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17 정회원 교육 (수성/달서 정토회)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구 수성법당에서 수성 정토회, 달서 정토회 정회원을 위한 교육이 열렸습니다. 수성법당 앞에는 한겨울처럼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매화가 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교육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다시 월요일입니다. 오후 2시에는 주간반 정회원을 위해, 저녁 7시에는 저녁반 정회원을 위해 교육을 두 번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12시 전에 수성 법당에 도착해 찾아온 손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법당에는 이미 방석이 깔려있었고, 활동가들이 축하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2시가 되자 나이 육십이 넘은 연화회 활동가들의 축하 공연으로 정회원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에 봄꽃으로 왔다가 지금은 잘 물든 단풍이 된 연화회 활동가들의 공연입니다.”

다들 정토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분들입니다. 새하얀 머리에 자줏빛 꽃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추는 모습이 고왔습니다. 생기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정회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천일결사 사업 방향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스님의 사회로 공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60년과 같은 천일

“이번 10차 천일결사는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천일입니다. 열 번의 천일 가운데 한 번의 천일이기도 하지만, 만일을 마무리하는 천일이기 때문에 이번 천일은 만일 같은 천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천일의 마지막에는 다음 천일을 준비하는 일들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천일은 지난 1차 만일결사를 정리하고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때라서 더욱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난 30년을 정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음 30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천일은 60년 같은 천일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모두 웃음)

처음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 정토회를 대략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는 구상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때 구상한 모양과 현재의 정토회를 비교하면, 아직은 제대로 안 갖춰진 부분들이 있습니다. 남은 천일 동안은 여태껏 안 갖춰진 부분들을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양을 얼마만큼 확대할 것이라는 목표도 세웠는데 이것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양적인 확대도 필요합니다.

이번 10차 천일결사의 사업 방향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처음 시작할 때 구상한 정토회의 모양과 비교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양적인 부분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두 가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정토회의 운영 시스템을 조금 바꾸게 된 겁니다.”

10차 천일결사의 가장 큰 변화 3가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대중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천일결사 사업 방향에 대해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 대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봉사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어떡하죠?

“제가 정토회에 들어와서 ‘기꺼이 담당을 맡겠습니다’ 하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사회활동과 불교대학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기꺼이 하겠다는 마음을 냈기 때문에 굉장히 편안하고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전에는 달리는 기차에서 한 발을 쭉 빼고 난간을 붙잡고 가는 기분이었어요. 소임을 맡으려니 부담이 있고, 아직까지 내 문제도 해결이 안 됐고, 가정에서는 정토회 활동을 반대하고,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확 내서 소임을 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 중에서도 마음을 내지 못하고 부담스러운 상태에서 시작하는 정회원들이 많을 겁니다. 이런 분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활동에 참여해야 되는지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방금 질문자가 한 말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모두 웃음)

대중이 크게 웃자 스님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마음을 확 내서 하십시오. 달리는 기차의 난간을 붙들고 들어가니 마니 이러면 본인만 손해예요. 마음을 확 내서 기차 안에서 편안히 앉아서 가세요.” (모두 웃음)

“저도 작년에 기꺼이 마음 내고해봤더니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예전의 저처럼 새내기 정회원들이 분명히 있을 건데요, 그분들에게 제가 어떻게 안내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은 제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했으니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었을 거예요. (모두 웃음) 제가 두 번, 세 번 다시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다들 알아들으셨죠?”

“예.”

봉사를 조금만 하면서도 법당에 떳떳하게 나오는 방법

“모둠 중심의 법당 운영은 정회원이 처음 되었느냐 오래되었느냐 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모둠 중심의 법당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회원들이 다 봉사를 해야 된다는 책임이 있는 것이에요. 지금까지 운영된 방식으로는 봉사를 조금만 하는 게 어려웠어요. 봉사를 안 하는 게 숫제 마음이 편했을 정도예요. 그런데 이제 모둠 중심의 운영으로 바뀌면 봉사를 조금만 하더라도 떳떳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내 형편이 이러니까 저는 일주일에 2시간만 봉사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일주일에 2시간만 봉사하고도 아무 눈치 안 보고 일주일 내내 상근 하는 사람과 똑같이 떳떳하게 법당에 나와도 되는 거예요.

