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28 전국 대의원 회의 1일째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가지려면”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대의원회의가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예초기로 논둑에 풀 베기

아침 기도를 마치고 작업복을 갈아입었습니다. 오늘은 논둑에 예초기로 풀을 벴습니다. 농사 창고에 들러서 앞치마를 두르고 예초기용 모자를 쓰고 논으로 향했습니다.


한 달 전에 풀을 벴는데 또 수북이 자라 있었습니다. 오랜 장마 끝에 쑥쑥 자란 것은 벼만이 아니었습니다. 스님은 논둑 끝으로 가서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왱 하는 굉음과 함께 풀이 베어져 나갔습니다.




논둑 거의 끝까지 다 왔을 때 줄이 다 닳았습니다. 줄을 갈고 다시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논둑에 풀을 다 베고 아랫논에서 윗논으로 올라오는 길에도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시원하다.”

스님이 예초기 모자를 올리자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마침 예초기에 기름이 떨어져 조금 일찍 작업을 마쳤습니다.

예초기와 장화에 붙은 풀을 깨끗이 쓸어낸 후 예초기를 정리하고 무 씨앗을 들고 텃밭으로 갔습니다.

텃밭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스님은 동네 길목에 풀이 보이면 풀을 벴습니다.


김장 무 심기

텃밭에 도착해서 어제 만들어 놓은 두둑에 무 씨앗을 심었습니다.


어제 심은 배추는 땅에 뿌리를 잘 내린 듯 보였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스님은 9시 정각에 전국대의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200여 명의 전국 대의원들이 화상 회의 방에 입장한 상태에서 삼귀의 반야심경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전국 대의원 회의는 정토회의 전체 사업에 대한 의결기구입니다.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김은숙 정토회 대표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이번 10차 천일결사에 들어와서는 대의원 여러분들의 얼굴을 한 번도 오프라인으로 뵌 적이 없습니다. 오늘도 온라인으로 만나게 되었네요. (웃음)

이번 회의에는 각 단위에서 많은 보고가 있을 텐데, 그 중에서도 두북특별위원회에서는 5개월에 걸쳐 많은 연구 결과물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발표해 주실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한 땀 한 땀 노력이 모여서 오늘 회의가 열리게 됨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도가 있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전국 대의원들은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기로에 선 대한민국

“전국 대의원 여러분, 직접 만나서 회의를 해야 하는데 시대가 시대인 만큼 온라인 상으로 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지난 상반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어느 정도 잘 해내서 국제적으로 칭찬도 받았는데, 지금은 대한민국도 유럽과 미국처럼 걷잡을 없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 중에는 ‘지난 2,3월처럼 방역에 주의를 잘하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강압적이지 않느냐’ 이렇게 불만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지난 2,3월에 확산되었던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지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종으로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겁니다. 최소한 6배 이상 전파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지난 2,3월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끼고 손 씻기 하는 정도로는 방역이 안 되고 있습니다. 밀폐된 공간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가해도 전염될 수가 있고, 마스크를 착용해도 밥을 먹기 위해 잠시 벗는 순간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변종 바이러스이다 보니 많은 국민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서 우리는 ‘왜 저렇게 방역을 못할까’ 생각했는데, 그들이 겪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들이 겪었던 것보다 전염력이 6배나 높은 변종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한 세대 안에 두 집단의 모순된 행동

그래서 지금 사회적으로는 일부 종교인들이 주장하는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는 신앙의 자유와 ‘어떤 자유도 국민의 건강보다 앞설 수는 없다’ 하는 정부의 강경 대응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수 정권이 지난 수십 년 간 안보 위기를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더니, 이제 진보 정권은 보건 위기를 내세워서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할 수 있다고 나오는구나’

이렇게 대한민국은 한 세대 안에 두 집단의 모순된 행동을 모두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안보 위기는 초기에는 잘 먹혀들었지만, 나중에 독재의 빌미가 되면서 늑대 소년 취급을 받게 되어 지금은 아무도 겁을 내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보건 위기는 국민이 각자 자신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까 안보 위기보다 훨씬 더 잘 협력하고 경각심도 갖고 있어서 오히려 정부가 강경하게 나올수록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더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야 한다고 늘 주장했던 보수 기독교인들이 지금의 보건 위기에 대해서는 신앙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에 항거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이란 게 참 묘하구나. 그래서 부처님이 제행무상이라고 하셨구나.’

