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17 온라인 수행 법회, 국회강연, 온라인 행복학교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운데 자꾸 군것질을 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연과 회의로 꽉 찬 일정을 보내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7:30 평화재단 조찬

스님은 7시에 서초법당을 나섰습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평화재단에서 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다시 법당으로 돌아와서 온라인 수행법회 촬영을 했습니다.

10:00 온라인 수행법회

오랜만에 두북이 아닌 서울에서 수행법회를 촬영했습니다. 촬영 장소에는 서초 법당에 상주하는 공동체 상근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법상에 앉은 스님은 생방송 카메라를 바라보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면서 다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런 상황 속에서 정토행자들은 어떤 자세를 가지면 좋을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고 벌써 3개월째 시골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골에 있으면 자연의 변화를 많이 느끼게 됩니다. 겨울에서 봄이 되는 모습, 봄이 되어 꽃이 피어나는 모습, 여름이 오는 과정을 다 경험하거든요. 못자리를 하고 모내기를 하면 조금만 있어도 모가 벌써 파랗게 자라서 논물이 안 보일 정도예요. 이러다 보면 시간이 금방금방 가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은 제가 어릴 때 다녔던 폐교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가끔 창밖을 보면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그때가 60년 전이에요. (모두 웃음)

지금은 중요한 일 같지만 지나 놓고 돌아보면

같은 장소에 있다 보니 그때가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60년이라는 세월을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요. 앞으로 제 삶이 10년이 남았는지 20년이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숨이 넘어갈 때 돌이켜보면 오늘 우리가 이렇게 얘기하고 대화하던 것도 마치 어제 일 같겠죠.

순간순간을 보면 시간이 꽤 긴 것 같지만, 이처럼 지난 뒤에 돌아보면 인생이라는 것은 정말로 짧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순간의 욕심, 그 순간순간의 성냄에 사로잡혀요. 지난 뒤에 보면 다 별일 아니고 후회되는 일이기 마련인데, 찰나의 욕망에 사로잡혀서 사는 거예요. 인생을 좀 살고 나이를 먹은 뒤에 돌아보면 이런 사실을 잘 느낄 수 있어요. 순간의 집착이나 감정, 욕망만 극복하면 사실은 인생이 별 게 아닙니다. 하루만 지나버려도 별 일 아니고, 1년이 지난 뒤에 돌아보면 더욱더 별 일이 아니에요.

코로나 19로 인해 달라진 삶

요즘은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접촉을 해야 하다 보니 주로 영상을 통해 여러분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좀 불편하지만 뭐든지 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에요. 직접 대면보다 의사전달이 미흡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대신 시간과 경비가 절약되니 좋은 점도 있어요. 그동안 교통이 발달하면서 이동이 많아졌는데, 이제는 통신이 발달하면서 거꾸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어요. 어쩌면 이 상황이 지구 환경 보전과 에너지 절약에 더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 삶은 꼭 우리의 어떤 의지나 의도된 행동에 의해서만 좋거나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우리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나쁜 방향으로 가기도 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것보다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100배는 더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그동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물자를 이동하지 마라. 에너지가 많이 든다’ 이런 캠페인을 많이 벌였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저절로 그렇게 되었잖아요.

또 기존의 전염성 질환도 많이 줄었습니다. 다들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니까 감기 환자가 거의 없어졌고, 다른 전염성 질환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통계에 의하면 전체적으로는 사망자 수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더 줄었다고 해요. 예전에는 독감 같은 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나 기관지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공기가 맑아지고 대다수가 위생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전체 사망자 수는 오히려 줄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좀 불편하다고 느끼는 문제만 제외한다면 앞으로의 세상도 또 살 만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대신에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겠죠. 지금까지는 길목 좋은 곳에 인테리어를 잘해놓은 음식점이 성업했지만 앞으로는 큰 공간을 잘 꾸며놓은 음식점에 사람이 가질 못하니까 그런 투자도 필요 없고, 그런 음식점이 유리하다고 말할 수도 없게 될 거예요. 앞으로는 음식을 맛있게 위생적으로 잘 만드는 게 중요해요. 법령을 정비하는 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식당을 자기 집에 차려서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배달하는 것도 곧 가능해질 겁니다.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 줍기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지금까지 유리했던 게 거꾸로 불리해지거나 지금까지 불리했던 조건이 유리해지는 등 여러 변화가 나타날 거예요. 여러분 개인도 그렇고, 정토회도 이런 변화 국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이런 변화를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하고 적용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이런 일이 안 생기는 것보다 생긴 것이 더 좋을 수 있어요. 이게 제가 늘 말씀드렸던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줍는 것이에요. (웃음)

