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2 결사행자 회의, 온라인 일요 명상
“명상을 해도 별로 달라지는 게 없어서 실망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결사 행자 회의를 하고, 공동체 공청회에 참석한 후,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1시에 일어나 오늘 결사 행자 회의에서 다룰 안건을 살펴보았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연달아 일정이 있어서 문서를 읽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집중해서 문서를 보는 사이 별빛은 자취를 감추고 해가 떠올랐습니다.

기도를 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논둑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깎기 위해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행자들보다 먼저 논에 도착해 예초기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행자들이 서둘러 도착했습니다. 행자들과 구역을 나누어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예초기를 다 돌리고 나서 스님은 낫으로 한 번 더 꼼꼼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모 가까이 덜 뽑힌 풀도 뽑고, 논에 빠진 풀 무더기도 건져냈습니다.


예초기를 들고 다음 논으로 향했습니다. 작업복이 온통 땀으로 젖었습니다.


스님이 사용하던 예초기의 줄이 다 떨어져서 스님은 예초기를 돌리는 행자 뒤를 따라가며 낫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논둑 양 쪽으로 무릎까지 자란 모가 바람에 따라 초록빛으로 넘실거렸습니다.

“울력 마칠 시간입니다!”

비닐하우스와 산 윗밭에서 울력을 하던 행자들은 이미 떠났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예초기를 돌리던 행자들도 일을 멈추고 논에서 나왔습니다.

“수고했어요.”

무거운 예초기를 내려놓고 트럭 뒤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혔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오전 10시부터는 결사행자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토회는 지난 100일 동안 두북특별위원회를 신설하여 많은 연구 성과들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회의는 그동안의 두북특별위원회 연구 성과를 결산하고, 전국대의원회의에 최종안을 제출하기 위해서 결사행자회의를 열었습니다.

먼저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결사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과 충분히 논의해서 전국대의원회의에 제출할 안건을 상정하겠습니다. 저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1차 만일결사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둘째, 2차 만일결사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원래는 1차 만일결사가 끝나는 2022년이 되어서야 고민할 주제인데, 코로나 사태가 생기는 바람에 어떤 주제는 당장 이번 가을부터 실행에 옮겨야 하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두북특별위원회에서 연구한 8개 주제에 대해 하나씩 검토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각 분과별 담당 법사님이 중요 쟁점 사항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이 계속되었습니다. 의견이 있는 사람은 채팅창에서 순서를 배정받고, 자신의 순서가 되면 화면에 얼굴을 드러내고 의견을 말했습니다.

온라인 화상회의 모니터에는 60여 명의 결사행자들의 얼굴이 사각형 칸을 가득 채웠습니다. 스님은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설 때마다 전체 성원들의 의사를 거수로 확인해가며 합의점을 도출했습니다.

불교의식을 국제화 시대와 온라인 시대에 맞게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도 찬반 토론이 펼쳐졌습니다.

“첫째, 불교의식을 기존대로 전통적으로 하자는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다섯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둘째, 불교의식을 한글로 모두 바꾼 조계종 방안을 따라서 하자는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한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셋째, 어차피 불교의식을 바꿀 바에야 완전히 새롭게 바꾸자는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대다수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 제출된 새로운 안을 전국대의원회의에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네.”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는 오후 5시 30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쉼 없이 토론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공동체와 세계 전법에 대해서는 토론을 하지 못했습니다. 못다 한 토론은 추가로 한 번 더 날짜를 잡아서 논의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강당에서는 공동체 수행 대중이 공청회를 하기 위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사행자회의가 늦게 끝나서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공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공청회 주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어제는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성추행 문제와 관련해 공청회를 했으니까 오늘은 우리 공동체 안에는 어떤 문제점이나 위험이 있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특정한 누구를 비판하려고 하거나 문제 삼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점을 우리가 더 유의했으면 좋겠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거예요. 성추행 문제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부지불식 간에 일어날 수 있거든요.”

공동체 대중은 평소에 의혹을 가졌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공동체에 여성이 다수이다 보니 남성들이 겪는 생활의 불편함이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개선점에 대해 논의한 후 스님도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

“여러분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느끼게 되면, 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도 빨리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안 되면 곧바로 정토회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법사단에 그 내용이 보고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신고를 해야 성추행을 한 상대도 살릴 수가 있어요. 신고를 안 하고 숨기게 되면 나중에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이 일로 다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집니다.

첫째, 본인이 이런 입장을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둘째, 옆에서 봤을 때 저런 행동은 좀 심하다 싶으면 진위와 관계없이 당사자에게 문제 제기를 해야 합니다. ‘당신의 그런 행동은 오해를 사지 않을까요?’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하면서 사실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큰 문제는 아니군요’라고 하든지, ‘좀 주의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하든지, 상대가 본인의 문제를 자각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성 문제와 돈 문제는 가장 유의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만 문제가 없으면 나머지 일들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게 없어요. 그러나 이 두 문제는 사실과 관계없이 공동체에 치명적인 손실을 주게 되기 때문에 몇 사람만 조심해야 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누구를 비판하거나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공유하고 점검해야 할 일이에요.”

