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19 금요법회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제 성격이 싫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중간에 통일의병과 행복TV 유튜브 시청자들을 위해 영상 촬영을 한 후 저녁에는 금요 수행법회 법문을 생방송으로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해가 뜨자마자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비구름 가득한 하늘에 햇살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비닐하우스에 나온 사람은 스님이었습니다. 6시가 넘어 대중이 도착하자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래 가지고 밥 먹고 살겠어요?” (웃음)

스님은 열무와 단배추를 솎아주고 있었습니다. 새벽이라 열무 잎마다 물방울이 맺혀있었습니다.

잠깐 사이에 단배추 한 상자, 열무 한 상자를 수확했습니다.


대중도 일을 시작했습니다. 호박이 잘 클 수 있도록 곁순을 따주고, 꽃이 피기 시작한 상춧대에서 마지막으로 상추를 수확했습니다.




비닐하우스 다른 한 켠에는 참깨가 쑥쑥 자라고, 들깨도 싹을 틔웠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에서 수확을 마치고 텃밭으로 갔습니다. 브로콜리, 양상추, 상추, 양배추가 자랐던 밭을 정리하고 다시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먼저 뿌리를 다 뽑아냈습니다. 땅에 거름을 잘 섞어준 후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잎을 따먹을 거니까 원래 심던 것보다 좀 소물게 심어야겠어요.”


모종을 다 옮겨 심고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물을 주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한 도구를 정리하고 스님은 상추를 수확했습니다. 이틀 전에 상추를 수확했는데, 비가 오고 나서 상추가 금세 수북하게 자랐습니다. 발우공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빠르게 상추를 뜯기 시작했습니다.

흙이 튄 상추는 물로 씻고 상자에 가지런히 담았습니다.


두 상자를 수확해서 저온저장고에 넣어둔 후 발우공양 직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9시부터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밭에서 수확해 온 채소들이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아침에 수확한 얼갈이배추는 데쳐서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렸습니다. 아삭하고 싱싱한 맛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김치 조각으로 고춧가루까지 깨끗이 닦아 먹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나서 스님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요즘 채소가 많이 수확되니까 발우공양에 반찬을 낼 때 묵은 김치는 기본 반찬 3개에서 당분간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묵은 김치 때문에 채소를 반찬으로 내는 데에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거예요. 왜냐하면 식사를 하루에 두 끼만 하다 보니까 채소를 제대로 못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얼갈이배추와 열무를 솎았는데, 벌써 나물을 해먹기에는 억세지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다 솎아서 나물로 무쳐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자라면 나물보다는 김치를 담그어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해탈주를 하며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역할을 분담해 설거지와 청소를 한 후 10시 30분부터는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급하게 처리해야 할 현안부터 논의합시다.”

분과별 발표를 하기에 앞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을 먼저 처리했습니다. 여름 온라인 명상수련 진행 방안, 두북특별위원회 대중부 공청회 진행 방안, 7월 일정 등을 각각 확정한 후 분과별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의식 분과에서 새로운 불교 의식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했습니다.

3시 30분까지 토론을 한 후 저녁 공양을 먹었습니다. 공양 후 법사님들이 잠시 휴식을 하는 사이 스님은 영상 촬영을 했습니다.

올해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창립 7주년이자 한국전쟁 이후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평화재단 통일의병은 휴전선 가까이 위치한 교동도를 걸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발원하기로 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통일의병 행사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본부마다 각각 행사를 하기로 하고, 스님은 영상 메시지를 전국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18분 간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한국전쟁 70년의 의미와 한반도 평화의 길

