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16. 정회원 교육 (울산/경주 정토회)
“미래를 앞서가는 길”

안녕하세요. 오늘은 울산정토회와 경주정토회에서 정회원 교육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9시 40분에 울산 정토회에 도착했습니다.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스님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어서 기다렸다가 다음에 탈지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다 타세요.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이 꽉 채워서 타야죠.”

스님의 말에 1층에서 정토행자 몇 명이 더 탔습니다. 스님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것을 한 분이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와, 올해 신수가 좋으려나봐요.”

“수행자가 그렇게 말해서 되겠어요?” (모두 웃음)

“혼나도 기분이 좋네요. 스님께 개인지도를 받았으니까요.” (모두 웃음)

유쾌하게 웃고 나니 6층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는 접수를 받느라 분주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울산정토회 정회원을 위한 교육이 열렸습니다. 일요일 오전이라 주간반과 저녁반이 함께 모일 수 있어서 법당이 가득 찼습니다.

“울산법당에 몇 년 만에 온 것 같네요. 매년 정초에 지부별로 모임을 하다 보니 주로 해운대법당에서 모였잖아요. 해운대까지 와야 하니 참석인원도 줄었는데 자기 지역에서 모이니까 많이 오셨네요. 오늘은 또 주야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주말이라 지난 일주일 중에 오늘 제일 많이 모인 것 같아요. (모두 박수)

오늘은 정회원 교육이라고 하지만 교육이라기보다 정회원 총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교 용어로 ‘대중공사’라고 말합니다. 또는 10차 천일결사 3년을 어떻게 준비해갈 것인가에 대한 공청회를 하는 시간입니다.

제가 오늘 공청회 사회를 맡았습니다.(모두 웃음) 의문이 있으면 질문도 하고, 좋은 의견이 있으면 내놓기도 하고, 개선할 점이 있으면 지적도 하고, 보충할 점이 있으면 제안도 하고 이렇게 자유롭게 대화하겠습니다. 사전에 세 분이 질문을 했는데 묘하게도 하나는 모둠 운영, 하나는 지역 정토회 결정 권한, 하나는 통일의병의 활동 방향에 대한 질문이네요. 이 세 가지가 10차 천결 사업방향의 주된 내용입니다.”

스님은 세 가지 사업 방향에 대해 1시간 동안 자세하게 설명해준 후 2차 만일의 구상을 들려주며 활동가들을 격려했습니다.

“정토회에 나와서 봉사하는 것을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러다 나중에 늙으면 스님이 책임져 줄까?’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수행만 되어 있으면 스님이 책임집니다. 여러분들이 늙으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수행이 안 된 사람은 공동체에 들어와서 살 수가 없으니까요. (모두 웃음)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앞으로 세상이 지금보다 더 각박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현대 문명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제부터 자연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의 위험조차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자연의 반격은 전쟁의 위험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환경의 위기와 그에 뒤따라오는 식량 문제, 세균 문제 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인류의 재앙을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 가장 큰 위기는 지구 환경의 파괴입니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소에게는 광우병, 돼지에게는 돼지인플루엔자, 닭에게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습니다. 아직 그런 병이 발생하지 않은 한 가지 생물이 물고기이지만, 지금 물고기들도 비늘이 다 벗겨질 정도의 엄청난 밀식 상태로 양식되고 있습니다. 그런 현장을 직접 보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물 반 고기반이라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먹거리가 굉장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요. 스트레스를 받은 고기를 먹는 건 독을 먹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세계 지성인들의 목소리

이번에 아카데미상에서 영화 ‘기생충’이 4개의 상을 탔다고 한국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배우들의 시위입니다. 배우들은 옷을 매일 갈아입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예전에 입었던 옷을 재활용해서 입고 나와 지구환경 보호 시위를 벌였는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개발론자들에게 환경 위기에 대한 저항의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작품 자체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환경위기와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것에 대한 세계 지성인들의 일종의 저항이기도 합니다. 그것에 딱 맞는 내용의 영화가 ‘기생충’이었기 때문에 상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보수 세력과 우파들이 이 영화를 많이 비판했어요. 정작 상을 받으니까 다시 지지를 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요. (모두 웃음)

이처럼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단순한 작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세계 지성인들이 세계의 흐름에 대한 항의 표시를 이런 작품 속에서 찾아낸 거예요. 지나친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겠다는 표시도 있고, 빈부격차가 너무 심한 것에 대한 비판의 표시도 있어요. 너무 노골적으로 저항을 표시하면 사회분열을 가져오니까 약간 우회적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 측면도 있었고, 이런 여러 가지 요소가 이번 수상의 이유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앞서가는 사람들