자유롭게 토론을 한 뒤 다음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여러 가지 주제들이 토론 거리로 제기되었는데, 그중에 한 분의 이야기가 가장 큰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었습니다. 공동체 성원들에게 개인 방을 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공동체 성원들에게 개인 방을 주면 안 되나요?

“공동체에서 나가는 도반들을 보면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 혼자만의 방을 갖고 싶거나 연애를 하고 싶은 그런 정도이거든요. 대부분 활동은 정토회 활동을 정말 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공동체를 나가더라도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토회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비록 지금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지만, 그런 욕구가 정말 많거든요.

만약 스님께서 생계유지를 위해 월급도 어느 정도 주면서 정토회 활동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시면, 공동체 안과 밖에서 그렇게 살고 싶은 수요가 정말 많을 것 같습니다.” (모두 웃음)

“공동체 밖에 있다가 안으로 들어오는 건 이해가 되는데, 이 좋은 공동체 안에 있다가 왜 좋지도 않은 바깥으로 나가려고 해요?”

“스님 말씀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공동체를 나갈 이유가 없죠. 그러나 저 같은 사람은 혼자만의 방을 가질 수만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거든요. 독방을 쓰면 잠도 푹 잘 수 있을 것 같고, 피로도 싹 풀릴 것 같아요. 우리 공동체는 왜 1인 1실을 주지 않나요? 요즘 청년들은 1인 1실을 쓰는 게 대체적인 문화예요. 어렸을 때부터 자기 방을 갖고 살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더라도 대부분 1인 1실을 사용했던 사람들이 다수일 겁니다. 1인 1실을 갖는 것이 수행에 장애가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1인 1실을 줄 수 있는 방이 없어요. 만약 앞으로 1인 1실을 쓸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하더라도 1인 1실을 쓰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수행자가 개인 방을 갖게 되면 생기는 문제점

첫째, 혼자 있게 되면 여러 명이 같이 생활할 때보다 개인적 욕구가 훨씬 커집니다. 예를 들면 새벽에 예불 시간에 일어나기가 더 힘듭니다. 겨우 일어나서 예불 시간 직전까지 방에서 뒹굴다가 세수도 안 하고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공동생활을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저절로 지키는 계율도 혼자 있게 되면 굉장히 지키기 힘든 게 많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개인 방만 하나 주면 여기서 재미있게 살 수 있겠다’, ‘한 달에 얼마의 생활비를 주면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수 있고 아무런 번뇌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자꾸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욕구가 하나씩 채워질수록 욕구는 더 커지고, 욕구가 커지면 커질수록 욕구를 제어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욕구의 성질이 그렇습니다.

만약 정토회에서 개인 방과 생활비를 제공하는 공동체를 하나 새로 만든다면, 거기로 사람들이 몰리지 않겠느냐 싶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 방과 생활비를 제공하는 공동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나가게 돼요.

저는 여러분 중에 그 길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길로 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좋아 보이는데 이렇게 공동생활을 하는 건 고통이잖아요. 욕구를 억제하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나가버리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공동체에 들어올 때는 엄청나게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서 들어오는데, 나갈 때는 일순간에 나가버려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사람이 안 보여요. 그렇게 나가는 사람은 정토회에 다시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같이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보기에 부끄럽고, 공동체 생활을 했던 지난 과거가 낭비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공동체를 나가는 것보다는 숫제 다른 방식으로라도 정토회와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공동체에서 열흘을 살았든 10년을 살았든 20년을 살았든 그만큼의 보람이 있는 겁니다. 이렇게 사는 방식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볼 수도 있는 것이고요.

공동체를 나간 사람도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공동체에서 살다가 나갔든 새로 들어왔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정토회에서 정말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공동체에서 10년 살다가 밖으로 나가면 실패한 사람이 아니에요. 젊은 시절에 이런 꿈과 이상을 갖고 살았다는 것은 굉장히 자랑스럽고 소중한 일입니다. 정토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지금까지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들어왔다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노력 덕분에 정토회가 이만큼 오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간중간에 힘을 보태준 한 분 한 분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정토회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할 때는 그분들을 다 초대해서 감사 인사를 하려고 해요.