며칠 전에 어떤 노보살님을 만났는데 자기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이득을 봤대요. 늙어서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니까 법당에 가기가 어려웠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집에서 스님 법문을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생방송으로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아서 명상수련에 신청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는데, 올해는 온라인으로 명상 수련을 하니까 집에서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훨씬 좋대요. 스님 얼굴을 직접 보려면 1년에 한 번 입재식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나 겨우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 안에 앉아서 매일 스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너무 좋다고 해요. (모두 웃음)

이처럼 지금의 변화가 좋은 조건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은 초기라서 약간 혼란스럽지만, 여기에 맞게끔 모든 것이 재정비되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걸 긍정적 태도라고 해요.”

이어서 곧바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전에 올라온 10개의 질문 중에 영상 질문과 서면 질문을 번갈아가며 답변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기도 중에 엉뚱한 생각이 올라온다는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도에 집중이 안 되고 엉뚱한 생각이 자꾸 올라옵니다

“아침 기도를 할 때 집중이 안 되고 망상이 많이 올라옵니다. 알아차림과 동시에 엉뚱한 생각이 자꾸 올라와 깨어있지를 못합니다.”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이 다 그래요. 망상을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이 현실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현실 가운데에서 절도 하고, 이런 현실 가운데에서 염불도 하고, 이런 현실 가운데에서 명상도 하는 거예요. 꾸준히 연습을 하면 망상이 조금 잦아들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아요.

농구를 처음 하는 사람은 공을 던지면 골대에 공이 하나도 안 들어갑니다. 초심자는 그게 정상이에요. 그러나 꾸준히 계속 던지면 어쩌다가 한 번 들어가고, 또 어쩌다가 한 번 들어가면서 공이 들어가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납니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선수도 던지는 족족 다 들어가는 경우는 없어요.

지금 질문자는 기지도 못하면서 자꾸 날려고 해요. 공을 열 번 던져서 한 번도 못 넣는 주제에 처음 한 번이 안 들어갔다고 자기를 들들 볶는 것과 같아요. 공이 안 들어가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그런 태도가 잘못됐습니다. 안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고, 그런 현실 가운데에서 공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공이 들어가기도 하고 안 들어가기도 하는 과정이 삶입니다. 그러다가 점점 시간이 흐르면 들어가는 쪽이 조금씩 많아지는 거예요.

수행은 연습입니다. 일어나기 싫은데도 일어나고, 절하기 싫은데도 절을 하고, 망상이 올라오는 가운데에서도 절을 하고, 이렇게 꾸준히 해나가면 옛날보다는 조금씩 쉬워집니다. 일어나고 싶어서 일어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다만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조금씩 줄어들어서 ‘일어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모두 웃음)

처음부터 절이 하고 싶어서 절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처음에는 절을 하기 싫은 마음이 큽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운동 삼아 하게도 되고, 막 참회가 돼서 나도 모르게 절을 하게 될 때도 있어요.