“통일의병 여러분, 안녕하세요.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67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는 아직도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7년 전 정전 60주년이 되던 해에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 실현을 위해 평화의병·통일의병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또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남북한 협력의 상징인 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의해 폭파되고, 철수했던 군인들이 비무장지대(DMZ) 안에 다시 주둔하게 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을 보면 지난 2년간 우리가 이루어온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노력이 무산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평화 분위기와 전쟁 분위기의 진폭이 널뛰기를 해오는 가운데 그 진폭이 점점 좁혀져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비롯해서 2000년 6·15 선언, 2007년 10·4 선언, 2018년 4·27 선언까지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남북관계가 왔다 갔다 하고 있지만 우리는 평화의 길로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평화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온 국민의 염원과 국제 정세의 변화,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노력들이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갈등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제 이해관계, 즉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나 남북한 간의 적대감과 경쟁, 남한 내의 좌우 갈등 등의 뿌리가 그만큼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아무리 국제관계가 나쁘고, 남북 간에 갈등하고, 남한 내에 좌우 갈등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는 확고부동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적절하게 대응하여 K-방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한민국이 어느 때보다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닥쳐올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의 예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나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불리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전쟁 이후 피땀 흘려서 이루어놓은 경제적 발전의 성과는 물론이고 민주주의 발전의 성과, 문화 발전의 성과 등이 한꺼번에 모두 붕괴될 것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최대의 위험일지는 몰라도, 우리 한반도에서는 전쟁보다 더 큰 위기는 없습니다. 그 어떤 위기보다 전쟁에 따른 손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최우선적인 과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입니다. 전쟁을 막는 것은 생명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일구어온 모든 것을 지키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런 확고부동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전쟁만 없으면 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물론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쟁이 없는 평화가 과거나 현재의 이익을 보존하는 일이라면, 통일은 미래의 이익을 담보하는 일입니다. 남북한의 교류 협력이 증대되고 통일의 길로 나가게 된다면 상상하지 못할 미래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현재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고, 통일은 미래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 년 만에 새로운 도약

지금 남북 관계를 잘 풀어서 한반도에 안정된 조건을 마련하면 북한은 새롭게 개발될 수 있는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국제 교역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만으로는 내수 시장이 적어요. 북한까지 합해서 내수 시장을 넓히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을 유치해나간다면, 대한민국은 천 년 만에 새롭게 도약하여 세계 일류 국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통일의병의 당면 과제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고 통일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지금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통일의병 활동이 위축되고 유야무야 된다면, 꿈과 희망을 가진 통일의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통일의병 여러분, 이런 희망을 갖고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을 만들어 갑시다. 지금은 비록 소수의 인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기가 죽거나 좌절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기 위한 일시적인 후퇴라고 생각합시다. 한국전쟁 70년, 정전 67년을 맞으면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 것을 다짐해봅시다.”

이어서 스님은 곧바로 유튜브 채널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 TV’에 올릴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법륜 사전’이라는 주제로 업로드되는 영상인데, 오늘 주제는 ‘행복’입니다.

촬영을 마치고 나서 다시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7시까지 회의를 한 후 7시 30분부터 금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생방송 시청자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6월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금요법회를 시작한 지 두 번째 되는 날입니다. 6월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많은 달입니다. 6월 6일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현충일이고요. 6월 10일은 일제 강점기 때 학생들이 일어나 일제에 항거한 6.10만세 운동이 있었던 날입니다. 또한 87년 6월엔 독재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6월 항쟁이라고 해서 민주화 운동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도록 한 6·29 민주화 선언을 쟁취하기도 했죠.

역사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난 6월

그리고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올해로 70년이 되었는데요, 아직도 한반도는 전쟁이 잠시 멈춘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언제든 전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조건에 놓여있습니다.

