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26. 감자 심기
“재미있는 감자 심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행자님들과 감자를 심었습니다.

▼ 영상 보기 (2분 20초)

▲ 위 화면을 누르면 영상이 재생됩니다

명심문을 하고 일 나누기를 했습니다. 농사 담당자가 감자 심는 순서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오늘은 감자를 심을 거예요. 먼저 두둑에 감자 심을 곳을 표시해주면 표시한 곳마다 비닐을 뜯어둡니다. 그럼 그곳마다 파종기로 구멍을 깊게 파주고 감자를 넣으면 돼요. 그리고 흙으로 덮어주면 돼요. 파종기 하실 분?”

“저요.”

스님이 손을 들었습니다. 파종기는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주위에서 말렸습니다.

“감자 심으실 분?”

“그럼 저는 팔이 아프니까 감자를 심을게요.”

몸 상태에 따라 일을 나누었습니다. 씨감자는 반으로 잘라 준비해두었습니다. 스님이 왜 감자를 잘라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감자는 잘라서 심어야 싹이 잘나요. 보관하려면 상처 나면 안 되고요. 싹이 나니까요."

먼저 녹슨 고춧대를 구부려 한 변의 길이가 30cm인 정삼각형 자를 만들어 각 모서리마다 날카로운 막대를 달았습니다. 한 명이 먼저 정삼각형 자로 콕콕 찍어 표시를 했습니다.

뒤이어 표시마다 감자를 심을 수 있게 비닐을 뜯어주었습니다.

“호미로 한 번 찍고 찢긴 면을 살짝 들어서 당기면 죽 찢겨요. 그리고 끝 부분을 다시 호미로 콕 찍어주면 돼요.”

단순한 일 같지만, 조금만 연구하면 일을 더 빠르고 깔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일의 요령을 빨리 익힌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며 일의 속도를 높였습니다.

이어서 파종기를 든 사람과 씨 감자를 넣는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감자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25cm 이상 땅을 푹 파줘야 하기 때문에 꽤 힘이 들어갔습니다. 푹 파고, 쏙 넣고, 한 줄이 끝나갈 즈음 호흡이 척척 맞아갑니다.

“이야, 재미있네요. 제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제일 쉬워요.”

스님은 감자를 쏙쏙 집어넣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비닐을 뜯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감자가 들어있는 구멍마다 흙을 듬뿍 덮어주었습니다. 비닐이 뜯긴 부분이 보이지 않도록 충분히 덮어주었습니다.


공기가 들어가면 비닐 안쪽으로 잡초가 자라기 때문입니다. 감자 심기를 마친 사람들도 흙을 덮는 일을 모두 같이 했습니다.

“삽으로 하면 더 빠르겠어요.”


북삽으로 흙을 긁어 감자를 덮어주다가 스님은 삽을 들었습니다. 한 삽 푹 떠서 거름망으로 흙에서 돌을 골라낸 후 덮어주었습니다.

금세 감자를 다 심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제안했습니다.

“감자가 남았는데, 여기에 감자를 다 심어버리면 안 될까요?”

“안 돼요. 다 계획이 있어요.” (웃음)

농사 담당자의 대답에 다 같이 웃었습니다.

두 개의 두둑에만 감자를 심고, 나머지 시간에는 밭을 정비하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온도에 따라 비닐하우스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장치도 달았습니다.

비닐하우스 한 동은 고추를 심기 위해 며칠 전 관리기로 네 개의 두둑을 만들어두었습니다. 관리기를 처음 써보는 행자들이 두둑을 만들어서 삐뚤빼뚤 했습니다.

“일직선이 아닌데, 관리기로 다시 두둑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요?”

“스님, 그러면 너무 일이 많아요.”

결국 스님은 레기를 들었습니다. 몇몇 행자님들과 스님은 뱀처럼 꿈틀거리는 두둑을 일자로 다듬는 작업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큰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끝에는 항상 물이 고이는 게 문제인데, 수로를 파 놓은 곳에 물이 잘 빠지는지도 확인하고 물길을 터주었습니다.