그런데 보수 기독교인들은 이것이 어떤 모순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진보적인 사람들도 이것이 어떤 모순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독재 정권이었고, 지금은 민주 정부인데, 왜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지 않느냐?’

또 보수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때는 정말로 국가가 안보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을 유보시킬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처럼 보건 위기를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유보시킨다는 것은 과거 독재 정권도 하지 않은 일이다.’

이런 얘기들은 어떻게 보면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저는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우리가 어떤 문제를 균형적으로 보고, 중도의 관점에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지혜와 중도를 놓치게 되면 그 시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가지려면

과거에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유명한 고승이라고 불리던 분들도 신분제와 남녀차별을 인정하고, 절에 노비를 두고 사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안 가졌잖아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절에 노동자를 두는 것에 대해 스님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습니다. 그리고 권력이 혈통을 통해 상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으면서 재산이 혈통을 통해 상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제법 지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시대 상황의 한계를 못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친일 세력을 향해 ‘왜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안 했느냐?’라고 비난하지만, 그 시대에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그냥 그 상황 속에서 어릴 때 공부 열심히 해서 고시 합격하면 군수가 되고, 검사가 되고, 정작 자신이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던 거예요. 어느 날 독립이 되어 ‘친일’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니 그제야 억울해 하고 변명을 했던 겁니다.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것도 돌아봐야 할 문제이지만, 그 시대에 그런 일을 했다고 무조건 단죄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성경에도 ‘제 눈에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에 티끌은 본다’라는 구절이 있듯이 늘 우리는 이렇게 남에 대해서는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비판적입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니까 어떤 분은 ‘그럼 스님은 도대체 누구 편이냐?’ 하고 묻는데, 저는 누구 편에 서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통찰력을 갖고 사물을 봐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라고 단죄하는 그 사람의 행동 중에도 일부는 선한 행동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선한 사람의 행동 중에도 일부는 나쁜 행동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받으면 전부 죄인으로 단죄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규정받으면 전부 미화를 하는, 이런 편견을 가진다는 겁니다. 수행자는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은 주장을 무조건 비판할 게 아니라 이해를 하되 그러나 그것이 어리석은 관념의 폐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시대가 이럴수록 우리가 정말로 좋은 법의 인연을 맺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늘 중도적 관점에서 진실을 보는 이 가르침을 우리가 배웠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이런저런 재앙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정진을 꾸준히 해나가면 어떤 일이 닥쳐도 우리들의 자유와 행복을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에 대한 믿음과 이해, 실천과 증득을 통해서 여러분의 수행이 더 깊어졌으면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안건은 2020년 상반기 사업보고와 평가입니다. 스님은 이번 상반기는 코로나 19로 인해 비상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 이를 평가하면 좋을지 덧붙였습니다.

“정토회는 10차 천일결사에 들어와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 그동안 중앙 중심으로 운영해 왔던 권한을 절반 이상 지역으로 이동시켜서 지역 정토회가 자치권을 갖고 운영하도록 하기 위해 지역 대의원회를 신설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많은 결정들이 중앙에서 지시가 내려가는 방식이 아닌 지역에서 대의원들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둘째, 지금까지는 정토회 운영의 가장 기본 단위가 법당이었는데, 이제 모둠을 가장 기본 단위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모둠 활동을 활성화시켰고, 모둠이 실천 행위의 핵심 단위가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셋째, 정토회가 앞으로 더 확산되려면 법사의 역할이 많이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결사행자가 아닌 서원행자 중에서도 법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넷째, 행정처와 대의원, 통일특별위원회가 현장에서 서로 자유롭게 소통이 되면서 협력해서 활동할 수 있게 서로 간의 벽을 많이 허물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관통하고 있는 정토회

