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9. 두북특별위원회 회의, 대의원 간담회
“온라인 수업을 듣고 과연 수행이 가능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전국 대의원들과 온라인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 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대나무 숲으로 가서 죽순을 캐왔습니다.

“화덕을 한번 실험해볼까.”

겨우내 마련해두었던 땔감을 화덕 옆으로 가져왔습니다. 불쏘시개로 사용할 신문지도 챙겼습니다.

땔감을 옮겨놓고, 봉화수련원에서 가져온 큰 솥을 깨끗이 씻은 다음 물을 부었습니다.


신문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신문지를 먼저 넣고 잔가지를 넣어 불이 활활 타도록 했습니다.


어느 정도 불이 거세지자 굵은 나무를 넣어주었습니다. 나무가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함께 화덕 안이 온통 시뻘게졌습니다.


물이 끓자 스님은 아침에 따온 죽순은 솥에 넣었습니다. 긴 죽순은 잘라주었습니다.


죽순을 넣고 뚜껑을 닫아보니 아귀가 딱 맞지 않습니다. 스님은 망치를 가져와 찌그러진 부분을 펴주었습니다.

“이제 대장간까지 하네.”

몇 차례 망치로 두드리고 다시 뚜껑을 덮자 솥에 꼭 맞았습니다.

나무는 활활 타는데 눈에 보이는 연기는 없었습니다.

“나무가 잘 말라서 연기가 안 나는 거예요.”

그래도 뜨거운 열기는 뿜어져 나왔습니다. 화덕 끝 벽이 검게 그을렸습니다. 화덕 위로 감나무 잎이 긴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잎이 누렇게 변했습니다.


“바로 감잎차가 되어버리네.”

시들시들한 감잎을 바라보다 스님은 기왓장을 3개 가져와서 화덕 위를 막아주었습니다. 뜨거운 열기를 분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솥 안은 곧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삶아야 하는데, 30분이 지나 죽순을 찔러보니 푹 익어 있습니다.


“불이 세서 금방 삶겼네요.”

스님은 활활 타오르는 장작을 꺼내 물을 뿌려 식혔습니다.

불은 껐지만 뚜껑을 닫은 채 조금 더 뜸을 들였습니다. 스님은 화덕 주변을 정리하고 어제 펼쳐놓은 거름을 뒤집어 주었습니다. 삼지창이 구부러져서 망치로 편 다음 거름을 골고루 섞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텃밭에 물을 준 후 오전 울력을 마쳤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나서 새로 설치한 컨테이너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무엇이 더 정비가 되어야 하는지 점검했습니다.


9시부터는 발우공양에 참석했습니다.

농장에서 수확한 쌈채소가 반찬으로 나오고, 아침에 직접 따온 앵두가 후식으로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간단하게 공지를 했습니다.

“날씨가 많이 덥네요. 건강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컨테이너가 설치되었는데 전기를 넣어서 불이 들어오도록 해주시고, 출입문 앞에는 댓돌을 놓고, 전체적으로 주변을 정비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날짜를 잡아서 다 같이 울력을 한번 합시다. 농사팀은 논물 잡는 것을 매일 체크해 주시면 좋겠어요.”

발우공양을 마친 후 화랑문화재연구원에서 천룡사 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 발굴단장님이 찾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단장님은 지금 어디까지 발굴이 되었는지, 앞으로 발굴 계획은 어떠한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계속 수고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11시부터는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토론 주제는 ‘개원 기념법회’입니다. 내년 3월부터 6월 초까지 100일 동안 개원 기념법회를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할지 세부 계획이 계속 수정 보완이 되고 있습니다.

오후 내내 준공식, 개원법회, 불교대학, 경전반, 사회사상강좌, 토요 문화프로그램, 즉문즉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꼼꼼히 검토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논의합시다.”