‘그래도 당신이 10년 동안 그 자리를 맡아줘서 정토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가 정말 어려울 때 당신이 그 자리를 지켜주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가질 겁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공동체를 나가는 것에 대해 별로 걱정을 안 합니다. 왜냐하면 ‘욕구를 따라가서는 행복해질 수가 없다.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진정한 행복의 길이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우리가 사는 것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는 도저히 안 되는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사람은 괴롭게 살아야 하느냐?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 중에는 ‘결혼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결혼도 쉬운 길은 아닙니다. 성적인 욕구 때문에 고민인 사람도 결혼만 하면 고민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친구 사이에도 서로 시비하지만, 결혼은 그 갈등이 훨씬 더 심합니다. 가장 소유욕이 강한 관계가 결혼입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상대를 자기와 동일시하게 되기 때문에 간섭이나 질투, 이런 감정들이 상상을 초월해요. 그래서 친구 사이보다 더 큰 갈등이 생기고, 속박을 받게 되는 겁니다.

그래도 결혼을 하는 정도까지는 공동체에서 같이 살 수 있어요. 그런데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게 되면 결국 자신의 꿈을 버리고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생겨요.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하면 그 선에서 멈춰지는 게 아니고, 욕구는 갈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토회에도 결혼한 분들이 몇 분 공동체에 들어와서 같이 살고 있지만, 이름만 결혼을 했지 거의 혼자 사는 것과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유지되는 거예요. 만약 대부분이 결혼해서 살게 되면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때는 공동체 성원들의 부모님들을 공동체로 모셔와서 같이 살까 하는 구상도 해본 적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어요. 왜냐하면 부모님을 데려와서 같이 살게 되면, 부모님들의 갈등 때문에 공동체가 분열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은 전부 다 자기 자식이 굉장한 줄 알거든요. ‘우리 아들은 법사다’ 이렇게 말하고 다니기 때문에 공동체가 시끄러워집니다.

정토회가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그래서 수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공동체를 유지해 온 곳들은 계율이 굉장히 엄격한 곳들입니다. 순식간에 확산된 곳들은 얼마 가지 않아 대부분 붕괴됩니다.

왜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어려울까요? 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사람이 아내 또는 남편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수많은 사람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서 결혼했는데, 그런 두 사람이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고 싸우잖아요. 또 사랑해서 낳은 아이와도 같이 못 살아서 서로 원수가 되잖아요.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결혼한 관계도 아니고, 연애를 하는 관계도 아니고, 일가친척도 아니고, 고향이 같은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아무런 관계도 없이 길 가다가 만난 사람들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같이 살 수 있는 이유는 개인의 욕구를 어느 정도 제어하는 ‘수행’이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두 부부가 만나서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싸운다는 게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잖아요. 그만큼 공동체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겁니다. 개인 방을 갖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연애를 하거나, 이런 행동들은 그것 하나만 놓고 보면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니에요. 범죄도 아니고, 큰 잘못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이 된다고 봤을 때는 우리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것을 더 중요시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이에요.”

어느새 창밖이 어두워졌습니다.

공청회가 끝나자 곧바로 온라인 명상수련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미국에서 온라인 연결로 통역을 해주는 제이슨을 비롯해 국제국 활동가들과 리허설을 잠깐 해본 후 곧바로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일요 명상은 외국인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스님의 제안으로 원래 취지를 살려 오늘부터는 영어로 먼저 안내를 하고, 명상 후에는 외국인들이 영어로 작성한 실시간 소감을 우선해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이 되자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주 1회 온라인 명상을 시작한 지 17주가 지났습니다. 17번쯤 해봤으니 이제 조금 익숙해지셨을지 모르겠어요. 한국은 지금 장마철이라 곳곳에 집중호우가 와서 홍수 피해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중국이나 일본만큼 피해가 크지는 않아요.

이제 장마가 물러가면서 날씨가 매우 더워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기온이 섭씨 33도까지 올라갔어요. 이런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수행자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외국인 시청자들로부터 두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명상을 해도 별로 달라지는 게 없어요

“I think, many times in our modern culture we are looking for a ‘quick fix' to our problems. Today's session was fine, but for anyone who was expecting to be transformed it may have been disappointing. I can see how in the long run such training will be useful, but I still feel essentially like the same person I was at the beginning of the session. No startling transformation.
현대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효약’을 찾을 때가 많습니다. 일요일마다 스님과 함께하는 명상 시간이 괜찮긴 했지만 자기 변화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행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용하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저는 명상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없었어요.”

스님은 웃으며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배어 있는 습관을 인도어로 ‘카르마(karma)’라고 합니다. 카르마는 변화시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옛날부터 카르마는 ‘천성’ 즉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받은 성질이라고 생각했어요. 얼마나 변화시키기가 어려우면 이렇게 생각했을까요. 예부터 사람들은 천성은 변화시킬 수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모든 것은 형성된 것이므로 또한 소멸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카르마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나 카르마를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줍니다. 변화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변화를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야 된다는 걸 가르쳐 줍니다. 변화를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면, 변화가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사이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토회에는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이 있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힘들지만 단기간에 자기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기 변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효과를 보는 수련도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수련도 필요합니다.