이처럼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가운데 계속 깨어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어떻게 되든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삶을 지금 연습하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되는 대로, 저렇게 되면 저렇게 되는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하기 싫으면 싫은 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두세요. 안이든 밖이든 일어나는 대로 놔두고, 나는 내가 정한 길을 가는 거예요. 이게 점점 잘 되어 가면 수행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은 마치 저잣거리를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가게, 저 가게에서 상인들이 나와서 호객행위를 한다고 해서 내가 그들에게 ‘호객행위하지 마라’ 이렇게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민주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선전을 하거나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고, 내가 나의 길을 가는 것은 나의 자유예요. 상인들이 팔을 잡아당기고, 유혹을 하고, 협박을 하더라도, 그건 그들의 문제입니다. 나는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내 갈 길을 가는 겁니다. 내 갈 길이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라면 호흡을 알아차리고, 화두를 참구 하는 것이라면 화두를 참구 하는 겁니다. 놓치면 또 하고, 놓치면 또 할 뿐이에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제 마음 나누기를 듣고 상대가 상처를 받을까 봐 솔직하게 이야기를 안 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나누기를 듣고 상처를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나누기를 하면 좋을까요?
  • 정토회에서 대안학교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계획이 있으신가요?
  • 활동가들이 ‘~올리겠습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정토회는 봉사단체이지 서열이 있는 조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표현이 불편합니다.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남편이 동업을 해서 고생을 해봤는데 또 동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동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됩니다. 남편을 어떻게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 절은 하기 싫어도 하는데 일상에서 하기 싫은 건 그냥 안 해버립니다. 수행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 모둠장을 맡은 지 1년 되었습니다. 소임을 하는데 제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고민입니다.
  • 금요 법회를 듣고 싶은데 화상 나누기를 할 수 없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 마치고 11시 30분이 되어 법문을 마쳤습니다. 대중이 명상을 하는 사이 스님은 조용히 법당을 나와 다시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12:00 코이카 이사장과 오찬

평화재단에는 코이카(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한국 국제협력단) 이사장 이미경 님과 다자협력인도지원실장 김지윤 님이 찾아왔습니다.

코이카 이사장님은 작년에 JTS가 로힝야 난민촌에 가스버너 10만 개를 지원할 때 스님과 함께 난민촌을 방문해서 전달식을 한 바 있습니다. 그 후 1년 반이 지나 오늘 다시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이사장님 일행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코로나19와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코이카에서는 코로나 이후 개발도상국에 무엇이 가장 필요할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필리핀에 가서 깜짝 놀랐어요. 2모작, 3모작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쌀을 수입해서 먹고 있더라고요. 나중에 식량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식량 자급률이 30퍼센트가 안 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국방 안보위기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해 보건의료 비상사태가 발생했잖아요. 그다음에는 식량위기가 다가올 거예요. 올해 만해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에서 식량 수출을 전부 금지시켰습니다. 베트남도 수출을 금지했고요. 옛날에는 가뭄 같은 자연재해로 식량위기가 왔다면 앞으로 수출 통제로 인해 식량위기가 올 거예요.”

이어서 이사장님은 로힝야에 가스버너를 공급한 결과를 알려주었습니다.

“로힝야 난민촌에 가스버너 배분은 완료했습니다. 가스 공급으로 인해서 난민들이 땔감을 주우러 가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들의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합니다. 땔감 사는 비용도 줄이고 산림에도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다행이네요. JTS에서는 6월 말까지 방호복 1만 벌을 로힝야 난민촌에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WFP와 운반 절차를 교섭 중이에요. 한국 진단키트는 세계 몇 개국에 보내졌나요?

“요청을 한 나라는 97개국이고, 지금까지 25개국에 보냈습니다.”

“작은 나라를 빼면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요청이 들어온 셈이네요. 굉장하네요.”

식사를 마치고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요즘 코이카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입니까?”

“농업, 교육, 보건이 3대 주요 사업입니다. 이 세 가지가 주민들 삶과 연관되어 있는 거니까요. 지금까지는 빈곤 퇴치에 주력해왔습니다.”

“저희 JTS가 하는 일도 결국 그 세 가지입니다.”

“그중 저희가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입니다. 개발도상국의 주민들이 어떻게 기술집약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구호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 17년째입니다. 저희도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농업 문제를 계속 고민해왔습니다. 이사장님께서 농촌에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니 반갑네요.”

스님은 거대 자본이 농촌 주민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주민들이 자립하려면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국제구호사업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시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며 스님은 이사장님 일행에게 저서 ‘지금 이대로 좋다’를 한 권씩 드렸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코이카 이사장님 일행이 떠나고 스님은 정토회 행정처장님과 미팅을 한 후 오후 3시에 평화재단을 출발해 국회로 향했습니다.