전쟁의 피해도 컸지만, 지난 정전협정이 맺어진 이후 67년 동안 늘 긴장이 고조됐다가 완화됐다가를 반복해왔습니다. 지난 2000년 6월 15일엔 남북 정상이 만나 남북 간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온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기도 했고, 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긴장이 많이 완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 같다가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7·4 남북공동성명, 6·15 남북공동선언, 4·27 남북정상회담만 보면 평화가 손에 잡힐 듯했습니다. 하지만 일순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이 일어날 듯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는 걸 보면서 남한과 북한의 갈등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동아시아의 국제질서 전체가 참 풀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좌절만 하고 있을 것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7·4남북공동성명이나 6·15남북공동선언이 있었듯 그런 가운데에서도 우리 민족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의 물꼬를 틀고자 지난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어요. 얼핏 보면 완화와 긴장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제가 볼 때는 조금씩 진폭이 좁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난제가 남아있지만 이런 긴장이 지속되다가 한 발 더 평화로 나아가는, 새로운 협력이 도래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우리는 낙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이제 6월 중순이 지나고 하순으로 넘어갑니다. 그동안 굉장히 무더웠는데 얼마 전 한줄기 비가 오면서 제가 있는 두북은 날씨가 선선합니다. 지난주만 해도 강의를 하는 이곳이 더워서 땀이 났는데 오늘은 창문을 닫아도 이렇게 선선하네요. 이런 6월 중순 어느 날 여러분과 영상으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이어서 영상 질문 2개와 서면으로 올라온 8개의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살아서 괴롭다는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제 성격이 싫습니다

“저의 성격이 싫어서 죽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남편에게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해야 할 말을 잘 못합니다. 하기 싫은 일도 거절하지 못하고 다 들어주고 손해보고 후회합니다. 평생을 이런 성격으로 산다 생각하니 그냥 안 사는 게 낫다 싶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하면 내 의사표현을 좀 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의사 표현을 하겠다’ 하는 생각을 버리세요. 그냥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말하면 저렇게 하면 됩니다. 가라고 하면 가고, 멈추라고 하면 멈추는 겁니다. 또 멈췄다가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 돼요. 이렇게 하면 내가 노예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자유인이 됩니다. 예를 들어 바람이 이렇게 불면 이렇게 기울어지고, 저렇게 불면 저렇게 기울어지는 겁니다.

성격을 반드시 고칠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질문자의 문제는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하면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자기의 성격을 자기가 못마땅해 하고 거스르려 하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성격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성격대로 살면 됩니다. 둘째, 고치고 싶으면 고치면 돼요. 싫으면 ‘싫다’라고 말해버리고, 좋으면 ‘좋다’라고 말해버리는 거예요. 가지 말라고 해도 가버리고, 오라고 해도 안 가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야단맞잖아요. 뺨 맞잖아요’라고 하는데, 야단맞으면 되고, 뺨 맞으면 됩니다. 뺨 맞아서는 안 죽어요. (웃음)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죽을 바에야 뭐든지 해보면 되잖아요. 그러니 죽고 싶다는 말도 빈말인 겁니다. 그저 남편이 잔소리 안 하기를, 부모가 잔소리 안 하기를, 다른 사람이 싫은 소리 안 하기를 바랄 뿐인 겁니다.

그러니 첫째, 이 성격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고 성격대로 사는 겁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일어나고, 바람이 불면 눕는 갈대처럼 말이에요. 둘째, ‘내 성격을 고쳐서 나도 할 말 하겠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러려면 욕을 얻어먹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남이 욕하면 욕 받아먹고, 남이 때리면 한 대 맞는 거예요. 오라고 해도 안 가면 그만이고, 하라고 해도 안 하면 그만입니다. 의자를 던지면 의지가 부서지겠죠. 그릇을 던지면 그릇이 부서질 겁니다. 이렇게 과보를 받는 거예요. 이렇게 접근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니 ‘꼭 고쳐야 한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걸음이 늦으면, 남이야 빨리 가든지 말든지 그냥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는 겁니다. 먼저 가서 쉬는 것 보고 부러워하지 말라는 겁니다. 빨리 가서 쉬는 건 그 사람의 스타일이고, 나는 중간에 쉬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가면 돼요. 이렇게 자기 체형에 맞게끔 가면 됩니다. 그게 부러우면 나도 빨리 가면 돼요. 그런데 천천히 가고 싶으면서 쉬고 싶은 건 욕심입니다.