저녁에는 대의원 간담회가 있어서 평소보다 일찍 회의를 마쳤습니다. 7시 15분에 저녁 예불을 한 후 저녁 7시 30분부터 대의원 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생방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의원 279명을 포함해 참관을 하기로 한 지역 정토회 총무, 부총무, 지원팀장, 법사단, 결사행자까지 총 550여 명이 생중계를 함께 시청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법당에서 진행되는 불교대학, 경전반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장 봄에 입학한 불교대학 학생들은 임시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임시가 아닌 1년 과정 전체를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올해 가을에 입학하게 될 불교대학과 경전반은 온라인 전환뿐만 아니라 내년 봄에 진행되는 개원 기념법회와 겹치기 때문에 6개월 과정으로 단축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긴급하게 오늘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금 공동체 법사단은 두북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지난 4월부터 코로나 이후 정토회를 어떻게 이끌어가는 게 좋을지에 대해 초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초안을 만든 후 결사행자 회의를 거쳐 전국 대의원 회의에 제출을 하면, 대의원 여러분들이 검토해서 결정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현재 공동체 법사단 안에서도 의견 정리가 덜 되어서 아직까지도 초안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초안을 만든 후에 대의원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현재 여러분께 공청회를 할 만한 초안도 아직 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논의된 내용을 말씀드릴테니 지역 정토회 별로 40분 동안 화상회의를 해보시고, 질문을 올려주시면 그걸 갖고 여러분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후 30분 동안 지금까지 두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설명이 끝나고 지역 정토회 별로 40분 동안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33개의 정토회 별로 화상회의 방이 만들어졌습니다. 의문이 나는 점들이 모두 취합되어 스님의 책상 앞에 놓여졌습니다.

화상회의 시간이 끝나고 나서 스님은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답변을 해나갔습니다. 총 150여 개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그중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부는 많이 할 수 있지만 과연 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듣고 과연 수행이 가능할까요

“온라인을 통해 공부는 많이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정토불교대학은 수행자를 양성하는 곳인데, 온라인 수업을 듣고 나서 수행자로 남을 수 있을까요?”

“저희들도 이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이 없었으면 벌써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결정했겠지요.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여러분과 공청회도 하고, 법사단은 두북에서 100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겁니다.

옛날에 문자가 발명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기억에 의존하고, 직접 만나서 소통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자가 발명되자 책에 기록을 했어요. 그 다음에는 편지로 연락을 했습니다. 직접 대면을 하지 않았어요. 이미 인류는 오래전부터 간접 소통을 해왔습니다. 문자가 발명되고 나서 굉장히 편리해졌어요. 그렇다고 현재 모든 것을 문자로 소통하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전환을 한다고 해도, 모든 소통을 온라인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온라인이 있음으로 해서 많은 부분을 온라인으로 해결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진행해야 할 것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은 전혀 대면을 안 하지만 수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저도 부처님과 직접 대면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러면 저는 부처님과 어떻게 소통을 했을까요? 책으로 소통했습니다. 여러분도 법륜 스님과 직접 대면을 하지 않지만 영상으로 소통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간접 소통 방식에 대해 그렇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간접 소통 방식은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게 아니에요. 이미 문자를 통해서 인류는 간접 대면으로 수많은 소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책을 통해 뉴욕 사람과 소통하고, 또 부처님과는 경전을 통해서 소통을 하잖아요. 그보다 온라인은 훨씬 더 정보량도 많고, 신속하고, 소통의 효과도 더 낫습니다. 그렇다고 이것만 가지고 되느냐? 그것은 아니에요.

옛날에 직접 대면만 가능했을 때는 중국 사람과 소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 사람이 쓴 책을 내가 보고, 인도 사람이 쓴 책을 내가 봄으로써 다른 나라들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처럼 온라인을 통해서 우리는 직접 대면이 갖는 한계를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질문과 건의가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짧게 답하기도 하고, 건의사항은 보완할 수 있게 수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공청회를 마치며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그냥 법륜 스님의 법문을 많이 듣고 싶은 것이라면 유튜브를 보면 됩니다. 굳이 법당까지 와서 정토불교대학을 다닐 필요가 없어요. 정토불교대학은 수행자를 양성하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수행자가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고 챙겨줘야 합니다.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이 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는 ‘학생들이 수행자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하는가’입니다.

온라인으로 운영해보니 오프라인보다 못하다고 하면 온라인으로 가면 안 되겠죠. 온라인으로 가보니깐 부족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온라인이 훨씬 더 유리하다면 온라인으로 가면 됩니다.

