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25. 빗물 모으기
“비 오는 날에 다들 수고했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농사를 짓다 보니 비소식이 더욱 반갑습니다.

시금치, 상추, 고수를 심어놓은 텃밭에는 비를 듬뿍 맞으라고 비닐을 걷어 두었습니다.

두북 정토수련원 공동체 성원들도 오전에는 농사일을 쉬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스님도 오전에는 오랜만에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는 속에도 목련 꽃봉오리가 솜털을 드러내며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비를 맞고 있는 홍매화도 더욱 예쁘기만 합니다.

오후에는 비가 더 많이 내렸습니다. 빗물을 물탱크에 받아두면 농사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논에 대는 물은 4월이나 되어야 동네에서 공급해주기 때문에 3월 한 달 동안 비닐하우스 작물에 공급할 물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정말 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스님도 노란색 비옷을 입고 나와 행자님들과 함께 빗물 확보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먼저 논에 설치되어 있던 수중펌프를 가져와서 호스를 연결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천장으로 떨어지는 빗물이 물받이로 모였습니다. 물받이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담을 수 있는 통을 그 밑에 설치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자 금방 한 통이 가득 찼습니다.


물통에 수중펌프를 담그고 호스는 물탱크로 들어갈 수 있게 연결했습니다. 전원을 켜자 물통에 가득찬 물이 순식간에 물탱크로 다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실수로 물탱크 바닥에 구멍을 잠그지 않아서 물이 다 새어나가 버렸습니다. 겨울 동안 열어두고 물탱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깜빡 놓친 겁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스님의 입에서 아쉬움이 묻어 나왔습니다. 도시에서는 무심코 지나치는 빗물이 이렇게 귀하게 여겨지는 모습이 참 신기합니다. 물탱크 바닥의 구멍을 막고 다시 빗물을 모았습니다. 비가 더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램도 생깁니다.

빗물을 다시 모으는 사이 스님은 비닐하우스 주변을 살피고 점검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비닐하우스 맨 끝 쪽에 물이 계속 고이고 있었습니다. 어제 묘당법사님이 물이 빠질 수 있게 포크레인으로 땅을 깊게 파고 물통도 묻어 놓았는데, 물통이 고정이 안 되어서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여기 안 와봤으면 물이 계속 넘쳐서 큰 일 날 뻔 했어요.”

스님은 곧바로 괭이를 가져와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물길이 툭 트이자 시원하게 물이 수로를 따라 빠르게 흘러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어제 묘당법사님이 수로를 잘 파놓은 덕분에 물이 아주 잘 빠졌습니다.

“물은 잘 빠지네요. 다행이에요.”

다시 물탱크로 돌아와 빗물을 받았습니다.

밤새도록 물탱크로 빗물이 계속 들어갈 수 있게 장치를 해 놓은 후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밤에 한 번 더 와서 빗물이 잘 받아졌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감기에 몸이 좋지 않은 스님이 직접 우비를 입고 나와 괭이를 드니 행자님들도 몸을 사릴 수가 없습니다.

“비 오는 날에 다들 수고했어요.”

빗물의 소중함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감자를 심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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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연

스님! 노란색 입으시니깐, 좋아보여요.~^^
빗물이 소중함. 다시. 상기하네요~^^

2020-03-01 10:00:41

이미선

안나가봤으면 빗물이 고여
비닐하우스가 엉망이 되었을텐데
여러가지로 지혜로우셔요 스님^^

2020-02-29 12:40:52

김복이

빗물도 소중함을 또다시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2020-02-28 17: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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