이 재앙이 될지, 이를 계기로 해서 인류 문명이 한 차례 업그레이드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현재로서는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오히려 이동이 줄고, 소비가 줄어들고, 이런 유익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상황을 너무 힘들어만 하지 말고, 우리에게 닥친 상황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주체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을 ‘수처작주(隨處作主)’라고 합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내가 주인이 되어서 살아야 합니다. 경계에 휘둘리고 눈치 보고 속박받고 기대어 살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수행자입니다.”

정토행자들은 스님의 말씀을 다시 새기면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스님은 곧바로 농사일을 하기 위해 작업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스님은 예초기를 둘러메고 논으로 걸어갔습니다. 막 떠오른 해가 조금씩 하늘 높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행자 둘도 예초기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처음 예초기를 돌려보는 행자도 있어 스님은 벼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논둑 안쪽은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세요. 벼가 다쳐요.”

“네, 알겠습니다.”

차례로 예초기 시동을 걸고 풀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논둑 전체를 돌리다가, 처음 예초기를 돌려보는 행자를 배려해서 논둑 안쪽을 먼저 다 돌려주었습니다.



사면과 닿아있는 논둑은 무척 좁았습니다.

햇살은 논 전체에 뜨겁게 내리쬐었습니다. 그늘 한 곳 없는 논에서 예초기를 돌리고 나니 온몸에 땀이 흘렀습니다.

논둑 하나 풀베기를 끝내고 느티나무 아래 앉아 물 한 모금을 마셨습니다. 스님은 물을 마시자마자 바로 다음 일을 준비했습니다.

“이제 다음 논으로 갑시다.”

“스님, 7시 30분인데 괜찮으세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 9시부터 법문이라서 저는 먼저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그럼 저는 돌아가는 길에 예초를 하면서 갈게요.”

스님은 마을 길가에도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예초기로 베기 어려운 쑥대, 덩굴은 낫으로 직접 벴습니다.


가는 김에 예초를 한다던 스님은 30분 이상 계속 풀을 베고 8시가 넘어서 예초기를 내려놓았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9시부터 전국대의원회의 2일째 일정에 참석했습니다.

어제 전국대의원들은 하루 종일 각 단위의 사업보고를 받은 후 모둠별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도 많이 나왔는데요. 오늘은 스님과 함께 의문점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국대의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먼저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정토회 대의원 여러분! 어제 하루 종일 회의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질문을 받기에 앞서 스님은 대의원들에게 한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우선 한 가지를 분명하게 아시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토회의 일반 운영에 대한 부분은 스님이나 법사님이 아닌 바로 대의원 여러분들이 결정권자입니다. 그러니 회의를 하실 때 조금도 우려하거나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두북특별위원회에서 법사단이 올린 안건들을 보시고, 여러분들이 판단하기에 괜찮겠다 싶으면 승인을 하면 되고, 우려스러운 점이 있으면 보류하거나 거부하면 됩니다.

단지 공동체 법사단은 코로나로 인해 수련을 진행할 수가 없게 되면서 정토회의 미래 발전을 위한 초안을 마련했을 뿐이에요. 이 초안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정토회 대표님을 비롯하여 대의원 여러분께서 더욱더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실시간 채팅창에 질문이 있다고 신청하면, 곧바로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2시간 동안 질의응답이 계속되었습니다. 회계를 맡고 있는 분은 코로나로 인해 대중이 법당에 나오지 않다 보니 법당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데, 불교대학과 경전반이 온라인으로 전환이 되면 수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또 삼보수호비를 증액해서라도 수입 감소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에 대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법당 운영이 어려워져서 대중들이 내는 삼보수호비를 조금 올리는 게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는데요. 제 의견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개별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법당이 어려우니 보시를 조금 더 해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는 건 괜찮지만, 공식적으로 모든 대중이 내는 삼보수호비를 올리지는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요즘 경제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가운데도 일부 주식 투자를 했거나 부동산 투자를 했거나 경기가 좋은 산업 분야에 일을 해서 평소보다 수입이 많아진 사람은 개별적으로 보시를 조금 더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요즘 같이 어려운 때 보시금을 조금 더 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직장을 잃게 되었거나 휴직을 했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요즘 수입이 많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에게 삼보수호비를 올리자고 공지하는 건 경제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위로는 못해줄 망정 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한다는 논의도 있는데, 실제로는 2단계로 두면서 개별적으로 조심해서 마치 3단계와 같은 효과를 내는 방안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방역적으로도 효과가 있고, 동시에 정말 급한 사람들은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급할 때 겪는 불편함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 3단계로 격상시키고 나면 경제적 손실도 막대할 뿐만 아니라 급한 일이 있어도 이동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불편함이 커집니다.

