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6. 농사일, 밭 만들기
“홈쇼핑이 아니라 밭쇼핑”

안녕하세요. 두북 정토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수련이 모두 취소가 되어서 수련을 진행하는 법사님들도 농사일을 돕기 위해 어젯밤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비닐하우스 옆에 있는 논을 밭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밭이 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이 잘 빠지도록 수로를 잘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수로는 일주일 전 포크레인으로 파 놓았습니다. 또 해야 할 일은 땅에서 돌을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돌을 골라내는 일을 하겠습니다.”

농사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일 나누기를 했습니다.

“묘당 법사님이 포크레인으로 땅을 고르면, 전체가 다 같이 돌을 골라내겠습니다. 작은 돌은 포대나 대야에 담아서 트럭에 싣고, 큰 돌은 축대로 쓸 수 있으니 한 곳에 모으겠습니다.”

포대와 대야를 하나씩 들고 안쪽부터 돌을 줍기 시작했습니다.

밭이 너무 넓어서 처음엔 막막했지만, 함께 모여서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금씩 밭 정리가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햇살에 살얼음이 녹자 움츠러든 몸과 마음도 활기를 되찾습니다.




“어차피 돌은 계속 나와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작은 돌만 트럭에 싣고, 큰 돌은 모아서 포크레인으로 옮깁시다.”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은 법사님들이지만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힘을 보태었습니다.

“저는 팔이 아파서 무거운 돌을 못 드니까 작은 돌을 호미로 골라내는 일을 할게요.”

“저는 대야에 모은 돌을 트럭으로 옮기는 일을 할게요,”

“그럼 저는 트럭 위에서 대야를 받아서 트럭에 붓는 일을 할게요.”

“저는 포크레인으로 땅을 고르겠습니다.”

“저는 돌을 줍다가 중간중간에 트럭을 이동시키는 일을 할게요.”

일을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더 정교한 역할분담이 이뤄졌습니다.




트럭에 가득 실은 돌들은 개울가에 쏟아부었습니다.

법사님들이 돌을 고르고 있는 동안 스님은 수로를 점검했습니다. 비닐하우스 뒤편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계속 고여서 웅덩이를 만들어 두었는데, 오늘도 물이 많이 고여 있었습니다.

“일단 고인 물을 통에 받아서 밭에 물 줄 때 씁시다.”

물통에 물을 다 받고도 물이 남아서 나머지 물은 수로로 흐르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웅덩이를 만듭시다. 제가 축대를 쌓을게요.”

축대를 쌓던 중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돌을 고를 때는 몰랐는데, 논길과 밭길 사이로 곳곳에 봄소식이 가득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쉴 틈도 없이 다시 밭으로 나갔습니다.

스님은 오전에 만들고 있던 웅덩이로 향했습니다. 농사 담당자가 다시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웅덩이에 밭에서 나온 돌을 넣어서 묻어 버리고, 그냥 이리로 물이 흐르도록 하면 안 될까요?”

스님이 오전에 열심히 쌓아 놓은 축대는 결국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내가 오전에 한 노동은 누가 보상해 줄 거예요?” (웃음)

다시 계획을 변경하여 웅덩이 속에 있던 물통을 빼내고, 웅덩이를 돌로 다 채우고, 약간의 축대를 쌓으니 금방 평평한 수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기초 작업을 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십시일반이라고 여러 대중이 모여서 힘을 모으니까 어느 정도 정리가 조금씩 되어 갔습니다.

“이 정도면 돌을 많이 골라낸 거예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비닐하우스 안에는 벌써 모종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30분 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틈틈이 농사 라이브 방송을 해볼 계획입니다. 오늘은 서울에 있는 공동체 대중을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해보았습니다.

“일이나 더 하지 이런 건 뭐 하러 찍어요?” (모두 웃음)

“스님, 공동체 대중들에게 한 말씀해주시죠.”

“지금 유기농 사업은 준비 중이에요. 오늘 법사님들이 현장에 와서 실제로 같이 일해보고 나서 앞으로 농사와 유통, 일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함께 세우려고 해요.

여러분들도 내려와서 한 번 보세요. 지금 뒤에 보이는 것처럼 여기 비닐하우스에는 두둑을 다 만들어서 고추 모종을 심을 준비를 마쳤고요. 저기는 비닐하우스를 새로 지으려고 땅을 고르고 있어요. 논으로 쓰던 땅을 밭으로 만들려다 보니까 배수를 잘해야 해요. 논으로 사용할 때는 산에서 물이 흘러나와도 괜찮은데, 밭으로 사용할 때는 물이 흘러들어오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땅을 파서 수로를 만들었는데, 흙에서 돌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오늘은 돌을 전부 골라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초 작업들이 좀 힘드네요. 마치 집을 지을 때 기초 공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듯이 밭을 만드는 작업도 그렇습니다.