두 시간을 한꺼번에 못 내면 요일을 나눠서 한 시간씩 봉사해도 돼요. 그런 사정을 다 신청받아서 모자이크 조각을 맞추어서 법당을 운영하는 겁니다. 크든 작든 모든 정회원이 역할을 하나씩 맡게 됩니다. 그러니 한 달에 한 번 8시간을 봉사하러 나온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없어요. 한 달에 한 번 나오면 그에 맞게 할 일을 정해서 맡으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만 나와서 하루 종일 봉사하겠다는 사람을 네 명 모아서 일요일 법당 운영을 맡기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일을 짜는 거예요. 그러면 모자이크가 조금 큰 것도 있고 모자이크가 조금 작은 것도 있을 겁니다.

이 방식은 누구나 다 참여한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봉사를 조금 하면서도 떳떳하게 법당에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사가 부담스러우니까 ‘발 빠지면 큰일 난다’ 하면서 도망 다니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꾸 정토회와 멀어지는데, 이런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조금만 봉사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해서 작은 소임의 봉사를 맡기면 됩니다. 그러다가 본인이 봉사를 더 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최소한의 봉사만 해도 된다고 인정해주는 겁니다.

왜 모둠의 구성원이 정회원이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제 알겠죠? 정회원 아닌 사람은 책임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공양간에 나와서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은 총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할 때도 있지만, 내일은 안 나올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공양간에 나오더라도 특정한 요일과 시간에는 반드시 본인이 공양간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우리가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약속한 사람들을 다 모아서 법당이 운영되도록 전체 스케줄을 짜는 거예요. 그런데 계획을 짜 보니까 도저히 일의 양에 비해 참여자의 수가 부족하다면, 사람들한테 한 번 더 공지하는 거예요.

‘전체 일감을 계산해 보니, 각자 일을 더 나눠서 맡아야 합니다. 1인당 30분씩 더 시간을 내어 주세요.’

이렇게 시간을 더 많이 분담해서 다시 계획을 짜보는 거예요. 그래도 일의 양을 다 감당해낼 수 없다면 일의 양을 줄이는 거예요. 일의 양은 자기 마음대로 조절하면 안 되고, 건의를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둠은 인력이 부족하니까 이 일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요청하고, 업무 조정을 하면 됩니다. 어떻게 모둠을 운영해야 하는지 이제 이해가 되셨습니까?”

“네, 걱정 없습니다.” (모두 박수)

질문자는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모둠 운영에 대해 다양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 모둠 운영제가 수행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 한꺼번에 전국에 운영 방식을 바꾸지 말고 시범적으로 실험을 해보고, 시행착오를 줄여서 모둠 운영제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 주간반과 저녁반이 서로 잘 모르는데 어떻게 통합해서 모둠을 꾸릴 수 있을까요?
  • 모둠의 구성과 모둠장 인선은 대의원회에 결재를 받아야 하나요?
  • 모둠은 얼마나 지속하나요?
  • 모둠으로 법당을 운영했을 때, 환경이나 새터민 사업 등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는 사업들이 잘 진행될지 우려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스님께서는 정말 바쁘신데도 유기농 농사까지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뛰었어요. 저도 농사와 관련한 봉사를 하고 싶은데, 어떤 일을 할 수 있습니까?
  • 정토회의 덩치가 커질수록 기본적인 것이 흔들리는 것이 보입니다. 법당에서 비닐, 일회용품 사용금지 등이 점점 잘 안 지켜지고 있습니다. 정회원이 다 모인 자리이니 기본에 대해 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 같은 또래인 초, 중등생도 가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청년 불교대학을 담당할 청년이 없어서 개설을 못 했습니다. 사회가 변해서 지금 서른 살이면 과거 스무 살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년 나이 제한을 35세에서 40세로 바꾸면 안 될까요?