이렇게 여러 가지 개편안을 갖고 10차 천일결사를 출발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면서 개편한 내용을 아직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혼란이 생기고, 개편된 사업의 성과도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9차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곳도 있는 것 같아요. 또 개편된 방식으로 하니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하소연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저는 이런 현상이 당연히 일어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0년 상반기는 10차 천일결사를 새로 시작하면서 생기는 어려운 점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쳐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평가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이 시기에 정토회가 망하지 않고, 지역 법당이 문을 닫지도 않고, 이렇게 살아남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사업보고를 받고 검토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연초에 계획을 세워놓고 왜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았느냐’ 이렇게 비판하기에는 계획대로 시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비상 상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강제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공동체 법사단은 수련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두북특별위원회를 새로 만들어서 정토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그 내용을 오늘 초안으로 제출했으니 대의원 여러분께서 잘 살펴보시고, 만약 두북특별위원회가 제안된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결정을 내려 주시면, 이제는 여러분과 함께 더욱더 면밀히 검토해서 대중의 현실에 맞는 세세한 계획을 세워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결정된다면

새로운 방향으로 가려면 제도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가 준비되어야 해요. 이제는 법당 총무라고 해서 법당만 관리하면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더욱더 잘 챙겨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불교대학 조장, 경전반 조장, 정기법회 조장이 되어서 전법의 일선에 서야 해요. 그래서 앞으로 여러분에게 전법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진행자 교육이 제공될 겁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법당은 내 방을 법당으로 만들고, 지역 사회에 작은 사무실 정도만 확보해서 미팅 정도만 할 수 있게 하고, 실천 활동은 지역에서 활발히 해나가고,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은 모두 수련원에 와서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수련원에서 깨달음의 장과 나눔의 장만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농사도 짓고 휴식도 할 수 있는 웰빙 기능까지 갖춘 종합적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 전국대의원회의는 모두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니까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해 주세요. 원래는 문경 수련원에 와서 회의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서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게 되었으니 좀 봐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에 회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입재 법문이 끝나고 곧바로 전국대의원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전국대의원들은 먼저 하루 종일 사업보고를 받았습니다. 사업보고가 끝난 후에는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상임위원회, 행정처, 두북특별위원회, 통일특별위원회, 사료편찬특별위원회, 사회활동위원회, 불사위원회, 자격심사위원회, 공동체, 결사행자회의 결과 보고와 모둠 토론이 연이어 계속되었습니다.


예정된 토론을 모두 마치고 나자 회의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토회 대표님의 마무리 인사를 듣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정회하고, 내일 회의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네모칸 화면 속에서 박수를 치며 전국 대의원 회의 1일째 일정을 마쳤습니다.

스님도 오후 내내 화상 회의에 접속하여 회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하루 종일 전국대의원회의 2일째 일정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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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미

나쁜 사람은 계속 나쁘게 좋은 사람은 계속 좋은 사람으로 보는 습관이 있었음을 알아차립니다~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중도적 관점에서 진실을 볼 줄 알아야한다 것으로 이해 했습니다~스님 말씀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제가 중심을 잡는데 큰 힘이 됩니다~감사합니다~^^

2020-09-15 09:32:59

은손

부처님은 다섯 개의 눈을 가졌다고 한다. 육안 하나 가지고 사는 우리들 중생은 제 눈에 보이는 그 육안 하나로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한다. 수행자는 그것을 여실히 알아 내 안목이 모자람을 부끄러이 여기고 진리의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애써야 삶이 행복해질 것이다.

2020-09-03 10:10:18

고경희

중도

2020-09-01 14: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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