아니, 그런데 일은 안 하고 맨날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을 거예요?” (웃음)

스님은 공동체 대중들도 자주 두북에 내려와서 농사 울력을 해줄 것을 당부한 후 방송을 마쳤습니다.

수로에 물이 잘 흐르는지 마지막으로 정비를 한 번 더 했습니다.


“이만하면 됐어요. 이제 물이 잘 빠질 거예요.”

해가 산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스님, 일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포크레인이 거름을 부리고 땅을 고르는 모습을 좀 보고 들어갈게요.”

창고가 있던 자리 옆에는 몇 해 동안 풀과 작물들이 쌓여 거름이 되어 있었습니다. 포크레인과 트럭으로 밭에 듬성듬성 모두 뿌려 놓은 후 오늘 농사일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저녁에는 같이 농사일과 재활용 유통 사업에 대해 회의를 좀 합시다.”

작업복을 갈아 입고, 씻은 후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모였습니다.

농사와 재활용품 유통은 새로 개척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토회를 초기부터 함께 만들어온 법사님들에게 의견도 듣고 함께 사업을 구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먼저 오늘 하루 종일 돌을 줍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오늘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수고했지만 묘당 법사님의 공이 컸어요. 본인은 별로 힘이 안 들었지만 포크레인이 시중을 드느라 힘을 많이 썼습니다.” (모두 박수)

인사를 나눈 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어제저녁에 스님이 평화재단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는 동안, 법사님들은 농사, 유통 담당자들에게 사업계획을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한 차례 가졌었습니다.

“어제 사업계획은 잘 들었습니까? 질문 다 하셨어요?”

“네. 잘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방향은 잘 잡았는데 아직 막연해 보였습니다. 우리 현실에 맞춰서 구체적으로 실행을 어떻게 할지 정리해보면 좋겠어요.”

“시작한 지 며칠 안 됐잖아요.(웃음) 그런데 올해는 정회원들이 봉사하러 오기는 힘들 거예요. 10차 천일결사부터 모둠으로 법당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것 진행하기도 벅찰 겁니다. 봉사 점수가 필요한 불교대학생이나 경전반 학생들이 일일봉사를 하러 올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입학생이 확 줄었습니다. 올해는 인력이 많이 부족할 거예요. 우리는 일을 더 크게 벌리고, 오는 사람은 줄어드는 게 현실입니다.”

스님은 담담하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을 말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농사와 유통 분야를 어떻게 해나갈지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작물을 심기보다 일상적으로 많이 먹는 작물을 주로 심는 게 좋겠습니다.”

“활동가들은 가공하지 않은 작물을 받으면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부담스러워해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당장 가공한 식품을 제공할 수는 없으니, 참깨나 들깨를 심어서 참기름, 들기름을 만들면 어떨까요?”

“다년생이고 반찬을 할 수 있는 도라지를 키워도 좋겠습니다.”

농산물이 남을까 봐 걱정입니다

화광 법사님은 혹시 너무 많이 생산해서 남게 되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내비쳤습니다.

“저는 농산물이 남으면 너무 아까워서 울어요.”

스님이 웃으며 관점을 전환시켜 주었습니다.

“남는 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농산물도 다 땅에서 나오는 풀이기 때문에 남게 되면 그냥 거름으로 쓰면 돼요. 너무 아까워서 괴로워할 필요는 없어요. 채소도 어차피 풀이잖아요. 농약을 엄청나게 친 것을 땅에 버리면 환경오염이 되지만, 유기농으로 키운 것은 어차피 풀에 불과하거든요.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야 힘들지 않아요. 다른 공산품처럼 쓰레기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농산물은 다 땅에서 나와서 땅으로 돌아가는 거름이 되는 거거든요.

곡식이 남아서 밭을 갈아엎게 되면 개인한테는 손해가 생기지만, 자연환경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산에서 나무가 자라다가 그 자리에서 죽는 건 아무런 문제를 안 삼으면서, 밭에서 풀이 난 건 왜 그렇게 문제를 삼는 거예요? 곡식이나 풀이나 거름이 된다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요.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편안한 마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일단 해보면서 점점 수확량을 조절해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관점을 잡아주시니까 마음이 편해지네요. 저희는 품목을 어떻게 정해서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 머리가 너무 복잡했거든요.”

“품목은 정해야죠.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품목을 정해서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남을까 봐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채소가 많이 생산이 될 것 같긴 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남으면 제가 나눠줄 사람이 많아요.”

“저는 농사일에 투자한 돈을 다 갚아야 하는데, 적자가 날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

“경영을 잘하면 돼요.” (모두 웃음)

유통 분야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왔습니다. 누군가 버리는 물건을 다시 잘 쓰기 위한 유통사업은 노인 일거리에 대한 아이디어로 확장되었습니다.