손을 드는 사람이 많아서 마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서 교육을 마쳤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주간반 정회원들이 빠져나가자 다시 청소를 하고 저녁반 정회원을 위한 교육을 준비했습니다.

7시, 저녁반 정회원 교육

저녁 7시가 되자 ‘마음은 BTS, 몸은 통일 거사단’의 공연으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남자 거사님들로 구성된 통일 거사단은 BTS만큼이나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흥겨운 분위기는 10차 천일결사 사업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점차 차분해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공청회를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저녁반 정회원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직장 마치고 서둘러 오느라 수고들 하셨어요.”

이어서 사업 방향의 변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주간반에 비해 간결하게 설명한 후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을 받으면서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0차 천일결사 사업방향을 비롯해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미치지 않고는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저는 작년에 불교대학 담당자를 맡았고, 올해는 경전반 담당자를 맡았습니다. 어제 안부 인사 겸 경전반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저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치지 않고는 정토회 일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할 수 있느냐?’

어제는 대전에서 교육을 받고, 오늘은 대구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불교대학을 진행할 때도 5시 반에 수업 준비를 시작해서 수업을 마치면 밤 11시 정도가 됩니다. 거기에다가 수요일에는 수행법회까지 나가고, 법당 행사를 다 참석하면 거의 미친 여자처럼 왔다 갔다 해야 될 정도로 정신없이 일주일을 허비합니다.

내일은 통일의병 연수와 불교대학 오픈 특강이 동시에 잡혔습니다. 통일의병 연수도 필수이고, 불교대학 오픈 특강도 필수여서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제가 통일의병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을 때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불이익이란 건 없어요. 그냥 질문자가 힘들면 통일의병을 안 하면 됩니다. 통일의병을 그만두면 이런 고민은 저절로 해결돼요. 질문자가 정말 힘들다 싶으면 통일의병을 사퇴하면 됩니다.

의병은 일상적으로는 농사를 짓지만 전쟁이 나면 나라를 위해서 군사 활동을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에게 군사 활동을 하라고 국가에서 의무를 준 적은 없어요. 나라가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병 활동을 시작했지만, 모든 사람이 의병을 하지는 않아요. 그처럼 통일의병은 정토회 정회원이 된 사람들에게만 신청을 받았어요. 그래서 통일의병 활동을 그만두는 것과 정회원을 그만두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통일의병 직위만 내려놓을 수가 있는 겁니다. 해보고 안 되면 통일의병만 그만두면 돼요.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만약 질문자가 통일의병 활동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면, 당연히 통일의병 활동을 추가로 하기 위해서는 밥을 한 끼 굽든지, 잠을 한 시간 적게 자든지, 방 청소를 매일 하던 걸 이틀 만에 하든지, 이렇게 조정을 해야 되는 거예요.

길가는 사람은 원을 세운 사람을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그 사람 눈에는 당연히 미쳐 보이죠. 법륜 스님도 다른 스님이 보면 미쳐 보일 수 있습니다. 다른 스님은 저를 보고 이렇게 비난할 수 있어요.

‘중이 그냥 목탁만 치고 수행만 하면 되지, 뭐 때문에 환경 운동도 하고, 구호 활동도 하고, 통일 운동도 하느냐?’

스님한테는 이러한 활동을 할 의무가 없어요. 스님은 참선하고 염불하고 기도하는 것이 의무로 주어지지만 이런 활동은 제가 자발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본인 스스로 마음을 내서 통일의병 활동을 시작한 것이니까 바빠진 지금 상황에 대해 남 탓할 필요가 없어요. 질문자가 도저히 못 하겠으면 활동 하나를 그만두면 되는 거예요. 내일 통일의병 연수와 불교대학 특강이 겹쳤다면 당연히 하나밖에 못하죠. 이럴 때는 하나를 선택하면 돼요. 불참하면 마이너스 점수를 받으면 되고, 마이너스를 자꾸자꾸 받아서 누적이 되면 그 직책을 그만두면 되는 거예요. 이걸 불이익이라고 말하면 안 돼요. 정토회는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곳인데, 여기에 무슨 불이익이 있겠어요? 이곳은 이곳대로 규칙이 있을 뿐이에요.

