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18 온라인 불교대학 공청회
“사회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것인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킬 것인가”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불교대학, 경전반 관련 실무자와 함께 온라인으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두북수련원에는 새벽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스님은 어젯밤 1시에 도착해서 업무를 보고 잠깐 눈을 붙인 후 일어났습니다. 우비를 입고 비닐하우스로 나가보았습니다.

새로 지은 비닐하우스 밭고랑에는 풀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왕겨를 깔았습니다. 왕겨가 깔린 고랑을 걷는데 물이 흥건했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에 왜 물이 안 빠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오이가 어느덧 먹을 수 있는 만큼 자라서 몇 개 따왔습니다.


농사 창고에는 중고 저온저장고를 설치했습니다. 작동이 잘 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논을 지나 저수지로 올라갔습니다. 저수지로 가는 길을 막는 가시나무 가지를 쳐주었습니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낫을 들고 스님은 능숙하게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며칠 전 보다 저수지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비닐하우스 물통으로 연결된 호스도 충분히 잠겨있었습니다.

“이만하면 됐네요.”

스님은 안심하며 저수지를 내려왔습니다.

발우공양시간이 다 되어 작업복을 갈아입고 두북 수련원으로 갔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10시 30분부터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6월 중순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여기서 계속 살게 되더라도, 분과활동은 6월 말까지 끝내봅시다. 정토대전은 제외하고요.”

“네.”

오늘은 저녁에 불교대학, 경전반 관련 실무자들과 온라인으로 공청회를 열기 때문에, ‘온라인 불교대학, 경전반’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했습니다.

6시 30분까지 회의를 하고 저녁 7시부터는 전국에서 불교대학 담당을 맡고 있는 활동가들과 온라인 공청회를 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 교실 담당자뿐만 아니라 총무단, 지원팀장단, 모둠장, 대의원 등 2000여 명이 생방송으로 공청회를 함께 시청했습니다.

지난주에 전국 대의원 공청회와 상임위원회 회의를 거쳐 봄불교대학은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지만, 다시 의견 수렴을 해본 결과 지역 법당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봄불교대학은 신입생을 모집하는 단계에서 온라인 방식에 대해 사전 동의를 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역 실정을 감안해서 지역 대의원회에서 한 번 더 논의 과정을 거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가을불교대학은 신입생 모집이 7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온라인 방식으로 전면 전환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오늘 공청회에서는 가을불교대학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면 전환을 할지의 여부에 대해서만 전국의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았습니다.

먼저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에게 여는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사회변화에 신속한 대응 vs 민주주의의 원칙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내다보면 좀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신속하게 대응하려다 보면 민주주의의 원칙을 어길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동안 정토회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해서 제도를 마련해 왔는데, 급하다고 해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너무 서두르면, 우리가 만들어놓은 제도를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에 기초해서 ‘그렇게 가서는 안 되지 않겠나’ 이렇게 하면서 너무 시간을 끌다 보면 변화의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모순 속에 우리가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공청회를 잘 들어보신 후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시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면 전환을 하는 것으로 결정해서 나가면 되고요. 우려점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한쪽은 기존대로 가고, 한쪽은 실험을 해보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해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어서 두북 특별위원회에서 온라인정토회 분과를 담당하고 있는 묘당법사님이 ‘만약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하겠는지’에 대해 준비한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불교대학 담당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전에 자료를 제공한 후 질문이 있다고 올린 분들은 순서를 정해 스님과 화상 채팅으로 질문 또는 제안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질문을 받기 전에 먼저 스님이 간략하게 온라인 전환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요약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을 때 가장 큰 변화

“온라인으로 바뀌게 되면 집에서 법문을 듣는 대신에 주말에는 격주마다 실천 활동을 해야 합니다. 특히 이번 가을 불교대학은 내년 봄에 개원 기념법회가 있기 때문에 6개월 과정으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주 2회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격주마다 진행되는 실천 활동은 한 번은 조별로 지역 법당에 모이고, 한 번은 반별로 지역 정토회에 모입니다. 그리고 두 달에 한 번은 반별로 수련원에 모입니다. 다시 말해 한 번은 지역 법당에 나오고, 한 번은 지역 정토회에 나오고, 한 번은 다시 지역 법당에 나오고, 한 번은 수련원에 나오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수련원에 3회 가게 되고, 지역 정토회에 3회 가게 되고, 지역 법당에 6회 가게 됩니다. 수련원에 가는 3회 중에 한 번은 경주 남산 순례를 하게 됩니다. 법당에 모인다는 것이 꼭 법당이라는 장소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조별로 모여서 그 지역에서 JTS모금활동이나 환경실천 등 어떤 프로그램이 주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수업은 조장이 중심이 되어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것, 조별로 화상채팅으로 마음 나누기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를 진행하게 됩니다. 주말 실천 활동과 질의응답은 법사가 결합해서 반별로 진행하게 되고요. 그리고 법사 한 명이 7개 조를 순환하면서 조별 나누기에 참여해서 충분히 수행 점검을 받을 수 있게 초안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변화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법당에 나와서 수업을 듣던 것을 집에서 온라인으로 듣게 된다. 둘째, 1년 과정을 6개월 과정으로 한다. 셋째, 주말 실천 활동으로 지역 법당과 지역 정토회, 수련원을 몇 차례 가게 된다. 제가 조리 있게 설명한 것 같은데 이해가 되셨나요?” (웃음)

이어서 전국의 불교대학 담당자들이 다양한 질문과 제안을 했습니다. 영상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 채 2시간 30분 동안 대화가 오갔습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니까 조장의 역할이 무척 커질 것 같습니다. 역량 있는 조장을 어떻게 확보할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말 실천 활동에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1년 과정일 때도 중반쯤에 변화가 생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6개월 만에 과연 사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온라인으로 들으니까 학생들 중에는 수업을 안 듣고도 들은 것처럼 나누기를 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업을 들었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질문들이 보완되면 좋겠어요.”