노인들을 위한 일거리를 마련해보면 어떨까요

“옷이나 신발과 같은 중고품이라면 반드시 세탁해서 가져오도록 해야 해요. 그러나 가구는 중고품의 경우 우리가 수선을 해야 할 때가 많을 것 같아서 여기에 목공소를 하나 차리려고 해요.”

“스님,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요.” (모두 웃음)

“농사도 그냥 농사만 지으면 안 되고, 옆에 가공하는 공장을 만들어서 반찬으로 만들어서 제공해야 돼요. 그러려면 노보살님들이나 은퇴한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와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실버타운 같은 기능을 겸해야 하는 거예요. 그분들이 물건을 정리하고, 봉투에 넣고, 이런 일들을 하도록 하면 돼요. 지금 월간 정토를 우편 발송하는 건 노거사님들이 다 해주시잖아요.

노인 분들이 여기서 생활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생활 시설이 편리해야 해요. 아침 예불만 함께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둘러앉아서 얘기도 나누면서 재활용에 관계된 일을 계속하는 겁니다. 이렇게 노인들을 위한 일거리 마련은 제가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거예요.

채소를 생산할 때도 심고 뽑는 건 젊은 사람들이 잘 하지만, 채소를 다듬는다든지 마늘을 깐다든지 이런 건 노인들이 훨씬 잘하거든요.

노인들을 모시는 게 젊은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게 아니고, 노인들도 자기 처지에 맞게 다 어느 정도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가끔 집에도 다녀오고, 봉사도 하고, 수행도 하고,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이곳이 될 수 있어요. 그러려면 노인들이 살기에 기후도 좋아야 하고, 땅이 평지여야 합니다. 문경 수련원은 너무 춥고 땅이 너무 경사가 져서 노인들이 살기에는 좀 힘들어요. 그리고 도시와 너무 거리가 멀어요. 그런데 이곳 두북은 울산이나 대구, 경주까지 30-40분이면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깝거든요. 여기가 이런 사업을 하기에는 괜찮은 곳이에요.”

즉문즉설 이후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본다면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아나바다 나눔 장터 대축제를 일 년에 한두 번 하면 좋겠어요. 농사 수확물이 나오는 시기에 농산물 장터도 함께 열고요. 스님이 즉문즉설도 해주시고요. 제1회, 제2회 이렇게 열면 상당히 큰 지역 축제가 될 겁니다.”

“유튜브에 즉문즉설이 나간 지 10년이 넘었잖아요. 이제 즉문즉설도 사람들에게 식상할 때가 되었어요. 사람들과 좀 더 호흡을 하는 방식이나, 사람들의 생활에 좀 더 밀착하는 쪽으로 콘텐츠가 개발이 되어야 해요. 한쪽에서는 5G 시대에 맞는 기술 개발도 해야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방식을 개발해야 해요. 예전에 아름다운 가게는 옷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대중화했다면, 단순히 농사만 지을 게 아니라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새로운 개발을 하려면 직접 실험을 많이 해봐야 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이렇게 난리가 날 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잖아요. 이 사태가 조금만 더 지속되면 생활 방식도 다 바뀌게 될 겁니다.”

“농사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주문을 받아보면 어떨까요?”

“밭에 씨를 뿌리면서 라이브 방송을 해볼 수도 있겠죠.

‘오늘 씨를 뿌리면 상추가 언제 수확이 됩니다. 이 상추를 먹을 사람은 지금 신청해 주세요.’
이렇게 씨를 심을 때 사전 예약을 받는 겁니다. 오이, 들깨, 콩을 심으면서 바로 예약을 다 받을 수 있어요.”

“홈쇼핑이 아니라 밭쇼핑이 되겠네요.” (모두 웃음)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모두 실험 단계에 있다고 보셔야 해요. 이 일이 잘 되면 더 확충하는 겁니다.

정토회가 병원을 하나 운영해야 해요. 한국에서 병원을 하나 운영을 해야 그 경험과 전문 인력을 갖고 제3세계 구호활동에 필요한 의료 지원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요. 인도에 병원을 먼저 지었지만, 한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으니까 의료 지원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만약 정토회가 지은 병원에 의사 30명이 근무하고 있다면, 필요에 따라 몇 명씩 긴급구호를 바로 다녀올 수 있어요. 이렇게 모델이 하나 개발이 되어야 확산이 가능한 겁니다.

2차 만일결사까지 내다보면 어차피 세계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야 해요. 한국 사람들만 상대하는 것을 넘어서서 개발을 해야 합니다.”