이처럼 세상이 전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 사회는 아직도 성장에만 목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여러분은 미래를 앞서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혜의 눈이 없으니까 자기가 미래 문명에 앞서 가고 있으면서도 앞서 가고 있는지조차 몰라요. (모두 웃음)

재산이 많으냐, 뭐가 많으냐를 따지는 것은 앞서가는 사람들의 시각이 아닙니다. 집이 큰지 작은지, 옷이 좋은지 나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명품을 따지는 몇몇 사람에게나 명품 옷이 의미가 있지, 요즘은 누구나 다 입을 만한 옷을 걸치고 다니는 세상이 됐잖아요? 그래서 재벌들이 청바지를 입기도 하잖아요. 먹는 것도 보편화되었고, 사는 집도 크고 작은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물론 아주 극소수는 아직도 거기에 매달려 있지만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고, 인간관계의 갈등이 적은 새로운 세상을 꿈꿔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변해가기 때문에 ‘정토회에 나와봤자 별 볼일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제가 늘 얘기하잖아요.

‘붙어만 있어라.’ (모두 웃음)

붙어만 있으면 세월이 흐른 후에 ‘아, 내가 참 잘 붙어 있었구나’ 하고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런데 붙어 있으려면 어느 정도는 일을 해야 하잖아요?”

“네!” (모두 크게 대답)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천일결사 사업방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들어서인지 사업방향에 대한 질문은 없었고, 정토회 운영과 관련한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그중 울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질문이자, 가장 많은 웃음을 주었던 질문 한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정토사와 정토불교대학, 이름이 헷갈려서 홍보가 어렵습니다

“저는 요즘 길거리에서 정토불교대학 홍보를 하고 있는데, 울산에는 정토사라는 큰 절이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법륜스님 사진이 들어간 정토불교대학 현수막을 들고나가 홍보하면, 정토사에서 불교대학 신입생을 모집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아닙니다. 법륜 스님의 불교대학입니다’라고 알려주는데, 실제로 어떤 분들은 우리의 홍보를 보고 정토사의 불교대학에 입학하거든요. (모두 웃음)

심지어 정토사의 불교대학에 서너 달 다니다가 ‘법륜 스님이 왜 안 오시냐’라고 문의하고서야 자기가 잘못 찾아간 것을 알고 다시 정토회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두 웃음)

제가 이런 문제점을 행정처에 제기했더니 ‘그러면 법륜 스님 정토불교대학이라고 표기하고, 법륜 스님 사진을 현수막 앞에 크게 넣어라’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현수막을 다시 제작해서 들고나가니까 이번에는 ‘정토사에 법륜 스님이 오시나 봐요?’ 이렇게 사람들이 물어봤습니다. (모두 박장대소)

다시 행정처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현수막은 법당 별로 시안을 다르게 할 수 없고 똑같이 제작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기 때문에 다르게 만들 수 없다고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공식적으로 현수막에서 ‘정토’라는 단어를 카드로 가리고 ‘법륜 스님의 불교대학’을 강조해서 홍보를 슬쩍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일단은 사람들이 정토불교대학에 제대로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입학하고 난 뒤에 신입생들에게 ‘정토불교대학’이라고 강조해서 제대로 알려주면 혼란이 적지 않을까 싶은데요. 스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질문자는 웃지 않고 질문하는데 앉아있는 청중들은 자지러졌습니다. 스님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십여 년 전에 울산 정토사 주지스님께서 저한테 요청을 했습니다. 이름이 비슷한 탓에 약간 혼동이 오니까 정토불교대학의 이름을 바꿔 달라고 그러셨어요. 그런데 정토불교대학이 훨씬 더 오래됐고, 단지 울산에 와서 이런 일이 생겼는데, 이 경우 울산 지역 하나 때문에 전국에 있는 정토불교대학의 이름을 다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질문자가 좀 마음을 넓게 가져 주세요.

‘정토사 불교대학도 우리가 같이 홍보를 해주자!’

이런 마음으로 홍보하는 김에 정토사 불교대학도 널리 홍보해주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정토’라는 글자를 카드로 가리면 안 돼요. (모두 웃음)

잘못 알고 정토사에서 불교대학을 다니다가 정토회로 오는 사람은 오는 대로 받아서 진행하면 돼요. 질문자의 생각에는 이름이 비슷해서 정토사로 가는 사람이 굉장히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 조사해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 경우를 저는 꽤 많이 봤거든요...”(모두 웃음)

“그리고 또 정토사 입장에서는 불교대학을 4개월 다니다가 법륜 스님이 없다고 중간에 가버리면 기분이 좋지 않잖아요.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정토회를 다시 찾아오면 오히려 이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다니던 곳을 마저 다니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안내해주는 넓은 마음을 가져 보세요.”