오늘 정회원 교육에도 질문자가 올 수 있으면 오고, 못 오면 못 오는 거예요. 정회원 교육을 한 번 빠졌다고 자격이 상실되는 건 아니잖아요. 세 번 중에 한 번만 참석하면 되니까 오늘은 불참하고, 다음 모임에는 참석하고, 이렇게 선택하면 되는 거예요. 법회도 한 번 빠졌다고 정회원 자격이 정지되는 건 아니잖아요. 한 달에 한 번 빠지는 건 허용되어 있잖아요. 불참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질문자가 알아서 선택하면 되는 겁니다. 도저히 못 하겠다면 사임하면 되는 거예요. 사임만 하면 되는데, 그 일로 정토회에 아예 안 나오는 선택은 하지 말라는 거예요. 질문자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 좋은 일도 욕심을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런데 사람이 마음을 딱 먹고 하면, 못할 것 같던 일도 능히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잖아요. 잠자는 게 뭐 그렇게 중요해요? 차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차 안에서 자고도 아무 문제없어요. 법륜 스님은 안 아프니까 그런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저도 이번에 인도에서 너무너무 아파서 진짜 죽을 것 같았어요. 신종 코로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마침 아픈 그날 인도 교민을 위한 즉문즉설 강의가 있었어요. 그날이 가장 아팠는데, 그다음에는 밤새 차 타고 이동했고, 그다음에는 석가족을 위한 명상 수련이 있었고, 그다음에는 하루 종일 기차 타고 이동했고, 그다음에는 수자타아카데미 스텝들을 위한 명상 수련이 있었어요. 아플 때는 명상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모두 웃음)

명상을 일주일 정도 하니까 피곤이 풀리고 목소리도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명상을 할 때는 말을 안 해도 되잖아요. 저는 매일 말을 해야 되는데, 명상을 하니까 입을 꾹 다물고 눈도 감고 있어서 컨디션이 빨리 회복될 수 있었어요. 마침 수련생들도 인도인이니까 목소리를 크게 안 내도 돼요. 인도인들한테는 통역하는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내면 되고, 저는 통역하는 사람만 들리도록 조곤조곤 얘기하면 되니까요. 그것도 큰 혜택이었어요. 그 고비를 넘겨서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거예요. 지금까지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어요. 오자마자 계속 일정이 있으니까 회복이 안 될 수밖에 없죠.

그냥 이렇게 사는 거예요. 사는 게 별 거 있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제 일정을 보고 ‘스님은 불쌍하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 사람들이 보기에 불쌍하지, 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모두 웃음)

여러분은 아프면 강의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픈 것하고 강의하는 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 예전에 제가 목이 아파서 말이 안 나올 때가 있었는데, 보수 법사님이 대신 말을 해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별 일도 아닌 거 같은데, 질문자는 본인이 마치 굉장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네요.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어요?”

“저도 법당을 오고 가면서 피곤하긴 한데, 스님은 전 세계를 다니시잖아요.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법당을 오고 가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아니에요. 짧은 거리를 오고 가는 것보다 먼 거리를 오고 가는 것이 훨씬 좋아요. 먼 거리를 오고 가야 쉴 수가 있거든요. 그것도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멀리 왔다 갔다 하니까 더 피곤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비행기를 8시간 정도 타면, 전화도 안 되고, 실컷 잘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에 머물 때 제일 피곤해요. 계속 사람들 만나고 일해야 되잖아요. 여러분이 보기에는 멀리 이동하니까 힘들 것 같지만, 저에게는 멀리 이동하는 것이 좋은 일이에요. 그래야 제가 눈이라도 좀 붙이고 자죠.