...

중간에 휴식 시간도 한 번 가졌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목을 한 번 축인 후 다시 생방송에 접속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의견을 다 경청하고 나서 스님은 다시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주말 체험활동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정토불교대학은 사람의 변화가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수행은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

“만약 온라인으로 일주일에 2회 수업해서 6개월 만에 졸업하는 이 방식이 사람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더 효과가 좋다고 평가가 되면, 봄에 입학해서 가을에 졸업하고, 가을에 입학해서 봄에 졸업하는 것으로 전부 바꿀 수도 있는 겁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전부 온라인 방식으로만 진행해도 되겠지만, 정토불교대학은 수행을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에 경험하고 체험하고 정서가 교감되어야 합니다. 수행을 체험하게 하려면 오프라인 활동이 보완되어야 해요. 법문을 듣고 마음 나누기를 하는 정도는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실천 활동과 체험활동은 오프라인에서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많은 인원이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우니까 조별로 시간을 정해서 모이거나, 반별로 시간을 정해서 모임을 갖도록 하는 거죠.

앞으로 수행 법회도 온라인으로 하고,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도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 법당은 이제 더 이상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고 실천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이는 공간으로 그 쓰임새가 바뀝니다. 이렇게 되면 법당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에는 인력이 필요 없어져요. 왜냐하면 기도도 자기 집에서 하게 되고, 법문도 자기 집에서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봉사 일감도 바뀌게 됩니다. 첫째, 한 달에 한 번은 수련원에 와서 농사일을 하거나 수련을 하고, 둘째, 한 달에 한 번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실천 활동을 하고, 크게 두 가지 봉사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2천 여 명으로부터 받은 무작위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했습니다. 답변을 다 하고 나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올려주신 의견들을 대의원들이 함께 시청하고 있어요. 정토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먼저 지역 대의원들이 모여서 의논하게 됩니다. 그 의견들을 전국 대의원 회의에 올리면 전국 대의원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법륜 스님에게 있는 게 아니에요. 전국 대의원 회의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 여러분을 대표해서 뽑힌 대의원들에게 이런 의견이 전달되어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겁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기 위해 많은 정보와 방안들을 제공을 했으니까 지역에서 더 의논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너무 서두르면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게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전국 대의원 회의에 통과는 되겠지만, 통과하고 나서 대의원들이 이렇게 말할 겁니다.

‘결국 법사님들이 다 결정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냥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가 아니고 요식 행위에 불과해져요. 그래서 법사단에서는 당장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확 내려놓았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법당과 정토회의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서 의견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정토회는 내년 3월부터 100일 동안 본부 개원기념 법회를 하게 됩니다. 1999년에 100일 법문을 하고 나서 21년 만에 다시 100일 법문을 하게 됩니다. 아마 제 생애에서는 마지막 100일 법문이 될 것 같아요. 지금 여러분들이 불교대학에서 보고 있는 법문에는 21년 전 스님의 모습이 나오고 있어서 이번에 다시 한번 강의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제가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법문을 다 해놓으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웃음)

그러니 모든 정토행자들은 직장에서 100일 휴가라도 내어서 100일 동안 정진을 하는 마음으로 온종일 공부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안 그러면 온라인 과정이라도 신청해서 직장 다니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셔야 해요. 그래서 정토행자는 내년 봄에 전부 다 백일출가를 하셔야 합니다.

‘스님이 살아계실 때 마지막으로 100일 동안 집중 정진을 해본다’

이런 마음으로 개원 기념법회에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년 봄에 개원 기념법회를 100일 동안 하려다 보니 이번 가을 불교대학이 6개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7월부터 가을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셔서 잘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홍서원으로 공청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들은 공청회를 하고 난 소감을 온라인으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똑같은 설명을 몇 번에 걸쳐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스님의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보고 소통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불교대학 1년 과정을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6개월이 학생들에게는 좋을 것 같아요.”

“방향에 대해 이해가 되었지만 실무를 맡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나를 보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연구와 토론이 있었을지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연구가 놀랍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되, 민주적인 의사 결정도 지켜나가는 자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내일은 농사일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하루 종일 한 후 저녁에는 금요 수행법회를 생방송으로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0/200

김현숙여래심

내년 3월 백일출가로 집중정진이라는 서원 세웁니다

2020-06-29 20:24:44

정명

내년 3월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2020-06-28 15:33:55

정지나

항상 머무름없이 조금씩 한발한발 나아가는
스승님이하 모든 분들의 모습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6-26 14: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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