정토회에서는 예전부터 온라인 불교대학 운영에 대해 수없이 논의가 되었지만, 오늘 여러분들이 문제 제기한 것처럼 여러 가지 우려가 많아서 시행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우려가 ‘과연 수행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겁니다. 여기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2차 만일결사부터 추진하기로 하고 계속 실험만 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져서 할 수 없이 앞당기게 된 거예요.

현재 상황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온라인 방식으로 선제 대응을 해서 나가자는 제안이에요. 2차 만일결사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부터 전환을 해나가자는 거죠. 두북특별위원회에서는 지금까지 이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이 방향이 합당하다면 그렇게 결정을 해주시면 되고, 그게 아니라 ‘차리리 문을 닫더라도 오프라인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생각하신다면 1차 만일결사는 그냥 오프라인 방식으로 계속 가면 됩니다. 여러분의 반대가 심하면 아예 불교대학생 모집을 안 하고 가는 방법도 있어요.

저는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공유해 주는 것뿐입니다. 이 상황을 잘 아시고 여러분께서 최종 결정을 내려주시면 됩니다.

공동체 법사단에서는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는지 논의가 되었는데, 이 얘기를 듣고 나서도 만약 여러분들이 ‘그렇게 가면 안 됩니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결정을 하시면 돼요. 온라인으로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면, 지금 두북 특별위원회가 준비한 내용은 2차 만일결사 때부터 실행하면 됩니다.

국제국은 이미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해서 운영해나가고 있어요. 해외에 있는 교민들은 절반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절반은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회원 수가 적은 외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전부 온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국내 정토회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거예요. 국제국에서 이미 3년 전부터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해 본 결과 온라인으로도 해볼 만하다는 제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이미 봄에 입학한 불교대학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를 따질 수도 없이 계속 온라인 방식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고, 가을에 입학 예정인 불교대학부터는 처음부터 온라인 방식을 전제로 해서 모집을 해서 진행해보자는 제안을 여러분께 드립니다. 대의원 여러분들께서 의견을 모아주시면, 그 의견에 대해서 다시 토론을 해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법당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이렇게 온라인으로 진행해 보니 ‘법당이 필요 없겠네’ 하는 판단이 들면 법당을 없애면 되는 것이고, ‘그래도 법당이 있어야 된다’ 하는 판단이 들면 법당은 그대로 두면 돼요. 없는 법당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법당이 필요하다면 있는 법당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수행 법회도 온라인으로 운영한다고 하면, 기존 법당은 월세만 나가니깐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이렇게 되면 법당을 없애는 쪽으로 가면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법당에 모여서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하고 판단이 되면 법당은 그대로 두는 겁니다. 그래서 법당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행해보면서 결정하면 됩니다. 그래서 우선 불교대학부터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해 보자는 거예요.

앞으로도 많은 의견을 올려주세요. 반론도 제기해 주시고, 의견도 올려주시면, 검토해보고 다시 대화가 필요하면 또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이런 화상회의 방식은 직접 모이는 것도 아니고, 차비가 드는 것도 아니니까, 내일 저녁에도 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잖아요. 그러니 자주 소통을 해나갑시다.”

아직 직접 시행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의문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직접 해보면서 조금씩 보완해 나가자는 스님의 제안에 대부분 공감을 하면서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법사님들과 오늘 공청회 결과에 대해 몇 가지 공유를 한 후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구례 화엄사 초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0/200

정명

공유하고, 소통하고, 연구하고, 또 시도하고 구르는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것 처럼

2020-06-21 20:14:13

서은정

온라인수업은 많은 대중들이 그 시간에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본인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도 온라인법회를 하고 있지만, 한 공간에서 각자 하다보니, 법당에서 다 함께 듣는 것 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 입니다. 아무튼 본인의 의지와 마음가짐과 자세가 제일 관건인 것 같습니다.

2020-06-17 01:03:35

정지나

이렇게 안되면 저렇게 해보구 또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서 다시 가면되고 그래도 힘들면
좀 쉬면된다는 스승님 말씀 다시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6-16 21:24:5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