“네, 앞으로는 많은 아량을 베풀겠습니다.”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어차피 총무는 큰 법당에서 나오는데, 산하 법당 서원행자들도 후보로 나올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선거를 하는 입장에서는 후보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후보자 이력만 봐서는 투표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 제가 부총무 대행을 했는데, 갑자기 말도 없이 부총무가 바뀌었어요. 황당하고 기분이 나빴어요. 임명을 할 때 사전에 설명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 법당에 화재가 생길 수도 있으니 화재 보험에 가입하면 어떨까요?
  • 담당 법사님이 지역 정토회에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상주하면서 활동가들 살펴주실 수 없을까요?
  • 임원들 얼굴도 잘 모르니 친밀도가 떨어집니다. 임원들은 행사 때 산하 법당에 얼굴을 비쳐주면 좋겠습니다.
  • 재활용품 사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1시에 교육을 마쳤습니다. 바로 포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 내려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가는 길이 바쁘기도 했지만, 매서운 바람이 불어 5분 만에 밥을 먹고 다시 차를 탔습니다.

오후에는 포항 덕양법당에서 경주정토회 정회원 교육이 열렸습니다. 법당에 도착하니 활동가들이 밝은 미소로 정회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3시가 되자 사회자가 힘찬 목소리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10차 천일의 그림은 중앙에서 그렸지만, 채색은 우리가 합시다!” (모두 박수)

사회자의 적절한 비유에 정회원들은 박수를 치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이어서 영상으로 10차 천일결사 사업방향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 스님에게 다시 한번 설명을 들었습니다. 스님은 오전보다 짧게 핵심 위주로 설명을 해준 후 바로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가 일어서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여기 오자마자 보살님이 제일 먼저 질문하실 줄 알았어요.” (모두 웃음)

질문자는 웃으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왜 서원행자를 시켜주지 않는 걸까요?

“27년 전에 법륜 스님이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만일결사가 이제 3년이 지나면 끝납니다. 저도 거기에 숟가락을 얹고 싶습니다. 만일결사가 끝날 때 저도 서원행자가 되어서 같이 하고 싶지만, 표면적인 서원행자의 요건인 깨달음의 장, 명상의 장, 나눔의 장, 천일결사 3년 등을 다 채웠는데도 정토회에서는 저를 서원행자로 시켜주지 않습니다. (모두 웃음)

정토회를 만나 제 삶이 변화하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해도 가장 돈이 적게 들고,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제가 정말 행복해졌습니다. 가족들도 적극 지원을 해주고 있고요.

누가 서원행자를 뽑는지, 어떻게 해야 서원행자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정말 중요한 3년을 앞둔 지금, 저는 꼭 서원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모두 박수)

“아주 적극적인 자세가 좋네요.” (웃음)

스님은 질문자의 적극적인 자세를 칭찬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다, 이런 욕구를 내려놓지 못하면 수행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서원행자가 되기 전에 발심행자가 될 자격도 없는 거예요. (모두 웃음)

낮에 울산에서 첫 번째 질문자가 타인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힘들다고 질문했는데, 기분이 나쁜 건 내 문제예요. 수행의 원칙은 괴로움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자각하는 거예요. 그러니 남 탓을 하면 발심행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물론 남 탓을 전혀 하지 않고, 아무런 욕구도 가지지 않고 살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화를 불끈 내거나 욕구를 갖는 순간에 ‘어, 내가 사로잡혔구나!’ 하며 깨닫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힘이 있어야 수행자, 즉 발심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한테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이렇게 시비할 때는 어떨까요?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에게 ‘네가 화를 내는 것은 네 문제다’라는 관점을 가진다고 해서 내가 발심행자가 되는 데에 장애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을 갖는 사람은 서원행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서원행자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낼 때, ‘아, 저 사람 마음이 안됐겠다’ 이렇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책하는 것과는 달라요. ‘저 사람이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보니 나한테도 문제가 있나 보다’ 이렇게 살펴보는 힘이 있어야 서원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그 질문자는 이번 겨울에 부총무 대행을 맡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부총무로 임명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고 질문했는데요. 정토회는 임명하는 보직에 대해 사전에 의견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서원행자는 정토회에서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임원이 되기로 약속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임원으로 선출할 때 당사자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사정도 말을 못 하게 되어 있어요. 먼저 대중이 투표로 임원을 선출하고, 그 후에 본인의 의견이나 사정을 말하게 되어 있습니다. 임원을 맡을 수 없는 개인 사정이 있을 경우에 대중이 수긍할 수 있다면 받아들여지고, 그렇지 않다면 지명된 대로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일할 수 없다고 하면, 정토회의 회원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원행자가 될 자격은 없어집니다. 서원행자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 하고 약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정토회에서는 필요할 때 마음 놓고 그 사람을 지명할 수 있어요. 정토회가 그 사람의 사정을 미리 알 필요도 없어요. 지명을 해놓고 나서 당사자의 사정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면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지명하면 됩니다. 질문자는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해서 그런 질문을 했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첫째, 수행이 안 되어서 그렇고 둘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렇다.’