16:00 국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얼마 전 21대 국회가 새로 시작하고 나서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내외 포럼’을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포럼 발족을 준비하는 분들이 첫 번째 강의를 마련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문명사적 전환’을 주제로 법륜 스님에게 강의를 요청해 왔습니다.

국회에 도착하자 김병주 의원이 제일 먼저 마중을 나와 주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최인호 의원실에서 잠시 차담을 함께 나누다가 강연이 열리는 국회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강연장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한 자리씩 건너뛰어 국회의원 분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먼저 이낙연 의원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이 포럼이 대한민국에서 아주 의미 있는 모임이 될 것이라는 직감이 왔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강사로 모신 분이 바로 법륜 스님이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말씀을 경청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통찰력을 얻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모두 다 첫 강사로 스님을 모시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하며 오늘 강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연단에 올라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국민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국회 내에서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하니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오늘 저에게 주어진 강의 주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입니다.

앞에 의원 여러분들이 많이 앉아 계신데, 우선 의회 민주주의에 위기가 도래할 것입니다. (모두 웃음)

지금까지는 안보 문제를 이유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개인의 자유가 통제되거나 의회 민주주의가 잠시 중단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건의료 문제를 이유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는 일을 근래에는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여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다 보니까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기 어려운 측면이 생기게 되고,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하려다 보니까 방역에 실패하게 되는 딜레마에 지금 놓여 있게 된 겁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엄격한 통제를 하지 않고 방역을 어느 정도 해냄으로 해서 국제적인 신뢰를 얻는 성과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만 갖고는 코로나 사태 이후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사태와 디지털 문명,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큰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문명이라는 기술 개발 없이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면, 그것은 인류에게 재앙으로 닥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기술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간접 대면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어 나갈 겁니다.

K팝에서 K방역까지, 이제는 K개발로

한류, K팝, K드라마, K방역까지 세계적으로 거론되는 걸 보면,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모방해서 겨우 그 꽁무니에 붙은 나라가 아니고 이제는 선진국을 앞서갈 정도로 창조하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대중 예술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냈는데, 이제는 K방역까지 성과가 나니까 우리 국민들이 미국이나 서양에 대한 열등의식을 많이 극복한 측면이 큽니다.

그러면 이제는 이 성과를 어떻게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 정치 지도자들이 좀 더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업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엉거주춤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면서 마스크조차 자립 생산을 못하게 되니까 미중 갈등을 넘어서서 많은 생산품 공장을 본국으로 회귀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그래서 키신저가 말한 성곽 국가까지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세계 분업은 당분간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안전이 담보가 안 되고, 미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가격을 낮출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생산 기지를 어디로 옮겨서 생산하면 좋을까요?

지금 한국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하면 좋기는 한데 한국 역시 가격이 높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개성공단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신뢰와 자본과 기술은 남한이 담보하고, 토지와 노동과 자원은 북한에서 담보해서, 남북이 협업하는 여기에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을 유치해낼 수 있다면, 제가 보기에는 안전도 담보할 수 있고, 가격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적인 측면에서는 한반도가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게 될 겁니다.

이런 좋은 조건이 있지만, 이것의 문제점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이나 중국의 위험성보다 더 위험한 것이 북한의 불안정성이라는 겁니다. 마치 서울 시내 한가운데에 금싸라기 땅이 있음에도 그 땅에 손만 대었다 하면 실패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눈독만 들이지 감히 시도를 못해보는 거예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저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 문제만 해결한다면 국운이 융창하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합니다. 북한의 요구는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 경제 개발을 하고 싶다는 겁니다. 남한은 평화만 보장되면 되지만, 북한은 이 두 가지가 가능할 때 움직입니다. 이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북한의 미개발 지역을 어떻게 개발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겁니다.