질문자가 괴로운 이유는 욕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기는 싫어하면서 저절로 되기를 원하는 거예요. 고치고 싶으면 과감하게 시도를 하고, 그게 힘들다 싶으면 그냥 시키는 대로 살면 돼요. 아무 문제없습니다.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나의 선택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게 자유가 아닙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나의 자유라는 겁니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가족이 나에게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꾸 욱하고 화가 납니다. 이런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을까요?
  • 시아버님이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셔서 제가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모실 사람은 저니까 제가 책임진다고 했는데 자꾸 인지력이 떨어진다 하시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 중2, 초6 두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게임이나 유튜브를 장시간 시청하거나 등이 굽은 자세로 눈앞에 폰을 갖다 대고 볼 때 걱정이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면 좋을까요?
    -시간이 갈수록 정토회는 진정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만 있어야 할 곳이란 생각이 들어 불교대학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입니다.
  • 세부에 산지 10년이 되었고 아이들이 중3, 중1입니다. 코로나 사태 후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철수하여 정착을 다시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이들은 한국 학교에 적응이 힘들다며 한국에 가기 싫다고 합니다.
  • 불교대학 홍보를 하면서 불법 광고물을 붙이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는 도반들이 많습니다. 유튜브 즉문즉설 영상에 고정적으로 불교대학 온라인 광고를 넣어주면 굉장히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입니다. 모의고사만 보면 1년 내내 작년 시험과 똑같은 점수여서 불안합니다. 시험이 딱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로스쿨 시험을 한 달 앞두고 마음이 불안하다는 마지막 질문자에게는 오랜 시간 동안 통일 운동을 해오면서 느낀 스님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통일의 물꼬를 트고자 나름대로 엄청난 노력을 했어요. 온갖 시도를 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렇게 거꾸로 가잖아요. 낙담할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다시 연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기회를 기다립니다. 저는 지금 기다리는 중이에요. 왜냐하면 정부 관계자들에게 많은 방법을 조언해 주었는데도 그 말을 안 듣고 실천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생각대로 하면 안 되는구나’ 하고 경험을 해봐야 저의 조언을 다시 검토해 볼 것이기 때문에, 저도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저는 안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이렇게 될 걸 대비해서 조언을 했는데도 실행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되는 걸 경험해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낙담해서는 안 되는 이유

앞으로 더욱더 긴장이 고조되는 쪽으로 갈 겁니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남이든 북이든 미국이든 다시 진전하는 쪽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긴장이 고조되다 보면 우발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위험도 있어요. 그걸 막기 위해서 우리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겁니다.

주위에 인화 물질이 많으면 불 날 확률이 높고, 주위에 인화 물질이 없으면 성냥을 떨어뜨려도 불이 안 날 확률이 높듯이, 긴장이 고조된다는 것은 인화 물질이 주위에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화 물질이 주위에 가능한 없도록 하는 겁니다. 기다리기도 하고, 연구도 하고, 온 힘을 다해서 해보기도 하고, 한발 물러나 보기도 하면서, 우리가 세운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나아갈 뿐입니다.”

답변을 모두 마치고 나니 예정된 70분이 다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코로나19로 직접 대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수행정진을 꾸준히 해나가자고 당부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자,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직접 대면이 어려울 때는 이렇게 온라인 기술을 이용해서 또 다른 길을 찾아가 보면 돼요. 그것 때문에 지금 많은 연구를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실험도 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여러분들도 법당에 와서 법문을 듣지 않아도 되고 집에 떡 앉아서 이렇게 법문을 듣고 있잖아요? (웃음)

이렇게 온라인 방식으로라도 서로 소통을 하면서 수행정진을 꾸준히 해나갑시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사홍서원을 한 후 생방송을 종료했습니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내일은 매실을 따고, 감자를 캐고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모둠장 대회를 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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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우리의 염원인 평화와 통일이라는 꿈과 희망 실현위해 활동하고 계신 평화와 통일의병 여러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2020-06-29 20:43:10

묘혜심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데 현재의 나는 인생의 주인으로 잘 살아 가고 있을까요!

2020-06-28 16:32:30

정명

스님의 하루 보다 커피숖에서 부주의로 커피를 쏟았습니다.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직원에게 상황을 말한후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2020-06-28 16: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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