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24 농사일, 땔감 만들기
“어차피 아픈데, 기왕이면 일하는 게 낫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작년에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를 수확하고 남은 고춧대를 땔감으로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옆에 고춧대를 차곡차곡 쌓아 두었는데, 겨울 동안 고춧대가 잘 말라 있었습니다.

자연은 버릴 게 없습니다. 잘 마른 고춧대는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아주 요긴하게 쓰입니다.

고추나무를 양손으로 잡고 무릎 위에 걸치고 힘을 가하면 ‘탁’ 하고 반으로 부러졌습니다.

아궁이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적당히 짧게 잘라서 일정량이 모이면 끈으로 묶었습니다.

줄기가 굵은 아랫부분은 도끼로 찍어서 반으로 잘랐습니다.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작년 겨울에 고춧대를 뽑다가 스님은 팔을 조금 다쳤습니다. 지금도 계속 아프다고 말씀하셔서 걱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스님, 팔은 괜찮으세요? 빨리 나으려면 쉬셔야 할 텐데요.”

“쉬어도 아프고, 일해도 아프고, 아픈 건 똑같아요. 똑같이 아픈데 기왕이면 일하고 아픈 게 낫지.” (웃음)

오전 내내 도끼질을 해서 쌓아 둔 고추나무를 모두 땔감으로 쓸 수 있게 묶었습니다.

트럭에 실어서 아궁이로 모두 옮기고 나니 12시가 넘었습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옵니다.

“식사 맛있게 하고, 오후에 또 일합시다.”

점심을 먹으러 돌아가는 길에 곳곳에 봄이 오는 소식이 가득합니다.




낮에는 봄처럼 날이 따뜻했습니다. 겉옷도 벗고 얇은 옷차림으로 오후 일을 시작합니다. 작년 겨울에 가져다 놓은 나무 가지는 너무 길어서 아궁이에 넣기 힘들었습니다. 긴 나뭇가지를 다시 반으로 자르는 일을 했습니다. 마당에서는 오후 내내 스님의 도끼질 소리가 탕탕 하고 울렸습니다.






스님은 어릴 적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님은 산에서 나무를 해올 때 좋은 나무는 산에 두고, 상태가 안 좋은 가시나무 같은 것만 골라서 집에 가져왔어요. 산에 나무를 살려야 한다고 그러신 거예요. 그러면 좋은 나무는 딴 사람이 몰래 다 베어가 버렸어요. 어머님은 아궁이에서 불 때기가 어려우니까 아버님한테 왜 이런 가시나무만 가져오냐고 불평을 하고 그러셨어요.” (웃음)

얘기를 듣다 보니 옛날 어른들은 겨울마다 나무를 하러 다니느라 참 고생이 많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인도에는 조그마한 어린아이들도 나무를 한 짐 지고 부모를 따라 산길을 내려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도끼질을 모두 끝내고 작은 크기로 자른 가지들을 끈으로 묶어 한쪽 벽면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스님은 길이가 길어서 밖으로 삐져나온 가지들을 전지가위로 모두 잘랐습니다. 제법 반듯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땔감을 푸짐하게 마련해놓고 나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아직 비닐하우스 쪽에 일이 안 끝났데요. 가서 도와줍시다.”

해가 질 무렵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묘당 법사님이 포클레인으로 논 주위에 수로를 파서 물이 잘 빠지도록 해놓았습니다.

“스님, 법사님이 수로 파놓은 것부터 먼저 보시겠습니까?”

“맨날 구경만 하고 일은 언제 합니까?” (웃음)

스님은 물이 잘 빠지는 모습을 확인한 후 몇 가지 더 보완해야 할 점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행자님들이 비닐로 두둑을 덮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괭이를 들고 함께 일을 거들었습니다.

“자, 빨리 마무리합시다.”

두둑 위에 점적 호스를 깐 후 행자님이 둘둘 말린 비닐 뭉치를 펼치며 먼저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뒤따라서 스님과 묘당 법사님이 양쪽에서 비닐을 흙으로 묻었습니다.

순식간에 한 고랑을 끝마쳤습니다.

“이 두둑에는 시금치, 청경채, 열무 등을 심을 예정인데, 수확 기간이 짧고 잡초가 많이 안 자라는 시기라 비닐을 덮지 않으려고 해요.”

“네, 그럽시다.”

농사를 담당하는 행자님의 제안에 마지막 고랑은 절반만 비닐로 덮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겨둔 채 비닐하우스를 나왔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하루 종일 봄기운을 가득 느끼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저녁에는 농사 회의를 하려고 했는데, 스님의 목이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아서 다음으로 연기했습니다.

스님은 저녁을 먹기 전에 겨울을 난 작은 상추 모종을 옮겨 심는 일을 더 했습니다. 저녁 먹을 때가 되었다는 알림을 듣고도 30분이 지나서야 일을 끝났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니까 오늘 저녁에 모종을 다 옮겨 심어야 해요.”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 계속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입니다. 아마 내일은 스님도 오랜만에 휴식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전체댓글 80

0/200

정지나

이래도 아프고 저래도 아프고 그럼 일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2-29 22:24:57

류수미

나에게 일이란 감사입니다

2020-02-29 21:55:30

편나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항상 감사를 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_()_

2020-02-28 14:15:2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