여기에는 큰 딜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반대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반대 세력이 미국입니다. 두 번째 반대세력이 국민의 절반인 보수 세력입니다. 이 둘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반대를 설득해서 극복해나가는 게 정치입니다. ‘반대하기 때문에 못한다’라고 말하는 건 정치가 아닙니다. 그러려면 차라리 정치를 안 하는 게 낫죠. (모두 박수)

북한이 핵을 폐기한 뒤에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제안은 국제적으로는 논리가 맞지만 북한이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답보 상태를 진척시키려면, 핵폐기를 목표로 하되, 핵동결을 시작으로 시간을 두고 점차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미국이 북한을 포용하게 되면, 미국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굉장히 유리해집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의 동해 진출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더 큰 요인이 바로 비용을 낮추되 안전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개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한의 보수 세력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여당이 이번에 선거에서 크게 승리한 김에 오히려 크게 양보를 좀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보수 세력이 원하는 걸 어느 정도 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대결을 통한 승리보다는 포용을 통한 화합을 추구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동의를 받아내면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남북의 평화 문제를 풀어내면 북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나중에 이름 붙인다면 ‘K개발’ 또는 ‘K발전모델’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코로나 사태에 자꾸 위축되지 말고, 여러분들이 이런 꿈을 한번 꾸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박수)

큰 박수갈채 속에서 강의가 끝났습니다. 조금 시간이 남아서 두 명 정도 질의응답을 해준 후 연단을 내려왔습니다.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많은 국회의원들이 무대로 몰려들었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모두 응해준 후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강연을 준비한 국회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저녁 생방송 일정에 맞춰 서둘러 국회를 빠져나왔습니다. 6시 35분에 출발해 생방송을 시작하기 5분 전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19:30 온라인 행복학교

저녁 7시 30분부터는 행복학교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즉문즉설을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상반기에 행복학교를 열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게 아니라 6월부터는 온라인 행복학교를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온라인 행복학교 첫 번째 시간입니다.

촬영 장소에는 실무자 5명만 참석했지만, 카메라 너머 랜선을 타고 천여 명이 함께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아랍,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신청자가 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온라인 행복학교에 입학한 참가자들을 환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온라인 행복학교에 입학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웃음)

이어서 행복학교란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비대면 접촉이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옛날에는 ‘양반이냐, 상놈이냐’ 하는 신분과 지위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신분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가지기 위해 노력했고, 비싼 옷을 사서 입거나 고급 향수를 뿌려서 자기를 꾸몄습니다. 그러나 이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는 미래 사회에는 고급 향수를 뿌리거나, 좋은 옷을 입거나,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무엇이 갈수록 중요해질까요?

‘얼마나 행복한가’

이게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돈을 많이 가졌지만 불행한 게 좋아요? 돈은 좀 적게 가졌지만 행복한 게 좋아요? 아마 여러분 대부분은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이처럼 행복이 중요한 가치가 되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행복학교는 앞으로 인생에서의 최고 가치가 될 이 행복을 어떻게 하면 내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곳입니다. 행복을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곳이 행복학교입니다.

행복학교에서는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흰 옷을 입었는지 빨간 옷을 입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듯이, 불교인인지 기독교인인지, 종교가 있는지 없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많은지 젊은 지도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싶은가’ 이것만이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은 괴롭지 않은 것입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 거예요. 그러면 제가 한번 물어볼게요. 어떤 상태를 ‘건강하다’라고 표현합니까? 키가 커야 합니까? 힘이 세야 합니까? 운동을 잘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키가 크든 작든, 몸무게가 무겁든 가볍든, 피부 빛깔이 희든 검든 중요하지 않아요. 아프지 않은 게 건강한 겁니다. 그런 것처럼 괴롭지 않은 게 행복한 거예요.