마찬가지로 요즘 법당 운영이 어렵더라도 보시금을 일률적으로 올리기보다는 비교적 상황이 괜찮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보시금을 조금씩 더 내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행여라도 법당에 적자가 발생하면 당분간 중앙에서 보조를 하는 방향으로 해서 올 연말까지는 현행대로 유지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법당을 연말까지 운영을 해보고, 또 가을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온라인으로 운영을 해보고, 또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런 뒤에 연말에 가서 다시 판단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질문이 없자 질의응답 시간을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안건 의결에 들어갔습니다.

첫 번째 안건은 정토회의 운영 방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할지 여부였습니다. 찬반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수행 법회, 정기법회, 특별법회도 지금처럼 임시적으로 온라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번째 안건은 내년 개원 기념법회 기획서와 추진단 구성 건이었습니다. 역시 만장일치로 개원 기념법회를 기획서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외에 추가 안건에 대한 의결까지 마친 후 폐회를 선언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부터는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의원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분은 모든 법회가 온라인으로 전환이 되면서 모둠원들에게 어떤 봉사 일감을 주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고 질문했습니다.

답변의 끝무렵에 스님은 내년에는 두북 수련원에 봉사 일감을 많이 마련해 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봉사 일감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이곳 두북 수련원에는 요즘 일해야 할 게 넘쳐납니다. (웃음)

오늘도 이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논에 피 뽑으러 가야 해요. 제초제를 안 치고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논에 피가 정말 많습니다. 아침에 피를 뽑으려니까 이슬 때문에 옷이 다 젖어버리고, 저녁에 피를 뽑으려니까 매일 회의가 있어서 시간을 못 냈어요. 그런데 오늘은 행사가 5시 전에 끝날 것 같아서 해거름에 전부 나가서 피를 뽑기로 했습니다. 넓은 논에 혼자서 피를 뽑아보면 지겹거든요. 그런데 여러 대중이 줄을 맞춰서 피를 뽑으면 금방 끝낼 수 있어요. 여기 두북 수련원에는 이런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농사를 짓기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잘 낸 것 같아요. 봉사 일감이 무궁무진합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못 올 뿐이에요. 내년에는 땅을 더 확보해서 할 일 없는 사람들은 전부 여기 와서 농사 봉사를 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저도 농사를 짓다가 법회 시간이 되면 온라인으로 법문을 하면 되거든요. 그러니 여러분도 어려운 가운데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시면 좋겠습니다.”

1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회향 법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위축될 게 아니라 오히려 기회의 창으로 삼아보자고 하면서 대의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사실 이 어려움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어려움입니다. 개인의 습관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통적 습관을 바꾸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저항도 따르고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디지털 문명이 없을 때 코로나 사태가 닥쳤다면 재앙이었을 텐데, 디지털 문명이 있을 때 코로나 사태가 닥쳐서 우리가 오늘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듯이 많은 일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하려다 보니 뭔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하지만 이 방식도 우리가 차츰 익숙해지면 정착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이 다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대면 방식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

정토회의 경우 기성의 종교단체에 비해서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종교단체는 큰 절이나 큰 교회를 지어서 사람을 모으는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이 되면, 건물이 얼마나 큰고 화려한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비대면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정토회는 다른 단체에 비해 콘텐츠가 풍부한 편입니다. 그래서 영상을 다루는 기술이 조금 부족해도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는 이미 영상을 통해 교육을 받거나 법문을 시청해왔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무슨 일을 하는데 비교적 익숙한 편입니다. 물론 우리도 대면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다가 비대면 방식으로 바꾸려니까 어색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익숙한 편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대응을 잘하면 요즘 같은 시기에 국민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우리가 풀어주는 순기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직접 가서 일을 하는 것만 봉사라고 생각하는데, 온라인으로 괴롭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활동도 모두 봉사입니다. 요즘은 오히려 양로원에 방문하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자칫 거기에 계시는 분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봉사자들의 부주의로 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데, 요즘은 반찬 갖다 드리거나 목욕시켜드리는 것보다 바이러스로부터 그분들을 안전하게 지켜드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은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일절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온라인으로 국민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온라인 행복학교, 온라인 불교대학, 온라인 명상수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는 이런 일들을 확산시키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경주 남산 순례, 죽림정사 사찰 순례, 역사기행 등도 처음에는 오프라인을 기준으로 시작된 활동들이지만, 앞으로 이런 일들을 온라인으로 전부 진행하게 되면 이런 사업 하나하나가 모두 콘텐츠가 될 겁니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토회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정토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저도 굳이 서울 서초법당에서 지낼 필요 없이 두북에 있는 폐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뒤에 칠판이 붙어있는 벽 앞에 천만 하나 깔끔하게 붙이면 이곳에서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어요. 법문을 하기 위해 큰 법당도 필요 없고 화려한 건물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콘텐츠는 많은데 충분한 자본이 없어서 개발하지 못했던 프로그램들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아직도 법당 운영에 연연하는 것 같아요. 물론 이해는 됩니다. 전국 시군구에 법당을 하나씩 만들자는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결과로 이제야 법당을 하나 마련했는데, 이제는 법당이 예전처럼 필요하지 않다고 하니까 허탈한 마음이 드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귀한 자식이 죽어도 살아가는데, 법당이 없어진다고 죽을 일은 아니잖아요. (웃음)