“스님께서 재활용 유통 사업에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 보자고 하셨는데, 적극적으로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저는 정부가 청년들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면 좋겠거든요. 어차피 노인들이 거의 다 돌아가시면 빈 땅이 많이 생길 겁니다. 이제는 리 단위로 농업회사를 설립해서 빈 땅들을 관리해야 해요. 노인들은 땅만 제공하고, 농업 회사가 농사를 다 짓고, 거기서 나온 수익금을 노인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겁니다. 농업 회사에서는 농사를 전부 기계로 지으면 돼요. 트랙터, 트럭, 포크레인, 이양기, 이런 기계들 몇 대만 있으면, 5명 정도만 있어도 이 많은 땅을 다 농사 지을 수 있어요. 이렇게 농업회사를 설립하면 젊은 사람들이 취직하기가 훨씬 쉽거든요.

농업회사 운영을 통해 농촌 살리기

제 생각은 군복무를 대체하는 공익근무요원을 이 농업회사로 배치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공익근무를 하다 보면 ‘여기에 취직해서 계속 일해도 괜찮겠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열 명 중에 한 명이 생깁니다. 그냥 농사 지어보라고 하면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데, 군복무 대신에 이런 경험을 해보면 금방 적응을 할 수 있거든요. 농사일도 한 2년만 해보면 생각보다 할 만해요. 도시에서 택배 배달하는 것보다는 농사가 훨씬 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농사는 건강에도 좋고, 주택 문제도 해결되고, 각종 사고로부터도 안전하잖아요.

젊은이들이 갈수록 개인화되는 게 문제인데, 젊은이들의 존재 자체를 공동체 생활이 되도록 만들 수가 있어요. 젊은이들이 농촌에 내려와서 자기가 자기 집을 구하는 게 아니고, 농업회사가 집을 지어서 개인 방을 하나씩 준 다음에 부엌은 공동으로 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제도를 만들어버리면 자연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들처럼 열악한 시설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려면 수행을 굉장히 많이 해야 되는데,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이런 방식이 보편화되기는 어려워요. 이렇게 열악한 시설에서 살 수만 있다면 환경적으로는 정말 좋죠.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살기는 어려우니까요.”

“오히려 스님이 청년들에게 이런 삶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이런 일에 역량을 쏟아보면 어떨까요?”

“그건 제가 정부에 제안해야 할 일이고요. 저는 수행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역량을 쏟아야죠. 그게 더 본질적으로 미래 사회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이니까요. 제 말은 우리 사회가 수행과 관계없이 제도적으로도 그렇게 발전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도심 한가운데에 청년들을 위한 아파트 짓기

젊은이들이 주택 문제로 힘들어하는데, 도심 안에 있는 교통 결절점에 청년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지어야 해요. 월급의 10%만 월세로 내면 살 수 있도록 하고, 평수도 아주 작은 평수를 주는 겁니다. 고시촌은 너무 비인간적인 삶이거든요. 최소한 화장실, 샤워장 부엌이 다 있는 원룸 공간에서 살 수 있게 제공해줘야 해요. 부자들은 자동차가 있으니까 오히려 변두리에 가서 살아도 돼요. 가난할수록 도심에 살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이렇게 사는 건 빈민촌의 모습은 아니거든요.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학교 건물이나 공장이 하나 이전하게 되면, 그 공간에 젊은이들을 위한 저렴한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에요. 그 아파트에 거주할 사람은 그 근방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 제한하면, 걸어서 다 출근을 할 수 있어요.

이런 일은 다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만약 정부가 이 일을 안 하면, 정토회가 젊은이들을 위한 아파트를 지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정토회 활동가들조차도 일할 공간이 부족하지만,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입니다. 땅만 정부에서 제공해준다면 건축비는 정토회가 부담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되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겁니다.”

어느덧 열 시가 넘었습니다. 내일 또 돌을 캐야 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자, 오늘은 이 정도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자꾸 내주세요. 근데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당장 내일은 돌을 줍고 밭을 매야 해요. (모두 웃음) 이게 인생이에요. 그래서 제가 늘 두 발은 땅에 딛고, 두 눈은 멀리 보고, 넘어지지 않도록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된다고 하는 거예요. 땅만 내려다보면 방향을 못 잡고, 멀리만 쳐다보면 넘어져요. 푹 주무시고 내일 봅시다.”

끝없이 뻗어나가던 이야기와 돌로 가득한 밭이 대비되어 웃음이 나왔습니다. 웃으며 회의를 마무리하고, 잘 준비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해서 다들 고단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도 저녁까지 농사일을 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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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6-13 22:23:39

해탈지

청년을 위한 도심에 아파트 짓기, 농업회사를 차려 청년일자리를 마련하고, 실버타운을 만들어 노인이 일할 수 있고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참 좋은 구상입니다. 2차 만일결사때는 실행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2020-03-27 22:09:34

무지랭이

소일거리가 있는 실버타운,
저도 그리는 노년의 삶 입니다~^^

2020-03-13 20: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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