괴롭다는 건 마음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화나고, 짜증 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은 모두 마음의 부정적 작용이에요. 이런 것이 모두 사라져 버린 상태가 행복입니다. 막 즐겁고 기분 좋아서 들뜨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쾌락입니다. 행복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괴로움이 생기는 이유

그러면 이런 괴로움은 왜 생길까요? 진실에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진실에 깨어있다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자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자각하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괴롭다’라고 표현하는 상태는 대부분 인식상의 오류에 빠진 상태입니다. 모르거나, 잘못 알았거나, 어떤 편견을 가졌을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몸이 아픈 이유는 신체 기관에 고장이 생겨 신진대사에 장애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 고장 난 부분만 고치면 몸이 낫습니다. 그것처럼 괴롭다는 것은 정신작용에서 어떤 부분이 고장 났다는 뜻입니다. 즉, 인식상의 오류가 발생한 겁니다. 그래서 인식상의 오류를 바로잡으면 괴로움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들이 공부를 안 해서 괴롭다. 아들이 공부를 잘해야 이 괴로움이 해결된다.’
‘돈이 없어서 괴롭다. 돈을 많이 벌어야 이 괴로움이 해결된다.’
‘남편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 괴롭다.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줘야 이 괴로움이 해결된다.’

그러나 그런 아이, 그런 생활, 그런 남편을 그냥 두고도 나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걸 내가 경험하고 체험하려면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지금 이렇게 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냥 듣고 아는 수준인 거예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매일매일 연습하기

‘자전거는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탄다. 자전거를 타면 이러저러한 점이 편리하다’

이렇게 배운다고 실제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직접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고 하면서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직접 연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습을 해보면 잘 안 됩니다. 그건 당연해요. 잘 안 되니까 연습을 하지, 되면 무엇 때문에 연습을 하겠어요? 그러니 잘 안 된다고 낙담하지 마시고,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해 보세요. 연습 기간도 4주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4주 정도 연습하면 조금은 좋아집니다. ‘4주만 연습하면 모든 게 좋아진다!’ 이렇게는 말할 수 없지만,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확실히 좋아집니다. 거기서 부족하면 4주 더 해보고, 그래도 부족하면 또 더 해보면서 나아가면 됩니다.”

이어서 사전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수많은 질문이 올라왔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10개의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의 질문을 소개해 드립니다.

군것질을 멈추고 싶어요

“고등학교 자퇴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수시로 군것질을 하게 됩니다. 자꾸만 음식으로 향하는 마음을 다른 활동으로 돌려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군것질을 하고 있습니다. 군것질을 점점 줄여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예 집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야 할까요? 사실 나갈 곳도 없고, 특히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더더욱 갈 곳이 없어요. 아무래도 음식 중독인 것 같아요. 꼭 고치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욕구불만이 음식 쪽으로 가서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우선은 음식 생각이 날 때 밖으로 나가 보세요. 뛰거나, 걷거나, 다른 운동을 통해서 ‘음식을 먹고 싶다’라는 욕구에 끌려가지 말고 다르게 해소를 하는 거예요. 집안에 운동기구를 갖다 놓고 운동을 해도 좋고, 바깥에 나가서 걷거나 뛰어도 좋아요. 이렇게 해서 그 욕구로부터 자꾸 생각을 돌려야 합니다. 거기에 끌려가지 말고요. 이것이 그 욕구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방법이에요.

두 번째 방법은 이걸 피하지 말고 관찰하는 거예요. ‘욕구가 일어나는구나’, ‘먹고 싶어 하는구나’ 이렇게 관찰하되 그 욕구를 따라가지는 말아야 합니다. 즉 냉장고 문은 열지 말아야 해요.

‘아이고, 이것 봐라. 냉장고 문을 안 열고 있으니까 죽을 것처럼 야단이구나.’

이렇게 욕구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볼 뿐,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이건 참는 것과는 달라요. ‘먹으면 안 돼!’ 이러지도 말고, 그냥 ‘죽을 듯이 먹고 싶어 하는구나. 곧 숨 넘어가겠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묘사하듯 자기를 지켜보되 행동은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 먹고 싶은 욕구가 치성했다가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아요.

욕구란 게 영원히 가지 않습니다. 옆에 시계를 두고 몇 시간이면 욕구가 가라앉는지 한 번 관찰해보세요. 고비를 한 번씩 넘기면 가라앉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집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욕구가 30분까지 요동치다가 가라앉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다음에는 25분 만에 가라앉고, 그 다음에는 20분 만에 가라앉고, 그 다음에는 15분 만에 가라앉는 식으로 시간이 줄어들어요. 이 위기를 한 번만 극복해버리면 욕구가 아예 안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점차 이겨내기가 쉬워진다는 뜻이에요. 이를 악물고 참으면 안 돼요. 그러면 탁 냉장고 문을 열고 먹어버렸을 때 후회가 됩니다.