서원행자는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해서 추천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그 과정에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활동하면 저절로 추천이 되어서 올라올 겁니다. (모두 웃음)

물론 질문자처럼 적극적인 사람의 경우는 어떤 문제가 있어서 서원행자가 될 수 없는지 본인에게 알려주면 사실 좋아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 봐 얘기하지 못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서원행자가 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했지만, 보통은 자기가 서원행자가 되고 싶다고 밖으로 말하지는 않으니까요.

발심행자는 자기가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될 수 없는지 말해줄 수 있지만, 그다음 단계인 서원행자부터는 본인이 하겠다고 자원하는 게 아니라 법사단에서 먼저 선정을 한 다음에 본인의 의사를 물어봅니다.

‘앞으로 서원행자가 된다면, 맡겨진 어떤 일이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네’ 하고 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물어봤더니 본인이 ‘아이고, 저는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하면 추천이 되어도 본인이 거절하게 되는 것이고, 승낙을 하면 통과가 돼요. 그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이나 신상에 해당되는 내용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격 사유에 대해 세세히 얘기해 주기가 힘들어요. 결격 사유가 정 궁금하다면 법사님에게 가서 이렇게 말해보세요.

‘어떤 결격사유가 있는지를 알려주시면 기필코 상처입지 않고 고치겠습니다.’ (모두 웃음)

그러면 그 사유를 조사해서 알려줄 겁니다. 아직 활동 기간이 짧다든지,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못 갖췄다든지, 다른 구성원과 갈등이 있다든지, 성격적으로 너무 촐랑거려서 안 된다든지, 어떤 이유를 알려주겠죠. (모두 웃음)

그러면 이렇게 말하고 딱 고쳐버리면 돼요.

‘알겠습니다. 이거 딱 고칠게요! 이 좋은 일을 하는데 그 정도야 못 고치겠어요.’

회비를 안 냈던 게 문제라면 회비를 내면 되고, 법회 참석일수가 부족하면 다 채워버리면 돼요. 가장 고치기 힘든 것은 성격적인 문제예요. ‘수행자가 성격이 발랄하다고 해서 뭐가 문제가 되냐?’ 이렇게 따질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이러저러한 성격이 문제입니다’라고 하면, ‘앞으로 제가 그것은 고치겠습니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면 점차 개선이 될 겁니다.

그러나 본인이 그것을 청하지 않는데 결격사유를 말해줄 수는 없어요.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니까 질문자는 결격사유를 알려주면 무엇이든 고쳐보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표현한 것이죠?”

“스님, 저는 가만히 있다가 추천을 받아서 서원행자가 되기보다는 스스로 원해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결격사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청해서 들어보겠습니다.” (모두 박수)

아주 적극적인 자세에 모두 큰 박수로 응원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과 제안이 있었습니다.

  • 앞으로 경주정토회에서는 어떤 사업을 맡아야 하나요? 또 경주에서 어떤 사업을 더 발굴해보면 좋을까요?
  • 수행법회가 정회원 법회로 바뀌었는데, 옛날처럼 누구나 와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법회를 열면 어떨까요?
  • 통일특별위원회로 활동가가 두 배 이상 더 나와야 합니다.

더 이상 질문이 없자 교육을 30분 빨리 마쳤습니다.

“10차 천일결사의 사업방향이 충분히 소화됐습니까?”

“네!”

“그럼 마치겠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6일째 정회원 교육을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스님은 전국 29개 정토회 중 15개 정토회 정회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역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다 다릅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질문을 통해 정토회가 개선해야 할 점을 파악하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통해 지역의 어려움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차를 타고 두북으로 가는 길에 해가 졌습니다. 매일 늦은 밤까지 교육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스님도 지는 해를 바라보며 두북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해가 지기 전에 일정이 끝났네요.”

내일은 대구에서 정회원 교육이 이어집니다.

전체댓글 27

0/2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5-21 13:44:39

정령자

스님의. 말씀에. 많으가르침을받고있습니더

2020-02-19 10:09:24

윤기임

생물 물고기에 대한 , 모든 생물들이 처해있는 환경등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지금 음식물쓰레기에 대하여 군청공청회등에 의견을 피력하고 싶습니다

2020-02-19 09:00:19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