정확히 표현하자면, 법당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방식이 바뀌는 겁니다. 앞으로는 내 방이 오프라인 법당이 되고, 나머지는 온라인상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는 겁니다.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계속 변종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백신이나 치료약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또 다른 변종이 나올 테니까 간단히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생활이 우리의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북아 역사기행이나 인도 성지순례처럼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해온 일들도 이렇게 못하게 되잖아요. 여러분들이 법당을 마련하고자 쏟아부은 정성이 눈물겨운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생각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일을 위해서는 변화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말은 무조건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뭔가를 붙들고 있지 말고 늘 ‘사실은 어떠한가’ 하는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의원이 된 후로 다 같이 모여서 서로의 얼굴을 볼 기회도 한 번 없이 반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 해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기회가 되면 다 같이 모여서 얼굴도 보고 같이 밥도 먹고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역시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밥도 서로 마주 보지 않고 먹어야 하니까 여러 모로 난감한 상황입니다. (웃음)

이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쁜 면만 볼 것이 아니라 ‘기회의 창이 가까이 와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고 분발하시기 바랍니다. 이틀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전국대의원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네모난 화상회의 창 안에 200여 명의 대의원들이 손을 흔들며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정토회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전국 대의원 회의를 성공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대신에 모든 발표를 영상으로 준비하다 보니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스님은 수고한 사람들을 격려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원고 교정과 각종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후 6시부터는 공동체 법사님들과 함께 논으로 나가 피를 뽑았습니다.

스님은 대중보다 일찍 논에 나와 한참 피를 뽑고 있었습니다.

대중이 모두 장화를 신고 모이자 스님은 논을 나와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네 줄 간격으로 서세요. 두 줄 사이에 들어가서 양쪽을 뽑으면 됩니다.”

“스님, 어느 게 벼고 어느 게 피인가요?”

행자의 질문에 스님은 웃으며 피를 가리켰습니다. 벼보다 먼저 익은 피는 씨를 달고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이게 피에요. 지금 피를 뽑지 않으면 씨가 다 논으로 떨어져서 내년에 더 고생합니다. 키가 작은 피는 벼 사이에 숨어있을 수 있으니 잘 살펴봐주세요.”

스님의 설명을 듣고, 출렁이는 벼 이삭을 헤치며 논으로 들어갔습니다. 해는 산 너머로 지고 있었습니다.


각자 포대를 하나씩 들고 피를 뽑아 담았습니다. 피가 많이 자란 줄은 금세 포대가 가득 찼습니다. 스님도 금세 포대가 무거워져 피를 뭉쳐 있는 힘껏 논 밖으로 던졌습니다.




논에서는 한 발 내딛는 것부터 힘이 듭니다. 질척한 진흙이 발목을 붙잡고, 우렁이를 밟을까 조심하다가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모기도 사람의 피를 뽑느라 바쁩니다.

스님은 행자들이 작은 장화를 신을 수 있도록 가장 큰 장화를 신고 논에 들어왔는데, 자꾸 장화가 벗겨져서 더 애를 먹었습니다. 한참 지나 논 끝에 도착했습니다. 행자가 물었습니다.

“스님, 오늘 이 논에 피를 다 뽑나요?”

“그럼요.”

논둑 바깥으로 피를 쏟아붓고 다시 논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씩 날이 어두워지더니 산 위로 달이 떠올랐습니다.



“날이 저물어서 안 되겠어요. 이제 그만 나갑시다. 다 나오세요!”


농사 창고로 가서 장화와 장갑을 씻고 말렸습니다.

“수고했어요!”

모두 땀에 흠뻑 젖은 채 울력을 마쳤습니다. 무엇 하나 거저 얻는 것이 없습니다.

내일은 역시 정토회 역사상 처음으로 서원행자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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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4

0/200

김현숙여래심

두북으로 울력 봉사하러 갈 수 있는 그 날이 곧 오길 바래봅니다

2020-09-18 21:38:31

정진덕

스님의하루 읽으며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2020-09-05 11:37:50

수미상

말씀과 행동으로 들려주시고 보여주시는 귀한 가르침 잘새기겠습니다ㆍ
늘 고맙습니다 스님
온라인법회 준비해주신 많은분들께
감사드립니다ㆍ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2020-09-05 06: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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