명상은 시간이 좀 걸리지만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명상은 꾸준히 해나가셔야 합니다. 질문자는 성격이 조금 조급하신가 봐요. 효과를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려놓으시고 ‘명상이 참 좋다’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명상을 할 때 많이 조는 게 고민이라는 분의 질문에 대답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명상하는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자, 그러면 명상을 시작해보겠습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숨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고, 냄새가 나지도 않고, 맛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콧구멍 속이나 끝, 또는 윗입술 부위에 공기가 접촉할 때 그 감각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호흡이 거칠 때는 호흡이 잘 알아차려집니다. 그러나 명상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호흡이 부드러워집니다. 그러면 자극이 적어지니까 호흡을 놓치기가 쉬워요. 그럴 때는 조금 더 관심을 집중해야 미세한 호흡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호흡까지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호흡 외에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각들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상생활 속에서 화가 나거나 욕망이 일어나거나 기분이 나쁠 때 몸에서 일어나는 아주 미세한 반응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열기가 느껴지거나, 호흡이 약간 거칠어지거나, 약간의 찌릿함이 일어나거나, 이렇게 감정이 일어나는 초기에 알아차리면 그 감정을 조절하기가 아주 쉬워집니다. 여러분은 ‘호흡 알아차려서 뭐 하느냐?’ 자꾸 이런 생각이 들겠지만, 미세한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그러면 이제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겠지만, 그런 방해가 있는 가운데 호흡을 뚜렷이 알아차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 봅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겁니다. 호흡을 알아차리겠다고 애쓰거나 노력을 하면 안 됩니다. 그냥 콧구멍 끝을 주시하면 저절로 알아차려집니다. 혹시 놓치게 되면 다시 하고, 또 놓치게 되면 다시 합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해봅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40분 동안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지금까지는 30분 명상을 했었습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스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탁, 탁, 탁!

“명상해보니 어땠습니까? 외국인 분들도 영어로 소감을 올려주세요.”

곧이어 소감이 우수수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외국인이 올린 댓글을 먼저 읽고 간단하게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It was peaceful but my mind was overwhelmingly filled with creative thoughts and ideas. Still I am happy to have spend this time in practice.
마음은 매우 평온했었지만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수련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네, 명상을 하면 말씀하신 대로 창의적인 생각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거기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돼요. 아무리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그것은 망상입니다. 잘못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거기에 끌려가지 말고 호흡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호흡에 집중할수록 본의 아니게 더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집중이 안 되어서 힘들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Today it was hard. Everything I have to do was interrupted in my meditation. I came back to my breath as much as I could. How can I better prepare for meditation? I guess these are difficult times.
오늘은 좀 힘들었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것이 명상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호흡에 집중하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는데 잘 안 됐습니다. 명상을 어떻게 더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요즘 좀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네, 산을 오르다 보면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있고, 완만한 길을 걸을 때도 있습니다. 오르막길은 힘이 좀 들지만 좀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죠. 힘든 것은 잘못된 게 아닙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집중이 안 되는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호흡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그것이 명상이에요. 집중이 잘 되는 것이 명상이 아니라, 집중이 안 되는 것도 그 자체로 아주 좋은 명상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분의 소감을 더 읽어보고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I saw that my mind was busy with future plan and worries. Back and forth, future now and future now.
저는 제 마음이 미래에 대한 계획과 걱정, 우려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과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 다시 호흡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마음을 빼앗기지만 다시 호흡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호흡을 알아차리기 위해 애를 쓰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호흡을 놓치고 알아차리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명상은 더 편안한 쪽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니 긴장하거나 애를 쓸 필요가 없어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도 명상을 잘해 나가고 있는 겁니다.”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온라인 명상 수련을 마쳤습니다.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방송실에 앉아서 대중과 만났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자동차와 비행기를 타고 며칠을 이동해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을 동시에 다 만난 셈입니다. 온라인 세상이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오전에는 온라인 특별위원회와 화상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공동체 수행 대중과 공청회를 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명상수련은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영상보기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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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내 맘 알아차림의 출발점인 호흡 관찰 알아차림 놓지 않겠습니다

2020-08-24 21:20:20

정지나

항상 조급합니다 빨리빨리~오랜 세월로 화석처럼 굳어진 "습" 은 순식간에 툭툭 나옵니다 또 조급하구나 그 조급마저도 다시
알아차려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8-17 21:26:23

정주현

요즘 온라인 불대수업을 집에서 혼자 듣다보니 예전 오프라인때 다 함께 수업을 들을 때보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아쉽습니다. 역시 함께 있을 때 더 좋은 기운이 느껴지고 개인의 욕구에 쉽게 끄달리지 않게 되는 거같습니다.

2020-08-15 02: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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