제가 아무리 바쁘다 해도 어쨌든 안 죽고 살만한 휴식 공간이 있으니까 살죠. 괴물이 아닌 이상 휴식 없이 어떻게 살겠어요? 스님의 일정만 보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살 수 있나 싶은데, 저는 차 타고 가면서 자고, 차 안에서 밥도 먹어요. 먹으니까 살이 이렇게 붙어 있죠. 안 먹는데 어떻게 이렇게 되겠어요? (모두 웃음)

스님은 잠을 안 주무시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저도 잠을 다 자면서 다녀요. 다만 언제 잠을 잘 것인지 계획이 없는 거죠. 몇 시에는 꼭 자야 되고, 무엇을 꼭 먹어야 되고, 이런 게 없을 뿐입니다. 시간이 되면 먹고, 시간이 없으면 안 먹으면 돼요. 어제는 하루에 세 번 강의를 하니까 계속 이동을 해야 해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도시락을 싸와서 차에서 먹었어요. 오늘 같은 날은 한 곳에서 강의를 하니까 한결 쉬워요.

내 호주머니가 아닌 우주의 호주머니를

그러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 하는 데까지 해보고, 도저히 안 되면 활동 중 한 개는 사표를 내든 지, 그때 가서 또 결정하면 돼요. 그런데 마음이 틀어지면 안 돼요.

‘정토회가 사람을 못 살게 군다!’ (모두 웃음)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질문자가 도저히 못 하면 그만두면 되는 거예요. 지금은 시간이 없다 해도 당장 예쁜 여자나 멋진 남자가 데이트하자고 하면 한밤중에도 나갈 사람들이잖아요.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면 한밤중에도 나가서 먹을 수 있고, 누가 외국 여행을 시켜준다고 하면 시간 없다고 해놓고도 3박 4일을 다녀올 수 있잖아요? 골프 치는 사람들은 누가 무료로 골프 치러 갈 수 있다고 하면, 아무리 바빠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갔다 오잖아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제가 다 알고 있다니까요.” (모두 웃음)

“네, 가벼운 마음으로 해보겠습니다.” (모두 박수)

“힘든 상황에 대해 격려를 못해줘서 미안해요. 질문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제 서울에서 교육받고, 오늘 대구에서 교육받고, 바쁘기는 바쁠 것 같네요. 그런데 질문자는 법륜 스님한테 힘들다고 얘기를 안 하고, 경전반 학생한테 그 얘기를 했기 때문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은 거예요. 저한테 말했으면 미쳤다는 소리를 절대로 안 듣죠.

‘아이고, 고맙습니다. 좀 더 수고해 주세요.’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아무리 힘들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괜찮아요. 정토회에서 하는 일은 개인에게는 돈이 안 되는 일이 맞아요. 여러분 개인이 이런 일을 해서는 돈이 안 됩니다. 오히려 봉사를 나오려면 돈이 들게 되죠. 그러나 여러분이 정토회에서 하는 일은 인류 평화를 위해서는 정말 유의미한 일이에요.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국민들을 위해서도, 정말 유의미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돈으로 계산하면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큰돈입니다. 다만 그게 내 호주머니에 안 들어오니까 별로 의미가 없는 거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여러분이 ‘내 호주머니’라고 말할 때, ‘내 호주머니’에서 ‘내’ 자를 버리는 게 바로 ‘무아’의 경지로 나아가는 수행입니다. 내 호주머니가 아닌 우주의 호주머니를 차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 세상 모든 일이 다 나의 일이에요. 지구 환경을 살리는 것이 나의 일이지, 누구의 일이에요?

이 세상 모든 일이 다 나의 일입니다

환경이 점점 오염되면, 기후 변화가 생기고, 흉작으로 식량 부족이 일어나고, 전염병도 창궐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수억 년 전에 생긴 바이러스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는군요. 그중에 인간에게 해가 없는 바이러스는 소수고, 다수의 바이러스는 상상도 못 할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는 누구도 몰라요. 우리는 그런 위험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쟁의 위험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위험을 두려워하자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그런 위험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거예요. 밥을 먹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결혼생활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지 말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밥도 먹고,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옷도 입고 하면서, 내가 버는 돈 중에 5%, 내 시간 중에 10% 정도를 할애해서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자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 되어서 세상에 유의미한 일을 해보자는 거예요. 이게 다 누구를 위한 일일까요? 부처님을 위한 일일까요?