12시까지 일을 하고 수련원으로 돌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후에도 일을 계속했습니다. 고추밭 두둑을 마저 다듬고 큰 돌을 골라내었습니다. 돌이 얼마나 많은지 2시간이 넘도록 돌을 주워도 계속 돌이 나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에는 저녁예불을 한 후 수행법회를 함께 들었습니다. 이번에 농사 담당자가 새로 배정되면서 두북 공동체가 새로 생겼습니다. 지금까지는 경주법당까지 가서 수행법회를 들어야 했는데, 오늘부터는 두북 수련원에서 함께 법회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행법회를 시작하려는데 스님이 강당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스님도 법회를 들으러 왔다는 이야기에 다들 이 상황을 무척 재미있어하면서 스님과 함께 수행법회를 들었습니다.

“지도법사님께 삼배의 예로 법을 청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나오자, 화면을 향해 삼배를 해야 할지, 뒤에 앉은 스님을 보고 삼배를 해야 할지, 다들 순간 망설이다가 화면을 향해 삼배를 했습니다.

영상 법문을 1시간 동안 함께 시청했습니다. 법륜 스님이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는 모습이 참 생경했습니다.

법문이 끝나고 스님과 함께 동그렇게 둘러앉아 마음나누기를 했습니다. 법문에 대한 나누기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농사일을 같이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하면서 느낀 점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 두북 공동체가 새로 생겼는데, 스님께서 수행법회에 직접 참석하시니까 마치 두북 공동체가 새로 생긴 걸 축원해주러 오신 것 같았어요.”

“농사 담당을 맡고 나서 경험도 없고 아는 게 없어서 늘 긴장되는 마음이 있었어요. 특히 지도법사님을 팀장님으로 모시고 농사를 지어야 하니까 긴장감이 더 컸어요. 팀장님의 기준에 내가 부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나 봐요. 오늘 법문을 듣고 나니 나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서 편안해졌습니다.”

“오늘도 예전에 일하던 것처럼 막 열정적으로 일을 했는데, 이제 나이 50이 넘으니까 일을 하고 나면 힘들어요. 나이를 생각해서 무리를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돌아봤습니다.”

묘당 법사님의 나누기를 듣고 화광 법사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나이 70인데도 농사일을 해요.” (모두 웃음)

“생애 처음으로 비닐하우스에 비닐을 교체해보는 것도 해보고, 새로운 경험이 재미있어서 작년보다 참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농사를 유기농으로 짓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왜 이렇게 농사를 짓는지 똑같은 질문을 여러 명이 하세요.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날 때가 있었는데, 오늘 법문을 듣고 나니 이제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편안하게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얘기가 듣기 좋았습니다. 저는 제 영상을 잘 안 보거든요. 최근에 인도에 있을 때 tvN에 즉문즉설이 방송된다고 해서 대중들과 함께 본 적이 있긴 하네요. 오늘 영상을 보면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몸이 아플 때는 법문을 안 하는 게 낫겠다’ (웃음)

몸이 아프거나, 아프지 않거나, 법문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오늘 영상을 보니까 제가 계속 인상을 쓰면서 법문을 하고 있는 거예요. 얼굴이 환하게 밝지 못하고 약간 찡그린 얼굴이었는데, 저는 몸이 아파서 입에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오면, 얼굴이 약간 찡그려지는 것 같아요.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얼굴이 어떤지 모르는데, 영상을 촬영해서 보니까 ‘목소리가 잘 안 나올 때 말을 하게 되면 얼굴에 인상을 쓰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오랜만에 같이 앉아서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저는 수행법회가 정회원들이 모여서 듣는 법회이니까 10차 천일결사 입재를 앞두고 있어서 특별히 더 진행되는 내용이 있는가 해서 참석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오늘까지 5일 동안 강연을 안 했는데, 덕분에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봐요. 몸이 아픈 가운데 억지로 강연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행사가 모두 취소되면서 겨우 살 길이 열렸어요. 인도에서도 완전히 죽을 뻔했는데, 명상수련이 시작되면서 쉴 수가 있었거든요. 마치 기적처럼 죽을 때가 되면 또 길이 열리네요. 나누기 잘 들었습니다.”

스님의 마음 나누기를 끝으로 명심문을 세 번 하고 법회를 마쳤습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내일은 창고에서 나온 폐자재들을 고물상에 보내고 경주 남산을 함께 산책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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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5-29 16:05:34

수정

다함께 농사 일 하시는 모습과 법회 후 나누기까지~ 잘보고 잘들었습니다^^

2020-03-05 18:55:07

임무진

일을 하기 싫어하는 나를 봅니다. 군대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참 싫었는데 농사짓는 모습을 보니, 촬영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옴을 봅니다^^ 이런 나를 바라봅니다

2020-03-05 09: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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