‘아, 내가 졌구나. 못 이겼다. 나는 안 돼.’

참으면 이렇게 후회가 되기 때문에 참지 마세요. ‘안 먹어야지!’ 이러지도 말고 ‘이렇게나 먹고 싶어 하네. 아이고, 굉장하다’ 이렇게 지켜보면서 안 먹는 거예요. 그냥 계속 알아차리기만 합니다. 옆에 시계를 놔두고 욕구가 언제 수그러 드는지 지켜보세요.

‘30분 지났으니 욕구가 슬슬 꺼질 때가 됐는데. 오늘은 좀 길게 가네? 5분쯤 더 가려고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게 지켜보세요.

세 번째 방법은 조금 강제적인 방법입니다. 전파상에 가서 전기충격기를 하나 사세요. 전기충격기를 늘 갖고 다니다가 군것질을 할 때마다 자기에게 쏘는 겁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을 때마다 팍 지져 버리세요. 그러면 까무러쳤다가 5분쯤 후에 일어날 겁니다. (모두 웃음)

그렇게 해서 다섯 번 정도만 까무러치고 나면 아이스크림을 쥘 때 손이 덜덜 떨려서 쥐었다가도 다시 놓게 돼요. 정말로 간절히 고치고 싶다면 이렇게 세게 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질문자는 어느 쪽을 선택할래요? 나가서 막 뛸래요? 지켜보기를 할래요? 아니면 전기충격기로 지질래요?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한번 해보세요. 한 가지 방법을 해보고 또 다른 방법을 해봐도 좋고요. 그렇게 하면 방법에 따른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인생 고민들이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질문을 읽고, 답을 해주기를 반복했습니다.

‘음대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합니다.’
‘남편이 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을 시설에 맡기고 싶어 합니다. 저는 제가 아들을 키우고 싶은데 의견이 달라서 이혼까지 할 위기에 처했어요.’
‘신천지에서 10년 활동하고 탈퇴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친한 후배를 짝사랑하는데 감정 조절이 잘 안 돼요.’
‘친한 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났어요. 너무 괴로워요.’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요.’
‘50대 가장인데 가족들 사이에 대화가 없고 서먹해서 고민이에요.’
‘코로나 19로 남편만 해외에 남게 되었는데, 마음도 점점 멀어져요.’
‘코로나 19 확산 직전에 퇴사했어요. 백수로 지내는데 불안합니다.’

수행법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수행적 관점은 명확히 하면서도 스님은 처음 마음공부를 접하는 참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 하고 나니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앞으로 네 번의 수업에 적극 참여할 것을 당부하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행복학교는 총 4회 진행됩니다. 네 번밖에 안 하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빠지면 안 돼요. 바쁜 걸 핑계대면 죽을 때까지 인생을 쫓기면서 살아야 해요. 그러니 시간을 내서 참여하세요. 한 수업 당 50분밖에 안 하니까 별로 힘들지도 않아요. 시간을 내서 안내자가 진행하는 대로 연습해보고 내 일상에도 적용해보면 점점 좋아져요. 네 번의 수업이 끝나면 제가 다시 나타나서 여러분과 또 대화를 하겠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교실별로 화상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밤 9시 30분에 서울에서 두북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차에 오른 스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단잠에 들었습니다.

01:00 두북 수련원 도착

새벽 1시가 되어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푹 잔 스님은 도착해서 업무를 보다가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내일은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하고 불교대학/경전반 실무 관련자들과 온라인으로 공청회를 열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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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스님의 명쾌한 강의가 포스트코로나 대비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중심점되는 길라잡이가 되었으리라

2020-06-29 20:08:06

정명

나도 먹고, 마시는거에 매번 껄떡대고, 넘어집니다.
때아닌때 먹거나, 습관적으로 술생각이날때 운동을 하거나 알아차림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

2020-06-28 09:56:44

김은경

행복하교 저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6-23 20: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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