이 일은 다 우리를 위하는 일이에요. 이 일이 다 우리를 위하는 일이라는 관점을 가지면,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한 20년 정도만 더 지나면 우리가 굉장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류를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은 몰라요. 한 20년 정도 지나서 역사적 평가를 받고 나서야 ‘오, 내가 그때 그렇게 중요한 일을 했었나?’ 하고 숨넘어갈 때 알게 될 거예요. (모두 웃음)

지금은 세상에서도 정토회가 하는 일이 조금씩 평가가 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죽기 전에 ‘내가 앞서가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알게 될 겁니다. 지금 아무리 이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해줘도 못 알아듣는 분은 딱 한 가지만 지키세요.

‘붙어만 있으세요.’

그러면 나중에 다 알게 될 겁니다. 죽으나 사나 정토회에 붙어만 있어야겠다고 생각하세요. 돈도 조금만 내고, 봉사도 조금만 해서라도, 그냥 껌딱지처럼 붙어서 안 떨어지도록만 하세요. 어떤 절에 신도들은 스님 옷자락을 잡고서라도 극락에 가려고 그러잖아요. 그러듯이 여러분들도 정토회에 껌딱지처럼 딱 붙어있으면 결국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가볍게 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10차 천일결사에는 통일의병 활동이 확대됩니다. 법당 일 한 가지만 해도 벅찬데 선택해서 하도록 하면 안 될까요?
  • 저녁 팀장을 없애면 부총무의 부담이 늘 것 같은데 없앤 이유가 무엇인가요?
  • 작은 법당일수록 소임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7대 행사를 간소화하던지 대의원 문서를 간소화해서 모둠 운영에 더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조정해주면 좋겠습니다.
  • 도반들과 1년 동안 새벽기도에 이어 통일을 염원하는 3백 배 정진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법당에서 하는 게 좋을까요, 새벽기도를 마치고 법당에서 나누기하는 도반들이 있으니 장소를 옮기는 게 좋을까요?
  • 법당에서 호칭을 사회적인 호칭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 농사가 확대된다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조금씩 마음을 내야 할 텐데 한 말씀해주십시오.
  • 경전반 입학식에 아기를 데려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경전반 학생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지도부에서 다음에는 아기를 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결국 아기 엄마는 경전반을 포기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불교대학 원서를 접수한 사람보다 실제로 입학한 사람 숫자가 적습니다. 입학 전까지 접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입학을 많이 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 불교대학 담당자인데 6개월 정도 지나니 학생들이 반 정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는 재능 있는 사람을 뽑아서 하면 좋겠습니다.
  • 불교대학 홍보 현수막을 걸었는데 구청에서 자꾸 연락이 옵니다. 전단지는 나누어 주면 되는데 현수막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뒤로 갈수록 손을 드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못다 한 질문은 활동을 해나가면서 풀기로 하고, 밤 10시가 되어 저녁반 교육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다시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은 해운대에서 정회원 교육이 이어집니다.

전체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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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승

여법하신 스님의 삶에 저도 잘 쓰여야겠다고 마음 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1-01-31 08:40:52

보산등 황경옥

스님의 일상을 볼때마다 잠은 언제 주무시는지 쉬는시간은 있으신건지 하루종일 잠시의 틈도없이 꽉 찬 일정들을 소화하시는 모습에 혹여 탈 나실까
걱정스런 마음입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늘 한결같은 행보에 감사드립니다

2020-11-26 02:52:49

반야지 안현주

올해 초만해도 대중이 모여서 법문을 들었다니
괜히 낯선 느낌이고

스님께서는 몸에 구애받음 없이 한결 같으신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2020-11-22 16: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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